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349화 (350/939)

제 348화

까득!!!

현우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여 블 러드 울프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왼발을 축으로 빙그르르 돌 며 현천도를 휘둘렀다.

촤아!!!

현우의 머리를 부수려던 블러드 울 프의 허리가 도리어 두 동강이 났 다.

- 블러드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쉴 새가 없었다.

곧장 또 다른 블러드 울프가 현우 를 덮쳤다.

‘아, 좋다.’

현우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기꺼워 했다.

몬스터가 덤비면 전투는 일찍 끝난 다.

굳이 다른 곳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주인 놈아!!! 한 방 간다!!!” 현우의 등 뒤로 탱이의 외침이 들 려왔다.

번쩍.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탱이가 나타날 때보다 훨씬 밝은 빛이었다.

“탱이야!!!”

현우가 소리를 질렀다.

눈은 당연히 감았다.

어둠에 적응한 현우의 눈이 이런 빛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블러드 울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심했다.

이들에겐 빛이란 허공의 달빛뿐이 었다.

“깨갱!!!”

블러드 울프의 입에서 개 짖는 소 리가 흘러나왔다.

이 울음소리는 3초가 지나가기 전 에 다시 터져 나왔다.

탱이가 만들어낸 푸른 스파크를 튀 기는 창이 블러드 울프의 몸을 쑤셨 기 때문이었다.

“깽!!!”

현우는 꼬챙이에 꽂힌 돼지처럼 몸 에 푸른 창에 몸이 꿰뚫린 블러드

울프를 그대로 베어냈다.

- 블러드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탱이가 전투에 참여하자 블러드 울 프들이 나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녀석 중 일부가 탱이와 파이오니어 길드를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흔히 말하는 어그로가 튄 것이었 다.

‘도울 필요는…. 없겠네.’

케트와 쥬얼이 이미 진형을 짠 채 로 블러드 울프를 막아서고 있었다.

블랙 배트라도 있었다면, 위험했을 터였다.

그러나 블랙 배트는 애당초에 현천 폭에 난도질당해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현우는 파이오니어 길드와 탱이에 게 뒀던 시선을 거뒀다.

아직 그의 앞에도 네 마리의 블러 드 울프가 남아 있었다.

“인간, 너무 약한 거 아닌가. 몸은 굼뜨고 머리는 딱딱하게 굳었다. 반 응하지 못할 거면 예상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탱이는 마하의 어깨에 편안히 앉아 케트와 쥬얼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아군의 기를 꺾는 기가 막힌 한 수였다.

“쯧쯧…. 주인 놈 같았으면 진작 다리를 자르고 허리를 갈라 바닥에 핏물이 홍건하게 만들었을 텐데….”

탱이의 계속된 채찍질에 마하가 얼 어붙은 얼굴로 말렸다.

“이제 그만하는 게 어때? 쟤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거야. 골목대 장이랑 비교하면 안타까운 실력이긴

하지만….”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하의 입꼬리가 슬쩍슬쩍 움찔거렸다.

웃음을 애써 참고 있었다.

“저 새끼가?”

그것을 눈치챈 쥬얼이 이를 갈았 다.

그러나 세 마리의 블러드 울프를 막는 데 여념이 없는 쥬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계속해서 이를 갈며 호시탐탐 그를 노리는 블러드 울프를 쳐내는 일뿐.

“그래서 내가 도와준다. 약자는 도 와야 한다고 배웠다.” 탱이는 마하의 정수리에 구슬을 놓 고 앞발로 붙잡았다.

그러고는 마력을 불어넣어 마법을 캐스팅했다.

허공에 탱이의 앞발만 한 크기의 매끈한 구슬들이 생겨났다.

가까이에서 본 구슬의 표면은 불타 오르는 것처럼 일렁거리는 무늬 새 겨져 있었다.

쌔애액!!!

푸른 구슬은 소름 끼치는 파공성을 내며 블러드 울프를 노렸다.

블러드 울프는 당연히 좌우로 움직 이며 푸른 구슬을 피했다.

그러나 케트와 쥬얼이 그것을 제지 했다.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 블러드 울프 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거기에 탱이의 섬세한 마법 컨트롤 이 빛을 발했다.

푸른 구슬은 블러드 울프의 등에 정확히 안착했다.

쨍!!

구슬이 깨지며 블러드 울프의 털에 푸른 불이 옮겨 붙었다.

불은 빠르게 불러드 울프의 털을 태웠다.

블러드 울프는 자신의 몸을 연료로 삼아 어둡던 세상을 환하게 빛냈다.

“끄으응!!! 끙!!!”

꼬리에 불이 붙은 개처럼 아니, 늑 대가 뛰어다녔다.

그것도 잠시.

아무리 뛰어도 불이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자 블러드 울프는 전략을 바 꿨다.

거뭇한 풀들이 무성한 바닥에 구르 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흥, 덩치가 크다고 다가 아니다.”

다시금 탱이의 구슬이 빛을 뿜었 다.

허공에 작은 얼음송곳들이 생겨났 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블러드 울프를 노리고 떨어졌다.

푸슈슈슈슉!!!

블러드 울프의 전신에 빼곡히 푸른 송곳이 박혀 들었다.

치이이이익!!!

하얀 수증기가 순식간에 블러드 울 프의 몸을 뒤덮었다.

잠시 후, 수증기가 사라졌다.

블러드 울프는 미동도 없었다.

죽은 것이었다.

- 블러드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 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말이 돼?’

아스보다 센 것 같았다.

골목대장은 괴물이었다.

그 펫도 괴물이었다.

‘이러니 혼자 사냥할 수 있는 것일 지도….’

영상으로 접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 의 충격이었다.

“주인 놈도 사냥이 끝난 모양이다. 어서 주인 놈한테로 가자.”

마하는 탱이가 말을 했을 때야 비 로소 정신을 차렸다.

경악에서 빠져나온 것이었다.

“알았어.”

마하는 탱이를 어깨 위에 올린 채 로 현우를 향해 걸어갔다.

그 이후로도 열 번이 넘는 대규모 전투가 펼쳐졌다.

전투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졌다.

안개로 휩싸인 그곳에 가까이 갈수 록.

“와, 이제야 보이네요.”

현우가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우의 말처럼 이제야 안개에 휩싸 인 그것이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성이었다.

끝을 모르고 솟아오른 성벽과 그 너머로 보이는 뾰족한 성의 지붕.

“무슨 마왕성인가? 크기 한 번 웅 장하네.”

현우는 닉스의 저 말에 공감했다.

마왕성.

그 정도는 아니라도 꽤 음산한 몬 스터가 보스 몬스터로 있을 것 같았 다.

‘마왕은 아직 마계가 안 나왔으니 까…. 나올 리가 없고. 뭐지?’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보스 몬스터로 뭐가 나올지보다 심 각한 것은 따로 있었다.

“성이 이렇게 크니까…. 보스 룸까 지 가는 것도 한세월이겠는데요?”

아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성은 우라지게 컸다.

안개 뒤로 언뜻 보이는 실루엣만으 로도 대충 가늠이 됐다.

“저 성만 해도 어지간한 던전형 인 던만 한 크기인데요?”

현우가 아스의 한숨에 한숨을 더했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문까지 이들 을 막아서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문도 열려 있어.”

일이 풀리려는 것인지 성문도 열려 있었다.

이들을 반기는 것처럼.

완전히 개방된 상태였다.

앞장서는 현우의 손에는 환하게 빛 이 나는 횃불이 들려 있었다.

인벤토리에 횃불이 있다는 것을 아 까의 전투가 끝난 뒤 생각해내고는 그 이후로부터 횃불을 들고 다녔다.

성문을 거쳐 성안으로 들어서자마 자 이들은 사우스락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흡혈귀.”

“뱀파이어.”

성 곳곳에는 관이 세워져 있었다.

이런 관이 있는 곳에 나오는 몬스 터들은 대개 뻔했다.

언데드와 뱀파이어.

그러나 성 밖에서 본 블러드 울프 와 블랙 배트의 존재가 언데드라는 선택지를 지워버렸다.

‘이거 웬 떡이지?’

현우는 성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정 신이 확 뜨이는 것이 느껴졌다.

성의 곳곳을 채운 관을 보자 그가 가진 칭호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뱀파이어 자작 살해자]

밤의 귀족, 뱀파이어를 살해한 모험가 에게 주는 칭호. 높은 계급의 뱀파이어 를 사냥할 시 칭호가 성장한다.

효과 : 모든 스탯 +50, 뱀파이어를 상 대 시 공격력이 5% 상승한다.

‘오늘 칭호 업그레이드를 하는 날 인가.’

좋은 기회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현우는 파이오 니어 길드와 함께 던전을 돈 보람이 있었다.

오늘 하루를 던전 사냥으로 날려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마하 님의 역할이 중 요해지겠네요. 만에 하나 뱀파이어 가 보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하나는 언데드일 테니…. 신성 마법이 강력 한 건 매한가지일 테니까요.” 현우가 아직도 탱이를 어깨 위에 올린 마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하는 갑작스러운 현우의 말에 당 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탱이야, 그만 내려와. 부담스러워 하시잖아.”

마하의 표정을 본 현우가 탱이에게 말했다.

“알았다, 주인 놈아.”

탱이는 마하의 어깨에서 뛰어내렸 다.

조금도 소리가 나지 않고 조용히 착지했다.

그러고는 현우에게 다가와 허벅지 를 쿡쿡 찔렀다.

현우는 허리를 살짝 숙여 상체를 앞쪽으로 내밀었다.

탱이는 현우의 몸에 경사가 생기자 순식간에 타고 올라가 어깨에 안착 했다.

“가자, 주인 놈아.”

탱이는 현우의 정수리에 자신의 턱 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탱이는 이동 수단을 바꿨다.

조금 더 안락하고 편안한 것으로.

*** 성안은 적막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덮치던 성 밖과 는 정반대였다.

완전히 상반됐다.

심지어 평화롭다는 말도 잘 어울렸 다.

현우와 파이오니어 길드는 길게 이 어진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몬스터는 나오지 않지만,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적응이 안 되네.”

“더 불안한 건 기분 탓이겠지?” 닉스와 쥬얼이 급변한 주위 환경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차라리 계속된 전투가 편했다.

언제 덮쳐질지 모른다는 것은 신경 이 꽤 많이 쓰였다.

“이 성 전체가 보스 룸일 가능성도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리고 이 성에서 나타나 봐야 얼마나 나타날까요.”

현우는 속 편한 말을 꺼냈다.

현우는 정말 긴장을 푼 상태였다.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탱이와 장난 을 치기 바빴다.

“나만 믿어라.” 탱이가 현우의 머리 위로 구슬을 내리치며 말했다.

탱이에게 얻어맞은 현우가 횃불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탱이의 뒤통 수를 두들겼다.

따닥!

현우는 한 대를 쳤지만, 흐릿한 그 림자가 나타나 탱이의 뒤통수를 한 대 더 후려갈겼다.

“망할 주인 놈. 한 대를 맞고 두 대를 치다니. 반칙이다!!”

믿음이라고는 조금도 생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대를 때리면 두 대 맞을 각오 는 해야 하는 거야, 탱이야. 세상이 그렇게 험하다.”

현우는 그 말과 함께 탱이의 뒤통 수를 한 번 더 때렸다.

따닥!

탱이는 뒤통수에서 따끔한 고통과 함께 열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이씨…. 망할 주인!!!”

탱이는 구슬을 없애버리고 두꺼운 발바닥으로 현우의 정수리를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우는 탱이의 행동을 가볍 게 무시했다.

큰 고통이 아니기도 했고 이 정도 면 탱이와 까불거리는 것은 충분했 기 때문이었다.

‘진짜 보스 룸까지 아무것도 안 나 왔으면 좋겠네.’

현우는 속으로 미약한 소원을 빌었 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기나긴 통로의 끝을 걸어갈 때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닫혀 있던 관이 열리지도 않았고 어디선가 문을 열고 나타나는 이들 도 없었다.

평화롭게 복도의 끝에 있는 문 앞 에 설 수 있었다.

“이 안이 마지막이겠죠?”

케트가 염원을 담아 문을 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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