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218화 (219/939)

제 217화

“알았습니다. 그럼 아레나에서 뵙 는 거로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마스체라노.

마스체라노는 김진용의 승낙을 받 은 뒤,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골목대장에게 줄 선물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트 러블이 생기겠지.’

뻔했다.

JT 텔레콤에 골목대장과 날을 세 우던 멍청이가 남아 있는 한, 언제 라도 골목대장과 JT 텔레콤은 싸울 게 분명했다.

그럴수록 JT 텔레콤은 약해질 것 이고, 후에 있을 아레나 위크 때는 완전히 망가진 상태로 올 약간의 가 능성도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방패막이를 구하는 건데….’

마스체라노가 고민했다.

누구를 불러야 발터 산맥의 몬스터 들을 잡을 수 있을까.

거기에 프로게이머가 아니면 더욱 좋다.

두 가지 조건이었지만, 상당히 까 다로웠다.

그러나 까다로울 뿐이지 불가능은 아니었다.

한참을 연락처를 뒤지던 마스체라 노가 눈을 빛냈다.

‘그래. 그런 사람이 있네.’

마스체라노는 그 모든 조건을 충족 시키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마스체라노가 또다시 스마트폰을 두들겨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야. 요새 잘 지내?”

- 뜬금없이. 무슨 일이지? 요새 바 쁘다며? 흔한 전화 한 통 없더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전차군 단의 마스터께서 바쁘지. 나 같은 월급쟁이가 바쁠까.”

마스체라노의 통화 상대는 복면투 왕에 나와 탈주를 감행했던 사내, 전차군단의 마스터 다니엘이었다.

- 천하의 마스체라노가 월급쟁이 라니.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군.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땅을 치겠어.

“골목대장과 한 게임 어때? 그토록 원하던 사람과 원하는 판에서.”

마스체라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 게 전화기 저편에서 고함이 터져 나 왔다.

- 골목대장 메인 시나리오? 그럼 무조건 참여하지. 조건이 뭐든 받아 들이겠다. 그의 얼굴을 볼 기회인데. 놓칠 수야 없지. 메인 시나리오 이 상의 가치야.

복면투왕 이후 불과 몇 달 사이, 골목대장의 위상은 많은 변화가 있 었다.

한때 투기장 랭킹 2위이자 대형 길드, 전차군단의 마스터인 다니엘 이 이렇게 목을 맬 정도로 골목대장 의 이름은 드높은 곳에 있었다.

“그래? 조건은 별 게 아니니까 걱 정하지 말고. 쪽지 보내 놓을 테니 까 거기 적힌 곳으로 나와.”

전화를 끊는 마스체라노의 미소가 짙어졌다.

‘방패도 섭외 끝. 레이나한테 전화 해볼까?’

* sk 5k

강력한 몬스터들로 득실거리는 발 터 산맥을 홀로 질주하는 인영이 있 었다.

정확히는 질주하는 한 사람과 그에 안긴 한 마리의 곰.

“탱이야, 오늘부터는 다시 열심히 해야 돼. 몇 달 전처럼 열심히. 알 았어?”

현우는 탱이에게 당부했다.

발터 산맥의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탱이의 도움이 절실했다.

탱이의 마법은 그 위력이 어지간한 마법사 클래스의 랭커 이상이었고 거대화를 사용한 상태에서는 웬만한 탱커들보다도 나았다.

“알았다, 주인 놈아. 탱이가 다 죽 인다. 믿어라.”

현우는 탱이의 호언장담에 따뜻함 으로 마음이 가득해지는 것을 느꼈 다.

“그래, 너만 믿는다. 탱이야.” 탱이가 활약할 기회는 금세 찾아왔 다.

끝없던 현우의 질주가 강제로 멈춰 진 탓이었다.

“이야, 거참 더럽게 크네.”

현우는 눈앞의 괴물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턱을 미친 듯이 들어야 괴물의 얼 굴이 보였다.

“10미터는 되어 보인다. 주인 놈 아.”

탱이가 현우의 말에 공감했다.

현우의 품에 있던 탱이는 아예 괴 물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단단해 보이는 근육으로 가득 한 괴물의 하체만이 두 눈을 가득 메웠다.

‘다리가 여섯 개네? 분명 두 개였 는데?’

그런 탱이의 눈에 문득 신기한 것 이 보였다.

분명 처음에는 다리가 두 개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두 개가 아 니라 여섯 개의 다리가 보였다.

“근데 왜 다리가 여섯 개냐? 주인 놈아.”

“뭐?” 현우는 탱이의 말에 괴물을 자세히 바라봤다.

10미터가 넘어 보이는 덩치에 선 명하진 않지만, 역동적인 힘을 감춘 근육.

그리고 팔이 두 개, 다리가 두 개.

‘두 개뿐인데?’

“왜 여섯이야? 아무리 봐도 두 개 뿐인데?”

현우는 눈을 씻고 쳐다봐도 다리가 두 개만 보였다.

“그림자의 다리가 여섯 개다. 멍청 한 주인 놈아.”

탱이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현우 를 바라봤다.

‘그림자?’

하지만 현우는 그런 탱이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탱이가 말한 그림자에 시선을 집중 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정말 다리가 여섯 개였다.

“젠장, 하나가 아니라 셋이었어. 앞 에 있는 놈이 나머지를 가렸네. 탱 이야, 준비해.”

현우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며 즉 시 현천도를 뽑았다.

탱이는 현우의 몸에서 내려와 곧장 버프를 걸었다.

“알았다. 5분만 참아라. 주인 놈 아.”

5분이란 시간은 탱이가 자신에게도 버프를 걸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 다.

이는 곧장 거대화를 사용해 전투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이었다.

후방에서 마법만 사용하는 것이 아 니라.

[곰의 기세를 받았습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힘이 상승합니다.]

[숲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지속해서 회복됩니다.]

[바람의 숨결을 받았습니다.]

[민첩이 상승합니다.]

[이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알았어. 5분쯤이야 가뿐하지.”

현우는 탱이의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하고는 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옛날 생각이 심하게 나네.’

아레나 초창기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몸으로 부딪치던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선구자이자 개척자로서 홀로 아레나를 플레이했다.

동대륙에서도 물론 그랬지만, 그곳 에서는 몬스터보다는 퀘스트 진행에 집중해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어떤 정보도 없이 강력해 보이는 몬스터들과 싸워나갈 생각을 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 다.

쿵쿵!!!

현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10미터 의 괴물들 역시 움직였다.

한일(一)자로 늘어선 것이었다.

괴물들의 손에는 거대한 나무를 부 숴 만든 것처럼 생긴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크오오!!!”

세 괴물 중에서 가운데 서 있던 괴물이 움직이는 현우를 향해 고개 를 들이밀며 울음을 토해냈다.

[발터 산맥의 악동, 퍼플 오우거의 피 어를 들으셨습니다.]

[투기의 영향으로 발터 산맥의 악동, 퍼플 오우거의 피어를 무시합니다.]

‘퍼플 오우거?’

현우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통 해 10미터 괴물의 정체를 알아냈다.

퍼플 오우거.

발터 산맥의 악동이란다.

이 수식어는 곧 퍼플 오우거가 얼 마나 강한지를 표현해주는 것과 같 았다.

본래 악동이 가진 의미는 장난꾸러 기 혹은 행동이 나쁜 아이였다.

그러나 몬스터들 사이에서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도 되는 힘.

‘오우거면 일단 힘은 엄청 세겠는 데…. 그렇다고 거인 스킬을 쓰기에 는 아깝고....’

그렇다고 성급하게 거인 스킬을 비 롯해 아이템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 었다.

더 깊숙한 곳에 어떤 몬스터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두 시간 안에 보스 몬스터라 도 만난다면 큰 낭패였다.

‘일단 붙자. 그 후에 생각해도 돼.’

더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퍼플 오우거와의 거리가 채 30미터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퍼플 오우거의 덩치가 10미터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지척이나 다름없 었다.

“크아아아!!!”

현우에게 으르렁거렸던 퍼플 오우 거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손에 든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휘 두르며 현우를 향해 발을 놀린 것이 다.

펑!!!

퍼플 오우거의 몽둥이는 폭탄 터지 는 소리를 동반하며 휘둘러졌다.

그에 현우는 기겁하며 현천보를 사 용했다.

현천보를 사용하자 순식간에 현우 의 신형이 여러 개로 나뉘며 빠르게 움직였다.

‘안으로...!’

현우는 퍼플 오우거의 공격을 뒤로 빠지며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들어 몽둥이의 궤적에 서 벗어났다.

과감한 판단이었다.

언제나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오는 법이었다.

퍼플 오우거의 일격을 피한 현우의 앞에는 무방비한 상태의 퍼플 오우 거의 종아리가 놓여 있었다.

푹!

검은 강기로 뒤덮인 현천도는 부드 러운 두부를 가르듯 퍼플 오우거의 가죽과 근육을 가르고 들어갔다.

[퍼플 오우거가 ‘오행 거미의 저주’에 저항합니다.]

‘이런....’

현우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고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주받은 창의 효과가 몬스터에게 먹히지 않았듯, 오행 거미의 저주 역시 먹히지 않는 날이 올 거라 생 각은 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이 되어 닥치니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생각은 전투가 끝난 뒤에 해도 충 분했다.

지금은 눈앞의 오우거들에게 온전 히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렇지 않으면 곧장 로그아웃을 당 할 상황이었다.

부우웅!!!

한 대라도 맞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굉음을 내는 몽둥이들이 현우 를 노리고 움직였다.

한 개도 아닌 세 개.

직전의 공격을 제외하고는 현우에 게 제대로 된 공격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다.

세 오우거의 호흡이 워낙 잘 맞아 떨어진 탓이었다.

‘이러다가는 끝도 없이 싸우겠는 데?’

일단 공격만 할 수 있으면 유효타 였다.

현우의 방어력 관통 수치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그러나 아예 공격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니 그림의 떡이었다.

부웅!!!!

그 순간이었다.

퍼플 오우거 한 마리의 공격이 정 말 절묘하게 현우가 움직이는 길목 을 막았고 현우가 잠시 멈칫한 틈을 타 다른 퍼플 오우거의 몽둥이가 현 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캉!!!

현우는 어쩔 수 없이 오우거의 몽 둥이를 향해 현천도를 휘둘러 오우 거의 공격을 막아냈다.

“읍…!”

막아낸 것은 좋았지만, 여파가 거 셌다.

현우는 빠르게 튕겨 나가 종국에는 탱이가 숨어 있던 곳까지 날아왔다.

“주인 놈아, 힘드냐?”

탱이는 수풀 사이에 숨어 현우에게 속삭였다.

현우는 이 상황이 웃겼다.

전혀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왔다.

“힘들면 도와주게?”

“당연하다. 이 몸이 돕는다.”

그렇게 말한 탱이는 수풀에서 기어 나와 자신의 몸에 버프를 걸기 시작 했다.

그러고는 곧장 거대화까지 사용해 5미터에 가까운 덩치의 곰으로 변신 했다.

“탱이야, 어째 좀 큰 것 같다?”

큰 것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커 졌다.

본래 탱이가 거대화를 사용했을 때 의 덩치는 대략 4미터.

현재는 그보다 큰 5미터였다.

“얼마 전부터 그렇게 됐다. 듣기로 는 한 번 더 커지면 발톱도 나온다

고 했다.”

현우는 탱이의 말에서 왜 탱이가 커졌는지를 깨달았다.

거대화의 랭크가 오른 것이다.

‘자주 쓰지 않아서 안 오르더니….’ 아마 E-랭크로 변한 거 같았다.

그리고 D-랭크가 되면 거대화에 또 다른 변화가 생긴다는 것 같았 다.

쿵쿵!!!

상념은 여기까지였다.

퍼플 오우거의 묵직한 울림이 들려 오고 있었다.

“가자, 탱이야!!!”

현우가 먼저 퍼플 오우거를 향해 뛰었고.

“간다, 주인 놈아!!!”

그 뒤를 거대해진 탱이가 쫓아 들 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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