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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의 귀환-399화 (400/939)

제 399화

“마지막일지 모르니 내 소개부터 해야겠군. 본인은 루오스 제국 최후 의 황제, 라레닉스라고 하네. 거인족 의 피가 조금이라도 흐르는 마지막 인간이기도 하지.”

권좌 위의 남자, 라레닉스는 자신 의 신분을 밝혔다.

최후의 황제.

거인족의 힘을 이은 마지막 혈족.

‘이거 이길 수는 있는 거야?’

현우의 기억 속에는 거인족 최후의 족장이던 플로이의 무력이 아직도 선했다.

창질 한 번에 달을 꿰뚫을 것 같 던 그 기세.

‘그래도 그것보다는 약하겠지?’

플로이 정도면 답도 없었다.

현우가 아는 수준에서 그런 무력은 르브론이나 황제, 오크 족장 라쿤 정도였다.

아니면 요하네스나 레온 미어 같은 드래곤들까지.

‘아직 비벼볼 수준이 안 돼.’

플로이의 경우가 있기에 현우는 왜 라레닉스가 팔찌를 주기 전에 싸우 는지 알고 있었다.

플로이는 현우에게 반지를 주고 사 라졌다.

그는 성물의 힘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라레닉스도 같은 이유일 터였다.

팔찌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했지 만, 그것은 효율의 문제일 뿐이지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었다.

‘설마 최상의 상태겠어?’

현우가 믿는 것은 하나였다.

라레닉스의 몸 상태가 전성기의 그 것이 아닐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것 하나만 믿고 있었다.

“탱이야, 버프 주고 빠져 있어. 응 원이나 해. 내가 이기라고.”

지금 상황에서 탱이는 버프만 주는 일반 사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강력한 인간형 상대와 싸울 때는 오히려 일대일로 싸우는 것이 나았 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지 않는 이상 분명 어긋나는 지점이 있을 테고 그 것은 파멸의 시작일 터였으니까.

“알았다, 주인 놈아.”

탱이도 그 사실을 아는지 현우의 말에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응? 옆에 귀여운 친구가 있었군? 오랜만에 보는 일족이야. 옛 생각이 나는군.”

라레닉스는 그제야 탱이를 발견했 다.

탱이를 바라보는 라레닉스의 눈에 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리움, 애정, 미안함, 기쁨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란 감 정은 모두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거기 인간!!! 나약한 주인 놈을 잘 부탁한다.”

탱이가 라레닉스에게 짧은 앞발을 흔들었다.

라레닉스는 흐뭇한 표정을 지은 채 탱이의 모습을 감상했다.

“귀여운 친구의 부탁이니 들어줘야 지.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군.”

작게 중얼거린 라레닉스가 권좌에 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현우를 향해 조금씩 다가 왔다.

“덤비시게. 거인족의 비기를 가르 쳐주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던 라레닉스 의 손에 무지갯빛의 창이 생겨났다.

창이 현우를 가리키자 현우는 숨이 막히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미친…!’

단언컨대 라레닉스는 현우가 겪은 몬스터들 중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 다.

비교할 상대가 몇 없었다.

‘거인의 힘, 거인의 기상, 거인의 근원, 갈망하는 자, 폭군의 눈동자, 황혼의 재현.’

현우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아이 템 스킬을 사용했다.

라레닉스의 분위기로 보아 죽일 듯 이 싸울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단을 맞춰주려면 이런 스 킬 정도는 써야 했다.

이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버티기만 해도 주는데 뭐하러 무 리를 해?’

실리적인 판단이었다.

단순히 그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지금 스트리밍 중이라는 것도 아주 큰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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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_ o ■

현천도를 뽑은 현우는 집중했다.

라레닉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 폈다.

손과 발을 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

그의 눈이 향하는 곳.

라레닉스라는 사람이 하는 모든 것 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이었다.

현우의 앞에 서 있던 라레닉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쾅!!!

폭음이 터졌다.

건물 바닥이 갈라지고 돌덩이가 사

방으로 비산했다.

- 뭐야?

- 뭔데, 이거?

-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시청자들은 영문 모를 일에 의문을 드러냈다.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본 게 없었 다.

그저 폭탄 터지는 소리.

그것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시청자들과는 다르게 현우는 굉장히 집중해 움직이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빨라?’

라레닉스의 움직임은 단순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가장 강력한 방식이었다.

빠른 움직임.

강하고 날카로운 창.

두 가지가 결합하자 상상 이상의 공포였다.

잠깐만 정신을 놓치면 창에 꿰뚫려 로그아웃을 당할 터였다.

‘저거 딱 봐도 엄청 좋아 보이잖아.’ 무지갯빛 창은 언뜻 봐도 살벌했 다.

주변의 공기를 일그러트리는 것이 스치면 사망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 리게 했다.

한참을 창을 내지르던 라레닉스가 돌연 멈춰 섰다.

창을 바닥에 꽂고는 현우를 바라봤 다.

“생각보다 약하군? 그들을 상대하 기에는 부족한 무력인데…. 누군가 도와준 건가?”

라레닉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 었다.

그들.

드래곤을 지칭함이었다.

현우의 현재 상태로는 론달의 첫 관문에서 나오는 드래곤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데 수호자의 상징을 가지고 있 었다.

현우는 라레닉스가 말하는 그들이 누구를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드래곤을 말하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현우는 드래곤을 잡 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버프가 있을 때는 간신히 버텼고 버프가 사라졌을 때는 황제가 죽여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게 브레스를 내뿜었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누가 괴물인지 모르겠다니까.’

“예기치 않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괴물이 동행했습니다. 그곳의 규칙 을 무시할 만한 괴물이.”

현우는 현천도를 어깨에 걸치며 대 답했다.

“규칙을 무시해? 그 정도라면…. 충분하겠군. 그렇다고 해서 자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야. 수호 자가 되기에 살짝 부족하다는 것이 지. 그럼 다시 붙어보지. 아직은 조 금 아쉽군. 마지막인 만큼 화려하게 불태우고 가야지 않겠나.”

라레닉스는 털털한 미소와 함께 다 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런 라레닉스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현천도를 휘두르며 투 덜 댔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네.’

그런 현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라레닉스는 계속해서 공격했다.

때때로는 날카롭게 찔렀으며 때로 는 강하게 휘둘렀다.

‘아까보다는 훨씬 편해졌다?’

그런데 이전의 전투보다는 훨씬 편 안했다.

마치 현우가 막아내거나 피하기 쉽 게 공격을 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힘이 빠졌나?’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성물의 힘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 었으니까.

잠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또 아닌 것 같았다.

움직임의 속도는 그대로였다.

다만 공격해 오는 궤도가 달라졌을 뿐.

‘뭐지?’

현우가 고심에 빠져 있을 때 라레 닉스가 입을 열었다.

“거인의 움직임은 결코 가벼워서는 아니 된다. 한 번을 움직이더라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움 직였을 때는 망설임이 없어야 한 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라레닉스 의 창이 현우를 꿰뚫었다.

쾅!!!

건물 일부가 터져 나갔다.

바깥의 광경이 훤히 보였다.

창에 꿰뚫린 현우의 신형이 천천히 사라졌다.

라레닉스의 창이 관통한 것은 잔상 이었다.

사라진 현우는 라레닉스의 옆에서 나타났다.

현우는 이를 악물고 현천도를 왼쪽 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베어냈다.

쌔애애액!!!

10미터가 넘는 검붉은 강기가 모 습을 드러냈다.

“거인은 피하지 않는다. 가로막는 것은 부수며 나아간다.”

라레닉스는 검붉은 강기를 향해 무 지갯빛 창을 휘둘렀다.

펑!!!

무지갯빛 창이 빛나며 현우의 검붉 은 강기를 튕겨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창과 같은 영롱한 칠색의 강기가 현우를 향해 날아왔다.

쾅!!!

현우 역시 검붉은 강기를 뿜어내며 라레닉스의 강기를 튕겨냈다.

아니, 라레닉스의 강기를 가르고 그를 향해 쏘아졌다.

“성물을 지닌 자가 곧 거인족을 대 표한다. 성물의 주인은 누구에게도 무릎 꿇지 않는다. 그것이 하늘 아 버지 앞이라 할지라도.”

라레닉스가 발을 굴렀다.

쿵!!!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라레닉스를 향해 날아가던 현우의 강기가 멈춰 섰다.

그러고는 난기류에 휩싸인 것처럼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크게 뭘 시험하고자 한 것은 아니 었다. 어떤 방식에서든 수호자의 자 격을 갖추고 있었으니. 그저 가르쳐 주고 싶었다. 성물이 지닌 가치와 거인족의 정체성을.”

라레닉스의 손에 쥐어져 있던 창이 사라졌다.

라레닉스는 팔에 끼고 있던 하얀 팔찌를 현우에게 던졌다.

팔찌는 천천히 허공을 유영해 현우 의 손바닥 위로 안착했다.

“기억하라. 거인족이 그대의 곁에 있음을.”

라레닉스는 그 말을 끝으로 점점 사라져갔다.

마치 빛 가루가 되어 사라진 플로 이처럼.

그가 사라지자 현우의 눈앞에는 많 은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현우는 그것들을 확인조차 하지 않 고 전부 없애버렸다.

지금은 메시지를 볼 시간이 없었다.

‘스트리밍부터 끝내야지.’

잠시 후, 현우의 모습도 사라졌다.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한 것이었 다.

그 뒤로 현우는 프니스로 돌아와 시청자들과의 약속대로 탱이와 먹방 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우는 내내 스트리밍에 집 중하지 못했다.

그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인벤토리 속에 잠들어 있는 팔찌.

옵션을 얼른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은 탱이도 마찬가지였다.

밥을 먹는 내내 현우에게 칭얼댔다.

고기와 팔찌를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현우는 고기는 내줬지만, 팔찌는 주지 않았다.

그가 먼저 확인해야 했다.

혹시라도 꼭 필요한 옵션이 있다 면, 탱이에게 먹을 욕을 감수하고서 라도 자신이 끼는 게 맞았으니까.

“그럼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뵙겠 습니다.”

현우는 빠르게 스트리밍을 종료했 다.

그러고는 곧장 인벤토리에 손을 집 어 넣었다.

인벤토리 밖으로 나온 현우의 손에 는 검은 무늬가 새겨진 하얀 팔찌가 들려 있었다.

‘아이템 옵션.’

현우는 긴장된 얼굴로 팔찌의 옵션 을 확인했다.

[하늘의 지혜] 거인족 최고 주술사가 지니고 있던 성 물 ‘지혜’. 거인족의 드넓은 지혜를 상징 한다. 모종의 일로 최고 주술사가 아닌 다른 거인의 손에 넘어갔다.

등급 : 에픽

제한 : 체력 950 이상, 마력 2,650 이상.

효과 : 마력 + 15%, 마력 관련 스킬 의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스탯 지혜 생성.

지혜 : 마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 치는 스탯. 마법에 사용되는 마력의 양 이 감소하고 마력의 위력은 증가한다. 잔여 스탯 부여 불가.

“뭐야?!!!” 아이템 옵션을 확인한 현우가 소리 를 질렀다.

말도 안 되는 옵션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옵션들은?’

팔찌의 효과에는 난생처음 보는 것 들이 두 개나 있었다.

퍼센트로 증가하는 스탯.

그리고 새로운 스탯 ‘지혜’.

심지어 아이템 등급도 에픽이었다.

물론 효과를 보면 에픽이 아닌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

‘내가 끼면 안 되겠는데…?’ 상세한 옵션을 본 현우는 욕심을 접었다.

이건 그가 끼는 것보다 탱이에게 주는 게 훨씬 나았다.

아예 탱이를 위한 아이템이라고 봐 야 했다.

정확히는 마법사 클래스를 위한 것 이었지만.

욕심을 내려놓자 곧장 마음이 편해 졌다.

아니, 편해진 것뿐만이 아니라 기 분이 좋아졌다.

탱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자 절 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탱이야, 발 좀 줘봐. 이거 끼워줄 게.”

현우는 탱이가 내민 앞발에 하얀 팔찌를 채워줬다.

퍽 잘 어울렸다.

마치 탱이를 위한 팔찌 같았다.

그 정도로 잘 어울렸다.

“고맙다, 주인아.”

쪽.

팔찌를 선물 받은 탱이도 현우에게 선물을 줬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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