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0화
[골목대장의 사과와 중대 발표하는 스 트리밍]
아레나 한국 리그의 개막전이 끝난 다음 날.
목요일은 본래 현우가 스트리밍을 하는 날이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우가 스트리밍을 켰다.
- 사과?
- 중대 발표는 또 뭐지?
-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 왠지 불안한데….
시청자들은 갑작스러운 스트리밍에 좋아하지 못했다.
꺼림칙한 방제가 그것을 막고 있었 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골목대장입니 다. 갑작스러운 스트리밍에도 이렇 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면을 쓴 현우가 나타났다.
현우는 차분한 어조로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일단 다시 한 번 사죄드리겠습니 다. 제 개인적인 일로 어제 인터뷰 를 끝내지 못하고 먼저 돌아가게 돼 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 습니다.”
현우는 일단 허리부터 굽혔다.
풍성한 모발로 가득한 그의 정수리 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허리를 접 었다.
- 사과는 됐고 중대 발표가 뭐죠?
- 급한 사정이 있으면 그럴 수도 있 지.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면 심각 했겠지.
-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중대 발표는 듣지 않는 걸로 하죠.
시청자들은 현우의 사과를 받아들 였다.
애초부터 기분 나빠하는 이들은 별 로 없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인터 뷰를 박차고 나갈 정도의 사정은 많 지 않았다.
정말 급한 사정이 아닌 이상 그런 좋은 기회를 자기 손으로 던진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합니 다. 중대 발표는 다른 것이 아니 라…. 앞으로는 스트리밍을 일주일 에 한 번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뭐??!!!
- 장난치지 까///
- 그건 아니 되는 말이오!!!
-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이어진 현우의 말에는 시청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일은 쉬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 었다.
가뜩이나 적은 스트리밍이 반으로 줄어든다니.
일주일에 딱 한 번으로.
“정확히 두 달 동안만 그렇게 하겠 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그게 부담스러웠다.
스트리밍하는 것 자체는 괜찮았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그 시간대가 묶 이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으니 까.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니까.’
“제가 한 말은 꼭 지키는 사람입니 다. 허언하지 않습니다. 한 번만 믿 어주세요.”
현우는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말 했다.
- 두 달? 프로 때만 줄이겠다는 거임?
- 그런 거 같은데? 두 달이면 윈터 리 그 끝나니까.
- 홈…. 한 번이라….
- 그래도 너무 적은데….
시청자들은 현우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주 1회 스트리밍.
너무 짰다.
그때 현우가 시청자들이 반길 만한 얘기를 꺼냈다.
‘벌충은 해야지….’
“윈터 리그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 는 듯 두 번으로 돌아올 거고. 아레 나 위크가 끝나면 한 달 동안은 주 3회 스트리밍을 하겠습니다.”
현우는 이미 대안을 전부 생각해 놓았다.
지금 못하는 스트리밍은 프로게이 머 은퇴 이후에 채우는 것으로.
- 네 번이 비는데?
- 멍청아. 그냥 좋다고 그래. 네 번 채
워주는 게 어디야.
- 님 뉴비세요? 골목대장 스트리밍 원 투데이 봄? 그냥 주는 대로 받으셈.
- 괜히 나불대다가 저것마저 뺏기는 수가 있다. 조용히 받자.
시청자들은 알아서 현우의 말에 반 발하려는 이들을 제거했다.
전초제근.
뿌리까지 뜯어버렸다.
심지어 아예 그런 채팅을 보지 못 하게 일부러 긍정하는 내용의 채팅 을 무지막지하게 쏟아냈다.
“다음 주부터는 리그 경기가 끝난 다음 날에 스트리밍을 켜도록 하겠 습니다. 경기 얘기나 다른 콘텐츠도 계속 준비해 보겠습니다.”
현우는 빠르게 올라오는 ‘oo’과 ‘그렇게 하세요.’ 등의 채팅들을 보 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제 경기 얘기를 해보겠습 니다. 제가 하는 설명은 재미가 없 을 테니 궁금했던 얘기나 그런 것을 좀 받아볼게요.”
- 맞다, 왜 그렇게 잘생겼음?
-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 냐!!!
- 저렇게 생겨야 꼬치 하나를 사도 두 개를 받는구나. 내가 이제는 잘 알겠 다!!!
-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경기에 관한 얘기는 전 혀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기억나는 게 없었으니까.
그냥 현우가 모조리 부셔서 끝이 났다는 것만 기억했다.
오히려 기억에 남은 것은 말도 안 되는 현우의 외모였다.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정말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
거기에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 한 사람이 있었다.
- 거기에 게임도 잘해.
- 돈도 잘 벌지.
심지어는 게임도 잘하고 돈도 잘 벌었다.
성격도 까칠하기는 했지만, 나쁘지 는 않았다.
완벽했다.
아니, 완벽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도 흠이 있었다.
- 그래도 여자친구는 없어.
- 공격 중지, 아군이다!!!
- 그래. 그만하자. 우리 편이야.
- 저렇게 잘난 형도 우리 편이니까-. 내가 이상한 게 아니야.
골목대장은 솔로였다.
대다수 시청자들과 같은 솔로.
그렇기에 더 이상의 공격은 이뤄지 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오로지 찬양만이 남아 있었다.
- 역시 우리 형님.
- 이길 줄 알고 있었습니다.
- 저도 믿고 있었습니다.
시청자들과 즐거운 소통을 마친 현 우는 기분 좋게 움직였다.
‘스트리밍은 이제 힐링용이다.’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나는 그 날까 지는 그럴 것 같았다.
그냥 얘기만 나누는 용도로.
굳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기분 좋 아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게 천직인가….’
현우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황궁이 었다.
르브론이 귀환했다는 소식을 들었 다.
그렇다면 당연히 돌아가는 것이 도 리였다.
떡고물이 떨어져 있을 테니까.
황궁은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산했던 전과 달리 무척이나 붐볐 다.
수천 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가 몰 려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고급스러운 옷차 림을 하고 있었다.
‘ 귀족들인가?’
현우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사람들 을 살폈다.
현우가 만난 귀족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문관이나 영 주라기보다는 그냥 기사단장이나 장 군 같은 무관들이 다수였다.
아니, 전부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정도로 치우쳐진 상태였다.
하지만 현우는 금세 다시 발길을 돌렸다.
신기한 건 신기한 것이었다.
저런 게 현우에게 이득을 주지는 않았다.
‘저놈들 중 누군가가 내 험담을 했 겠지.’
좋은 감정도 없었다.
황제에게 일전에 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앙금은 깊숙한 곳에 침잠되어 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풀어낼 생각 만 하고 있었다.
현우는 자연스럽게 황제가 있는 대 전에 입장했다.
대전에는 황제만 있는 게 아니었 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딱 맞춰 왔네. 지금 백작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왔느냐? 이쪽으로 오너라.”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은 둘이 었다.
권좌에 몸을 파묻은 황제와 그런 황제를 째려보는 르브론.
다른 귀족들은 두 사람의 기에 눌 려 아무런 행동도 못 한 채 그냥 벌벌 떨고만 있었다.
“스승님께서 돌아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제가 잘 맞춰 온 것 같습니다, 폐하.”
현우가 합류한 곳은 저들처럼 얼어 있는 북극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동산이었다.
“오늘도 안 오면 강제로라도 부르 려 했으니 잘 온 셈이지.”
황제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귀족들의 몸이 움찔움찔 떨 려왔다.
단지 황제가 움직였다는 이유만으 로.
“사절단은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 아왔습니까?”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 내가 직 접 움직였는데.”
“좋은 결과는 무슨…. 저놈은 자신 과 키온 기사단밖에 모르는 멍청이 다. 사절단을 매번 그렇게 꾸릴 수 도 없는 노릇이거늘…. 제대로 된 길조차 알아 오지 않았지.”
황제가 우쭐거리는 르브론을 타박 했다.
‘ 길?’
“무슨 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번에야 저놈과 네 녀석 그리고 키온 기사단이 직접 산맥을 넘었다. 그러나 다음에도 그럴 수는 없는 법 이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모험 가들에게 맡길 수만은 없는 일이 다.”
황제의 말이 끝나자 몇몇 귀족들이 입술을 달싹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그중에 다른 이들보다 용기가 있던 귀족이 기어코 말문을 뗐다.
“폐하, 다른 모험가들도 수준이 높 사옵니다. 이미 산맥을 넘은 경험이 있는 이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 고 있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다른 모험가 들에게도 기회를 주시는 것이 어떻 사옵니까? 그들도 명예로운 제국의 귀족이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제국을 위해 헌신할 것이 분명하옵니다.”
귀족들은 황제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듯 절박하게 얘기했다.
황제는 그런 귀족들을 심드렁한 표 정으로 지켜봤다.
귀족들의 말에서 아무런 흥미를 느 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사절단을 호위하 면 키온 기사단만큼 안정적인가? 아 니면 강현우 백작만큼 강한가? 그들 모두가 달려들어도 백작 하나만 못 할 것 같은데 그게 내 착각인가? 그대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어. 제국 에 대한 충성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강함, 강함이야.”
황제의 말에 귀족들은 꿀 먹은 벙 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황제와 르브론이 있는 한 어지간한 무력으로는 반란을 일으킬 수가 없 었다.
그러니 저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가 질 수 있었다.
“그래도 공평하게 기회는 줘야겠 지. 지도를 완성해 오라. 산맥을 넘 을 수 있는 길이 담겨 있는 지도 를.”
귀족들은 갑작스러운 황제의 말에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기회를 준다니.
“감사하옵니다, 폐하.”
귀족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었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한번 해본 소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것을 황제가 들어준 것이 었다.
“그대들은 이제 돌아가도록. 두 사 람과 나눌 얘기가 있으니.” 황제의 말에 귀족들이 밀물처럼 빠 져나갔다.
“서운한가?”
황제는 그런 귀족들을 보며 현우에 게 물었다.
현우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대놓고 밟아라, 제자야. 실력에 눌 리면 그다음에는 아무런 말도 못 하 는 것이 저들의 습성이다. 네 녀석 도 세력이 있지 않으냐.”
르브론이 현우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가 겪은 귀족들에 대해 말해준 것이었다.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제가 그 정 도는 됩니다, 스승님.”
“그래, 내 제자가 그 정도는 돼야 지.”
현우의 호언장담을 들은 르브론이 웃었다.
그는 현우의 저런 자신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안내했던 그 경로만 그려 오}. 더는 필요도 없을 것 같군. 그 정도면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도 넘 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지.”
황제의 말이 끝나자 현우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산맥 지도 제작]
동대륙과 서대륙의 교류를 위해 양 대 륙의 사절단이 지나다닐 길을 찾자.
등급 : S
조건 : 지도 제작 0/1
보상 : 경험치, 황실 기여도.
‘왜 이렇게 보상이 짜.’
요즘 따라 퀘스트의 보상이 점점 짜지는 것 같았다.
특히 황제가 주는 퀘스트는….
‘깡통 천지야, 그냥.’
현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했던 떡고물은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는 역시 깡통이 제일 요란했다.
“최대한 빨리 지도를 완성해 오겠 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