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157화 (158/939)

제 155화

“아니!! 거기서 왜 가만히 멍을 때 려요. 저기 스켈레톤이 두들겨 맞는 데. 다른 애들을 붙여 주든지 아니 면 마법으로 지원을 해주셔야죠. 배 운 마법이 한두 개도 아닌데 그걸로 국 끓여 먹을 거예요?”

기관총처럼 독설을 다다다 쏟아낸 현우가 뒷목을 잡았다.

이게 현실이라면 분명 혈압이 올라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으리라.

“아니요…. 안 보이는 걸 어떻게 해요.”

써니가 작게 대답했다.

그녀도 창피했다.

공개적으로 이런 공격을 당할 줄이 야.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렇게 게임을 못할 줄이야. 아니,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건가?’

답답했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본인이 직접 싸우는 것도 아니다.

스켈레톤을 비롯한 언데드와 망령 들이 대신 싸운다.

써니가 하는 일은 단지 그들에게 적당한 명령을 내리며 지원하는 일 뿐이다.

근데 써니는 그게 안 된다.

- 크크 그구. 결국 터짐. 펑〜

- 저거 참아지면 사람이 아니지. 최소 스님 아니면 성직자.

- 솔직히 써니 사냥 나가면 시청자 줄 어드는 게 팩트아님?

- =7 =7 =7 그냥 딱 진행 체질임. MC를 보든 리포터를 하든.

- 사냥은 진짜 답이 없다.

원래 써니 스트리밍을 보던 시청자 들은 낄낄거렸다.

골목대장의 폭발이 이해가 가면서 도 이 광경이 너무 웃겼다.

그 어떤 뉴비도 투기장 동메달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던 골목대장이 고작 필드에서 사냥하는 것에 쩔쩔 맨다.

결국 현우가 사냥에 끼어들어 마무 리를 지었다.

현우의 칼질 한 방에 몬스터들이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나자빠졌 다.

“도대체 지금까지는 어떻게 사냥했 어요? 지금은 몇 레벨이구요?”

‘헤진 대산맥에는 무슨 수로 갈 수 있던 거지.’

사냥이 끝난 직후, 현우는 써니를 붙잡고 물었다.

“지금은 170레벨이고요. 사냥은 시 청자분들 파티나 아는 분들 파티에 껴서 사냥했어요.”

써니가 차갑게 대답했다.

무자비한 현우의 폭격에 삐친 것 같았다.

하지만 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 았다.

자신이 할 말만 계속해서 얘기했 다.

“파티 사냥이요? 네크로맨서가?”

현우가 못 믿겠다는 듯 몇 번이고 되묻자 시청자들이 채팅창으로 보증 했다.

- S0. 네크로맨서인데 파티 사냥만 함.

- 솔로잉 안 됨. 보고도 물어봄?

네크로맨서는 솔로잉의 상징이었 다.

열 명의 솔로잉 플레이어가 있으면 개중에 대여섯은 네크로맨서였고 나 머지는 비슷한 종류의 직업이었다.

그런 네크로맨서로 파티 사냥을 한 다?

그야말로 낭비 중의 낭비였다.

그 순간 우연처럼 현우의 눈에 한 채팅이 띄었다.

현우에게 포기를 종용하는 말이었 다.

- 그러니까 포기하셈. 골목대장이라도 안 되는 거는 안 되는 거임.

‘내 사전에 안 되는 것은 없다. 멍 청이라도 갈구면 된다.’

“오늘 이 시간 후로는 한 단계 낮 은 수준의 사냥터에서 솔로잉을 하 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우의 마음속에 묘한 오기가 생겨 났다.

- 정확하게 10분 봅니다. 저 자신감이 사라질 때까지.

- 크 크 크 크. 10분 너무 길다. 난 전투 한 번 치르면 사라 진다에 검.

- 속보) 골목대장 병원 가서 혈압약 처방받아.

- 오늘 부슨 도 닦는 날인가.

시청자들은 그런 현우의 태도를 비 웃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웃음이 었다.

현우의 오기가 사라지는 데까지 걸 리는 시간은 정확히 10분이었다.

“아니,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해요. 얘들이 싸운다고 끝이 아니라니까 요? 같이 전투를 보고 스킬을 적재 적소에 꽂아 주고 애들 배치도 신경 써 주고 해야 한다니까요!”

결국 참다못한 현우가 소리를 질렀 다.

그에 써니도 지지 않고 오히려 더 크게 맞받아쳤다.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니까 욧!!! 그렇게 쉬우면 한 번 해보시 던지!!! 알지도 못하면서 입으로만 나불나불. 남자가 그렇게 입만 살아 서는!!!”

“그래요? 그럼 내가 앵무새처럼 내 가 하는 말만 따라 해요. 지금이랑 뭐가 다른지 봅시다.”

현우도 더는 뒤에서 구경만 할 수 는 없었다.

단 1분이라도 가만히 지켜봐야 한 다면 속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의견을 통일한 두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당한 몬스터 무리를 찾았다.

‘ 나왔군.’

나타난 몬스터는 악마 고블린이었 다.

과거 현우가 헤진 대산맥에서 미친 듯이 잡았던 몬스터 중 하나.

170레벨에 좋은 아이템들로 도배 한 써니라도 혼자 잡기에는 버거운 수준이었다.

“이걸 혼자 잡는다고요? 내가?”

“정확히는 ‘내가’죠. 당신은 앵무새 처럼 내가 하는 말만 따라 하면 되 니까.”

현우의 말에 써니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한 번은 참는다. 근데 못 잡 으면 나도 더는 못 참지.’

이번까지는 참는다.

상대가 골목대장이니까.

아무런 명분이 없이는 그에게 뭐라 고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하는 순간 자신은 커뮤니티 에서 인성을 문제 삼아 매장당할 것 이 분명했다.

하지만 악마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진다면 그때는 자신에게도 명분이 생긴다.

‘자기도 못하는 걸 나한테 시켰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정신 차려요. 뭐해요? 애들 소환 안 하고.”

가면 뒤, 현우의 얼굴이 찌푸려졌 다.

이 여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부족했다.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인데 전투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 었다.

이러니 뭐 하나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예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건 가.’

과거 PC와 콘솔 게임에서도 잘하 는 이와 못하는 이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였다.

타고난 재능 그리고 상황판단 능 력.

재능은 따라잡을 수 없다.

노력은 나도 하고 천재도 한다.

상황판단 능력은 키울 수 있다.

전투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복기 한다.

그거면 됐다.

그리고 이것은 가상현실 게임도 다 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했다.

이건 몸으로 하는 거니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겠다.

대강의 청사진만 있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 수준은 뛰어넘을 수 있다.

‘이 여자는 이것부터가 안 돼. 재 능도 없지만.’

써니는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모 든 언데드를 소환했다.

각종 스켈레톤을 시작으로 구울까 지 나왔다.

아직 레벨이 낮아 듀라한이나 데스 나이트는 소환하지 못하지만, 현우 의 눈에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내가 네크로맨서였으면 진작에 캐 릭터 레벨 1위가 됐겠다.’

현우는 수많은 언데드와 탱이를 데 리고 사냥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 렸다.

생각만 해도 전율이 일었다.

잡념은 거기까지였다.

현우는 눈앞의 전투에 몰입했다.

‘상대는 악마 고블린 다섯 마리. 이쪽은”.’

해골마를 탄 스켈레톤 나이트가 열 기.

흑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메이 지가 셋.

거기에 날쌔고 끈질긴 공격이 가능 한 구울이 다섯 마리.

‘충분해. 거기에 이 마법 셔틀까지 있으니.’

현우가 써니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고는 써니에게 주문을 시작했 다.

“일단 스켈레톤 나이트를 악마 고 블린 한 마리당 두 기씩 붙이고 스 켈레톤 메이지의 마법은 한 마리에 집중시켜요. 구울은 악마 고블린이 스켈레톤 나이트에 집중한 사이 뒤 를 칩니다.”

“뭐, 뭐라구요? 다시 한 번만요.”

현우의 속사포 랩에 써니가 당황했 다.

저렇게 빠르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듣는단 말인가.

현우는 써니의 말에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스켈레톤 나이트로 고블린의 시선 을 끕니다. 메이지는 마법을 준비하 고 구울은 고블린들의 후방을 노립 니다.”

다소 간단해진 현우의 말에 써니가 그 말을 그대로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만히 서 있던 언데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떨그럭, 떨그럭.

뼈가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악마 고블린들을 향해 해골마가 질주했 다.

“키륵!!!”

악마 고블린들은 옅은 검은빛이 감 도는 단검을 들고 스켈레톤 나이트 와 대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전투를 구울이 시기적절하게 파고들었다.

언데드들의 레벨이 높은 만큼 인공 지능도 상당했다.

자율적인 행동은 하지 않지만, 시 킨 일은 훌륭하게 수행했다.

“넋 놓지 말고 폭발형 마법 말고 관통형이나 디버프 마법이라도 사용 하세요. 전투는 언데드들만 하는 게 아니에요. 써니님도 지금 전투를 치 르고 있는 거죠.”

현우가 가만히 서서 전투를 지켜보 는 써니를 타박했다.

“알았다구요. 그만 뭐라고 해요. 다 크니스 미사일.”

퉁명스럽게 대답한 것과는 달리 써 니는 곧장 마법을 사용했다.

거뭇한 색의 화살 모양 투사체가 여러 개 나타났다.

써니는 나타난 투사체를 스켈레톤 나이트에게 단검을 휘두르는 악마 고블린을 향해 날렸다.

스켈레톤 나이트를 내리치려던 악 마 고블린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에 기겁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을 노리고 구울이 악마 고 블린의 팔목을 물어뜯었고 악마 고 블린은 그대로 써니의 마법에 꿰뚫 린 꼬치 신세가 되었다.

“됐죠?” 그 광경을 본 써니가 현우를 향해 으스댔다.

하지만 현우는 이미 그쪽에서 시선 을 거둔 상태였다.

“지금 스켈레톤 메이지들 마법 완 성됐습니다. 얼른 명령내리세요.”

“짓!”

써니는 무심한 현우의 태도에 소리 를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욕을 잔뜩 해댔다.

그런 후에야 스켈레톤 메이지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친 고블린한테 쏴.”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캐스팅한 마 법은 써니가 가진 마법의 열화판이 었다.

하지만 세 기의 메이지가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위력은 써니의 마법 에 밀리지 않을 게 분명해 보였다.

슈슈슝!

검은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 다.

“키르륵!!!”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마법이 악마 고블린 한 마리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었다.

“봤죠?”

“저주 마법 안 쓰고 뭐 하세요? 쉬면 언데드 누워요. 사냥 한 번 하 고 끝낼 거예요? 언데드 소환할 마 력은 넘치나 보죠?”

현우의 지적에 써니는 또다시 얼굴 을 구겼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속이 다 시원했다.

사이다를 한 모금 마신 것처럼 가 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 어후,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해 주시네.

- 역시 안목 있는 골목대장.

- 냉혈한이라 팩트 폭행을 하는 데 망

설이지 않음.

- 솔직히 우리도 저런 말 하고 싶었 다. 큰o 소화제 열 병은 마신 것 같네.

전투는 써니에게 일방적으로 유리 하게 흘러갔다.

정확히는 언데드들이 전투를 잘하 고 있었다.

현우의 독설이 효과를 발휘했다.

쉬지 않고 써니를 갈궜다.

신데렐라를 부리는 계모처럼 써니 가 쉬는 꼴을 보지 못했다.

물론 그럴수록 써니의 표정이 사라지 고 입이 댓 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악마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구울의 이빨에 의해 최후의 악마 고블린의 목이 뜯겼다.

이로써 다섯 마리의 악마 고블린이 모두 쓰러졌다.

그것을 바라보는 써니의 표정은 미 묘했다.

마냥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고 싫어하는 기색도 아니다.

말 그대로 복잡 미묘 그 자체였다.

‘내가 혼자 악마 고블린들을 잡았 어.’

정확히는 현우의 꼭두각시가 되었 던 것이지만, 어찌 됐든 현우가 칼 을 뽑아 들지는 않았으니 써니 혼자 잡았다고 해도 됐다.

이건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그 잘난 척을 또 들어야 한다니.’

문제는 현우의 잘난 척을 아니, 그 의 잘남을 계속해서 직시해야 한다 는 것이었지만.

“제 말이 맞죠? 멍청하게 서 있으 니까 사냥이 안 되는 거예요. 써니 님 스펙은 좋은 편이니까. 솔로잉이 안 될 리가 없죠.” 현우는 웬일로 칭찬을 했다.

그에 써니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 다.

미소를 머금은 것이다.

하지만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뒤이은 현우의 말에 반전이 있었 다.

“물론 제가 돕지 않았으면, 1분 안 에 게임 오버였겠지만 말이죠.”

현우는 일그러지기 일보 직전의 써 니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내일부터는 써니님의 콘텐츠에 사 냥을 추가시켜 드리겠습니다. 얼른 가시죠.”

현우의 절묘한 말에 시청자들이 감 탄했다.

- 크으….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라 밀당도 잘하네.

- 써니 표정 봐. =l=l=l=l.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 크그크크.

- 사실 한 대 치고 싶은데 스트리밍 중이라 참는 것 같음.

여러모로 오늘의 스트리밍은 써니 에게 역대급 스트리밍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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