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418화 (419/939)

제418화

버스 천장에 붙은 카메라는 바쁘게 움직였다.

여섯 명이 각자의 태블릿 PC에 붙 어 있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 사 람을 비춰야 했다.

“아니요? 저희 숙소 좋은데요?”

“연습이요? 그냥 다들 열심히 하 죠.”

“그냥 하면 돼요. 열심히 하면.” 여섯 명은 같은 화면을 보면서도

각자 다른 얘기를 했다.

- 오늘 경기 잘 봤습니다.

- 오늘도 이겼다!!!

- 전승 우승 갑시다.'/.'

- 레이드도 1위야!!!

“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여러분의 덕입니다.”

현우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서도 용케 그에게 하는 채팅들을 읽 고 답했다.

-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마세여.

- 맞음, 우리도 다 알고 있음.

- 근데 이 스트리밍 언제까지임?

- 혹시 이걸로 오늘 스트리밍을 때울 셈?

시청자들은 갑작스러운 스트리밍이 반가웠지만, 언제 끝날지 몰라 전전 긍긍했다.

마냥 좋아하지 못했다.

혹시 이것을 했다고 저녁에 예정된 스트리밍을 빼먹는 것은 아닌지 걱 정했다.

“아, 지금 하는 스트리밍은 일단 다들 숙소 돌아갈 때까지만 할 생각 이고요. 저는 또 따로 돌아가서 스 트리밍할 겁니다.”

현우는 그런 시청자들의 걱정을 읽 고 대답했다.

이건 그냥 이벤트였다.

아레나 스트리밍은 따로 또 준비하 고 있었다.

- 휴, 그럼 다행.

- 근데 지금 무슨 차 탄 거? 되게 고 급스럽네.

- 버스 같은데?

“아, 이 차는 그 특별히 주문 제작 한 거라는데 저는 잘 모르고요. 그 냥 경기장 을 때 타는 차예요.”

- 누가 주문했음?

- 메이슨이 했겠지. 명색이 재벌 아니 냐.

- 우리 대장님도 이 정도 버스 탈 돈 은 있잖아?

- 하겠냐? 이런 거 주문할 생각은 아 마 전혀 안 했을걸?

“맞아요, 제가 주문 안 했습니다. 메이슨이 구해온 차입니다.”

현우는 시청자들과 소소한 얘기들 을 나눴다.

그러던 때였다.

분위기에 취한 메이슨이 결국 사고 를 쳤다.

“형, 오늘 우리 회식 한번 할까? 맨날 거기서만 밥 먹으니까 조금 그 런 것 같아서. 리그의 절반을 순탄 하게 보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 잖아?”

메이슨은 이미 시청자들의 선동에 넘어갔다.

꾸준히 채팅창에 그런 내용이 올라 왔었다.

스트리밍은 처음인데 이렇게 끝나 면 약간 아쉽지 않겠느냐.

조금만 더 하자.

아니면 뒤풀이라도 방송하자.

계속된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다.

“어? 회식? 회식이야 좋지. 갈 곳 은 있고?”

현우가 고개를 돌려 메이슨을 쳐다 봤다.

현우는 메이슨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표면적인 뜻만을 받아 들였다.

평소처럼 숙소에서 파티를 여는 것 이 아니라 그저 외식을 하는 정도로 인식했다.

“갈 곳? 그건 내가 알아 놓을게. 그러니까 오늘 가는 거지?”

현우의 허락 아닌 허락에 메이슨의 얼굴이 밝아졌다.

“여러분, 된대요. 갑시다!!!”

메이슨이 태블릿 PC를 보며 소리 쳤다.

그 모습을 본 현우가 깨달았다.

‘설마...?’

“지금 말한 거 혹시 거기 가서도 스트리밍하자는 소리야?”

“응, 왜? 된다며? 안 돼?”

메이슨은 현우의 말에 눈을 찌푸렸 다.

정확히는 찌푸린 게 아니라 금방이 라도 울 것처럼 울먹이며 쳐다봤다.

‘어쩔 수 없지.’

현우는 옅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허락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못 알아챈 내가 잘못이지.’

크게 싫지도 않았다.

그냥 약간 낯설 뿐이었다.

가상현실이 아니라 실제 스트리밍 을 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으니 까.

‘그래서 그냥 시작은 대충 인사랑

얘기만 하려고 했던 건데….’

“뭐, 별 차이는 없겠지.” ‘어차피 다음 스트리밍 때 하려고 했으니까….’

다음 스트리밍 때 할 것을 미리 당겨서 한다고 생각하면 됐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현우의 완전한 허락이 떨어지자 메 이슨은 곧바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 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존, 나야.”

통화의 상대는 존이었다.

메이슨의 집사인 존.

— 예, 도련님.

존은 크레센트문의 숙소 바로 위에 층에 있었다.

그는 메이슨의 곁에 언제나 있어야 하는 만큼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부탁이 있어. 지금 우리가 회식할 생각인데. 장소가 마땅치 않네.”

-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 까? 연습실을 더 넓은 곳으로 구할 까요?

존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메이슨의 말을 연습실이 좁다는 뜻 으로 알아들은 탓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오늘은 그냥 기분을 내고 싶어서. 밖에 분위기 괜찮은 곳으로 알아봐줘. 그리고 우 리 아직 식사를 안 했어.”

메이슨은 존이 그의 말을 오해했다 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존의 오해를 풀어줬다.

“그리고 웬만하면 우리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아, 또 스트리밍할 거 니까 장비랑 인원도 보내주면 좋겠 어.”

메이슨은 전화를 걸었던 용건을 구 체적으로 설명했다.

- 가장 좋은 곳으로 알아보겠습니 다, 도련님.

“아니, 그렇게 좋은 곳까지는 필요 없어. 호텔 이런 데 말고 그냥 적당 히, 알겠어?”

- 알겠습니다, 도련님. 꼭 말씀하 신 대로 구하겠습니다.

“그럼 믿고 있을 테니까. 장소만 알려줘.”

할 말을 모두 전한 메이슨이 전화 를 끊었다.

- 님들 스트리밍 연장 확정!!! 소리 질러!!!

- 근데 파티 길어지면 오늘 밤 스트리 밍은 못 하겠는데?

- 못 하면 어떰? 지금 길게 하면 되 지.

- 그럼 탱이 못 보는데?

- 아, 그러네…. 그걸 생각 못 했네.

시청자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현실 스트리밍이 길어지면, 아레나 스트리밍은 못 한다.

아레나 스트리밍을 하지 않으면, 탱이도 볼 수 없다.

일주일간의 기다림이 수포가 되는 것이었다.

- 그래도 어쩔 수 없지.

- 탱이는 영상 속에라도 있지만, 현실 스트리밍은 이게 처음이니까.

- 혹시 앎? 오늘 레전드라도 하나 나 올지.

- 제발 그러길 바란다. 탱이가 못 나 오는 가치가 있어야지.

시청자들의 간절한 바람 속에 버스 는 텅 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직도… 어릴 때와 달라진 게 하 나도 없으시군.’

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 다.

그의 작은 주인님은 항상 친절했 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호텔이 안 된다면…. 어딜 잡아야 하지?’

존은 작은 주인님의 부탁을 들어주 기 위해 고심에 빠졌다.

존의 연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왔 다.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를 받은 존이 한우 전문 구이집 을 섭외한 것이었다.

“곧 도착합니다. 내릴 준비를 해주 세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정장 사내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들으셨죠? 이제 도착한답 니다. 근데 지금 카메라가 들고 다 닐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니라서 잠깐 스트리밍을 껐다가 다시 켜야 할 것 같아요. 가게 들어가서 세팅 다 될 때까지 한 20분 정도만 기다려주시 겠어요?”

현우가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했 다.

버스에 설치한 카메라는 절대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손잡이부터가 없어….’

움직이면서 스트리밍을 하기 위해 서는 남이 찍어주거나 기다란 봉 끝 에 카메라를 연결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에는 둘 다 불가능했 다.

설사 카메라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 고 해도 현우가 준비한 카메라는 그 렇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었 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카메라를 구했겠지….’

영찬의 집에는 카메라가 꽤 있었다.

영찬 역시 간간이 야외 스트리밍을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 얼른 켜줘야 함.

- 20분은 너무 긴더卜三

- 다른 방 안 가고 기다릴게요.

시청자들 모두 현우의 말을 수용했 다.

사실 수용하고 안 하고 할 것도 없었다.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 끌게요. 이따 봐요.” 현우는 스트리밍을 종료하고는 카 메라의 전원을 껐다.

그러고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의자 에 몸을 파묻었다.

갑작스럽게 피곤함이 몰려왔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내리시면 됩 니다.”

잠시 후,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 다.

크레센트문의 선수들이 하나둘 버 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우와, 이게 식당이야?”

“이런 곳이 다 있어?”

“식당이 아니라 꼭 어디 숲에 온 거 같은데?”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이 한마디씩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식당 주변의 풍경이 남달랐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곳이라고는 믿 기지 않을 정도였다.

상당한 수의 나무가 식당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절이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는 연못인가 봐. 물레방아도 있어.”

또 한편에는 물레방아도 있었다. 이 역시 겨울이라 움직이지는 않지 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꽤 운치가 있었다.

“도련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어느새 나타난 존은 메이슨과 선수 들을 맞이했다.

주변 광경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 던 선수들은 존이 나타남과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다가갔다.

“가장 큰 룸으로 예약했습니다. 그 리고 스트리밍을 위한 준비 역시 끝 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원래라면 이 곳의 종업원들이 고기를 구워주지 만, 방해가 될까 싶어 그것은 거절 했습니다.”

“고마워, 존.”

존의 설명을 들은 메이슨이 그에게 감사를 전했다.

존은 옅은 미소와 함께 선수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존이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간 선수 들은 또 한 번 감탄했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그들이 놀란 것은 한쪽 벽면 에 설치된 대형 텔레비전이었다.

저런 것은 보통의 식당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저건 뭐야?”

“스트리밍 채팅을 더욱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준비한 것입니다.”

용도는 더욱 놀라웠다.

다른 용도가 아니라 단순히 채팅창 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 즐거운 식사가 되시길….”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마친 존이 방에서 빠져나갔다.

이제 방에 남은 것은 크레센트문의 선수들과 존이 데려온 촬영 스태프 한 명이었다.

“잠시만 제가 세팅 좀 해도 될까 요‘?”

현우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스태 프에게 다가가 물었다.

“네? 네. A-월드 계정 로그인만 해주시면 다음부터는 시키는 대로 해드립니다.”

스태프는 이런 경험이 꽤 있는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대답했다.

‘기대 이상이네.’

현우는 스태프의 태도에서 예상외 의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사실 급하게 사람을 구한다고 했을 때는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괜찮은 사람이 오니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똑똑똑!!!

그 순간 누군가 방문을 두들겼다.

“불과 고기가 준비되었습니다. 들 어가도 되겠습니까?”

문을 두들긴 것은 식당의 직원들이 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현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현우는 카메라를 만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 물음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네, 들어오세요.”

써니가 한껏 발랄한 목소리로 대답 했다.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 렸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직원 세 명이 동시에 까만 숯이 가득 들어 있는 화로를 테이블에 있 는 홈에 넣었다.

“고기는 미리 주문하신 안심과 특 수 부위들로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불을 들고 온 직원들이 사라지자 곧바로 다른 직원들이 고기를 테이 블에 내려놓았다.

주문한 소고기였다.

붉은색과 하얀색의 묘한 조화가 아 름답기까지 했다.

“소고기 마블링 좀 봐!”

접시에 한가득 쌓인 소고기를 본 이훈이 탄성을 내질렀다.

이훈이 집게로 고기를 집으려고 한 순간, 현우가 입을 열었다.

“다 됐다. 이제 스트리밍 시작할 거니까 다들 준비하세요.”

이훈은 손에 든 집게를 조용히 테 이블에 내려놓았다.

잠시 후,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현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모 습이 나왔다.

그 밑으로는 채팅들이 빠르게 올라 가고 있었다.

스트리밍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정확히 13분 걸렸네요. 다시 만나 서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

한우 구이집에서 2차 스트리밍이 시작됐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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