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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의 귀환-314화 (315/939)

제 313화

무리의 선두에 서 있는 산적이 통 나무집의 문을 열었다.

겨우 두세 명이 지나다닐 넓이의 무

그 너머에는 은색 단도를 든 사내 가 그들을 맞이했다.

“드루와, 어서 드루와.”

사내는 여유로웠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산적들을 도 발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죽여 버려!!!”

산적 무리의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터졌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산적부터 차례 대로 문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내는 여전히 단도를 돌리고 있었 다.

문이 좁을 뿐이지 집 내부는 꽤 넓었다.

무기를 휘둘러도 걸리적거릴 게 별 로 없었다.

걸리적거릴 것이 있다면 그들과 같 은 산적들뿐이었다.

산적들은 자신들이 어느 정도 들어 왔다고 판단되자 사내를 향해 달려 들었다.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푹, 촤아아!!!

사내, 현우는 가장 먼저 달려든 산 적의 어깨에 단도를 가볍게 꽂았다.

그러고는 날을 산적의 바깥쪽을 향 하게 돌려 가볍게 빼냈다.

“끄아아아!!!”

산적은 무척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 르며 쓰러졌다.

그의 어깨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쏟 아졌다.

[파후채 산적이 상태 이상 ‘출혈’에 걸 렸습니다.]

산적들은 현우에게 달려드는 것을 멈추고 쓰러진 산적을 뒤쪽으로 옮 겼다.

그 모습을 본 현우의 입가에 미소 가 떠올랐다.

“안 오면 내가 간다.”

이번에는 현우가 산적들 사이로 뛰 어들었다.

현우는 양 떼를 덮친 늑대였다.

산적들 사이를 헤치며 연신 단도를 휘둘렀다.

산적들은 제대로 된 대처조차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나동그라졌다.

- 좁은 곳에서 저렇게 긴 무기를 들고 있으면 어떡하냐.

- 검에 도에 도끼에 어이쿠야….

- 완전 설계에 당했네. 집부터 부쉈어 야지 멍청한 놈들.

“아아아악!!!!”

산적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 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저들은 무기를 휘두르지 못했다.

휘두르면 당하는 건 현우가 아니라 자신들의 동료였다.

도저히 무기를 휘두를 거리가 나지 않았다.

그에 반해 현우의 단도는 무척 짧 았다.

팔만 살짝 움직일 공간이 있다면, 몇 번이고 휘두를 수 있었다.

현우가 괜히 단도를 뽑고, 집 안으 로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치밀한 계산을 한 뒤에 움직인 것이었다.

“도대체 안쪽 상황이 어떤 거야?”

산적들은 어정쩡한 상태였다.

문이 좁은 탓에 채 십 분의 일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뒤쪽의 인원들은 안쪽의 상황을 제 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터지는 비명으로 전투가 일어 나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한두 명씩 계속해서 들어가고는 있 지만, 그걸로는 제대로 결과가 나오 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문이 터져나갔 다.

나무 파편이 문 뒤에 서 있던 산 적들을 덮쳤다.

몇몇 산적들은 온몸에 나무 파편을 꽂힌 채 사망했다.

“아이고, 아직도 이렇게 많네?”

터져 나간 문에는 검붉은 아니, 핏 빛으로 물든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의 뒤에는 수십 명의 산적이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얼마나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것인 지 바닥은 피가 아예 흐르고 있었 다.

‘그림 한 번 나이스하네.’

가면 뒤 현우의 얼굴은 환했다.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고 불러도 변 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이런 잔혹한 현장에서 웃음이라니.

하지만 현우는 웃었다.

아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스트리밍이 잘 풀리네, 잘 풀려.’ 퀘스트는 살짝 꼬였을지 몰라도 스 트리밍은 그 언제보다 잘 풀렸다.

현우의 퀘스트가 꼬이고 전투가 진 행되고 시청자들의 숫자가 늘어만 갔다.

이러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 었다.

기꺼웠다.

‘어차피 다 죽이면 되는 것.’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아직도 목 뒤가 간질거린다는 것뿐.

“잔챙이가 다 뒤져야 두목이 나오 시려나….”

현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산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산적들은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쳐다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얼굴들도.

저기 바닥에 힘겨운 표정을 한 채 있는 얼굴들도.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이들이 저렇게 누워 있었다.

“모두 잘 싸웠다. 이제부터는 내가 맡겠다. 산채를 떠나 있어라.”

파후채주 정훈이 등장했다.

정훈이 나타나자 산적들이 좌우로 움직이며 길을 텄다.

“뭣들 하고 있어? 가라니까? 가서 돈이나 벌어와, 이 새끼들아!!”

정훈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자 산적들은 그제야 움직였다.

그들은 빠르게 산채를 빠져나갔다.

바닷물이 빠지듯 우르르 몰려나갔 다.

잠시 후, 넓은 산채에는 정확히 네 명만이 남아 있었다.

파후채주로 위장한 밀영대 제8조장 정훈과 정체불명의 사내 투란. 그리 고 파이브 스타의 비욘.

이렇게 세 명이 한편에 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현우가 홀로 서 있었다.

탁!

현우는 은빛을 발하는 단도를 집어 넣었다.

그러고는 곧장 인벤토리에서 현천 도를 꺼내 허리춤에 걸었다.

‘응? 저게 누구더라….’

현우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보 였다.

발터 산맥에서 몇 번 본 얼굴이었 다.

리우 쉐이가 데려왔던 파이브 스타 의 다섯 마스터 중 한 명인, 비욘이 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익숙하신 얼굴 입니다? 용케 동대륙에는 오셨군 요?”

현우는 잔뜩 비꼬는 말투로 얘기했 다.

이제는 별 감정도 없었지만, 그냥 긁었다.

인위적인 스트리밍용 갈등이었다.

현우의 진실한 마음이 아니라.

‘이게 프로지, 프로야.’

하지만 현우의 속마음을 아는 사람 은 없었다.

시청자도 모르고 비욘도 몰랐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현우의 말을 진 심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둘이 무슨 일 있었나?

- 예전에 발터 산맥에서 대장 님 퀘스 트 방해했잖음.

- 아 그랬지. 그때 어떻게 잘 해결됐 나 싶었는데. 여기서 또 방해하네.

- 하여튼 파이브 스타 마음에 안 든다 니까. 평소에도 좀 그랬는데.

- 이미 파이브 스타 채널 구독 끊은 지 백만 년도 더 됨.

시청자들은 열심히 비욘을 비롯한 파이브 스타를 비난했다.

이미 그들은 악당이었다.

‘곧 오겠군.’

그에 반해 비욘은 나름 차분했다.

흥분해 날뛰지 않았다.

그는 프레비를 기다렸다.

그와 함께 올 지원군도 기다렸다.

‘세 명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 골목대장과 직접 마주한 지금 비욘 은 상당히 냉정해진 상태였다.

며칠 전까지의 흥분은 환상처럼 사 라졌다.

골목대장이 주는 압박감에 정신이 깨였다.

‘둘 다 아직 잘 몰라. 놈이 얼마나 괴물인지.’

자신들의 동료가 일곱이나 죽었는 데도 ‘정훈’이라는 남자는 자신만만 해 보였다.

거기에 투란이라는 남자.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NK는 죽어도 돼. 진짜는 우리다.’

“저도 어떻게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나쁜 감정 은 서로 갖지 맙시다. 퀘스트가 엇 갈린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침착하 게 연기했다.

시간만 끌 요량이었다.

NPC를 먹잇감으로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비욘의 내심을 모르는 정훈과 투란 이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는 모르지 만,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미 다른 곳에도 지령이 전부 내려갔을 것이 니.”

정훈이 현우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 다.

“괜찮아. 모이면 더 좋지. 어차피 죽여야 할 놈들이니까.”

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받 아쳤다.

정말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죽어 나가는 것은 구천밀부 내의 인원들이었다.

현우와 하등의 상관도 없는.

오히려 현우에게 중요한 것은 진룡 과의 소통이었다.

구천밀부에게 걸렸다는 것을 알려 야 했다.

‘오늘 일만 끝나면 진룡에게 들러 야겠네.’

비욘이 저쪽에 붙은 것을 보아서는 자신이 스트리밍에서 밝힌 내용이 그대로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잔말 말고 그냥 덤비는 게 어때? 아, 신선한 공기가 더 마시고 싶어 서 그런 거야? 그럼 내가 또 한 5 초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지.”

현우는 독하게 말했다.

스트리밍을 보는 시청자들도 감탄 할 정도였다.

- 진짜 욕을 비속어 하나 안 쓰고 하 네.

- 신기한 재주다.

- 저런 말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 까.

- 아마 당장 무기를 뽑고 달려가지 않 을까 싶은데….

시청자의 말대로였다.

현우의 말을 듣고 분노한 정훈은 자신의 몸통만 한 크기의 대도를 질 질 끌며 현우를 향해 돌진했다.

“흐아아!!!”

부우우웅!!!

정훈이 대도를 휘둘렀다.

대도는 묵직하게 허공을 짓눌렀다.

대도가 현우의 머리 위로 정직하게 떨어졌다.

펑!!!

현우가 순식간에 현천도를 들어 정 훈의 대도를 막아냈다.

정훈은 공격이 막힌 순간 힘 싸움 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반탄력을 이용해 다음 공격을 준비 했다.

부우우웅!!!

정훈이 자연스럽게 핑그르르 돌았 다.

그와 동시에 대도가 현우의 허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깔끔한 일격이었다.

현우가 정훈의 공격을 막았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정훈의 공격을 완벽히 흘려낸 것이 었다.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로 절묘한 기술이었다.

현우는 현천도에 힘을 살짝 줘 정 훈의 대도를 밀쳤다.

정훈이 균형을 잃었다.

대도는 하늘로 향하고 몸이 완전히 열렸다.

퍽!

현우는 균형이 흐트러진 정훈에게 왼 주먹을 뻗었다.

가벼운 펀치였다.

그러나 결과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펑!!!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정훈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바닥에 떨어진 정훈이 대도를 지팡 이 삼아 황급히 일어섰다.

그의 입가에는 이미 몇 줄기 핏물 이 흐르고 있었다.

현우는 말없이 현천도를 들어 어깨 에 걸쳤다.

그러고는 왼손을 뻗어 정훈과 투란 을 향해 까딱였다.

“강해.”

“봤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정훈과 투란이 서로를 바라보며 말 했다.

말을 마친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 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현우 를 향해 튀어나갔다.

“오랜만에 하는 말 같습니다. 저렇 게 두 명이 달려온다고 절대 쫄지 마세요. 침착하게 생각하시고 움직 이면 됩니다.”

현우는 그 와중에도 시청자들을 향 해 말을 이었다.

정말 여유가 넘쳤다.

그 순간 정훈과 투란이 현우를 덮 쳤다.

그들의 무기에는 각각 푸른색과 녹 색의 강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자, 이렇게 공격을 해오면 차분하 게 막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현우는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듯 입 을 쉴 새 없이 놀리며 현천도를 움 직였다.

투란의 검이 앞섰고 정훈의 대도가 뒤따랐다.

당연히 현천도는 녹빛을 띤 투란의 검을 먼저 쳐냈고 자연스럽게 정훈 의 대도를 튕겨 냈다.

“자, 쉽죠? 그럼 이다음에는 어떻 게 하느냐. 이번에는 막고 때립니다. 조금 더 심화 과정이죠.”

정훈과 투란이 다시 한 번 현우에 게 달려들었다.

좌측에서는 투란이 현우의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고 우측에서는 정훈이 현우의 허리를 향해 대도를 휘둘렀다.

그것도 동시에.

이번에는 막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 다.

현우가 손을 흔들자 현천도가 두 개로 나뉘는 것처럼 보였다.

두 개로 나뉜 현천도는 각각 현우 를 향해 움직이는 검과 도를 튕겨 냈다.

그러고는 오히려 그 주인들을 향해 뱀처럼 움직였다.

촤아아!!!

허공을 기어간 검은 뱀은 두 사람 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의 목에서 동시에 피가 잔 뜩 열린 수도꼭지처럼 콸콸 터져 나 왔다.

“참 쉽죠? 이렇게만 하시면 됩니 다. 고레벨에서의 전투 어렵지 않아 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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