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3화
현우는 다섯 명을 데리고 리나칼루 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즉시 삼성가의 담을 넘어 진룡을 찾아갔다.
“일은 어떻게 됐지?”
진룡이 현우를 반겼다.
정확히는 현우가 가져올 소식을 기 다렸다.
“대주님이 시키신 일을 끝내고 왔 습니다.”
현우의 말을 들은 진룡의 얼굴에 화기(和氣)가 돌았다.
“그래, 잘했어. 일이 한결 수월해지 겠어. 뒤쪽의 모험가들이 자네를 도 와준 자들인가?”
“예. 이번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 을 준 동료들입니다.”
“한 명을 빼고는 봤던 이들이군.”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우 쉐이만 삼성가에 처음 오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이전의 밀영대 조장 처치 에 참여할 때 한 번씩은 방문했었으 니까.
[역천대 습격을 클리어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진룡의 선물을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원하는 게 있나?”
진룡이 넌지시 물어왔다.
‘뭘 달라고 하지?’
현우는 곧장 답하지 못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선물이 보상이라기에 막연히 알아 서 주겠거니 했기 때문이었다.
“무엇까지 주실 수 있습니까?” 현우는 약간의 선택지를 요청했다. 가이드라인을 원했다.
“글쎄…. 삼성가의 자리? 이건 별 로 원할 것 같지 않고. 돈? 기물? 줄 수 있는 것은 뭐든 주지.”
진룡은 호쾌하게 말했다.
자신의 선에서 줄 수 있는 것은 뭐든 준다고 했다.
‘딱히 받을 게 없단 말이야. 아이 템이 부족하지도 않고. 스킬이 부족 하지도 않고. 돈을 받는 건 미친 짓 이고.’
근데 문제는 현우가 현재 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템이 급하지도 않고 스킬이 없 지도 않았다.
공격 스킬도 이제는 충분했다.
초승달 베기, 거검 소환, 현천폭, 현천마강까지.
괜히 난잡하게 스킬을 사용하는 것 보다 필요한 것만 집중적으로 숙련 도를 높이는 것이 좋았다.
‘그게 낫지, 암….’
현우가 몸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다섯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혹시 이 퀘스트를 같이 하실 생각 이 있으십니까? 시간은 꽤 걸릴지 몰라도 보상만큼은 확실할 거 같은 데. 운이 좋으면 대박도 터질 수 있 고요.”
현우의 말을 들은 다섯 명의 표정 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 말인즉슨 자신의 보상을 포기하 겠다는 말이 아닌가?
“보상으로 우리의 퀘스트 참여를 받을 생각이냐?”
강중구가 물었다.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현우가 생각한 건 그런 게 아니었 다.
“아니요, 그냥 진룡과의 안면? 정 확히는 그런 관계 조성을 부탁할 생 각입니다. 그래야 제가 없이도 삼성 가와 관련된 퀘스트들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까지 저를 통해서 간접적인 보상을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형님.”
현우가 원하는 것은 더욱 포괄적인 것이었다.
아예 길을 뚫어주는 것이나 다름없 었다.
광부들이 시간을 소모해가며 만드 는 것을 현우의 말 몇 마디로 얻게 되는 것이었다.
현우는 몸을 다시 돌려 진룡을 바 라봤다.
그러고는 말을 시작했다.
“제가 원하는 건 대주님이 저기 뒤 에 있는 제 동료들과 모종의 관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모종의 관계?”
진룡이 현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 는지 되물어왔다.
현우는 진룡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 를 설명했다.
“저와 대주님과 같은 관계죠. 적당 한 보상을 주고 일을 시키는 관계. 상부상조의 관계. 그런 것을 원하는 겁니다.”
“고작 그 정도? 그게 네게 무슨 이득이 있지?”
설명을 들은 진룡은 현우의 말이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이 보상은 내가 너에게 주는 것이 다. 근데 그걸 보상으로 받겠다고?”
현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걸 본 진룡 역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원한다면 들어줘야지. 앞으 로 저 다섯 명과 인연을 이어가지.”
진룡의 시선이 다섯 명에게 각각 한 번씩 머물렀다.
그들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려는 것 같았다.
“일주일 뒤에 다시 와라. 그때 재 밌는 것을 구경시켜주지. 그때는 혼 자 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오 겠습니다.”
[골목대장의 본격 도시 육성 스트리밍
- 도시 재건 완료.]
현우는 프니스 영주성 꼭대기에 있 는 내정실에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앉아 있었다.
[영지 상태창]
영지 명 : 프니스 백작령(前 황제 직 할령)
영주 명 : 강현우.
영지 발전도 : 경제 52 군사 77 마법
56 문화 57
영지 인구 : 184,933명
영지 재산 : 30,438골드
소모 비용 : 14,020골드
징수액 : 6,220골드
치안 : 좋음
보유 시설 : 11개(거주 시설 제외)
현 상태 : 키온 기사단원들이 영지를 보살피고 있다. 병력을 육성하며 몬스터 의 침입을 막고 있다. 영지 복구공사가 끝났다. 이제는 영지 개발공사를 시작한 상태.
‘복구를 넘어 발전했다.’
상태창으로 본 프니스는 분명 발전 했다.
현우의 기대 이상으로.
줄어들었던 발전도는 대부분 복구 에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마법을 제외한 나머 지들은 오히려 상승한 상태였다.
‘문화는 뭔데 이렇게 올랐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 다.
아무리 낮았었다고는 하나 20이라 는 수치가 오른다는 것은 절대 평범 하지 않았다.
‘내가 영지에 아는 게 없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러나 영지를 둘러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정실에 처박혀서는 절대 알 수 없었다.
‘이건 이따 나가서 확인하기로 하 고….’
소모 비용이 줄어들고 징수액이 늘 어난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소모 비용이 월등히 높은 것은 문제였다.
‘근데 내가 여기서 던진 골드가 얼 만데….’
현우가 영지 창고에 넣은 골드만 해도 근 10만 골드에 달했다.
사냥과 퀘스트를 통해 얻은 골드를 모조리 프니스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안 늘어났으면 퀀시 본사에 찾아 가려고 했는데….’
여러모로 참 다행이었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게 되어서.
‘확인할 건 다 했고…. 이제 시작 해야지.’
영지 상태창을 없앤 현우는 곧장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짧은 대기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청 자들이 충분히 모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들. 골 목대장이 돌아왔습니다. 반갑습니 다.”
현우는 인사말과 동시에 내정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프니스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간 어떻게 변화를 했는지.
‘물론 나도 못 봤지만….’
물론 현우도 보지 못했다.
최근 현우의 모든 플레이 시간은 퀘스트 클리어에만 집중되어 있었 다.
간혹 현우가 프니스에 온다고 해도 딱히 어디 가는 곳이 없었다.
그냥 내정실에서 영지 상태창을 보 고 전체적인 상태만 봤었다.
그러고는 곧장 다시 동대륙으로 넘 어갔다.
- 프니스 많이 바뀌었다던데 사실입니
까?
- 복구공사 끝남?
- 사진 어디서 봄?
- 커뮤니티에 사진들 있는데 모름? 사 냥터도 괜찮아서 고레벨들 사이에서 요 새 나름 꿀 사냥터로 유명한데.
프니스는 입소문을 타는 중이었다.
골목대장의 영지라는 이유가 아니 었다.
현우가 이전에 스트리밍에서 보여 줬던 카나리 산.
그곳이 아는 사람만 아는 사냥터로 자리매김한 것이었다.
“프니스 사진이 커뮤니티에 있다고 요? 플레이어들이 와서 홍보 열심히 하네요. 좋습니다, 그런 태도. 아주 좋아요.”
현우는 홈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발적인 홍보.
만족스러웠다.
스트리밍에서 열심히 홍보한 보람 이 느껴졌다.
‘어서 와서 골드를 받쳐라!’
현우는 벌써부터 10만 골드를 회 수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현우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프니스가 어떻게 변했을지 현우도 궁금했다.
‘뭐 사람 살 정도는 되겠지.’
이윽고 현우가 영주성을 빠져나왔 다.
앞에 펼쳐진 프니스를 바라본 시청 자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 와, 사진 올라온 거랑은 또 다르네.
- 이 정도면 아스란보다는 나은 듯?
- 거기는 스타팅 지점인데 당연하지.
- 이제 흔한 제국의 도시 정도는 되겠 네.
재개발 현장을 방불케 하던 프니스 는 없었다.
이제는 화려하지는 않아도 유려한 멋 정도는 갖춰진 도시가 되었다.
아직도 공사 중임을 생각해 본다면 더 나은 도시가 될 확률도 충분히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도시가 됐네요. 아 주 만족스럽습니다.”
현우 역시 감탄했다.
이제야 조금 도시다워졌다.
그 순간 현우의 말을 들은 시청자 들이 의문을 나타냈다.
- ??? 왜 자기가 놀라?
- 누가 보면 처음 본 줄.
- 진짜 처음 본 거 아냐?
- 방치형 영주님이네. 거의 NPC와 니 케 부려먹기 아닙니까? 일은 다른 사람 이 하고 득은 골목대장이 보네.
- 이제 대세는 영주인 듯. 조물주 위 에 영주.
채팅창을 본 현우가 황급히 변명을 했다.
사실 말이 변명이지 거짓말이나 다 름없었다.
시청자들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에이, 설마 한 번도 안 왔을까 봐 요.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곳이 여기 프니스 아닙니까. 퀘스트와 사냥의 도시, 프니스. 여러분들의 많은 방문 바랍니다.”
현우의 매끄러운 언변이 시청자들 의 정신을 현혹했다.
현우는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천천 히 프니스를 둘러봤다.
‘많아졌어, 많아졌어.’
현우는 속으로 연신 감탄하고 있었 다.
집도 많아졌고 논과 밭도 있었다.
없던 건물도 생겨났다.
“여긴 대장간인가 봅니다. 밖에서 부터 후끈후끈한 열기가 전해지네 요.”
현우는 대장간으로 추정되는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한번 들어가 볼까요? 프니스의 대 장간은 어느 정도 클라스인지 확인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을 마친 현우는 대장간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들어갈수록 후끈함이 더해졌다.
‘어후, 왜 이렇게 더워?’
현우는 따가운 열기를 참고 계속해 서 내부에 진입했다.
내부의 광경은 여느 대장간과 다르 지 않았다.
상당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역시 뭐든지 신축이 최고 아니겠 습니까? 대장간도 신축이라 아주 괜
찮네요.”
현우는 누가 뭐라 하든 대장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몇 분이나 주인도 보이지 않는 대 장에서 주절거렸을까.
마침내 대장간의 주인이 모습을 드 러 냈다.
“누가 남의 대장간에 함부로 들어 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대장간을 울 렸다.
그러나 끝마무리가 애매했다.
현우를 본 주인이 말을 제대로 잇 지 못했다.
“어?”
대장간의 주인을 본 현우 역시 말 을 잇지 못했다.
- 저거 뭐지? 난쟁인가? 키가 왜 이렇 게 작아.
- 저거 드워프 아님?
- 근데 저기 왜 드워프가 있지?
- 햐…. 골목대장의 영지에는 대장장 이가 드워프네….
역시 클라스가 다르네. 대장간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드 워프였다.
“트레샤 님?”
드워프의 정체는 트레샤였다.
해진 대산맥에 있어야 할 드워프.
그가 지금 프니스에 있는 것이었 다.
“드디어 왔구나, 인간.”
트레샤가 현우를 향해 입을 열었 다.
현우는 트레샤에게 더욱 가까이 다 가갔다.
“여기에 왜 계십니까? 부족은 어쩌 고요? 설마 에드찬 님한테 쫓겨났습 니까?”
현우는 궁금한 것을 마구 물었다.
트레샤가 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계속했다.
- 뭐야? 아는 사이야?
-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지?
- 드워프 봤다는 사람도 없는더b".
- 진짜 아레나 혼자 하세요?
시청자들 역시 현우와 같았다.
현우가 트레샤에게 궁금한 것이 있 었다면, 시청자들은 현우에게 궁금 한 게 많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현우는 트레 샤에게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 시청자들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었다.
“얼른 대답해주세요. 현기증 날 것 같습니다.”
드디어 현우가 말을 멈췄다.
트레샤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답을 하고 싶어도 현우가 답할 타 이밍을 주지 않았다.
“그건 사정이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