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0화
매튜 이후로도 현우는 랭킹전에 매 칭되는 상대마다 대략 3분 정도 시 간 동안 짤막한 가르침의 시간을 가 졌다.
“여러분, 제가 얼마나 착합니까. 양 학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다른 분들에게 기연을 드리고 있지 않습 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제 인성은 스트리머 중에서는 단연 최고가 아 닌가! 감히 그렇게 말해 봅니다.”
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저게 진심이라면 정말 큰 문제다.
- 병원을 추천해야.
- 이제는 콘셉트가 아니라 진짜 저 사 람의 성격인가 싶은데….
- 좋은 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저렇 게 말하니까 영….
현우는 시청자 대부분이 자신을 향 해 놀리는 것을 보고는 더 뻔뻔하게 나갔다.
“수준이 저 정도 되면 다 이렇게 됩니다. 여러분이 이런 수준 아세 요? 지금 제 랭킹이… 173,042등이 네요. 저번에 나온 퀀시 사 발표에 의하면 아레나 계정이 5억 개가 넘 었다고 했으니까. 제가 지금 상위 0.03퍼센트에서 이렇게 다른 분들을 가르치는 중입니다. 예? 다들 아세 요? 이런 클라스? 다른 스트리밍 가면 보입니까? 막, 검사가 창 들고 단검 들고 주먹질하면서 0.03퍼센트 의 랭커들을 가르쳐요?”
- 팩트 폭력. 日C日C■.
- 팩트리어트 미사일에 전원 처치당 함.
- 선동과 날조로 싸워야지. 아직도 치 사하게 팩트 공격이냐!!!
- 근데 이것도 골목대장 스트리밍에서 만 볼 수 있는 꿀잼이지.
“이제 남은 랭킹전은 총 열 경기입 니다. 절반이 지났습니다. 150,000 명의 플레이어를 제쳤습니다. 이제 금메달까지 고작 7만여 명만이 제 앞에 있을 뿐입니다.”
이제 금메달까지 남은 등수는 대략 70,000등.
지금처럼만 랭킹이 오른다면, 대여 섯 번의 랭킹전에서 승리한 다음에 는 금메달에 진입하게 될 터였다.
- 우리 그럼 오늘 금메달 랭킹전 다섯 번은 볼 수 있을 듯.
- 골목대장의 양학 방송은 금메달에서 도 가능할 것인가.
- 내가 보기엔 그 이상 구간에서도 충 분히 할 듯.
- 솔직히 그랜드 마스터 등급의 레이 나를 세 번 이겼는데.
금메달 이상의 구간들이란 다음과 같았다.
1,000〜9,999등을 칭하는 플래티 넘, 100~999등을 칭하는 다이아몬 드, 10〜99등을 칭하는 마스터, l〜9 등의 그랜드 마스터를 얘기하는 것 이다.
“금메달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그냥 미션하면서 해도 그까짓 거 뭐 대충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현우가 낄낄대며 말하자 시청자들 이 분노의 채팅질을 시작했다.
- 아오, 인성 보소. 진짜 얄밉다.
- 실력이 있으니 반박도 안 되고….
- O ~! S 0 S 0 j1E 나 나 나 -!.
- 화만 난다. 화만.
-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현우는 한 번 더 깐족거렸다.
“그래서 안 볼 거예요? 제 스트리 밍 안 볼 거예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우는 곧장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난 뒤, 차분 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장난이구요. 시청자분들이 없으면 제가 방구석 게임 폐인이지 이렇게 스트리밍을 하고 있겠습니까? 스트 리밍을 위한 잠시의 장난이었습니 다. 근데 랭킹전 매칭이 왜 이렇게 안 잡히죠?”
랭킹전 자체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랭킹전이 매칭되는 데 걸리 는 시간은 족히 10분은 넘게 걸렸 다.
- 왜 이렇게 안 잡힘? 원래 이 구간은 이럼?
-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멍 청아. 어차피 너나 나나 돌리면 매칭되 는 구간인데 그크크크크
- 원래 올라갈수록 매칭 잘 안 됨. 저 번에 레이나 스트리밍 보니까 랭킹전 고작 다섯 번 하는데 거의 네다섯 시간 걸림.
‘그래도 그렇지 네다섯 시간이
면….’
랭킹전을 제외한 매칭 대기 시간만 서너 시간이 될 게 분명했다.
현우는 30분 동안 끊임없이 말만 하는 자신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금 10분의 매칭도 지겨웠는데 최소 30분이라니.
“그래도 투기장 랭킹 1위는 찍어봐 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시즌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거든요?”
아레나의 투기장은 독특하게도 프 로 리그와 마찬가지로 시즌을 가지 고 있었다.
1년에 총 두 번의 시즌을 가졌다.
3월과 9월.
이제 9월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다.
그런 시점에서 현우가 스트리밍에 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남은 기간 내에 투기장 랭킹 1위 에 도전하겠노라고.
- 그럼 앞으로는 랭킹전도 자주 보겠 네.
- 난 무슨 콘텐츠 하는 것보다 투기장 이랑 사냥하는 게 더 나은 듯.
- 초심으로 돌아간다!!!
- 그럼 최소 주에 한 번씩은 하겠네. 굳굳.
그때 랭킹전 매칭이 끝이 났다.
상대가 잡힌 것이다.
현우는 조금은 여유로운 태도로 나 타난 상대를 관찰했다.
하지만 태도와는 별개로 가면 뒤, 현우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 다.
‘일단은 검사. 착용한 아이템으로 보아 레벨은 180 후반대. 무기는 유 니크처럼 보이고 나머지는 레어?’
상대는 검을 들고 있었다.
혹시 모를 희귀 클래스의 가능성도 있었다.
이곳은 심해 구간이 아니므로 이제 는 그런 가능성도 열어둬야 했다.
나머지는 지극히 평범했다.
유니크로 보이는 무기에 그 외의 레어 등급의 방어구들.
딱히 신기하거나 희귀한 장비는 보 이지 않았다.
“맞다, 제가 미션을 안 받았네요. 이번에. 깜빡했습니다.”
- 일부러 안 받은 듯. 쫄려서.
- 크그그긔. 설마? 골목대장이? 여기 서 쫄아?
- 그럼 골목대장이 아니지. 장차 투기 장 랭킹 1위를 노리는 몸이신데.
시청자들의 놀림에 현우가 발끈했 다.
장난인 것을 알지만 듣는 입장에서 는 절대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 였다.
현우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 었다.
“그럼 제가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 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드리 겠습니다. 아마 다들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리고 저분에게는 미리 사 과를 드려야겠네요. 죄송합니다.”
현우는 진짜 서커스에 나오는 광대 처럼 허리를 접으며 인사했다. 그러 고는 곧바로 탱이를 소환했다.
“또 사냥이냐? 지겹다, 주인 놈아.” 탱이는 나타나자마자 현우를 향해 투정을 부렸다.
그러나 주변 풍경이 던전 내의 그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현 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가만히 쉬어도 되나? 버프만 주면 되는 건가, 주인?”
급격한 태세변환이었다.
현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탱이는 그런 현우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버프를 시전했다.
[곰의 기세를 받으셨습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힘이 상승합니다.]
[숲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지속해서 회복됩니다.]
[바람의 숨결을 받았습니다.]
[민첩이 상승합니다.]
[이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현우는 스탯이 상승함에 몸을 가득 히 채우는 기력에 몸을 맡겼다.
[랭킹전을 시작합니다.]
랭킹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현우의 몸에서 붉은 기운을 미친 듯이 뿜어 져 나왔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메시지창이 나 타났다.
[전투의 달인이 활성화됩니다.]
[스탯이 상승합니다.]
[스탯 ‘투기’로 인해 스탯이 상승합니 다.]
[플레이어가 상대방보다 강합니다.]
[상대방의 스탯이 하락합니다.]
[스탯 ‘위엄’으로 인해 상대방의 스탯 이 하락합니다.]
[학살자의 마음가짐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스탯이 15% 상승합니다.]
[플레이어 ‘라르손’님이 상태 이상 ‘둔 화’에 걸렸습니다.] 현우의 눈에는 마지막 한 가지 메 시지만이 담겨 있었다.
상대가 둔화 상태에 걸렸다는 것.
‘얼마나 느려지려나?’
매튜를 상대로 사용했을 때는 위력 을 상당 부분 조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현우는 전 력으로 투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 이 스킬 새로운 건가? 되게 이쁘네.
- 이 영롱하고도 붉은빛을 보라….
- 이게 무슨 스킬인지 아는 사람?
- 글쎄? 일단 공격 스킬은 아닌 것 같 은데? 느릿느릿하잖아?
현우의 몸에서 나온 붉은 실타래에 시청자들은 그저 신기함만을 느꼈 다.
그들은 방관자.
현우의 투기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기에.
붉은 실은 골목대장의 새로운 스킬 에 불과했다.
당사자인 라르손과는 다르게.
‘몸이 안 움직여.’
“이게 뭐야!!!”
라르손은 마치 늪 속에 빠진 기분 이었다.
아니면 아레나를 한참 즐기다 로그 아웃을 했을 때의 기분과도 비슷했 다.
이전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그래, 그 메시지.’
[플레이어가 상대방보다 약합니다.]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 플레이어의 스 탯이 일정 비율로 하락합니다.]
[플레이어 ‘라르손’님이 상태 이상 ‘둔
화’에 걸렸습니다.]
상대의 몸에서 붉은 실이 흘러나왔 고 자신의 눈앞에는 이런 메시지창 이 나타났다.
‘붉은 실!’
그래, 붉은 실이 문제였다.
그것에 당해 자신의 움직임에 제약 이 생긴 것이다.
‘안 돼!!!’
“안 c ….”
하지만 라르손이 깨달았을 때는 이 미 늦었다.
현우가 그의 눈앞에 도달한 것이 다.
현우는 자리에서 허우적거리는 라 르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절대 뛰지 않았다.
현우의 모습을 보자면, 이곳은 치 열한 혈투가 벌어지는 아레나의 투 기장이 아니라 로마의 관광지 콜로 세움이 었다.
라르손의 앞에 멈춰 선 현우는 암 흑의 별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암흑의 별은 그 이름에 걸 맞게 허공에 검은 별빛을 흩뿌렸다.
촤아!!!
현우의 도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라르손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라르손의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랭킹전은 현우의 승리로 허무하게 끝이 났다.
[랭킹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현우는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당 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채팅창은 고요했다. 빙하기가 온 것처럼 얼어붙어 있었 다.
아무도 채팅을 치지 않았다.
“아시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대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현우는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자기 자랑의 서막을 열었다.
빠른 랩을 자랑하는 래퍼처럼 속사 포로 쏘아댔다.
이것은 현우 나름의 배려였다.
지금의 분위기를 풀기에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도움된다는 것을 알기 에 하는 행동이었다.
‘절대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지.’
- 붉박꼼. 三三해.
‘붉박꼼? 투기 발산을 보고 하는 말인가?’
현우는 자신의 스킬을 보고 잘도 이상한 이름을 붙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비웃거나 이상 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이용했다.
붉박꼼이라는 말이 유행되면 자신 에게 좋으면 좋았지 나쁠 리가 없을 테니까.
‘오늘 스트리밍은 무조건 유료다. 엘리스한테 부탁해서 결투 영상만
잘라서 추가 업로드해야지.’
“붉박꼼, 붉박꼼 신나는 노래. 다 같이 외칩시다. 붉박꼼!!!”
잔뜩 마른 통장에 살이 붙을 기회 가 찾아왔다.
현우의 스트리밍은 점점 열기를 더 해갔다.
여느 때처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