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148화 (149/939)

제 146화

새옹지마.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된다는 뜻으로 인생사의 변화무쌍함과 한 일에 너무 마음을 쓰지 말라는 교훈 을 담은 사자성어다.

현우의 현재 상황이 딱 새옹지마에 맞아 떨어졌다.

사냥의 시작을 찝찝하게도 베놈길 드와의 조우로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 사냥은 그 어느 때보 다도 잘 되어만 갔다.

한 무리의 몬스터를 잡고 나면 다 른 한 무리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흡사 줄줄이 비엔나처럼 몰려왔다.

게다가 현우에게만큼은 그렇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완제품을 드 랍했다.

물론 레어 등급과 언커먼 등급의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현우의 복에 화룡점정이 찍혔다.

현우의 앞에 인스턴트 던전이 나타 난 것이다.

[고대의 아르페리움에 입장하시겠습니 까?]

현우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고는 탱이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 다.

“탱이야, 이거.... 맞지? 던전 맞 지?”

현우는 그의 펫, 탱이의 겨드랑이 에 손을 넣고서 흔들었다.

탱이는 세상이 흔들리는 감각에 현 우의 말에 힘겹게 대답했다.

“그… 그런 것 같다. 망할 주인 놈 아. 그만 흔들어라!”

현우는 오랜만에 발견한 던전에 심 히 흥분한 상태였다.

던전이라고 해봐야 강중구와 김석 중 둘과 함께했던, 뱀파이어 로톤이 나온 던전이 마지막이었다.

메인 시나리오도 던전 내에서 이루 어졌으나 그것은 논외였다.

흐흐.

현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던전은 안중에 도 없었다.

그저 던전에서 얻을 보상들이 가득 했다.

‘스킬? 유니크 아이템? 아니지, 에 픽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어.’ 반면 탱이는 던전이라는 얘기에 질 색한 표정이었다.

짧아도 하루 이틀은 어두운 동굴 혹은 비슷한 환경 속에서 마법만 사 용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턱 하니 막혀 오는 것 같았다.

‘벌써 붕붕섬이 그리워져….’

하지만 주인인 현우가 좋아하는 것 을 보니 탱이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 가 떠올랐다.

“갈 거면 얼른 가자, 망할 주인아. 빨리 가야 빨리 나올 게 아닌가.”

탱이의 재촉 아닌 재촉에 현우가 던전에 입장했다.

[고대의 아르페리움에 입장하시겠습니 까?]

“ 입장한다.”

♦ ♦♦

[고대의 아르페리움에 입장했습니다.]

던전에 입장한 현우와 탱이에 눈앞 에 보인 것은 광활한 평야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매우 낯익은 광 경이었다.

“이거 발터 산맥이랑 똑같은데?”

그랬다.

현우가 던전에 들어오기 전의 풍경 과 상당히 흡사했다.

“그렇다, 주인 놈아. 원래 있던 곳 이랑 비슷하다. 나는 마음에 든다.”

탱이는 평야와 그 너머에 보이는 숲과 산맥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근데 이런 던전은 클리어 조건이 어떻게 되는 거지?’

보통의 인던은 보스 몬스터를 처치 함으로써 클리어 조건을 만족했다.

이곳 아르페리음과 비슷한 환경은 직전 메인 시나리오 때 들어갔던 반 란군 본거지였다.

그때는 르브론이 3황자 에드워드를 처치하자 클리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던전의 환경만 남달랐지 클리어 조 건은 대동소이했다는 뜻이었다.

‘일단 여기도 보스 몬스터를 처치 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는 뜻인 데….’

“여기서 보스 몬스터를 어떻게 찾 냐, 탱이야.”

현우가 푸념하듯 말하자 탱이가 현 우를 빤하게 쳐다봤다.

“언제는 그런 걸 생각하고 사냥했 나? 평소처럼 몸으로 때워라, 주인 놈아.”

현우는 탱이의 말에 영화 속 상처 받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고개를 숙였다.

탱이는 그런 현우의 모습에도 아랑 곳하지 않고 작은 몸을 움직였다.

‘조금만 더….’

각성의 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우와 탱이는 나무 뒤에 조심스럽 게 숨어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둘이 보고 있는 것은 몬스터 간의 싸움이었다.

5미터도 넘어 보이는 거인과 그에 버금가는 덩치의 오우거가 싸우고 있었다.

거인은 덩치에 맞게 거대한 크기의 쇳덩어리를 들고 있었다.

반면 오우거는 주변에서 뽑은 듯 부서지기 일보 직전의 통나무를 휘 두르는 중이었다.

무기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힘이 차이 나는 것인지 어느 순간을 기점 으로 오우거가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쾅!

결국 오우거의 통나무가 충돌하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나갔다. 그 틈을 정확하게 노린 거인이 오 우거의 머리통을 그대로 후려갈겼 다.

퍽!

얼마나 세게 휘둘렀는지 오우거의 머리는 그 흔적조차 남지 않고 그대 로 터졌다.

‘무시무시하네.’

현우는 거인과 오우거의 힘 싸움에 눈살을 찌푸렸다.

현우의 생각으로는 저 거인이 보스 몬스터일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발터 산맥의 오우 거를 몽둥이질 한 번에 곤죽으로 만 들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현우의 추측은 빗나가도 한 참을 빗나간 추측이었다.

거인은 그저 일개 몬스터에 불과했 다.

보스 몬스터는커녕 네임드 몬스터 도 되지 못했다.

단지 강했을 뿐이다.

오우거를 단숨에 죽일 정도로.

“탱이야, 우린 앞으로 저런 놈들을 잡아야 돼. 알았지? 얼른 각성하 자.”

현우는 보다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탱이의 2차 각성이 필요함 을 깨달았다.

현우는 1차 각성을 하기 직전과 마찬가지로 탱이 각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슥!

검은 강기로 이뤄진 칼날이 오우거 의 발목을 신체에서 분리해 냈다.

“뭐라도 갈겨!”

오우거의 발목을 자른 현우가 탱이 를 향해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탱이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오우거를 향해 한 줄 기의 벼락을 쏟아냈다.

콰강!

1,800에 가까운 마력 스탯 거기에 B+ 랭크의 숙련도를 자랑하는 탱이 의 라이트닝 스킬은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현우가 차려 놓은 오우거 밥상에 숟가락을 깨끗하게 얹은 것이다.

- 고대의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아직 멀었어?”

“그 말 벌써 몇 번째인지 아나? 참을성을 길러라, 주인 놈아.”

탱이가 재차 확인하는 현우를 타박 했다.

이미 현우는 수차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탱이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

이런 과정이 몇 시간 동안 반복된 것이다.

실제로는 현우보다 탱이가 더 초조 함을 느끼고 있었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2차 각성의 때가 탱이를 초조하게 만들 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언제나 멋있는 마리오네뜨 베어였으니까.

이깟 일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몬스터를 더 잡아야 한다.”

단지 재촉하는 현우를 부추길 뿐이 었다.

현우는 하루라는 시간을 꼬박 탱이 의 레벨 업에 사용했음에도 불구하 고 탱이가 2차 각성에 들어설 조짐 이 없다는 것에 허탈해했다.

‘탱이 상태창.’

[상태창]

이름 : 탱이

레벨 : 199

종족 : 마리오네뜨 베어(1차 각성)

칭호 : 붕붕섬의 후계자

능력치 : 힘 793 민첩 739 체력 905 마력 1,758

붕붕섬의 후계자. 곰다운 육체 능력과 곰답지 않은 높은 마력이 종족 특성. 오 만한 말투와 달리 정이 많은 편.

친밀도 : 100

보유 스킬 : 곰의 기세, 숲의 가호, 마 력친화, 라이트닝, 거대화, 포효, 아이스, 파이어, 아공간.

199레벨이 었다.

경험치를 몰아준 보람이 있었는지 198레벨이던 레벨이 1레벨 올라 있 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자신이 들인 노력이라면 충분히 200레벨이 가능할 것이라 믿었기에.

“저것만 잡으면 각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 놈아.”

탱이는 상태창을 바라보는 현우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현우가 왜 불렀냐는 표정으로 쳐다 보자 앞발을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 다.

“야, 저건 조금 아니지.”

현우는 탱이가 가리킨 대상을 보고 기겁했다.

탱이가 가리킨 것은 어제 본 그 거인이었다.

어제 하루 동안 보이지 않던 거인 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각성을 하면 주인에게 도움 이 되지 않겠나. 저걸 잡자.”

현우는 최근 들어서는 아예 듣지 못한 깔끔한 주인 소리에 탱이도 꽤 각성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챘 다.

“그럼 마력 아끼지 말고. 쓸 수 있 을 때마다 마법을 쏟아 부어. 라이 트닝, 파이어, 아이스 할 것 없이. 알았어?”

“알았다. 내 모든 것을 보여준다.”

현우는 탱이를 붙잡고 신신당부를 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지금의 현우는 저 거인을 보스 몬 스터로 생각하고 있기에 한 행동이 었다.

현우는 거인과의 전투에 대해 차분 하게 생각했다.

대충이라도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컸 다.

현우는 그 차이를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공격력은 부족하지 않아. 문제는 한 대도 맞지 않아야 하는 건데….’

오우거를 한 방에 죽인 거인의 공 격력을 생각하면, 현우가 맞았을 때 어떤 결과를 보일지는 세 살배기 애 도 알 것이다.

‘블링크 일곱 번. 그 안에 승부를 봐야겠지.’

“탱이야, 버프는 줘야지.”

현우는 깜빡할 뻔한 버프를 챙겼 다.

자신이 가진 버프 중 가장 뛰어난 효과를 지닌 버프를 빼놓는다는 것 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곰의 기세를 받으셨습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힘이 상승합니다.]

[숲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지속해서 회복됩니다.] 차오르는 힘을 느낀 현우는 눈앞의 거인을 향해 달려 나갔다.

거인과 현우 사이의 거리는 대략 200미터.

현실이라면 수십 초를 달려야 하는 거리지만, 초월적인 움직임이 가능 한 아레나에서는 몇 초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현우와 거인 사이의 거리가 50미 터가 남았을 때 거인이 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현우의 존재를 인지한 것이 다.

“킁.”

거인은 현우를 보고는 콧김을 내뿜 었다.

거인의 관점에서 현우는 날파리에 불과했다.

손에 쥐기만 해도 죽는 연약한 존 재.

그런 존재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다.

거인은 귀찮다는 듯 몽둥이를 가볍 게 휘둘렀다.

부우우웅!

하지만 결과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쇠몽둥이는 공기를 찢어발기며 현 우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현우는 섬뜩한 기세로 날아오는 쇠 몽둥이를 향해 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울리는 메시지들.

[전투의 달인이 활성화됩니다.]

[스탯이 상승합니다.]

[스탯 ‘투기’로 인해 스탯이 상승합니 다.]

[상대방이 플레이어보다 강합니다.]

[추가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스탯 ‘위엄’으로 인해 상대방의 스탯 이 하락합니다.]

[학살자의 마음가짐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스탯이 15% 상승합니다.] 메시지들은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 작됨을 알렸다.

현우는 나타난 메시지를 무시하며 도를 휘둘렀다.

직접 부딪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

현우의 도에서 길쭉한 검은 강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이 나타난 강기는 거인만 한 길이가 될 때까지 그 크기를 불렸 다.

초승달 베기였다.

쌔애액!

거대한 흑색의 강기가 거인의 몽둥 이를 노렸다.

콰아앙!!!

거인의 몽둥이와 현우의 강기가 부 딪쳤다.

둘 중 어느 것도 밀리지 않은 채 불꽃을 튀기며 서로를 압박했다.

펑!

힘 싸움의 승자는 거인이었다.

거인의 몽둥이가 현우의 강기를 튕 겨낸 것이다.

튕겨 나간 강기는 수십 그루의 나 무를 벤 후에야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현우의 얼굴이 묘하 게 변했다.

마치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 다.

‘ 이놈‘….’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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