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6화
현우가 프로리그에 한창이던 때.
아레나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골목대장이라는 포식자가 사라지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길드 가 달려들었다.
물론 현우가 실제로 메인 시나리오 라든지 굵직한 퀘스트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퀘스트에 한해서 포기한 것 일 뿐.
그것도 론달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 면, 그냥 끼어들었을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 었다.
현우와 직접 연락이 되는 주룡과 신대륙 길드.
두 길드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길드들만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현 아레나의 세력 상황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마치 골목대장이 나타나기 전의 그 때와 같았다.
퀘스트를 위해 아귀처럼 달려들고 서로에게 날을 세우던 때.
“그러니까…. 지금 우리보고 물러 나라. 뭐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수십명의 인파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분위기는 매우 차가웠다.
금방이라도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 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먼저 발견한 길드가 주인인데요. 그리고 그쪽보 다는 저희가 먼저 발견했고요.”
무리의 가장 앞쪽에 선 사내들이 말싸움을 벌였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상대를 몰아내고 이곳 어딘가에 있 을 퀘스트의 단서를 찾아내는 것.
“평화가 너무 길었나 보군. 이런 밑바닥 인생들에게 도전을 받을 줄 이야.”
독설을 내뱉은 사내, 라 타오핑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뭐?!! 밑바닥 인생? 우리 길드를 어떻게 보고 지금 그딴 말을!!! 당 신이 아무리….”
라 타오핑에게 비하당한 남자는 얼 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거 알아? 먼저 발견한 건 아무 런 소용이 없다는 거? 그건 꿈에나 나오는 아주 이상적인 얘기지.”
라 타오핑은 남자의 말을 끊고는 그의 허리에 메여진 검을 뽑았다.
“그게 무슨….”
“여기서 너희가 죽으면, 이곳은 우 리가 발견한 게 된다는 뜻이지.”
라 타오핑의 검에서 찬란한 빛이 쏘아졌다.
쾅!!!
남자는 강기를 그대로 몸으로 받아 내야만 했다.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날아온 갑작 스러운 공격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었다.
“다른 녀석들이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퀘스트를 찾고 떠난다.”
라 타오핑이 그의 뒤쪽에 선 사내 들에게 명령했다.
그의 명령을 받은 사내들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상대를 덮치기 시 작했다.
‘오랜만에 리우 쉐이에게 연락해야 겠군.’
라 타오핑은 구룡 길드의 사룡이었 다.
* 5|C 5k 집에 돌아온 현우는 곧장 아레나에 접속했다.
아레나에 접속해도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일상이었다.
숨을 쉬는 것처럼 아주 당연한 일 상.
“공사가 끝났다고?”
“예, 백작님. 프니스 복구 겸 발전 공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전쟁이라 도 나지 않는 이상에는 절대 공사가 더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나가봐. 궁금 한 게 생기면 다시 물어볼 테니까.” 현우는 조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 다.
조니는 현우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 고는 덩치에 맞지 않게 총총거리며 내정실을 떠났다.
조니를 내보낸 현우는 곧장 영지 상태창을 켜 현재 프니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영지 상태창.’
[영지 상태창]
영지 명 : 프니스 백작령(前 황제 직 할령)
영주 명 : 강현우
영지 발전도 : 경제 70 군사 87 마법 68 문화 60
영지 인구 : 192,901명
영지 재산 : 16,438골드
소모 비용 : 7,020골드
징수액 : 12,220골드
치안 : 매우 좋음
보유 시설 : 19개(거주 시설 제외)
현 상태 : 키온 기사단원들이 영지를 보살피고 있다. 병력을 육성하며 몬스터 의 침입을 막고 있다. 영지 개발공사가 끝난 상태. 제국 각지에서 귀족과 상인 들이 몰려들고 있다.
영지 상태창을 본 현우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내 돈을 더 쓰지 않아도 돼….’
소득이 소비를 앞섰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 었다.
공사가 끝난 여파도 있을 것이고 프니스가 보다 발전한 이유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건 현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현우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그의 골드가 프니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뿐이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앞으로는 가만히 있어도 골드가 수 급될 것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현우의 강화비로 사 용될 예정이었다.
건틀렛, 가면, 코트, 카루소 세트까 지.
강화해야 할 아이템이 여덟 개나 남아 있었다.
모두 7~8 강화까지만 한다고 해도 소모되는 골드가 어마어마할 것이었 다.
그렇기에 더 기뻤다.
‘밑 빠진 독이 아니라 돈이 나오는 독이 됐네.’
그 외에도 바뀐 것은 많았다.
영지 발전도가 전체적으로 소폭 상 승했고 영지 인구도 꽤 늘어난 상태 였다.
‘보유 시설은 여덟 개나 늘었네?’
심지어 프니스의 주요 시설이 여덟 개나 더 건설이 완료되었다.
이로써 프니스가 더 발전할 여건을 갖췄다.
‘조만간 르브론을 초대해야겠네.’
공사가 끝났으니 뿌렸던 공수표들 을 회수해야 했다.
르브론은 현우 자신의 사부였고 해 놓은 말이 있으니 당연히 와야 했 다.
‘에드찬도 불러야지.’
에드찬도 부를 생각이었다.
동대륙의 술도 대접하고 트레샤와 의 화해도 주선할까 고민 중이었다.
‘관리를 간간이 해줘야 또 나중에 부탁을 하지.’
이번 초대 역시 치밀한 계산을 통 한 계획이었다.
NPC와의 친분은 언제나 소중했으 니까.
‘생각난 김에 가야겠다.’
현우는 지금 바로 초대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많은 경험을 통해 할 일은 바로 해치우는 것이 제일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우가 인벤토리에서 제도로 향하 는 귀환 스크롤을 찢었다.
내정실에서 현우의 모습이 사라졌 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사부님. 오늘은 무슨 부탁 같은 것 을 하러 온 게 아니니까요.”
현우는 그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 는 르브론에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 다.
“그래? 그래, 그럼 오늘은 왜 왔느 냐?”
르브론은 그제야 의심하는 눈빛을 거뒀다.
그러고는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한 표정으로 현우의 말을 기다렸다.
“프니스의 공사가 끝났습니다. 파 티는 못 열어도 한번 오기는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부님?” 현우는 유독 사부님이라는 세 글자 에 힘을 줬다.
현우의 뉘앙스에서 뭔가를 느낀 르 브론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을 본 현우는 르브론이 말을 하기 전, 먼저 선수를 쳤다.
“동대륙의 휴양 도시 느낌을 잘 살 려놨습니다. 동대륙의 먹거리나 술 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은 제가 가져다 놓은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알 아서 해결될 겁니다.”
술이라는 말에 르브론의 구겨졌던 미간이 펴졌다.
거기에 보유한 수량이 한정적이라 는 말에 완전히 넘어간 것 같았다.
늦으면 남는 것이 없다.
그 말에 르브론은 마음을 굳혔다.
괜한 고집 때문에 귀한 술을 놓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당연히 가야지. 제자의 영지가 어 떻게 변했는지는 당연히 알아야지. 간 김에 녀석들도 보고.”
르브론은 심지어 웃으면서 얘기했 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꿨다.
“그래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 지‘?”
“사부님이 만족하실 만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현우도 르브론을 보며 웃었다.
사제가 아주 똑같았다.
르브론의 저택에서 빠져나온 현우 는 곧장 데릭 성으로 이동했다.
데릭 성에는 발터 산맥이 있고 발 터 산맥에는 두 번째 손님이 있었 다.
붉은 모루 일족의 족장, 에드찬. 그가 발터 산맥에 있었다.
그런데 현우가 에드찬의 공방에 도 착했을 때 공방은 차게 식어 있었 다.
문밖에까지 느껴져야 할 열기가 없 었다.
현우는 황급히 공방의 문을 열어 재 꼈다.
“에드찬 님‘?”
공방의 안에는 다행히도 에드찬이 있었다.
아주 묘한 모습을 한 채로.
“인간? 때를 잘 맞춰 왔군. 마침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에드찬은 떠날 준비를 끝낸 상태였 다.
등에는 가방을 메고 허리에는 작은 손도끼를 찼다.
“어디를 가시려고 하셨습니까? 공 방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는 분이.”
그 모습에 현우가 놀라 물었다.
수차례 공방을 방문했지만, 에드찬 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어디기는. 자네의 영지에 가야지. 멍청한 트레샤도 보고. 또 술도 한 잔 얻어 마셔야지.”
에드찬은 뭔가를 마시는 시늉을 하 며 말했다.
‘잘못하면 엇갈릴 뻔했네.’
현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에드찬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
물론 그의 목적지가 프니스였으니 조만간 만날 수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에드찬인 도착했을 때 현우 가 프니스에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 었다.
“운이 좋았네요. 저도 에드찬 님을 모시러 온 것이었는데. 그럼 함께 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현우가 앞장서 공방을 나왔다.
* 水*
에드찬을 데리고 프니스까지 오는 것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현우의 인벤토리에서 프니스로 돌 아오는 귀환 스크롤을 꺼내 찢으면 그만이었다.
현우는 에드찬을 이끌고 트레샤가 있는 프니스 공방에 도착했다.
강!!! 강!!!
현우와 에드찬이 공방 안에 들어섰 을 때 공방은 뭔가를 두들기는 소리 로 가득했디-.
맑고 고운 소리였다.
“트레샤 님이 아무래도 작업 중이 신가 봅니다.”
현우가 옆에서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에드찬에게 말했다.
“아냐, 이건 놈의 망치질 소리가 아니야. 이건 인간의 망치질 소리 다.”
에드찬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황금 망치가 낼만 한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저급했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괜찮을지 모르 나 황금 망치와 비교한다면, 정말 하찮았다.
‘사람의 망치질?’
그러고 보니 에드찬이 들려줬던 소 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기 도 했다.
그 순간 에드찬이 움직였다.
‘ 응?’
에드찬이 허리춤에 꽂아 놓은 손도 끼를 뽑아 들고 공방의 안으로 들어 간 것이었다.
현우는 에드찬의 돌발행동에 놀라 면서도 재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공방 안쪽에는 에드찬의 말처럼 사 람이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트레샤는 한쪽 구석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트레샤!!! 이놈!!!”
그것을 본 에드찬이 호통과 함께 손에 쥔 도끼를 던졌다.
쾅!!!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도끼는 정확 히 트레샤의 머리맡에 꽂혔다.
트레샤는 갑작스러운 진동과 소리 에 눈을 번쩍 떴다.
그런 그의 앞에는 화가 난 표정으 로 서 있는 에드찬이 있었다.
에드찬을 본 트레샤가 혼비백산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형님이 여기에는 어떻 게…?”
“형님? 지금 그런 말이 주둥이 밖 으로 튀어나와? 부족 밖에서 고생이 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어디 게 으름뱅이가 따로 없어. 게으름뱅이 가!!!”
에드찬은 트레샤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쥐어박기 시작했다.
트레샤는 에드찬의 주먹을 피하며 변명을 시작했다.
“형님, 그게 아니고….”
그러나 에드찬은 그것을 들어줄 생 각이 없어 보였다.
더 빠르고 강하게 주먹을 휘둘러 댔다.
그 모습을 본 현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그런 현우에게 누군가에게서 귓속 말이 오기 시작했다.
귓속말이 올 때마다 현우의 표정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현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