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5화
[신입 스트리머, 골목대장의 열혈 스트 리밍 시작합니다.]
현우는 오늘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A-월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 다.
스트리밍이 시작하기 직전, 현우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지?’ 의문이었다.
분명 스트리밍을 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스트리밍이 굉장히 낯설었 다.
‘여유가 생긴 건가?’
하루하루가 쏜살처럼 지나다닐 때 는 느끼지 못한 종류의 감정이었다.
굉장히 생소했다.
‘정신 차리고 스트리밍부터 하자.’
지금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현우는 두 볼을 가볍게 두들기고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스트리머 골목 대장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우는 시작부터 자신의 목표를 시 청자들에게 드러냈다.
스트리밍을 시작했던 그때처럼 치 열함과 절박함을 되찾겠다는 다짐이 었다.
그러나 정작 받아들이는 시청자들 은 물음표를 남발했다.
- 이게 무슨 소리요, 스트리머 양반?
- 금화를 달라는 말입니까? 저 강화하 고 와서 골드 똑 떨어졌는데.
- 아무래도 자기 통장 잔고가 스트리 밍 초창기와 같아졌다고 말하는 거 같 은데….
- 자낳괴는 사라지지 않는다. 변하지
도 않는다. 한 번 자낳괴는 영원한 자낳 괴다.
현우의 전과가 발을 붙잡았다.
시청자들은 현우의 인사말이 금화 유도로 받아들였다.
‘진지하려고 해도 뭐 받아 주질 않 으니….’
현우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평소 대로 경쾌한 목소리를 냈다.
“처음 그 말은 그냥 저 자신에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처 음처럼 열정적으로 스트리밍하자. 뭐 그런 말이었죠.” 현우가 수습하려는 멘트를 던졌다.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았다.
전혀 수습되지 않았다.
도리어 시청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 초심을 잃은 적이 없는데.
- 누가 보면 처음에는 스트리밍 길게 한 줄 알겠네. 언제나 짧았고 짧고 짧을 것이다.
- 따끔한 일침보소.
- 팩트 폭력이 그냥…. 12강 무기로 후려치는 수준.
“그랬군요…. 제가 언제나 한결같 았네요. 이제 깨달았습니다.”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회에 제대로 자아 성찰을 했 다.
‘나는 변함이 없구나.’
- 당연. 푸르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스트리밍 시간이 짧았지.
- 물론 재미는 있고요.
- 컨트롤은 항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 고.
- 늘 기다려지는 스트리밍이지. 내가 금화 쏜 스트리밍은 여기가 처음임. 계속되는 현우의 말에 위기의식을 가진 시청자들이 다급히 상황을 정 리하기 위한 칭찬을 쏟아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잘 알겠습니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네다섯 시간만 하고 끌게요.”
- 아… 이걸 인성이….
- 누가 건드렸냐.
- 답도 없다.
“장난이고요. 오늘 준비한 콘텐츠 끝나면 그때 스트리밍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 한편에 새겨진 상처는 당당히 존재감을 발 하고 있었다.
‘흥, 오늘은 네 시간이다.’
현우가 준비한 콘텐츠는 딱히 대단 하거나 특별한 건 아니었다.
남들과 같은 콘텐츠였다.
하지만 현우가 하기에는 특별한 것 들을 진행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전투 동영상을 보고 현우가 그것을 평가하는 실로 간단한 콘텐츠였다.
“아, 지금 완전 기회였거든요. 이걸 놓치다니 아쉽네요.”
- 아니…. 몇 시간 동안 혼자 계속 기 회래. 혼자만 보이는 빈틈 뭐 그런 거 임?
- 골목대장은 상대가 숨만 쉬어도 약 점이라고 하는데 그걸 몰랐네.
시청자들의 말처럼 현우는 시도 때 도 없이 탄성을 지르며 안타까워했 다.
“이건 진짜 딱 칼만 들이밀면 이기 는 거였거든요? 상대 공격 딱 튕겨 내고 바로 한 걸음 다가가서 움직임 불편하게 만들고 쐐기를 박으면 그 냥 이겨버리는 각 아닙니까.”
현우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 며 설명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했 다.
시청자들과 현우의 차이가 너무나 컸기에 생긴 일이었다.
현우의 눈에는 영상 속 플레이어들 의 모습에서 빈틈이 절로 보였다.
그냥 보였다.
심지어는 빈틈뿐만이 아니라 상대 의 움직임도 예상됐다.
“자, 집중하세요!!! 왜 이기는 것인 지 설명합니다!!! 여기서 저 파란 검을 든 플레이어가 스킬을 사용해 하단을 노릴 겁니다. 그럼 상대는 당연히 막겠죠? 왜냐! 피하면 이길 방법이 없거든요. 똑같이 스킬을 사 용해 맞받아칠 겁니다.”
이후의 상황은 현우의 말대로 흘러 갔다.
영상 속의 플레이어들은 스킬을 사 용해 공격을 주고받았다.
거기까지 본 현우가 영상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보세요, 맞죠?”
- 근데 이 정도는 누구나 예상하지 않 나 7
- 나도 쟤가 맞받아칠 것 같았음.
- 저런 건 심해 플레이어인 나도 안 다.
시청자들은 현우의 말을 당연하게 여겼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본 현우가 다음 상황을 예 측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느냐. 이번에 는 방어한 쪽에서 공격할 겁니다. 왜냐면 지금 싸움에서 이겼거든요. 발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란 검을 든 플레이어가 미세하게 더 뒤쪽에 있습니다. 스펙이 상대적으로 달린 다는 거죠. 기세를 잡았을 때 그것 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게 일정 랭킹 이상 플레이어들의 기본입니다.”
현우가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이번에도 현우의 말처럼 전투가 진 행됐다.
은빛 검을 든 사내가 파란 검을 든 사내를 향해 검을 빠르게 휘둘렀 다.
받은 충격이 적은 만큼 후속타를 빠르게 내지를 수 있었다.
“이 전투는 그럼 이쯤 보겠습니다. 뭐, 뻔한 거 보면 뭐합니까. 다음에 는 제 영상이나 보죠.”
보고 있던 영상을 종료한 현우는 뻔뻔하게 자신의 영상을 눌렀다.
- 전투를 보는 눈에 놀라야 하는데 너 무 뻔뻔해서 다른 곳에 놀란다.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여러모로 감탄했다.
현우의 안목과 그 뻔뻔함에 대해.
***
- 이곳은 아레나 리그 승부 조작 재판 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입 니다. 현재 법원 안에서는 최종 선고가 내려지고 있습니다.
젊은 남자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법원 앞에서 또박또박 말했다.
아레나 리그 승부 조작 재판.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이 재판을 주 목했다.
승부 조작 논란이 터진 국가들은 있지만, 재판을 진행 중인 것은 오 로지 한국뿐이었다.
“오랜만에 짜장면 먹으니까 맛있 네.”
현우가 한가득 욱여넣었던 짜장면 을 삼켰다.
“그게 중요하냐? 지금 재판 결과가 나오는데?”
영찬이 현우를 타박했다.
그러면서도 그 역시 테이블에 놓인 튀김 한 점을 집었다.
붉게 덮인 소스가 아름다운 깐풍기 였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텔레비전의 소 리를 뒤덮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
영찬이 두 눈을 크게 뜨고는 현우 에게 깐풍기를 추천했다.
“맛있네. 다음부터는 이 집에서만 시켜야겠다.”
깐풍기를 집어먹은 현우가 감탄했 다.
그러나 얼굴이 곧 시무룩하게 변했 다.
“근데 우리 짜장면 또 언제 먹을 수 있냐? 다음 주 주말?”
“다음 주에 치킨을 포기하면 짜장 면을 먹을 수 있지. 근데 그게 될 까?”
“닭가슴살을 맨날 먹잖아. 될 거야, 아마도….”
영찬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이 잘게 떨리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때 였다.
텔레비전에서 나온 소리에 현우와 영찬, 두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 긴급속보입니다. 최종 판결이 나왔 습니다. 검찰 측의 구형이 그대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현우와 영찬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 러졌다.
그러고는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아니…. 그래서 몇 년인데?”
“아니…. 그래서 몇 년인데?”
두 사람의 고개가 서로를 향해 돌 아갔다.
손에 쥔 나무젓가락을 놓고 손을 뻗었다.
“찌찌뽕!”
“찌찌뽕!”
허공에서 네 개의 손이 수차례 부 딪 쳤다.
경합의 승자는 현우였다.
영찬보다 강도 높은 PT를 견딘 결 과 이제는 영찬과의 싸움에서 그를 압도했다.
“야, 야, 야. 놔라, 빨리 놔!!!”
영찬은 그의 몸을 꼬집은 현우의 손을 빠르게 두들겼다.
현우가 영찬의 몸에서 손을 뗀 것 은 텔레비전 속의 기자가 말을 잇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재판부는 승부 조작을 묵인한 박정 현 전(前) 감사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뒷배를 봐주고 집행유예 2년이면 너무 약한 거 아냐?”
영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승부 조작이 살인이나 폭행과도 같 은 중범죄는 아닐지언정 절도 같은 경범죄도 아니었다.
형량이 너무 낮았다.
“어쩔 수 있나. 대신 저 사람의 인 생은 끝났으니까. 그걸로 만족해야 지.”
현우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짜 장면 흡입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기자의 말은 계속됐다.
- 선수들의 형량 역시 검찰의 구형대 로 나왔습니다. 얼마나 승부 조작에 적 극적으로 참여했는지와 금전적 보상을 중점적으로 살핀 결과 최소 집행유예 6 개월부터 최대는 집행유예 없이 실행 2 년까지도 선고됐습니다.
“이번에는 주도자라 이건가?”
현우가 입가에 묻은 짜장의 흔적을 휴지로 닦으며 말했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나름대로 합 리적이 었다.
‘그중에서도 피해자는 있기 마련.’
모두가 승부 조작에 적극적인 것은 아닐 터였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선수도 있 을 것이다.
‘그래도 범죄 행위는 범죄 행위니 까.’
무죄는 힘들었다.
“그럼 누가 남았지? 감독 한 명만 남은 건가?”
영찬이 탕수육을 소스에 찍으며 말 했다.
현우 역시 탕수육을 집어 소스에 푹 담갔다가 뺐다.
그러고는 바로 그의 입속에 집어넣 었다.
“감독하고 구단주가 남았지. 사실 둘이 주도자들이니까. 아직 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못 잡았다 며. 해외에 있어서.”
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 가 말을 시작했다.
- 빅스타즈의 구단주였던 김준호 씨의 경우에는 징역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죄목은 승부 조작을 주도했다는 혐의입 니다. 감독이었던 윤현구 씨 역시 마찬 가지입니다. 선수들을 협박하고 승부 조 작을 강요,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법원의 입구에서 푸른 수의를 입은 사람들 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후련한 얼굴을 한 사람도 있었고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도 있었다.
전자는 어려 보이는 사람들, 선수 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그냥 어린 선수들밖에 없었 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어두 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윈터 리그는 볼만하겠는데?”
“나 때문에?”
영찬이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을 현우가 하이에나처럼 낚아챘다.
“너 말고, 인마. 그냥 새 얼굴들이 많아질 거 아냐. 빅스타즈 빼고도 중하위권 팀에서는 적어도 두 명씩 은 나갔으니까.”
“내가 재밌게 딱 휩쓸면 되는 거 아니냐.”
현우는 영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화자찬을 시작했다.
“요새 약 안 먹냐? 완전히 미쳤네, 이거.”
영찬이 현우를 보고 고개를 수차례 저었다.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 다.
현우는 말없이 남은 짜장면을 삼키 듯 먹었다.
씹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짜장면을 해치운 현우가 영찬을 향해 말했다.
“네가 치워라. 나는 좀 나갔다 올 게.”
현우가 나무젓가락을 내려놓고 그 의 방 안으로 튀어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