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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의 귀환-400화 (401/939)

제400화

현우는 하얀 팔찌를 신기한 듯 계 속해서 쳐다보는 탱이를 보며 웃었 다.

‘나도 메시지나 확인해야겠다.’

현우는 스트리밍 때문에 미뤘던 메 시지 확인에 들어갔다.

- 루오스 제국 최후의 황제, 라레닉스 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을 했습니다.]

[체력과 마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칭호 ‘거인족의 후예’가 생성됩니다.]

[거인족의 후예]

거인족의 성물을 모두 모은 플레이어 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 모든 스탯 + 200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거인의 긍지]

거인들은 후퇴를 모르고 패배를 모른 다. 그들에게 두려움이란 겁쟁이들의 변 명에 불과했다.

유형 : 지속형

등급 : 유니크

숙련도 : F

효과 : 힘과 체력 스탯이 10% 상승합 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10% 상승합니 다. 전진할 때 공격력과 방어력이 추가 로 20% 상승합니다.

메시지들을 확인한 현우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너무 놀라운 내용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는 게 전부였다.

“와....”

보상이 너무나 화려했다.

현우가 그토록 원하던 레벨 업을 시작으로 어지간한 유니크 아이템과 같은 효과를 지닌 칭호.

거기에 유니크 등급의 지속형 스킬 까지.

‘미쳤네.’

정말 화려했다.

별것 없는 이유로 시작했던 사냥의 끝은 이토록 화려하게 끝이 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큰 수확은 300레벨을 달성한 것이었다.

‘상태창.’ 현우는 그 숫자를 직접 보기를 원 했다.

상태창을 켜 그의 두 눈으로 확인 했다.

[상태창]

캐릭터 명 : 강현우

레벨 : 300

직업 : 진(眞) 키온의 기사

칭호 : 거인족의 후예 외 32개.

능력치 : 힘 639(+3,550) 민첩 1085(+3,500) 체력 413(+3,600) 마력 836(+3,600) 투기 772(+3,300) 위엄 254(+3,300) 살기 24(+3,300)

잔여 스탯 : 5

보유 속성 : 암흑, 불

켜진 상태창의 레벨 칸에는 당당하 게 3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최초로 4차 전직을….’

현우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 꼈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누가 뭐래도 현재 아레나에서 레벨 이 가장 높은 사람은 레인이었다.

레인도 아직 4차 전직에 관한 얘 기를 한 적이 없었다.

300레벨에 관한 얘기 역시.

그는 아레나를 즐기는 플레이어임 과 동시에 스트리머였다.

저런 사실을 숨길 이유도 없고 필 요도 없었다.

그냥 공개하고 관심을 끌면 그만이 었다.

관심이 곧 명예와 직결되었으니까.

‘최초’라는 것.

그리고 ‘최고’라는 칭호 역시 뒤따 를 것이었기에.

‘스트리밍에서 공개는 못 해도 영 상으로라도 공개해야지.’

물론 전직에 성공했을 때의 얘기였 다.

전직을 하지 못한다면 올릴 필요가 없었다.

괜히 조롱거리만 제공하는 셈이었 다.

‘르브론이 올 때가 기대되네.’

현우의 스트리밍이 끝나고 그 여파 가 곳곳을 휩쓸었다.

가장 큰 이슈는 한 가지였다.

현우의 레벨.

299레벨.

그 숫자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모 르는 이들은 그저 전체 캐릭터 레벨 1위의 자리를 되찾은 골목대장을 보 며 극찬했다.

그러나 299레벨이 가진 의미를 아 는 사람들은 다른 이유로 경악했다.

100레벨이 되면 대개 마력을 유형 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200레벨이 되면 그것이 강기로 변 한다.

그렇다면 300레벨이 되면?

그때는 과연 어떻게 되는가.

장장 열 시간에 달하는 사냥을 마 치고 아레나를 종료한 레인을 기다 리고 있는 것은 환하게 빛을 내뿜고 있는 그의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의 액정에는 한 남자의 이 름이 쓰여 있었다.

“무슨 일이야, 마스체라노? 전화를 다 하고 말이야.”

이름의 주인은 마스체라노.

레드불 아메리카의 캡틴이었다.

- 세상 소식에 느린 건 여전해. 지 금 네가 몇 레벨이지, 레인?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하는 레인의 말을 들은 마스체라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레벨 업을 했으니까 298레 벨이지. 그런데 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왜 그래?”

레인은 영문 모를 마스체라노의 말 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얘기했다.

굳이 마스체라노에게까지 숨길 필 요가 없었기 때문이었_다.

그가 가볍기는 해도 그건 의식적인 가벼움이었다.

사람이 좋아 보이기 위한 수단이었 다.

실제의 마스체라노는 진중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입이 가볍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 골목대장이 스트리밍에서 자신 의 레벨이 299레벨이라고 밝혔다. 뒤집혔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그가 제일 높다.

마스체라노의 말을 들은 레인의 눈 이 커졌다.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레벨을 뒤집다니.

‘언젠가는 뒤집힐 거라고 생각했지 만….’

그 순간이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프로 무대에 데뷔해 그 속도 가 더 늦춰질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벌써 레벨이 그렇게 됐나? 예상하 긴 했지만, 조금 충격이 있네.”

- 너무 덤덤한데? 막 실제로는 울 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 남자가 그러면 매력이 없어. 그래서 네가 여자 친구가….

“헛소리는 그쯤 하지. 이제 나도 편히 게임 좀 하겠네. 사실 조금 지 쳤거든. 1위라는 자리가…. 영 부담 스러웠어.”

레인은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그저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랭 킹 1위의 올랐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흐름이지, 흐름.’

뭔지 모를 압박감과 중압감이 몸을 짓눌렀다.

허울뿐인 이름에 휩쓸리다 보니 생 각에도 없던 길드도 만들었고 스트 리밍과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다.

그의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그저 아레나만 죽을 듯이 했을 뿐.

- 그런 게 없지 않아 있긴 했지. 그래서 내가 처음에 되게 놀랐잖아. 마냥 좋아서 하던 네가 레벨이 그렇 게 높아졌으니….

마스체라노는 레인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처음 만났을 때의 레인은 그저 아 레나를 좋아하는 플레이어였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랭커들 사이에 서도 꽤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즈음이 었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친해진 것은.

그 전에는 그저 안면만 있던 사이 였다.

프로리그에 같이 뛰어들 동료를 구 하던 마스체라노가 레인에게 넉살 좋게 다가가 친분을 쌓았다. 그때 레인은 단호하게 마스체라노 의 제안을 거부했다.

프로게이머를 하기 싫다고.

그런 것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거 축하 해, 친구. 이제 골목대장이 개척한 길을 걷자고. 근데 이제 어쩌지?

“뭘 어째?”

- 우리 친구…. 이제 랭킹 1위도 아닌데 어디 가서 여자를 만나느냔 말이야.

마스체라노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끊는다.”

레인은 통화 종료를 눌렀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번호 를 살폈다.

오랜만에 나가볼 생각이었다.

이제는 조금 즐기면서 해도 될 것 같았으니까.

‘어디부터 가지?’

* * *

르브론은 현우가 300레벨이 된 바 로 다음 날 프니스에 도착했다.

운명 같은 타이밍이었다. 당연히 현우는 르브론을 반갑게 맞 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4차 전직이 걸려 있었으니까.

“스승님, 오셨습니까.”

현우는 르브론을 향해 허리를 90 도로 접었다.

그걸 본 르브론이 현우를 타박했 다.

“그런 건 평소에나 좀 해. 창피하 게 무슨 짓이냐.”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 를 띠고 있었다.

현우는 르브론의 곁으로 다가가 그 에게 말을 계속 걸었다.

“무슨 일이 생기셔서 늦으신 겁니 까‘? 하나뿐인 제자의 영지를 내팽개 칠 정도로 큰일이었습니까?”

현우는 그가 생각해도 오그라들 정 도의 멘트였지만, 겉으로는 아무렇 지 않아 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니 이 정도는 충 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내팽개치기는 무슨…. 그냥 약간 문제가 있었을 뿐. 네가 신경 쓸 일 은 아니다. 그래, 이렇게 살갑게 구 는 이유는 뭐냐?”

르브론이 현우의 눈앞에 그의 얼굴 을 들이댔다.

게슴츠레 뜬 그의 눈은 굉장히 날 카롭게 빛이 나고 있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항상 그런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 니다.”

“그래? 그럼 얼른 술부터 가져오너 라. 먼 길을 왔더니 목이 타네.”

르브론의 말을 들은 현우는 인벤토 리에서 술병을 꺼냈다.

한 손에 한 병씩.

총 두 병이었다.

르브론은 내놓으라는 듯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현우는 술병을 내밀지 않았다.

멀뚱히 르브론을 쳐다봤다.

르브론도 그런 현우를 뚫어지게 쳐 다봤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눈빛을 교환 했다.

결국 참지 못한 르브론이 입을 열 었다.

“뭐해?”

그러면서 손을 거칠게 흔들었다.

안 주면 무력시위라도 할 기세였 다.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현우는 그제야 술병을 내밀며 입술 을 뗐다.

르브론은 매가 생선을 사냥하듯 현 우의 손에 들린 술병을 낚아챘다.

“뭔데? 빨리 말해 봐.”

“새로운 게 필요합니다. 더 강해지 고 싶습니다, 스승님.”

현우의 말이 끝나자 술병을 향해 있던 르브론의 시선이 현우에게로 옮겨졌다.

현우의 전신을 훑던 르브론이 입을 열었다.

“벌써 이만큼 성장했나?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단순히 후계 자니까….”

르브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현우에게 물었다.

“여기는 연무장이 어디지? 아니다. 근처 산으로 가자. 괜히 성을 부술 필요는 없지.”

살벌한 물음이었다.

현우는 르브론을 끌고 프니스의 기 사단원들이 훈련하는 곳 근처로 이 동했다.

원래는 몬스터들이 출몰하기도 했 지만, 기사단원들이 알아서 사냥해 이제는 아예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가 힘들었다.

즉,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조용한 숲속이라는 소리였다.

“제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로 군. 좋아, 가끔은 이런 곳에서 수련 하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지.”

현우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 는 르브론을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무슨 수련에 맛을 찾아? 여기는 그럼 상큼한 숲 맛인가.’

하지만 그 표정만큼은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자야, 키온 기사단의 기술들은 어떤 특징이 있느냐?” 현우는 갑작스러운 르브론의 물음 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가 아는 선에 서 대답했다.

“무기를 휘두르는 법보다는 마력을 다루는 게 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스승님께 배운 것들이 대개 그 러합니다.”

르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의 말대로였다.

키온 기사단은 검과 창 등의 무기 술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어떤 무기를 쓰든지 마력을 잘 다 루면, 강력한 무력을 가질 수 있다 는 것이 그 지론이었다.

“나는 네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마력을 다루는 법을 시작으로 그것 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그리 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가. 그럼 이제는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

현우는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 다.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르브론을 쳐 다보며 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 렸다.

“이제는 마력 그 자체를 단련해야 한다. 너는 이미 활용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마력 자체가 더 강해져야 한다. 제자야….”

르브론이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 렸다.

그것이 현우에게는 굉장한 압박으 로 다가왔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현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번은 쉽지 않을 거다. 전처럼 날로 먹지 못할 게야.”

르브론이 웃으며 뒷말을 이었다.

그의 표정은 유독 신나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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