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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의 귀환-494화 (495/939)

제494화

흙과 모래가 고르게 깔렸던 투기장 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이미 곳곳이 파이고 엎어졌다.

“이래서는 영…. 제 몫은 하겄나? 현우 뒤에 병풍처럼 서 있을 기가.”

김석중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아레나에서 전투를 치른다 고 땀이 나지는 않았다.

땀이 나는 경우는 오직 하나.

플레이어 본인의 심리 변화뿐이었 다.

물론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었다.

김석중에게 크레센트문의 다섯 명 은, 식후에 가볍게 소화를 위해 산 책하러 나가는 수준에 불과했다.

“난 구경만 했는데도 이 정도네…. 심각하다, 심각해.”

강중구는 주먹도 제대로 뻗어보지 도 못했다.

김석중이 날뛰자 크레센트문은 아 무도 대처하지 못했다.

이훈이라는 든든한 방어벽이 무너 지자 그 후로는 속수무책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김석중의 공격 을 다섯 번 이상 므]■지 못했다.

써니의 언데드들은 김석중의 스킬 한 번에 모조리 소멸했다.

드웨인은 근본적인 박투 실력에서 부터 캐릭터 스펙까지 무엇 하나 앞 서지 못하니 당연히 순식간에 무너 질 수밖에 없었다.

메이슨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었 다.

그는 김석중이 자신의 앞에 도착하 기 전에 마법의 캐스팅을 마칠 수 있었으나, 정작 완성된 마법을 써 보지도 못했다.

김석중의 주먹이 먼저 메이슨의 몸 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전투는 그걸로 끝이었다.

“형님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닙 니까? 그렇게 했다가는 어느 팀이든 박살 나지 않을 곳이 없을 것 같은 데요?”

어느새 땅으로 내려온 현우가 김석 중의 뒤에 나타났다.

‘너무 세게 나가시는데….’

김석중의 기준은 너무 까다로웠다.

그가 보여준 실력을 기준으로 하 면, 어떤 팀이든 비슷한 결과를 낳 을 터였다.

‘물론 같은 조건으로 치렀을 때 말 이지만….’

현우와 같은 절대적인 에이스를 뺀 다는 조건이 걸린다면, 그 어떤 프 로팀도 김석중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만큼 에이스의 존재감은 분명했 다.

슈퍼스타 한 명으로 게임의 판도를 바꾼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골목 대장, 현우 바로 자신이었다.

“솔직히 너 혼자서도 끝낼 수 있는 게 공성전이다. 너 없이도 다른 팀 에 밀리지 않아야 해서 우리에게 부 탁한 게 아니냐.”

강중구가 얼굴을 찌푸렸다.

현우의 말은 모순적이었다.

김석중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면, 다른 팀의 에이스들도 감당하지 못 한다.

그들은 김석중만큼 잘 싸우지 못하 더라도 저들 다섯 명보다는 압도적 인 전력이었다.

당연히 현우가 없이 싸우면 필패였 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차 피 그들은 저와 싸워야 하는데요.”

현우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각 팀의 에이스들은 현우를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단체전으로 간 다는 소리였다.

크레센트문 여섯과 열두 명으로 이 뤄진 다른 팀들 간의 대결.

현우가 흩뿌리는 디버프를 알고 있 다면, 그런 구도는 무조건 피하고 싶어 할 터였다.

“근데 굳이 그렇게 나누는 이유가 뭐지? 우승이 목표라면 그냥 다 때 려 부수면 그만 아니냐.”

하지만 그런 설명에도 강중구는 납 득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렇게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 가려 하는지.

“제게 도움을 준 사람들입니다. 타 이틀을 달아주려면 더 좋은 것으로 달아주고 싶습니다. 크레센트문의 존재감 없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도 실력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현우가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팀원들의 미래를 돕고 싶다는 것이 었다.

물론 드웨인이나 메이슨 그리고 유 리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들은 원래 본업이 따로 있었으니 까.

하지만 써니와 이훈은 그가 꼭 챙 겨줘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라도 잡음이 나지 않도록 말이지….’

지금이야 아무도 두 사람에게 화살 을 돌리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기억 이 깎여나가고 왜곡되면….

분명히 무슨 얘기가 나와도 수백 번은 나올 터였다.

‘이미 전례가 너무 많아.’

특히 한국이라 더 걱정됐다.

현우는 과거 프로게이머들이 어떻 게 인신공격을 당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역시 게임에 관심이 많은 한국 의 소년이었으니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굳이 더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래도 지 금은 아니야. 이 정도로는 그 촐싹 거리는 녀석의 팀에게도 가볍게 패 배할 거다.”

강중구가 말하는 촐싹거리는 녀석 의 정체는 마스체라노였다.

레이나의 뉴욕 워리어즈에 패배해 아깝게 윈터리그 우승을 놓치기는 했지만, 마스체라노는 누가 뭐래도 지난 아레나 위크의 영웅 중 한 명 이었다.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형님이 도 와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열 심히 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반전을 찍어야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크레센트문 의 다섯 선수의 표정은 좋지 않았 다.

가장 고생을 해야 할 자신들의 의 견은 이미 배제되어 있었다.

“어차피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한 거 같은데….”

이훈이 볼멘소리를 냈다.

그것을 들은 유리가 두 눈을 날카 롭게 치켜떴다.

“말조심해. 그러다가 훈련 강도 늘 어나면 네가 책임질 거야?”

메이슨이 옳다구나 유리의 말에 맞 장구를 쳤다.

불만은 그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겉으로 표출하지 않을 뿐.

“맞아, 입 조심해. 그런 말은 속으 로 해. 나처럼.”

그 순간 드웨인이 진중한 목소리로 다른 팀원들을 다독였다.

“그래도 너무 불만을 품지는 마. 우리를 위해서 고생하시는 거잖아. 미스터 강도 그렇고 저 두 분도 그 렇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을 위한 준비 임을.

“자, 그럼 이제 바로 연습 들어가 면 되는 것 같네요. 이번 훈련은 3 대 5 전투로 진행하겠습니다.”

어느새 그들의 사이로 다가온 현우 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하아, 하아.”

“후... ”

여기저기서 가쁜 숨소리가 터져 나 왔다.

현우는 바닥에 주저앉은 크레센트 문의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할게. PVP 훈련은 다음에 하자. 다음 훈련까지 다들 사냥 열심히 하는 것 잊지 말 고. 힘들다고 쉬면 오늘 한 훈련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레벨과 아이템 이 기본이야.”

말을 끝낸 현우는 발걸음을 돌렸 다.

그러고는 이내 투기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현우가 사라지자 김석중과 강중구 는 빙긋 웃으며 남겨진 크레센트문 선수들에게 다가왔다.

“아따, 쌀쌀맞은 거 좀 보게. 아주 애들 잡겄구먼.”

“그래도 정말 잘 됐으면 싶은가 봅 니다. 그게 아니면 저렇게 챙겨줄 리가 없죠.”

이훈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두 분 다 너무 강하게 나오시는 거 아닙니까? 말씀하셨던 거보다 더 세게 나오신 거 같은데….” 김석중이 느물거리는 웃음을 머금 으며 말했다.

“현우가 아조 귀신인디…. 적당히 해서는 속이지 못하제.”

“그건 그렇네요.”

강중구는 메이슨에게 다가갔다.

그는 메이슨과 나늘 말이 있었다.

“준비는 어때? 힘들지는 않고?”

“준비요? 뭐…. 그냥 펜트하우스를 열심히 꾸미고 있네요. 제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힘들긴요.”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것은 메이슨의 몫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집사가 알아서 할 일이었지만.

“그래? 근데 이번에는 현우 몰래 게스트들을 불렀거든….”

썩은 동태 눈깔 같던 메이슨의 두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깜짝 게스트.

그것도 현우를 놀라게 하기 위한.

“그건 조금 재밌네요.”

***

현우의 스트리밍 이후로 텅텅 비어 있던 샤론 산에는 조금씩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루피아 길드의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현우가 만족스러운 미소로 샤론 산 의 정경을 둘러봤다.

늘어난 플레이어들은 현우에게 도 움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스트리밍 때는 그저 기분에 따라 일을 저질렀다.

어떤 계산도 없었다.

그저 가슴이 향하는 대로 내질렀 다.

모든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을 때 한 생각이 현우의 머릿속에 번뜩 였다.

샤론 산을 누비는 플레이어가 많아 지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진룡 과 천룡대를 찾는 것에 도움이 된다 는 생각이.

‘큰 줄기는 내가 잡고 있어.’

현우에게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진 룡과 천룡대를 찾는다고 해도 아무 런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다른 플레이어들이 얻을 수 있는 퀘스트는 고작해야 진룡과 천 룡대의 생사나 행방을 전하는 것뿐 이었다.

그들을 찾아 메인 시나리오와 연결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현우뿐이 었다.

‘조금은 느긋하게 찾아도 되겠지.’

샤론 산은 그렇게 넓은 필드가 아 니었다.

수백 명의 플레이어만 있어도 샤론 산 전체를 사냥하는 데 충분했다.

몬스터들이 나오는 곳이 무척 한정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곳들은 차마 오고 다니기 힘든 험지였다.

가령 말도 안 되는 기암절벽이라든 가.

‘썬더루스 다음은 뭐였더라….’ 분노한 나무 정령과 썬더루스가 출 몰하는 지역은 대충 홅어본 상태였 다.

그곳에는 대규모 인원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이 딱히 없었다.

이제는 그 너머를 살필 필요가 있 었다.

현우는 가만히 서서 썬더루스 다음 에 나오는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떠 올렸다.

숨을 몇 번 고를 시간이 지나자 현 우는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샤론 산의 중심 지역이자 가장 많 은 몬스터들이 출몰한다는 곳.

‘용암이 솟구치는 대지라….’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공기부터가 뜨겁다 못해 타오르는 듯하고, 바닥에서는 수시로 용암이 흘러나오고 때때로는 땅이 갈라지며 용암이 솟구친다.

어지간한 아이템으로는 용암에 버 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로그아웃을 당한다는 마의 대지였다.

‘나오는 몬스터들은…. 용암 거인 하고 화염 포식자.’

용암이 솟구치는 대지에는 총 두 종류의 몬스터가 나왔다.

용암 거인과 화염 포식자.

용암 거인은 말 그대로 용암으로 이뤄진 거대한 인간 형태의 몬스터 였다.

용암이라는 특성상 화염 공격에는 아예 면역 상태이고 어지간한 물, 얼음 속성 공격에도 피해를 받지 않 는다고 했다.

상성도 수준이 맞아야 적용되는 공 식이었다.

용암에 생수를 뿌려봐야 절대 식지 않는다.

용암을 굳히기 위해서는 강력한 비 바람이 필요했다.

그것도 무척 강한 수준으로.

그에 반해 화염 포식자는 일반적인

생명체나 다름없었다.

피와 살로 이뤄진 존재.

다만 이름처럼 화염을 먹고 자라 열 저항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했다.

‘불타는 소라….’

화염 포식자는 거대한 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용암을 먹고 지내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시뻘건 가죽과 거대한 뿔.

노랗게 빛이 나는 두 눈은 보는 것 만으로도 꽤 무섭다고 쓰여 있었다.

‘빨간 가죽하고 뿔 그리고 노란색 눈….’

“저거 아냐?” 현우의 두 눈에 커뮤니티에 쓰여 있던 화염 포식자와 동일한 생김새 를 가진 소가 나타났다.

그리고….

“커뮤니티 글에는 용암 거인이 화 염 포식자를 타고 다닌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 위에는 거대한 덩치의 용암 덩 어리, 용암 거인이 있었다.

용암 거인은 장군이 말을 타듯 위 풍당당한 기세로 화염 포식자의 등 위에 앉아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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