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381화 (382/939)

제 381 화

“누나, 지금이야.”

이훈이 성문 밖으로 뛰쳐나오는 엘 런 웨이즈 선수들과 병사를 보며 말 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전략 회의 시간에 수없이 나왔던 상황이었다.

‘떨지 말자.’

그래도 조금은 떨렸다.

사실상 지금 이 순간이 크레센트문 의 실질적인 데뷔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1주차 경기는 크레센트문의 데뷔가 아니라 골목대장의 데뷔였 다.

골목대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해결했기에.

“알았어. 전부 쓰면 되는 거지?”

써니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음에도 굳이 말했다.

확인받고 싶은 것이었다.

혹시라도 착오가 있을까 싶어.

“마력도 막 써요. 제가 버프 드릴 게요.”

그런 써니의 마음을 알아본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마력 회복 속도 를 올려주는 버프를 시전했다.

[달빛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마력이 지속해서 회복됩니다.]

[이동속도가 상승합니다.]

a으 ”

O .

써니는 유리의 버프를 확인하고 곧 장 그녀가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언데드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아무 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나타났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목이 없었다.

그들의 목은 자신들 손에 들려 있 었다.

목이 없는 기사, 듀라한들이었다.

듀라한 다음은 마법사였다.

듀라한의 갑옷에 밀리지 않는 화려 한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스켈레톤 메이지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기의 언데드가 추가 됐다.

검은 불길에 휩싸인 해골마를 타고 나타난 기사들.

듀라한들도 분명 말을 타고는 있었 다.

그러나 그들의 말보다 지금 나타난 기사들의 말이 족히 두 배는 컸다.

이들은 단 셋에 불과했지만, 수십 의 듀라한보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의 이름은 데스 나이트였다.

데스 나이트는 시커먼 죽음의 오오 라를 내뿜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집 중시 켰다.

써니는 소환된 언데드들에게 다시 금 지팡이를 휘저었다.

지팡이 끝 구슬에서 쏘아진 검은 기류가 언데드들의 몸에 흡수됐다.

“난 준비 끝냈어.”

언데드들에게 버프까지 시전한 써 니가 약간은 창백해진 표정으로 말 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 직업 참 좋다. 부러워.”

이훈이 감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 다.

그의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꽤 담겨 있었다.

써니가 소환한 언데드들은 하나같 이 강력한 언데드들이었다.

듀라한이나 스켈레톤 메이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강력한 언데드였 다.

심지어 데스 나이트는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들이 거의 없었다.

써니야 직업 스킬로 데스 나이트를 소환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반 네크로맨서들은 데스 나이트 소환 스킬이 없었다.

따로 스킬 북을 구해 익혀야 했다.

“그럼 네 컨트롤을 저 누나한테 주 는 게 어때? 그다음에 네가 네크로 맨서 하면 되잖아.”

그 말을 들은 메이슨이 이훈에게 말했다.

이훈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그건 됐어. 그냥 난 성기사로 만 족할래.”

그렇게는 절대 바꾸고 싶지 않았 다.

써니의 희귀 직업은 분명 부러웠 다.

하지만 그 대가로 써니의 컨트롤을 갖는 것은 최악이었다.

곁에서 겪었기에 그 사실이 더 끔 찍하게 다가왔다.

“둘 다 집중해. 이제부터는 딴소리 할 여유 없으니까.” 유리가 이훈과 메이슨을 타박했다.

지나친 긴장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너무 풀어져 방심하 는 것도 결코 좋지는 않았다.

“연습했던 대로 언데드와 훈이가 앞을 맡고 메이슨하고 스켈레톤 메 이지가 뒤에서 마법을 쓰는 거야. 드웨인 씨는 저희를 지켜주시면 되 고요.”

유리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자 신들이 준비한 것을 상기시켰다.

정말 다른 선수들이 잊었을까 봐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녀를 포함한 모두에게 긴장감을 세워주기 위함이었다.

“듀라한과 데스 나이트는 앞으로 나가 싸우고 스켈레톤 메이지는 내 옆으로 와 마법을 준비해.”

써니는 멀리서 달려오는 엘런 웨이 즈 선수들을 보며 언데드들에게 전 열에 대한 명령을 내렸다.

본격적인 공성전의 시작이었다.

‘잘 싸우고 있네.’

현우는 멀리서 크레센트문의 다섯 명과 엘런 웨이즈의 여섯 명이 싸우 는 것을 지켜봤다.

원래 다른 크레센트문의 선수들이 아는 것은 이쯤에서 현우가 무슨 행 동을 해야 했다.

그게 뭐가 됐더라도.

그러나 현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 다.

홀로 성벽을 타고 넘지도 않았고 성문을 부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 았다.

그저 지켜만 봤다.

그게 오늘 그가 홀로 떨어진 이유 였으니까.

‘여기서 확실히 증명해.’

현우는 저들이 보여주기를 바랐다.

골목대장의 병풍이 아니라 크레센 트문의 일부임을.

그래서 지금 이렇게 뒤로 한발 물 러서 있는 것이었다.

‘준비한 만큼만 보여주면 돼.’

현우는 선수들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 *

“아!!! 써니 선수의 언데드가 엘런 웨이즈의 발을 아주 잘 묶고 있습니 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 습니다!!!”

장준형의 왼쪽에 위치한 해설자, 이왕훈이 소리쳤다.

지금 상황은 무척 이상하게 돌아갔 다.

예상과는 다르게 골목대장이 없는 크레센트문이 완전한 상태인 엘런 웨이즈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물론 절반에 해당하는 여섯 명과 의 전투지만, 크레센트문은 골목대 장을 뺀 다섯입니다!!!”

엘런 웨이즈의 남은 여섯 명은 현 우의 깜짝 행동을 막기 위해 성벽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이건 비단 현우가 아니라 그 어떤 선수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터 였다.

모두가 뛰쳐나갔을 때, 상대가 성 벽을 넘어 성내에 진입해 내정실을 점령하면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게 된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하 는 것이었다.

프로 경기의 대부분은 전멸로 끝이 나지 내정실을 점령당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그렇기에 점령으로 패배하는 것은 굴욕이 었다.

“아!!! 엘런 웨이즈의 병사들이 전 멸당했습니다. 크레센트문의 병사들 이 너무나 강합니다. 특히 앞선 라 인의 흑기사들이 무차별적으로 학살 을 일삼았습니다.”

그 순간 엘런 웨이즈의 상황이 암 울하게 변했다.

써니의 언데드와 이훈에게 발이 묶 인 사이, 그들이 데리고 온 병사들 이 프니스의 병사와 기사들에게 힘 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모조리 죽은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단 심리적으로 몰 릴 수밖에 없습니다. 크레센트문의 병사들이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지 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거 든요!!”

이왕호의 반대편에 앉은 해설자, 채윤호가 말을 덧붙였다.

선수에 비하면, 병사들은 분명 약 했다.

그러나 포위당했다는 것 자체가 주 는 심리적 부담감은 어쩔 수가 없었 다.

그때 메이슨의 마법이 초원을 휘감 았다.

프로 무대에서의 첫 마법이었다.

메이슨의 데뷔는 무척 화려했다.

땅이 흔들리며 갈라졌고 그 사이에 서 날카로운 흙창이 솟아났다.

설명만으로는 아레나의 흔한 마법 이었다.

그러나 그 범위가 남달랐다.

엘런 웨이즈 선수들이 서 있는 땅 주변이 모두 흔들리며 수십 개의 흙 창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메이슨 선수의 마법…. 정말 대단 합니다. 세계의 유명 마법사 포지션 의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 이 없을 정돕니다!!!”

그러나 메이슨의 마법은 무위로 돌 아갔다.

엘런 웨이즈 최고의 에이스, 박한 종이 스킬을 사용해 주변의 마력을 전부 흩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아아!!!”

단단해 보였던 흙창은 메마른 모래 처럼 부서져 내렸다.

박한종의 기합 한 번에.

“문제는 저 스킬을 사용한 이후에 는 박한종에게 걸린 버프도 모조리 사라지거든요! 위기가 될 수가 있어 요, 엘런 웨이즈.”

다만 리스크도 있었다.

메이슨의 마법을 파훼한 대가로 박 한종의 몸에 걸려 있던 버프들도 모 두 사라졌다.

그리고 크레센트문은 그것을 놓치 지 않았다.

세 기의 해골마가 홁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이훈 역시 빠르게 달 리기 시작했다.

목적은 하나.

박한종이 약해진 이 타이밍을 노려 그에게 치명타를 먹이는 것이었다.

엘런 웨이즈에서 박한종의 존재감 은 크레센트문에서의 현우 그 이상 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피해를 줘야 했다.

달리는 이훈의 전신에 하얀 기운이 덧씌워졌다.

그 기운은 곧장 형상을 갖췄다.

방패를 든 거대한 신장이었다.

“방패 성기사의 필수 스킬이죠. 신 장의 부름입니다. 타격 상대에게 높 은 확률로 기절 상태를 유발하는 좋 은 돌진기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대부분 상태 이상을 무시한다는 거 죠.”

신장의 부름.

이왕호의 말처럼 CC(군중제어)기 를 동반한 돌진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그 어떤 스킬보 다 잘 어울리는 스킬이기도 했다. 이훈이 그대로 멈추지 않고 박한종 에게 달라붙었다.

쾅!!!

박한종의 방패와 이훈의 방패가 맞 부딪쳤다.

박한종 역시 신장의 부름 정도의 스킬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방어 력을 상승시키는 스킬은 사용했다.

그러나 형편없이 밀려났다.

버프의 차이였다.

이훈 역시 내로라하는 수준의 랭커 였다.

레벨이 박한종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았다.

“역시 버프가 없는 게 뼈저리죠? 박한종이 밀렸습니다. 박한종이 밀 리면 데스 나이트를 막아줄 사람이 없거든요.”

펑!!!

불길한 검은 기류로 둘러싸인 데스 나이트의 장검이 엘런 웨이즈 선수 의 몸을 휩쓸었다.

“배리어로 막는 것도 한 번입니다, 엘런 웨이즈. 데스 나이트는 세 기 거든요!!!”

처음의 공격은 막았다.

엘런 웨이즈의 마법사가 빠르게 반 응해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데스 나이트는 세 기.

두 번의 후속 공격이 남아 있었다.

해골마가 거칠게 질주했다.

데스 나이트의 두 눈에서 시커먼 안광이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불길한 검은 기류가 쏘아졌다.

촤아아!!!

붉은 피가 솟구쳤다.

엘런 웨이즈의 마법사가 그대로 쓰 러 졌다.

쓰러진 마법사에게 쐐기가 박혔다.

메이슨이 마법으로 상대 마법사의 상처를 헤집었다.

“크레센트문이 완벽한 팀워크를 보 여줍니다!!! 엘런 웨이즈 선수 한 명이 아웃당했습니다. 탱커의 돌진 과 딜러의 마무리. 아주 이상적인 레퍼토리죠.”

치열했던 전투는 그것을 시작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엘런 웨이즈는 여섯 명일 때에도 확연한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수가 줄어 다섯 명이 된 후로는 전투가 더 힘든 게 당연했다.

크레센트문은 부드럽게 흐름을 가 져왔다.

드웨인의 주먹이 불을 내뿜었다.

환한 강기로 휩싸인 그의 주먹이 유리에게 검을 휘두르는 상대 선수 의 복부를 두들겼다.

펑!!!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상대 선 수의 몸이 허공 높이 날아올랐다.

드웨인은 상대를 따라 땅을 강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드웨인은 깍지를 낀 두 손을 강하 게 휘둘렀다.

펑!!!

엘런 웨이즈 선수의 허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는 빠르게 땅바닥을 향해 떨어졌 다.

드웨인은 낙하하는 상대에게 마무 리 일격을 날렸다.

날카로운 기세를 흩뿌리는 강기가 엘런 웨이즈 선수의 등을 꿰뚫었다.

“엘런 웨이즈가 여섯 명으로 다섯 명인 크레센트문을 공략하지 못했다 는 것은 골목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역시 프로 선수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채윤호가 크레센트문의 승리로 끝 난 전투의 소감을 말했다.

그런 그의 눈이 다른 쪽으로 돌아

갔다.

현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현우는 연습한 대로 전투를 치르는 팀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 마음 이 놓였다.

이제 누구도 저들을 깎아내리지 않 을 터였다.

‘내가 모은, 내 사람들인데….’ 아닌 척해도 마음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순간 크레센트문의 전투가 끝을 향해 달렸다.

‘마무리는 내가 해야지.’

저들의 역할은 저걸로 충분했다.

마무리는 현우 자신이 해야 했다.

버스에 탄 승객처럼 가만히 업혀 갈 수는 없었다.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 있던 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탱이야, 몸 한번 풀자. 오늘은 너도 싸워. 거대화는 쓰지 말고.

알았지?”

“알았다, 주인 놈아. 탱이 싸운다.”

탱이는 앞발을 소리 나게 부딪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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