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344화 (345/939)

제 343화

약속된 시각이 끝나갈 무렵, 현우 가 에드찬의 공방에 다시 발을 들였 다.

에드찬은 아직 작업에 몰두하는 중 이었다.

그는 신들린 모습을 보였다.

현우가 건넸던 뷔이크를 실처럼 가 늘게 뽑아 붉은빛 건틀렛에 덧붙이 고 있었다.

“음….”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에드찬의 손 이 멈췄다.

그는 자신이 완성한 작품을 가만히 지켜봤다.

앞뒤로 돌려보며 자세히 관찰했다.

“완성이 된 겁니까?”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나? 전혀 몰랐군.”

“얼마 안 됐습니다. 그나저나 변한 게 별로 없네요. 마음에 듭니다.”

현우는 언뜻 봐도 크게 변하지 않 은 외형에 만족했다.

붉은색 바탕 위의 하얀색 무늬.

하얀 무늬가 워낙 얇아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자세히 보거나 빛에 반사되기 전에 는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 다.

‘효과만 그대로 남아 있으면 돼.’

살인의 추억에 달린 두 가지 효과.

입힌 데미지의 5%만큼 체력과 마 력을 흡수하는 것.

그리고 학살자의 마음가짐.

생명체와 전투 시에 15%의 스탯 가중치를 받는 스킬.

이 두 개만 제대로 남아 있으면 됐다.

“저도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에드찬은 말없이 현우에게 건틀렛 을 건넸다.

현우는 건틀렛을 받으며 인벤토리 에서 푸른 가죽을 꺼내 건넸다.

“이건 드레이크의 가죽인데? 이걸 왜 또?”

가죽을 알아본 에드찬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 전, 드레이크 가죽을 만진 에 드찬인 이것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 다.

“트레샤 님이 남은 가죽을 들고 사 라지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건 또 어디서 들었지? 그놈을 만났나?”

“트레샤 님은 제 영지에 계십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대장간을 만드신 이후였 습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아마 돌아오실 겁니다.”

“못난 놈’….”

에드찬이 드레이크 가죽을 선반에 내려놓고 혀를 찼다.

“잘 지내던가?”

“아마 그러실 겁니다. 재료의 제한 은 있을지 몰라도 그 외에는 트레샤 님의 마음대로 하실 수 있으니까 요.”

“그럼 다행이야.”

에드찬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현우는 그런 에드찬에게 다시 한 번 뭔가를 내밀었다.

“혹시 수선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던 검은색 천 쪼가리.

피로 물든 밤이었다.

“아주 낡았군. 옷이라기보다는 그 냥 거적때기야.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어.”

에드찬이 촌철살인을 내뱉었다.

정확한 진단이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보통이라면 아주 힘들었을 게야. 재료도 없고 실력도 없을 테니. 그 러나 지금은 내가 있고 이 드레이크 의 가죽이 있으니 며칠이면 충분히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거다. 원래의 모습은 되찾지 못하겠지만.”

“입고 다닐 수만 있게 해주시면 감 사하겠습니다.”

현우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술병 을 우르르 쏟아냈다.

다섯 병을 꺼냈다.

르브론이나 황제에게 준 것에 비하 면 적은 양이었다.

그러나 에드찬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으니 현우는 한껏 생색을 냈다.

“이건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입니 다. 아주 힘들게 구했습니다.”

술병을 본 에드찬은 드레이크의 가 죽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선 그것부터 확인해. 난 그동안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에드찬이 술병을 빠르게 챙겼다.

누가 볼까 무서운지 순식간에 숨겼 다.

현우는 그런 에드찬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의 신경은 이제 붉은빛 건틀렛에 쏠려 있었다.

‘아이템 정보.’

[학살의 추억]

과거 신화시대의 학살자가 사용했던 건틀렛, 언뜻 보면 장갑으로 착각할 정 도로 얇다. 수많은 종류의 피가 묻어 하 얗던 장갑에 빨갛게 물들었다. 굉장히 뛰어난 드워프 장인이 희귀한 금속을 첨가했다.

등급 : 유니크

제한 : 힘 1,000, 민첩 800, PVP 200 승 이상

내구도 : 2,700/2,700

공격력 : 3,200

방어력 : 900

효과 : 몬스터(플레이어, NPC 포함)에 게 준 데미지의 7.5%만큼 체력과 마력 이 회복된다. ‘미쳐버린 학살자’를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미쳐버린 학살자 : 생명체와 전투 시 모든 스탯이 25%만큼 상승합니다. 단, 방어력은 25%만큼 하락합니다.

현우는 조용히 하얀 무늬의 붉은 건틀렛을 착용했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나빠진 것은 조금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좋게 나왔다.

‘방어력이 좀 깎이네?’

까짓것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현우는 애초에 맞으면서 전투를 지 속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지독히 얄미운 전투 스타일이었다.

본인은 맞지 않고 때리기만 하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러니 황금 망치, 황금망치 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현우의 극찬에 에드찬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었다.

“그 정도는 아니야. 자네가 가져온 것들이 워낙 좋았을 뿐. 나중에라도 필요한 게 생기면 말하게. 자네라면 내가 뭐든 들어주지.”

에드찬이 웃으며 말했다.

“참, 그리고 이건 사흘 후에 찾으 러 오게. 그때까지는 만들어 두지.”

아레나 커뮤니티와 각종 매체가 똑 같은 이야기로 불타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골목대장 이후에 최초로 영지를 획 득한 사람 정확히는 프로팀이 나타 났다.

[긴급) 뉴욕 워리어즈, 동대륙에 영지 얻어.]

[속보) 레드불 아메리카 역시 동대륙에 영지 얻어.]

[두 팀 모두 골목대장과 친밀한 관계, 이번 일도 골목대장과 연관되어 있나?]

레이나와 마스체라노가 노황제에게 서 영지를 하사받은 것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즉시 레 이나와 마스체라노는 엄청난 언론의 러브 콜을 받았다.

두 선수의 팀 프론트와 매니지먼트 인 니케가 협의해, 마스체라노가 방 송에 출연하여 영지와 관련된 인터 뷰를 진행했다.

“제가 얼마 전에 말하지 않았나요? 동대륙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제가 그 말을 하고 상당한 욕을 먹 었거든요. 여기 계신 분들이 쓰신 기사도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습니다.”

마스체라노의 유머러스한 말에 스 튜디오의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그럼 미리 합의했던 질문들 몇 개 를 가볍게 묻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죠, 마스체라노?”

뒤로 전부 넘긴 머리가 인상적인 MC의 질문에 마스체라노가 웃으며 답했다.

“안 괜찮다고 해도 할 거잖아요, 존.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말라고 요. 그러니까 존이 친구만 많지 진 정한 소울 메이트가 없는 거예요.”

“음….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하겠 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부터 순서대로 물어볼게요. 영지, 어떻게 얻었죠?”

마스체라노의 얼굴에 장난기가 생 겨났다.

사고 치기 직전의 얼굴이었다.

“좋은 친구를 둬서요.”

“좋은 친구라면…?”

“모두가 아는 ‘그’요. 저와 레이나 가 영지를 얻은 것의 99.9퍼센트 정 도는 그의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기자들이 마스체라노의 말을 빠르 게 받아 적었다.

스튜디오는 키보드를 두들기는 딱 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얼른 다음 질문 하세요. 이러다 저분들 쉬시겠네.”

마스체라노가 도리어 MC를 재촉 했다.

기자들이 기사 작성을 끝내기 전에 인터뷰를 폭풍같이 몰아칠 셈이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죠. 구체적으로 황실 기여도를 얻는 방 법은요?”

“이건 정말 간단해요. 서대륙의 귀 족들에게 퀘스트를 받아서 동대륙의 물건들을 가져다주면 됩니다. 작위 가 높을수록, 서대륙 황실과 가까울 수록 기여도가 높겠죠?”

마스체라노는 황실 기여도에 관련 된 내용을 완전히 공개했다.

이는 마스체라노의 독단적인 결정 이 아니었다.

현우의 결정이었다.

아레나 프로팀들의 빠른 동대륙 행 을 종용하는 것이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서 다음 질문은 또 뭐죠?”

마스체라노의 입은 한시도 쉬지 않 았다.

- 오늘 마스체라노에게 그런 중요 한 정보를 공개하게 한 이유가 무 엇입니까?

현우는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남성의 말을 경청했다.

상대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케일?”

— 예? 당연히 중요….

“그런 건 이제 전혀 중요하지 않아 요, 케일. 이제 중요한 건 동대륙이 개방되는 게 중요합니다.”

- 그래도…. 경쟁자는 적을수록 좋 은 법입니다. 일부러 경쟁자를 늘리 는 것은….

케일의 말이 정석이었다.

굳이 정보를 공개해 1부 리그에서 남아 있을 수 있는 팀을 늘릴 필요 는 없다.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변수가 커진 다.

현우의 생각은 일반적인 생각은 아 니었다.

“자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누 군가는 오만이라고 부르겠죠. 하지 만 저는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자신 감. 냉철한 분석을 통한 결과물.”

현우가 잠시 말을 멈췄다.

“메일로 제 상태창과 스킬창 그리 고 착용 아이템들을 찍어서 보냈으 니 한번 보세요. 제 자신감의 원천 이 무엇인지.”

현우가 광오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갑작스럽게 끊긴 전화에 당황한 케 일이 수화기 너머로 소리쳤다.

“미스터 강? 미스터 강!!!”

그러나 이미 전화는 끊긴 상태였 다.

그가 부른다고 끊긴 전화가 다시 걸리지는 않았다.

‘일단 메일로 현재 스펙을 보냈다 니 확인을 해야….’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회의실로 모여요! 골목대장의 현재 상태를 확 인하고 다음 리그에 대해서 분석하 고 예측할 겁니다.”

케일의 말에 기획실의 직원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케일이 말한 회의실 안으 로 들어갔다.

“일단 스킬창부터 보겠습니다.”

케일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우가 보 낸 세 개의 파일 중 하나를 열었다.

케일도 현우의 상태창을 본 것은 굉장히 오래전의 일이었다.

니케와 계약한 초창기에나 봤지 근 래에는 구경조차 못 한 상태였다. 현우의 스킬창은 화려하다 못해 말 도 안 되는 스킬들이 즐비했다.

“방어력 관통 스킬이 두 개야!!!”

“유니크 스킬이 너무 많아!!!”

“스킬 숙련도가 왜 이렇게 높아? 강기 발현이 B+? 지금 프로게이머 중에서 가장 높은 선수가 C라고 하 지 않았나?”

경악스러웠다.

흡사 랭커들의 스킬창 중에서 좋다 고 알려진 것들만 모아 놓은 것 같 았다.

그런 와중에 몇몇 직원이 의문을 드러냈다.

골목대장의 영상에서 보던 것에 비 하면 즉발형 스킬이 너무 적었다.

“즉발형 스킬이 좀 비는 것 같은 데?”

“즉발형이 아니라 지속형 스킬 같 아! 순수한 컨트롤이었어….”

의문이 풀리자 경악스러움이 배가 됐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착용 아이템과 상태창을 볼 때마다 케일을 비롯한 기획실 직원의 얼굴 이 웃기게 변해갔다.

“에픽 아이템이 47fl?”

“나머지는 전부 유니크 아이템이 야, 레어는 한 개도 없어.”

“스탯이 7개? 칭호가 29개?” 이제는 끔찍할 지경이었다.

자세한 스펙을 보니 골목대장의 강 함이 이해됐다.

그리고 여기까지 달려온 골목대장 의 실력에 경의를 표했다.

“계획이 꼭 필요할까요?”

“이 스펙에 그 컨트롤이면 자체로 전략이고 전술인데요?”

“이건 살아 숨 쉬는 핵입니다.” 케일도 이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몇 분 전의 자신을 욕했다.

‘골목대장 앞에서는 변수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그림을 그 리고 싶어 하는가였다.

그게 압도적인 퍼포먼스인지 아니 면 극적인 감동인지의 차이였지 그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늘 그랬듯.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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