(다음 편에서 계속) 제 102화.
대기실은 이미 수많은 펫과 플레이 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천하제일 펫과는 다르게 자신의 펫 을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부 소환해 둔 상태였다.
현우는 대기실 이곳저곳을 둘러봤 다.
탱이와 견줄 수 있는 펫이 혹시라 도 있을까 관찰하는 것이다.
‘음…. 쟤는 좀 귀엽군. 쟤도 괜찮 고.’
그 결과, 탱이 정도는 아니지만, 꽤 귀여운 펫들은 있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닌 꽤 많은 수가.
- 저기 저 늑대 귀엽지 않음? 주 먹만 하네.
- LL, 반대편에 있던 요정같이 생긴 애가 더 귀엽.
- 님들 무슨 소리세요. 탱이가 원 탑인데.
- 옳소!!! 탱이가 최고다!!! 탱이짱 짱곰!!!
‘그래, 그래도 탱이가 최고지.’
“탱이야, 네가 제일 귀엽다. 네가 최고야.”
현우의 칭찬에 탱이의 표정이 묘하 게 변했다.
“주인 놈아, 미쳤나? 왜 이러나. 우웩!”
그러고는 토하는 흉내까지 내는 탱 이였다.
“플레이어 분들이 모두 모인 것 같 으니 펫 콘테스트의 룰을 설명할게 요. 펫 콘테스트는 이 유리구슬에 나온 숫자에 따라 필드 한편에 마련 된 무대에서 3분간의 매력발산 시간 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분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5 등까지의 순위를 정합니다. 참 간단 하죠?”
써니가 간단한 펫 콘테스트의 규정 을 설명했다.
“아! 그리고 무대 위에는 펫만 올 라갈 수도 있고 플레이어도 함께 올 라갈 수 있습니다.”
써니의 추가 설명까지 전부 들은 현우는 고민했다.
하지만 확고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 하고 결국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청 했다.
“저도 함께 올라갈까요? 아니면 탱 이만 올려 보낼까요?”
- 같이 “7 ^7 ^7
- 둘이 꽁트 보여주면 바로 1등.
- z_ Z_. 그냥 탱이만 보여줘도 1등 임.
- 난 둘이 올라가는 게 낫다고 봄.
- 가서 평소처럼만 하셈. 그럼 무 조건 1등.
시청자들의 의견은 탱이와 함께 올 라가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탱이랑 내가 같이? 곰하고 사람?’ 그 순간 현우의 머릿속에 재밌는 장면이 떠올랐다.
“함께 올라갈게요. 그게 낫겠네요.” 현우는 자신만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와!!!”
“귀엽다!!! 난 오늘 13번을 뽑겠 어!!!”
“여기 좀 봐!!!”
펫 콘테스트 13번 펫, 골드라이언 캉이 귀여운 자태를 뽐냈다.
현실의 포메라니안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귀여운 모습에 사람 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정말 귀엽네요. 하지만 전 걱정하 지 않습니다. 이 녀석이 아주 굉장 한 것을 보여줄 거거든요.”
현우가 탱이의 머리를 두들겼다.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자신과 탱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 굉장한 것? 탱이가 뭘 하나?
- 안 봐도 귀엽고 굉장할 것.
- 그냥 만담이라도 해. 그 그 그 거
- 탱이 하드 캐리 각.
“제 차례가 27번이니까 조금만 더 구경하다 연습하러 가보도록 할게 요. 그리고 연습할 때는 잠깐 스트 리밍 화면을 전환하도록 하겠습니 다. 잠깐만 펫 콘테스트 보고들 계 세요.”
현우의 말에 시청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 왜!!! 왜!!! 연습 보여줭!!!
- 우리도 리허설을 볼 자격이 있 다.
- 보여줘라님이 금화 99개를 선물 하셨습니다.
- 나도보자님이 금화 77개를 선물 하셨습니다.
- 금화 드림. 그러니까 보여주셈.
-JT-JTTr
리허설을 보여준다면 금화가 더 터 질지도 몰랐지만 조금 더 놀라는 시 청자들의 반응을 위해 현우는 읍참 마속의 심정으로 화면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죄송합니다. 금화를 아무리 주셔 도 이건 타협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거대한 금화 세례가 쏟아 졌다.
- 대장광팬님이 금화 1111개를 선 물하셨습니다.
- 그냥보자님이 금화 3333개를 선 물하셨습니다.
- 보여주면더쏨님이 금화 99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보여줘라님이 금화 7777개를 선 물하셨습니 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스트리머, 골목대장이 거대 자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 어떤 병신이 화면을 돌린 답니까? 그런 것 가려서 뭘 한다고 요. 같이 보도록 하시죠.”
- 크 그 그. 자낳과 클라스 그 크 크
- 역시 금화 앞에 고집 없다.
- X―월드 최고 존엄 금화.
- 골목대장 금화 각도 좁혀야.
현우의 계획은 변경됐다.
리허설을 공개한다.
“탱이야, 그러니까 등장할 때 재주 넘기를 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 로, 알았지?”
현우의 애원에 가까운 명령에도 탱 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주인 놈아, 정수 언제 주나? 응? 정수. 정수우우우우!!!” 탱이는 칭얼거리는 중이었다.
분명 주인 놈이 싸워서 이기면 정 수를 준다고 했다.
싸우지는 않았지만 이기기는 했다.
그렇다면 정수가 자신의 배 속에 있어야 했다.
하다못해 손에라도 쥐어져 있어야 했다.
“이번에 1등 하면 한 개 추가다. 탱이야. 두 개야. 저번처럼 두 개!”
현우는 은근한 목소리로 떡밥을 던 졌다.
탱이라면 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두 개? 이번에도 날 속이는 거면 가만 안 둔다. 주인 놈아.”
탱이는 앞발을 들어 흔들었다.
여차하면 무력시위라도 불사하겠다 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걸 본 사람들은 그저 탱 이의 행동이 귀여울 뿐이었다.
- 으헉, 주먹 불끈 한 거 보소.
- 주砂 z_z_, 앞발임. 탱이는 곰이 니까.
- 그럼 앞발 불끈.
- 무대 위에서 저거 한 번만 해도 절반은 쓰러진다. 己 0
- 역시 어일탱(어차피 1등은 탱 이). 이제 이등 고르 면 됨? 크 그 그
“이번엔 진짜라니까? 나 못 믿어? 네 주인 못 믿냐고.”
현우의 자신감 가득한 대답에 탱이 는 이번 한 번만 더 믿어보겠다며 리허설에 성실하게 임했다.
“자, 이제 그걸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마침내 현우가 상상했던 비 장의 무기가 등장했을 때 현우의 스 트리밍을 보던 모든 사람은 입을 벌 렸다.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 이거면 펫 콘테스트가 문제가 아니라 A-월드 올해의 영상급….
- 와, 이건 진짜 뭐냐.
- 저걸 생각한 골목대장이나 하는 탱이나 기가 막히네. 구긔그그
- 헛웃음만 나온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7=7=7=7
“그럼 리허설은 여기서 끝내겠습니 다. 이제 바로 25번째 참가자의 차 례가 끝났다고 하네요.”
비장의 무기가 세상에 드러나기 직 전이었다.
♦ **
현우는 무대 뒤편에서 26번째 참 가자이자 자신의 바로 앞 순서인 붉 은 너구리의 재롱에 웃었다.
그냥 과일을 먹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게 너무나 귀여웠다.
3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 다.
이제는 탱이와 현우가 무대에 오를 시간이 온 것이다.
- 27번 참가자. 골목대장님과 펫 탱이 입장해 주세요!!!
써니의 말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이벤트 필드 전체를 채우기 시작했다.
“우아아!!!!”
“골목대장!!!!”
“탱이야!!!! 꺄악!!!”
주로 골목대장을 찾는 이들은 남자 였고 탱이를 외치는 사람들은 여자 였다.
그 모습에 현우는 왠지 모를 씁쓸 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낼 수는 없는 일
현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했다.
현우가 터벅터벅 무대 중앙을 향해 걸어 나왔다.
“탱이야!!!”
그리고 탱이를 부르자 무대 끝에서 부터 전력질주로 달려온 탱이가 허 공에 몸을 던졌다.
탱이는 기계 체조의 한 동작을 보 여주듯 허공에서 몸을 정확히 세 번 비틀며 착지했다.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탓!
“와아아!!!”
리허설로 한 번 본 시청자들과 달 리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탱이 의 등장 액션을 처음 봤다.
그런 만큼 반응이 격렬했다.
“탱이야!!”
현우가 다시 탱이를 부르자 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르륵!
허공에 지름이 1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원이 생겨났다.
탱이의 파이어 스킬로 만들어낸 원 이었다.
우다다!
탱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 의 원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몸을 던졌다.
탱이는 깔끔하게 화염의 링을 통과 했다.
“우와!!!”
“봤어?!!”
“완전 서커스야!!!”
그랬다.
지금 현우와 탱이의 모습은 흡사 서커스와 같았다.
조련사 골목대장과 그가 길들인 곰, 탱이.
공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허설 때도 보여주지 않았던 한 수가 남아 있었다.
“탱이야!!!”
다시 한 번 현우가 탱이를 불렀다.
이번에 보여준 것은 정말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탱이가 했기에 특별해졌다.
두 손에 불로 된 하트를 들고 춤 을 추기 시작했다.
전신으로 하트를 그리는 듯한 댄스 는 대단한 비주얼이었다.
탱이는 무반주였지만 개의치 않고 남은 시간 내내 춤을 췄다.
- 핰핰, 탱이 보소.
- 와, 진짜 이건 취향 저격이다.
- 뭐 생각할 거 있나. 무조건 탱이 뽑아야지.
- 영구 소장각.
- 채널에 올려주세요. 돈 내고서라 도 본다.
탱이의 애교 댄스를 본 채팅창은 이미 초토화됐다.
그것은 현장의 반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뒤에는 더 볼 것도 없다. 내 표는 여기에 사용한다.”
“일단 탱이를 우승시켜 놓고 이등 을 고민하자.”
“나는 사냥을 미루고 이벤트 필드 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우승자로 탱이를 외 치고 있었다.
탱이의 뒤로 몇 번의 차례가 남아 있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제외됐다.
이미 탱이의 매력이 모두가 빠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탱이가 무 대에 오른 지 3분이 지났지만, 매력 발산 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써니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써니가 탱이 의 차례가 끝났음을 알렸다.
- 27번 참가자, 골목대장님과 펫 탱이의 순서가 끝났습니다. 다음 참 가자 28번 룩님과 펫 랑스 입장해 주세요!!!
무대를 내려가는 탱이의 표정은 밝 았다.
탱이도 아는 것이다.
자신에게 곧 정수가 두 개나 생길 것을.
*** 펫 콘테스트의 우승은 당연하게도 탱이 였다.
이변은 없었다.
탱이의 뒤에 나온 펫들도 나름 귀 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탱이 의 임팩트가 워낙 컸다.
써니가 현우에게 우승 상품을 건네 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골목대장님. 2관왕을 하셨네요.”
하지만 써니의 말은 단순히 축하하 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써니의 눈동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 써니님으로부터 : 조만간 제국 전역에서 반군들이 출몰할 거예요. 어떻게 하죠?
‘알킬이 벌써 활동을 한다고? 이거 가만히 있다가는 빈 깡통만 차겠는 데?’
써니의 귓속말에 현우의 머리가 빠 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스트리밍 중이고 수많은 플 레이어 앞에서 수상하는 중이기 때 문이었다.
“감사합니다. 탱이가 참 좋아하겠 네요.”
- 써니님에게 : 스트리밍 끝나고 바로 얘기하죠.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네요.
써니는 아주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귓속말을 보낸 현우만 알아차릴 정 도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마침내 상품 수여를 끝으로 펫 콘 텐츠를 되살리기 위해 펼쳐진 이벤 트가 모두 끝이 났다.
이벤트 필드가 소멸되고 모든 플레 이어는 본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 아갔다.
현우가 나타난 곳은 헤진 대산맥이 었다.
“시청자분들 오늘 스트리밍 재밌으 셨나요? 월요일 스트리밍 빼먹은 것 죄송하고요. 언젠가 한 번 채워 넣 겠습니다.”
- 탱이, 정수 먹는 것 좀 보여 줘!!!
- 필요 없고 정수 복용 장면 좀!!!
- 안 돼!!! 끄지 마!!!
현우는 시청자들의 절규하는 채팅 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을 다급하게 종료했다.
지금 스트리밍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써니와의 만남.
지금 현우에게는 이게 가장 중요했 다.
아까 넌지시 들은 바로는 상황이 꽤 심각했다.
“그대로 갔으면 완전히 망하는 각 이었는데….”
현우가 한숨을 쉬던 그 순간 한쪽 에서 검은 로브의 플레이어가 조심 스럽게 다가왔다.
써니 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