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187화 (188/939)

제 186화

“그럼 오늘 스트리밍은 여기까지 할게요. 도저히 더 이상 스트리밍할 기분이 아니네요.”

현우가 진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 다. 그러고는 검단산 중턱에 주저앉 은 뒤로 30분가량 시청자들과 대화 의 장을 열었다.

잠시였지만,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검 단산의 험준한 모습에 현우의 기력 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이 산을 다시 헤매야 함을 깨달은 것이었다.

‘헤진 대산맥, 발터 산맥 그리고 검단산까지.’

현우는 이제 산이라면 지긋지긋했 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음부터는 산 이 아닌 곳을 돌아다닐 것이라 맹세 했다.

- 刀次. 오늘 스트리밍 알찼음.

- 대장님 힘 내세여. 곧 찾을 수 있을 거임.

- 설마 며칠이 걸리진 않겠죠. 곧 찾 으실 듯.

- 힘내시라고 금화 놓고 갑니다.

- 대장광팬님이 금화 333개를 선물하 셨습니다.

- 골목대장짱짱맨님이 금화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우의 갑작스러운 스트리 밍 종료 선언에도 시청자들은 오히 려 현우를 응원하고 금화를 선물했 다.

다들 이해하는 것이다.

솔직히 오늘 스트리밍은 크게 재밌 던 부분은 성호채의 산적들과 싸웠 던 부분뿐이었다.

하지만 동대륙이라는 새로운 콘텐 츠를 공개한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골 목대장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보통의 스트리머들은 신규 콘텐츠 를 발견하면 일단은 숨긴다.

숨기고 숨겼다가 더는 숨기지 못할 상태가 되면 마지못해 공개했다.

하지만 골목대장은 그렇지 않다.

그냥 생기면 깐다.

감추는 것이 없다.

자신이 발견한 대부분을 시청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그게 골목대장의 매력이었다.

“광팬 님, 금화 333개 감사합니다. 짱짱맨 님도 100개 감사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스트리밍을 봐주셔서 감사했고요. 다음 시간에 뵙도록 하 겠습니다. 더 알찬 콘텐츠로 돌아오 겠습니다.”

현우는 스트리밍을 종료했다.

그러고는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진짜 의욕이 없었다.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이 온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잠시 뒤, 현우의 눈앞에 나타난 메 시지창은 사라진 현우의 의욕을 다 시금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XXXX의 흔적] — [현천문주와의 대 화]

‘퀘스트가 바뀌었다?’

이것은 곧 현우가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과 같 았다.

기력을 되찾은 현우는 다시 검단산 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은 넓고 험했다.

의욕이 생겼다고 해서 이 넓은 산 을 전부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으아아아아!!!”

쾅쾅쾅!!!

현우가 암흑의 별을 마구잡이로 휘 둘렀다.

암흑의 별이 흔들림에 따라 생성된 검은 강기가 나무를 무자비하게 파 괴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며 검단 산을 헤매기를 수 시간.

그간 현우가 한 것은 암벽 등반과 등산의 조화에 불과했다.

찾은 것이 없었다.

현우는 얼마 전의 헤진 대산맥과 발터 산맥의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괴로워졌다.

그래서 현우가 지금처럼 마구잡이 로 마력을 난사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제 좀 속이 풀리네.’

“후우.”

현우는 쓸려나간 나무의 잔해를 보 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쉬고 내일 다시 찾아야겠다.’ 현우는 순식간에 몰려오는 피로에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다.

현우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없었다면 말이다.

“거기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현우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쩌렁쩌 렁한 고함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 무복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상당히 적대적인 기세를 뿜 고 있었다.

‘저런 모습을 가진 NPC가 있을 줄이야....’

“누가 디자인했는지 취향 참 독특 하네.”

현우의 생각이 여과 없이 입 밖으 로 튀어나왔다.

현우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서는 짜 증은 사라지고 신기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은 동화 속에 나오는 신선처럼 온몸의 털이랑 털 은 전부 하얬다.

백발, 백미, 백염.

머리부터 수염까지 하얗지 않은 곳 이 없었다.

거기에 피부는 대조적으로 대춧빛 을 띠어 흰 털들이 더 강조돼 보였 다.

“정체가 무엇인데 본 문의 현천마 공을 익히고 있느냐!!!”

노인은 현우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자 또다시 현우를 향해 윽박질렀 다.

‘현천문의 사람이다!’

현우는 노인의 외모에 잠시 현혹되 어 노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었 다.

하지만 노인이 재차 외치자 그제야 노인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었다.

퀘스트 클리어가 눈앞에 있음을 본 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현천문의 사람이십니까?”

현우는 여느 NPC를 만날 때처럼 정중한 자세를 선보였다.

“그러네. 본인이 현천문의 당대 문 주를 맡고 있지. 다시 한 번 묻겠 네. 자네의 정체가 무엇인가?”

노인은 현우의 입에서 ‘현천문’이 라는 단어가 나오자 급격히 기세가 줄어들었다.

“저는 천산을 넘어왔습니다. 현천 마공은 서대륙에 남겨진 일지를 보 고 익혔습니다.”

“천산을 넘어? 혹시…. 그분이 무 공을 남기신 것인가….” 노인은 현우의 대답에 아예 노기가 사라졌다.

대신 자리를 채운 것은 희망이었 다.

“그렇다면 현천폭을 보여줄 수 있 겠나? 내공이 현천마공이라 해도 정 확한 증명이 필요하니 말이야.”

노인은 현우에게 현천폭의 시연을 부탁했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쾌히 승낙한 것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럼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우는 곧장 암흑의 별에 마력을 주입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쌔애애액!!!

암흑의 별의 궤적에 따라 새카만 강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검은 강기들은 이미 반파된 나무들을 흔적조차 보이지 않을 정 도로 부수기 시작했다.

“오오!!! 진정 현천마공의 원형이 나타났음이야….”

노인은 현우의 시연에 감격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고는 현우에게 다가와 두 손을 꼭 잡았다.

“문에 함께 가세나. 여러 가지 대 화가 필요할 것 같네.”

“알겠습니다. 현천문으로 가시죠.”

♦ ♦♦

현우는 현천문주의 뒤를 따라 검단 산을 올랐다.

이윽고 현천문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찾아서는 절대 찾을 수 없었 겠네.’

현천문은 정말 잘 숨겨져 있었다.

그 위치만으로도 이미 찾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진법으로 한 번 더 숨겨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러니 현천문이 멸문했다는 소문 이 돌지.’

사람들이 찾을 수가 없으니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도 이해가 갔다.

보지를 못하는데 존재를 어떻게 믿 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저 전설 속의 문파가 되는 것이다.

“이곳이 현천문일세.”

현천문은 전원주택과 비슷한 구조 로 되어 있었다.

집으로 추정되는 건물과 연무장으 로 보이는 거대한 마당.

단출했다.

문파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정말 작았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현우가 현천문의 내부를 둘러보며 물었다.

“알다시피 현천문은 소수의 제자로 만 이루어진 문파일세. 규모가 클 필요가 없지. 무공을 익히기 위한 연무장과 사는 데 필요한 집만 있으 면 되기도 하고.”

“그렇긴 하죠. 괜히 넓으면 청소하 기만 어렵습니다. 근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현우는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해 소하기 위해 현천문주에게 물었다.

“뭐든. 동문의 제자가 묻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천문주는 현우의 말이 기꺼운 듯 팔을 벌렸다.

“왜 사람들이 현천문을 현천마종이 라 부르는 것입니까?”

“거기엔 사정이 있네. 과거에 본문 은 마도의 무리들과 빈번하게 쟁투 를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부터 패도적이었던 무공이 더 패도적으로 변했지. 그때 강호의 동도들이 ‘마 로 마를 제압한다.’면서 본문의 무 공과 문도들의 별호에 ‘마’자를 넣 기 시작했다네. 어디까지나 은유적 인 표현이었을 뿐인데…”

말을 하는 현천문주의 얼굴에는 안 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본문이 내부 사정 때문에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백여 년 사이 에 많은 사실이 왜곡되어 있더군. 작지 않은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 한 듯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쪽으로 신경을 쓸 수가 없었네.”

‘원한 관계인가.’

현우는 현천문주의 설명에 실없는 생각만 했다.

그런 현우에게 이번에는 현천문주 가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내가 한 가지 물어도 되 겠나?”

“예. 말씀하시죠.”

“자네는 현천마공을 얼마나 익혔 나?”

현우는 현천문주의 질문에 스킬창 을 열어 현천마공의 숙련도를 확인 했다.

[현천마공(4성)]

“4성입니다. 현천보와 현천폭을 사 용할 수 있습니다.” 현우의 대답에 현천문주의 표정이 이전처럼 극적으로 변했다.

“다행이야…. 이제라도 현천마공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되어서.”

‘이게 무슨 소리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우는 현천문주의 말에 고개를 갸 웃거리며 되물었다.

제대로 익히다니.

그럼 지금까지는 현천마공을 야매 로 익혔다는 말인가?

현우의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풀 렸다.

현천문주가 사연을 얘기하기 시작 한 것이다.

“100년도 더 된 이야기지. 당시 현 천문주셨던 사조님께서는 전대의 현 천문도처럼 강호를 주유하셨네. 그 런데 문제가 생겼네. 예상치 못한 일에 휩싸인 것이지.”

‘흔한 얘기야.’

현우는 현천문주 얘기의 앞부분만 듣고도 뒷부분이 대강 예상이 됐다.

아마 그래서 다음 대의 현천문주는 어딘가 모자란 현천마공을 익혔을 것이고, 그 모자란 부분이 현재 자 신이 익히고 있는 현천폭과 현천보 가 포함된 부분일 가능성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현천문주의 말은 현우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사조께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 네. 더 큰 문제는 문 내에 남아 있 는 현천마공 비급은 앞부분이 훼손 된 상태였다는 것이지. 그래서 현재 의 현천마공은 불완전하다는 말이 야.”

현천문주의 말이 끝나자 현우의 눈 앞에 퀘스트의 클리어를 알리는 메 시지가 나타났다.

- 현천문주와의 대화 1/1

[전대의 흔적을 클리어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XXXX의 유품을 얻었습니다.]

‘나이스!!!’

현우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쓰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자 신의 얼굴이 현천문주에게 적나라하 게 보였을 테니까.

‘보상은 나중에 확인하고 얻을 것 부터 얻어야지.’

“그래서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어찌 보면 동문 아닙니 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 조건 돕겠습니다.”

현우의 말에 현천문주의 얼굴이 눈 에 띄게 밝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현천문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부끄러웠다.

문파의 문주로서 난생처음 보는 동 문의 제자에게 비급을 요청한다는 것이.

“현천마공. 현천폭과 현천보. 그 앞 부분에 대한 비급을 원하네.”

“당연히 전수해 드려야지요. 현천 마공은 현천문의 것이니까요.”

현우는 현천문주의 부탁을 받아들 였다.

그 순간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현천마공 전수]

동대륙의 현천문에는 현천마공의 원본 이 없는 상태다.

그들에게 현천마공을 전수하기 위해 숙련도 5성을 달성하자.

등급 : S

조건 : 현천마공 숙련도 5성 0/1

보상 : 경험치, 온전한 현천마공 비급.

‘숙련도 5성을 찍어야 하네.’ 그래야만 저들에게 비급을 건넬 수 있었다.

자신은 플레이어였다.

직접 마력을 컨트롤해 스킬을 사용 한다고 해도 NPC들처럼 스킬을 전 수할 수는 없었다.

그건 오롯한 NPC들의 영역이었다.

“제가 현재 성취가 미비해 현천마 공을 정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5 성. 현천마공을 5성 성취한다면, 원 하시는 부분을 정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우는 최대한 자신의 상황을 포장 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천문주에게 잘 먹 혀들었다.

“당연한 법. 본디 5성을 성취해 현 천을 열어야 현천마공을 제대로 성 취했다고 할 수 있지. 그 정도야 기 다릴 수 있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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