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389화 (390/939)

제 389화

골목대장의 채널에 올라온 새 영 상.

프니스의 하루는 그 어떤 영상보다 빠르게 조회 수가 치솟았다.

반응도 제일 격했다.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현우의 인지도는 더욱 상승했다.

원래도 월등한 수의 구독자를 지니 고 있던 그였지만, 이제는 그때와 비교해도 한참이나 앞서는 숫자를 보유했다.

- 탈주 닌자 율재 : 이건 미친 것 같 다. 벌써 10번째 돌려보고 있다. 재생을 종료할 수가 없다.

- 데드 라인 규르 :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 심해의 개복치 : 그래서 프니스에 가면 저도 저런 곰이 생깁니까?

- 스페인 다금바리 : 님들 뭐 하세요? 전 벌써 프니스 귀환서 샀는데. 方%

해당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출구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시종일관 행복한 미소를 짓는 탱 이.

가끔은 삐친 듯 입술을 내미는 탱 이.

어느 모습 하나 귀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들 대부분이 당장 프니스로 가는 방법을 궁리했다.

근처에 있는 이들은 당장 발길을 돌려 프니스로 향했다.

멀리 있는 이들은 경매장으로 달려 가 프니스 귀환서를 사기 바빴다.

하지만 이 영상이 아니라 다른 이 유로 골목대장의 채널을 방문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주로 어딘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력분석관.

프로팀에 속해 있으며 여타 팀 선 수의 모든 것을 보고 분석하기를 업 으로 삼는 이들.

그들 중에서도 유수의 명문 팀들의 전력분석관들은 그들의 근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골목대장 분석이 쏟 았다.

명문 팀들이 골목대장 분석에 그렇 게 큰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시간이 남아서였다.

PVP의 특성상 실력이 한순간에 늘 지 않는다.

톱클래스의 선수들은 이미 기량이 절정이었다.

거기서는 한발 나아가는 것조차 힘 들었다.

그러니 이미 무수히 많은 분석을 통해 갖고 있는 데이터가 여전히 유 효했다.

그런데 골목대장은 아니었다.

이제 막 데뷔해서 두 경기를 치렀 을 뿐이었다.

PVP도 고작 아홉 번을 싸웠다.

절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골목대장 채널에 올라온 영 상들까지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작은 습관이나 패턴 하나만 찾아도 성공이었다.

시간을 얼마나 쓰던.

커다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 고 있는 사내의 뒤로 금발의 곱슬머 리 청년이 나타났다.

곱슬머리 청년의 이름은 레오.

에이케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유쾌한 청년이었다.

“성과는 조금 있어? 앨빈.”

앨빈은 에이케이와 동갑내기 전력 분석관으로 어릴 때부터 절친한 친 구 사이였다.

몸을 움직이는 재주는 없었지만, 눈이 탁월하게 좋았다.

그 장기를 살려 PSG에 들어왔다.

그 이면에는 친구를 돕겠다는 뜻도 있었다.

“아니, 전혀. 마치 물을 보는 것 같아.”

앨빈이 고개를 세게 휘저었다.

그는 오랜 시간 모니터를 쳐다본 탓에 발개진 두 눈을 비볐다.

그런 그의 표정은 답답했다.

“물? 그게 무슨 소리야?” 에이케이는 아리송한 앨빈의 대답 에 다시금 되물었다.

“카멜레온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 면 그냥 정의할 수가 없어. 패턴이 란 게 없네. 막 싸우는 것 같아.”

“그 정도야? 네가 아예 못 잡을 정도?”

에이케이의 얼굴에 놀랍다는 표정 이 그려졌다.

‘앨빈이 잡아내지 못할 정도라….’

짧은 시간에 찾아내기는 힘들 거라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그가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보았 기 때문이었다.

‘압도적 이었지.’

누구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무기를 들지 않아도 강력했다.

무기를 들었을 때는”.

‘배워야 해. 그래야 가능성이 생긴 다.’

“약점 찾는 건 그렇다고 치고. 전 투의 특징은 없어? 내가 흡수할 만 한 포인트라든지….”

“글쎄…. 이걸 안다고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일단 마력을 정말 빠르게 사용할 수 있어야 돼. 강기 를 만들고 없애고. 이게 돼야지 저 런 스타일의 전투가 가능하거든.” 앨빈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니터에는 과거 현우가 출연했던 복면투왕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마력.

“저건 나도 연습하고 있는데…. 연 습 때는 그래도 가끔 성공하거든? 근데 프로게이머 상대로는 안 돼.”

“그건 나도 잘 알지. 근데 저게 유 일하게 따라 할 수 있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심리전. 도대체 몇 수 앞을 예상하는 건지 모를 정도고. 그게 어그러져도 변수를 변수가 아니게 만드는 센스. 이건 따라 한다고 되 는 게 아니잖아.” 앨빈의 말에 에이케이가 수긍했다.

구구절절한 그의 설명은 틀린 게 없었다.

애초에 가상현실은 재능이 가장 중 요했다.

노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한 계가 있었다.

그 노력에는 많은 것이 포함됐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은 돈이 었다.

돈.

아이템을 사고 좋은 스킬을 사고 정보를 사 레벨을 올린다.

그것을 바탕으로 전투를 치른다. 그러나 프로 무대의 PW는 그 어 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재능을 얼마나 갈고닦았으 며 그 재능의 그릇이 얼마나 크냐를 견주는 대회였다.

“그래도… 해봐야지.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고 처음부터 잘했 던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해보자고.”

에이케이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앨 빈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 한번 해보자.”

*** 다른 이들이 한창 바쁠 때 현우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우는 부지런히 헤진 대산맥을 오 르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으며.

“야이씨…. 넌 집 가는 길도 모르 냐?”

현우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 은 탱이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헤진 대산맥을 오르는 이유는 붕붕섬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탱이가 가자고 했으니까.

사족이 달려 있기는 했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탱이가 가자고 한 것.

그게 전부였다.

“기억이 잘 안 난다. 모르겠다. 그 냥 어디 숲에 무슨 폭포가 있던 것 같다.”

탱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계속 해서 머리만 흔들었다.

“아오…. 고기밖에 모르는 바보를 믿은 내가 멍청이지.”

현우가 한숨을 내쉬고 탱이를 안은 팔에 힘을 꾸욱 줬다.

“멍청이 주인 놈아, 아프다!!!”

탱이는 몸에 가해지는 거센 압박에 비명을 토해냈다.

현우는 그 비명을 명상 음악 삼아 생각에 잠겼다.

‘숲? 폭포?’

숲과 폭포.

아레나를 시작한 이래로 현우가 지 나간 숲은 수없이 많았다.

그냥 필드 대부분이 산과 숲 그리 고 평야였다.

그러나 폭포는 절대 많지 않았다.

‘기억해내자. 기억해, 폭포!’

현우는 쉼 없이 걸으면서도 계속해 서 기억을 쥐어짰다.

그러자 조금씩 생각이 나기 시작 했다.

‘붕붕섬을 가기 전에… 레이나를 만났다. 왜 만났지?’

붕붕섬에 가기 전에 레이나를 만난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왜 만났을까?

아무런 이유 없이 만나지는 않았을 터였다.

‘분명 만날 이유가 있는데…. 아!’

그 순간 현우의 뇌리에 그날의 기 억이 프레젠테이션처럼 흘러 지나갔 다.

케트에게 헤진 대산맥의 가장 넓은 숲이 무엇인지 물었던 것.

그 대답을 듣고 레이나, 정확히는 뉴욕 워리어즈를 찾아갔다.

‘하이엘프 숲의 중앙 폭포!’

그곳이었다.

붕붕섬을 갈 수 있는 곳.

정확한 위치를 기억해낸 현우의 얼 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빨리 생각해내. 탱이야, 자니?”

그러나 모른 척 탱이를 압박했다.

“으으.... 기억이 안 난다, 주인 놈 아.”

돌아오는 탱이의 반응이 너무 재밌 었기 때문이었다.

무료한 등산을 이겨낼 소소한 재미 였다.

“탱이야, 그런데 왜 붕붕섬에 가고 싶다고 한 거야? 너는 맨날 가잖 아?”

부지런히 걷던 현우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탱이에게 토해냈다.

“붕붕섬에 혼자 있는 거랑 주인이 랑 있는 거랑 같나‘?”

탱이는 왜 또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뭐 다른 게 있는 건 아니 지?”

“그렇다, 그냥 붕붕섬에 다녀온 지 오래된 것 같아 가자고 했다.”

탱이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현우 의 품에 몸을 묻었다.

현우는 그런 탱이를 보고 빙긋 웃 었다.

잠시 후, 사위에서 시원한 물소리 가 들려왔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있다.

현우의 앞에는 기억 속의 폭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붕붕섬에 입장하시겠습니까?]

“ 입장한다.”

* * *

붕붕섬에 나타난 현우는 고개를 돌 려 주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짙푸른 숲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새하얀 여울.

실로 미경이었다.

현우는 오래간만에 보는 풍경에 탄 성을 토해냈다.

‘여전하네.’

붕붕섬은 그대로였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 다.

오히려 더 찬란한 생명력을 내뿜는 것 같았다.

“탱이야, 그럼 일단 너희 부모님부 터 뵈러 갈까?”

현우는 기분이 좋아졌_다.

섬이 내뿜는 기운에 감화된 것이었 다.

“좋다, 주인 놈아. 엄마, 아빠 보러 간다.”

현우가 기분이 좋아지자 덩달아 탱 이의 기분도 한껏 올라갔다.

인간 한 명과 곰 한 마리는 같은 곳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휴고 님, 마 농 님.”

현우는 눈앞의 금발 미남미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자주 좀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요.... 탱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 은 오랜만에 보네요.”

휴고가 마농의 품에 안겨 있는 탱 이를 향해 시선을 슬쩍 돌렸다.

평소보다 환한 미소.

그 이유는 분명 눈앞의 사내 때문 이었다.

그 외에는 평소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게요.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 으면, 시간을 내서라도 올 걸 그랬 네요.”

그건 현우도 마찬가지였다.

현우도 평소보다 방실대는 탱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둘의 기분과는 달리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

둘 사이에서 나눌 대화라고는 딱히 없었다.

탱이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현우는 어색한 분위기가 슬슬 불편 해지기 시작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편하지 않 았다.

현우는 애써 대화할 거리를 찾았 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최근에 겪은 일이 있었으니까.

‘아! 그래, 그게 있었지.’

“혹시.... 루오스 제국이라고 아십 니까? 제가 대륙을 떠돌다 루오스 제국과 관련된 유적들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탱이와 같은 마리오네뜨 베어가 나왔습니다. 물론 마법으로 구현된 가짜이기는 했지만 말입니 다.”

루오스 제국과 마리오네뜨 베어.

론달에서 알게 된 모종의 관계.

그것을 휴고에게 물었다.

그는 마리오네뜨 베어의 지도자였 으니까.

그가 모른다면, 어디에 가서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맞다, 나도 같이 봤어. 푸근한 아 저씨 같았는데…. 마치 옆집 토미 삼촌 같은 느낌이었어.”

탱이가 현우의 말에 덧붙였다.

분명히 기억이 났다.

외부에서 만난 첫 동족이었으니.

기억해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루오스 제국이라…. 분명 그런 제 국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십니까? 루오스 제국을? 탱이는 아예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탱이가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 2 차 각성을 한 이후에나 알게 되는 이야기니까요. 물론 본인이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의 얘기입니다. 굳이 몰라도 상관이 없는 역사이니 까요.”

현우는 탱이를 향해 눈을 흘겼다.

저 말은 분명 탱이의 평소 생활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공부나 독서는 전혀 하지 않는 것 이 일상일 것이었다.

“과거 그런 제국이 있었던 것은 사 실이고 그 제국과 저희 일족이 약간 의 관계가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교류 가 끝났다고 적혀 있습니다.”

“어느 순간이라면…?”

현우가 되물었다.

“초대 황제의 혈통이 끊긴 순간입 니다. 마족들에게 현혹당한 흑마법 사들에 의해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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