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242화 (243/939)

제 241 화

현우가 헤더 영입을 위해 온갖 노 력을 기울이고 있을 무렵, 발터 산 맥에는 큰일이 벌어졌다.

대형 길드들이 ‘타도! 골목대장’을 외치며 모조리 연합을 맺은 것이었 다.

지난 두 차례의 독식.

이번만큼은 그것을 막아보겠다고 연합을 맺은 것이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자신들밖에 모르는 대형 길드들의 연합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비밀이 없다 는 고금의 진리대로 그 소문은 빠르 게 퍼져 현우가 섭외했던 여타 길드 에게도 전해졌다.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 길드의 길드장 혹은 부 길드장들 이 모였다.

“이런 식이면 우리도 모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리우 쉐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 었다.

리우 쉐이는 눈앞의 사내, 강중구 를 의식했다.

현실에서의 만남 이후로는 더욱 조 심스러워했다.

실제로 만난 강중구와 김석중은 아 레나 속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 는 사람들이었다.

티안 허와는 더욱 비교가 되지 않 았다.

티안 허가 얼음을 잔뜩 부은 아이 스 아메리카노라면, 저들은 그야말 로 에스프레소.

그것도 로스팅을 진하게 한 그것이 었다.

‘저런 괴물들하고 잘도 웃는 그놈 도 대단해.’

새삼 골목대장에 대한 놀라운 마음 이 들었다.

그는 하등의 거리낌 없이 그들과 어울렸다.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우 쉐이 를 향해 강중구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모여야지. 저들이 이곳까 지 오려면 적어도 1〜2주는 걸린다. 발터 산맥이 사람만 많다고 뚫고 올 정도로 만만한 곳은 아니니까.”

발터 산맥은 절대 만만치 않다.

숫자만 믿고 덤비다가는 도리어 몬 스터들이 몰려들어 한 번에 몰살당 할 가능성도 있었다.

강중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 며 동의를 표했다.

“1~2주? 그것도 너무 짧습니다. 골목대장 님의 스트리밍에서 얻은 정보만으로는 한참 더 걸릴 겁니다. 아마도 초입이 제일 문제일 겁니다. 검은 갈기 사자들을 무 썰 듯 썰어 서 정보가 전무할 테니까요.”

누구보다 자신들이 잘 알았다.

해진 대산맥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 다.

한순간에 난이도가 몇 배는 뛰었 다.

“그래도 그분이 보내주신 영상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뒤늦게 이 연합에 합류했던 앤써니 가 말했다.

그는 레이나가 추가로 영입한 길드 ‘블레인’의 마스터였다.

현우가 만나지 못했던 투기장 한 자릿수 대의 랭커, 그랜드 마스터이 기도 했다.

“확실히 영상을 보고 마법사들을 잘 모아서 대처한 게 도움이 됐습니 다. 아이템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다 른 속성보다는 훨씬 더 강한 데미지 가 들어가더군요.”

JT 텔레콤의 김진용이 앤써니가 한 말에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기로는 골목대장이 보 내준 공략 영상이 없었다면, JT 텔 레콤만으로는 발터 산맥을 돌파하는 것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 고 느꼈다.

물론 김진용은 꿈에도 모를 것이었 다.

그 끝에는 현우가 세웠던 계획이 있었음을.

자신들, JT 텔레콤이 어떻게 메인 시나리오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왜 마스체라노가 자신들을 불렀는지 말 이다.

“그럼 오늘부터라도 캠프를 합치고 단체 행동에 들어가는 게 어떻습니 까? 일정도 맞춰서 우리끼리만이라 도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마스체라노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타진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 중에서 프로 구 단은 단 세 곳이었다.

레드불 아메리카와 뉴욕 워리어즈 그리고 JT 텔레콤.

프로 구단들은 리그라는 정해진 스 케줄이 있었다.

마음대로 사냥을 진행할 수가 없었 다.

마스체라노는 그것이 다른 길드에 대한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럼 두 개로 나누면 어떻겠습니 까? 레드불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하 는 곳과 뉴욕 워리어즈를 중심으로 하는 곳. 두 팀의 일정이 상반되기 때문에 하나로 묶는 것은 불가능합 니다.”

그걸 알아챈 마노의 패트릭이 마스 체라노의 의견을 수정했다.

하지만 JT 텔레콤의 스케줄은 전 혀 고려하지 않았다.

저들은 자신들, 마노 길드처럼 깍 두기에 불과했으니까.

그러자 곧장 강중구가 나섰다.

그가 가장 연장자이면서 이 모임의 주최자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좋겠네. 다들 동의는 하십니 까? 동의하시는 분들께서는 오른손 을 들어 표시를 해주시기 바랍니 다.”

모두가 오른손을 들어 패트릭의 의 견에 동의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어떤 길드끼리 나뉘고 쪼개질 것이 냐였다.

그것을 조율하는 일만이 남았다.

“그럼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얘기 를 해봅시다. 마스체라노 님이 이쪽 으로 오시고 레이나 님은 그 옆쪽에 서주시면 되겠습니다.”

강중구가 길드 조율을 시작했다.

자신의 앞쪽에 마스체라노와 레이 나를 세워두고 양쪽으로 한 명씩 사 람을 붙였다.

“일단 자신들이 데려오신 분들은 데려가야겠죠? JT 텔레콤과 전차군 단은 마스체라노 님의 옆에 가서 서 주세요. 마찬가지로 블레인은 레이 나 님의 옆에 서시면 됩니다.”

이제 남은 길드는 네 곳.

신대륙, 베히모스, 마노, 구룡.

2강 2약.

넷 중에서는 신대륙과 주룡이 강력 한 편이었고 마노와 베히모스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남은 길드의 이름을 되뇌던 강중구 가 얼굴을 아주 약간 찌푸렸다.

상황이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리우 놈을 데려오 고 싶지만….’

그러나 신대륙에서 데려온 마노 길 드는 신대륙이 품어야 했다.

“그럼 신대륙과 마노가 뉴욕 워리 어즈 쪽에 합류하겠습니다. 베히모 스와 구룡이 레드불 아메리카 쪽으 로 가면 얼추 맞는 것 같습니다.”

신대륙, 마노, 블레인, 뉴욕 워리어

레드불 아메리카, JT 텔레콤, 전차 군단, 구룡, 베히모스.

뉴욕과 워리어즈 쪽과 레드불 아메 리카 쪽의 밸런스는 잘 맞았다.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강중구가 계속 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부터 모두 이곳, 신대륙 의 캠프를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하 겠습니다. 사냥 시간은 나뉜 곳들끼 리 상의를 하시고 제게 통보만 해주 시면 됩니다.”

마스체라노를 포함한 다섯 명의 사 내가 둥글게 모여 얘기를 나누기 시 작했다.

아마 자신들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일 터였다.

그 모습을 본 강중구가 입술을 달 싹였다.

‘최소한의 보험은 들어야겠지.’

변수에 데는 것은 한 번이면 충분 했다.

아침 운동을 다녀온 현우는 뻐근한 몸을 움직여 안마 의자에 앉았다.

현우의 양손은 뭔가를 한 개씩 들 고 있었다.

왼손에는 프로틴 바,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초코 맛 프로틴 바를 씹으며 스마 트폰을 보던 현우의 얼굴에 옅은 미 소가 떠올랐다.

강중구가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정 리해 메일로 보내놓은 것을 본 것이 었다.

‘상황... 괜찮네.’

예상했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수많 은 길드가 발터 산맥에 뛰어들었다 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어차피 못 쫓아와.’

이건 발터 산맥에 대한 정보가 가 장 많은 현우만이 가질 수 있는 확 신이었다.

발터 산맥은 저렇게 숫자만 많다고 해서 단시간에 헤집고 들어올 수 있 는 곳이 아니었다. 현우는 안마 의자에서 일어나 노트 북을 가져왔다.

‘얼마나 파이가 늘었나 확인해 볼 까?’

어제 스트리밍을 시작하기 전 확인 했을 때, 퍼플 오우거를 잡는 영상 의 조회 수가 1억 정도였다.

거기에 오늘부터는 현우가 섭외한 길드들이 스트리밍을 시작할 예정이 었다.

‘새로 끼어든 길드들까지 합해지면 사람들의 관심은 무섭게 커진다.’

열 명 중 한 명이 보는 것과 다섯 명 중 한 명이 보는 것은 분명히 달랐다.

사람은 소외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렸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보는 사람 들도 생겨날 것이었다.

“1억 6천만?”

생각보다 큰 숫자에 현우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현우의 예상처럼 조회 수가 늘어나 기는 했다.

다만 그 폭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루 만에 6천만이라니….’

조회 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 게 늘고 있었다.

현우는 곧 그 이유를 찾을 수 있 었다.

실시간 스트리밍 곳곳에서 골목대 장 채널을 홍보하는 이들이 있었다.

- 골목대장 채널 가면 발터 산맥 영상 엄청 많음.

- 메인 시나리오는 골목대장인 거 아 직도 모르냐?

- 패키지 싱글 모드로 아레나를 즐기 는 골목대장 채널 가자. 거기에 영상 좋 은 거 많다.

‘뭐지? 이거?’ 현우는 이 상황이 황당했다.

하지만 깊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왜?

좋은 일이었으니까.

무보수로 홍보를 해주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건넨단 말인가.

해줄 때 받는 것이 도리였다.

‘뭐, 니케에서 한 일일 수도 있으 니까.’

현우는 활발히 활동하는 저들에게 감사한 마음만 전했다.

*** 현우는 한 손엔 얇은 책자를 다른 한 손엔 탱이를 안고 발터 산맥을 누볐다.

‘이제 발터 산맥의 절반쯤은 완벽 하네.’

강중구는 메일에 단지 다른 길드들 이 연합해 발터 산맥에 진입했다는 말만 적지 않았다.

지도.

추가로 완성된 지도가 있으니 받아 가라는 말 또한 적혀 있었다.

현우가 들고 있는 종이 책자는 신 대륙에 있는 모험가에게 부탁해, 다 른 길드로부터 모은 발터 산맥의 지 도를 책으로 묶은 것이었다.

‘눈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많이 남 지 않은 것 같은데….’

지도를 받은 이후로부터 며칠간 현 우는 미친 듯이 발터 산맥을 일직선 으로 돌파했다.

혼자 사냥이 버거워지는 필드가 나 타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전처럼 넓은 부분을 지나가지 않 았다.

정확히 직선.

그냥 직선으로 뚫었다.

“어느 곳이 맞을까요. 알아맞혀 보 세요. 딩동댕동댕동댕동댕!”

현우가 서 있는 곳은 인근에서 가 장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였다.

그곳에서는 주변의 광경이 훤히 보 였다.

이 봉우리에서 보이는 산은 채 세 개가 넘지 않았다.

저 중에 현우가 찾는 크루즈 산이 있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저기까지 가는 데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는 것이었다.

‘형님이 올 때까지 다른 곳에서 사 냥이나 할까?’

굳이 홀로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주어진 시간은 많았다.

혹시라도 따라잡힐까 초조해하기에 는 현우가 와 있는 위치가 너무나 확고했다.

‘레벨하고 스킬도 좀 더 올리면 좋 을 것 같고.’

게다가 현우는 지난 군단 일개미들 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수십, 수백 마리가 몰려왔던 일을.

분명 어딘가에 던전 혹은 군단 개 미들이 나오는 필드가 있을 것이었 다.

‘어차피 다른 길드는 오지 못할 테 고.’

던전 하나 정도 돌 시간을 충분히 될 터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른 길드 연합이 한 번이라도 삐 끗한다면, 현우의 스트리밍에 시청 자들이 더 몰릴 것은 자명한 일이었 다.

현우를 비롯한 길드 연합이 메인 시나리오에 중심에 섰는데 누가 겉 만 대강 핥는 중인 다른 길드들의 스트리밍을 보겠는가.

어지간한 충성심이 있지 않고는 불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빠른 것을 원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가장 빠른 것은 현우였고.

‘그럼 내게 떨어지는 것들이 더 많 지.’

모든 것이 현우에게 유리하게 돌아 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발견한 먹이고 만든 판이었 다.

남이 만든 판도 뒤엎고 탐욕스럽게 먹어 치우는 것이 현우였다.

자신이 만든 것을 남에게 양보할 가능성은 영에 수렴했다.

‘그래, 개미 던전을 찾아보자.’

현우는 짧았던 고민을 끝냈다.

이번만큼은 도박보다는 안정성에 손을 들어줬다.

‘스트리밍 때 한번쯤 빼줘야 더 달 아오르지.’

다음 골목대장 스트리밍의 제목은 개미 던전 탐험이었다.

그렇게 6차 메인 시나리오에서 현 우가 잠시 이탈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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