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502화 (503/939)

제502화

띡…띡…띡…믹!!!

힘차게 돌던 슬롯머신이 눈에 띄게 느린 속도로 돌았다.

이내 완전히 멈추고 화면에는 결과 를 알리는 알파벳이 떠올랐다.

- 슬롯머신 결과 : aAG

- 당첨되지 않으셨습니다.

- 현재 남은 횟수 9/10 현우는 당연하게도 당첨되지 않았 다.

한 번에 골드를 얻은 영찬이 더 대단한 것이었다.

비록 골드가 가장 낮은 보상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기회는 아홉 번이나 남지 않 았겠습니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현우는 누가 봐도 실망한 얼굴 표 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믿음이라고는 전혀 가지 않 았다.

- 그 크 크=l 크=1=l. 네, 다음 패배자.

- 오늘 골목대장 무릎 꿇는 영상 올라 옵니까!!!

- 오늘 아르곤이 이기면 갓으로 찬양 한다. 갓르곤!!!

- LL. 아직 아홉 번 남기는 함. 꽝 나올 게.

시청자들은 현우를 비웃었다.

그의 미래를 암울하게 점쳤다.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영찬이 현우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보다는 반대로 현우가 영찬 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더 재미 있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한 번씩 당첨이면 더 좋은 보상을 받은 사람이 이기는 거야.’

현우는 담담하게 슬롯머신 위에 있 는 당첨 시에 얻을 수 있는 보상 목록을 살폈다.

SSS - 레어 등급 이상의 스킬

WWW - 레어 등급 이상의 무기

AAA - 레어 등급 이상의 방어구 aaa - 레어 등급 이상의 액세서리

GGG - 500~10,000 사이의 골드 골드는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이었 다.

10,000골드를 얻는다고 해도 다른 보상과 비교하면 그다지 좋지 못했 다.

아레나에 부족한 것은 아이템과 스 킬이었지 골드가 아니었다.

“아홉 번을 더 뽑는다고 해서 당첨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포기 하는 게 어때?”

영찬이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은 현우를 쳐다봤다.

그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기분이 나쁠 정도로 짙은 비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영찬은 현우에게 강한 도발을 걸었 다.

패배를 인정하는 게 어떠냐는 말이 었다.

“포기? 누가 포기해? 난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너나 그만두지, 그 래? 아무리 돌려봐야 그거 이상은 힘들 테니까. 어렵게 번 돈인데…. 90골드라도 아껴야지? 가진 돈도 얼마 없잖아?”

현우는 영찬의 말을 가볍게 받았 다.

영찬의 어깨까지 두들기며 되로 받 은 것을 말로 돌려줬다.

현우의 대응이 영찬에게 카운터로 들어갔다는 것은 새빨갛게 변한 영 찬의 얼굴을 통해 시청자들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뭐? 돈이 뭐?”

영찬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현우의 공격은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니었기에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 다.

영찬에게 90골드는 푼돈이었다.

푼돈.

몬스터를 한두 마리만 잡아도 벌리 는 돈이었다.

물론 파티원들과 나누면 당연히 적 어질 테지만, 그걸 감안해도 90골드 는 정말 적은 돈에 불과했다.

다만 그 말을 꺼낸 것이 현우라는 게 문제였다.

‘돈을 좀 많이 벌었어야지….’

비교 대상이 달랐다.

영찬이 자수성가의 표본이라면, 현 우는 신흥 재벌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현우에 비하면 영찬이 가진 돈이 얼마 안 되는 게 현실이었다.

현우는 벌어도 너무 벌었다.

액수의 단위가 달랐다.

“넌 무릎 꿇을 준비나 해. 절대 안 봐준다. 무릎 꿇고 ‘나는 패배자입 니다.’라고 쓴 플래카드 들고 있을 줄 알아.”

결국 끓어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한 영찬이 소리를 질렀다.

- 그러게, 말이 조금 심했네.

- 지나쳤어. 지나쳐.

- 어떻게 자존심을 공격흐}냐.

- 오늘 골목대장 무릎 꿇게 하자. 아 르곤.

시청자들은 영찬에게 감정을 이입 해 분노의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채팅창의 여론이 현우의 벌칙으로 급격하게 흘러갔다.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슬 롯머신이나 당기지그래? 하루 내내 여기서 입만 나불댈 거야? 시간이 많은가 보지?”

현우는 그런 채팅창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만 계속했다.

필요 이상으로 영찬의 자존심을 건 드렸다.

“아니, 지금 바로 할 건데? 무릎 꿇은 네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려면 말이지.”

영찬도 이제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아니라 차게 식은 분노가 생긴 것 같았다.

종전과는 다르게 냉정한 말투로 말 했다.

영찬과 현우가 동시에 슬롯머신을 향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두 사람의 등만 보였다.

차가운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등만이.

슬롯머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 굴에는 미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방금까지 설전을 나눴다고는 믿기 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얼굴이었다.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대본이 뽑혀 서 다행이네.’

현우가 조금 전의 대화를 되새겼 다.

영찬과의 연극은 기가 막혔다.

실제로 진심이 가득한 연기 때문인 지 누구도 이것이 꾸며진 상황이라 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게 진짜 오랜 친구 사이의 케미 지.’

현우와 영찬이 벌인 설전은 모조리 두 사람이 사전에 기획한 시나리오 에 맞게 연기한 것에 불과했다.

현우와 영찬은 슬롯머신 결과에 따 른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대강의 상 황을 설정했다.

그러고는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상 황극을 준비한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대본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실제로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에 문제가 있다면, 그 대본은 제대로 된 모습 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현우와 영찬은 할리우드 배 우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것들의 결과였다.

‘진심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지.’

현우는 작게 고개를 주억이고는 슬 롯머신을 다시금 거칠게 당겼다.

츠}르르르르르르르륵!!!

슬롯머신이 부서지는 착각이 들 정 도로 큰 소리가 났다.

슬롯머신의 화면 속 알파벳도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a, W, S, A, G.

다섯 가지 알파벳이 모습을 드러내 고 감추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띡…띡…띡…띡⑴

이윽고 슬롯머신에서 나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알파벳이 점멸하는 속 도도 줄어들었다.

- 슬롯머신 결과 : aWG

- 당첨되지 않으셨습니다.

- 현재 남은 횟수 8/10

‘또, 꽝이네.’

꽝이었다.

슬롯머신을 본 현우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영찬이 이미 한 번 슬롯머신 도박 에서 성공한 이상 현우도 적어도 한 번은 성공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1,0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지도 몰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수십 배는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으로 현우의 그 모습을 볼 것 은 자명한 일이었다.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현우가 슬롯머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 현우의 옆자리에서 거친

샤우팅이 터져 나왔다.

기쁨에 취한 짐승의 울음소리였다.

“또 떴다!!!!!”

괴성의 주인은 영찬이었다.

영찬이 2연속 슬롯머신과의 싸움에 서 승리한 것이었다.

- 슬롯머신 결과 : GGG

- 당첨되셨습니다.

- 결과에 따라 보상, 골드를 지급합니다.

- 지급된 골드 : 922골드

- 현재 남은 횟수 8/10 비록 두 번 모두 골드에 당첨된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승 기는 많이 기울었다고 볼 수 있었 다.

현우가 남은 여덟 번의 기회에서 최소한 두 번 이상 상품에 당첨되어 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확률이 무척 낮았 다.

그리고 현우의 운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 이길 확률이 확 낮아졌으니까…. 三L 냥 지금 무릎 꿇죠?

- 험한 꼴 보기 전에 그냥 쿨하게 끓 읍시다.

- 더 하면 시간 낭비임. 다른 콘텐츠 진행 가시죠?

- 남자의 무릎은 어느 순간 한없이 가 볍다. 골목대장님에게는 그 순간이 지금 인 듯.

시청자들은 영찬의 연이은 당첨에 환호했다.

현우의 굴욕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들의 마음속 에 스멀스멀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작은 씨앗에 불과하던 것 이 이제는 싹을 틔우고 줄기가 뻗어 났다.

“여러분들? 왜 자꾸 포기를 종용하 십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여덟 번의 기회가 남 아 있습니다. 여덟 번이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횟수입니다.”

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향해 열변을 토해냈다.

이건 비단 시청자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 었다.

그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했 다.

“이 골목대장, 포기를 모르는 남자 입니다. 패배도 모르는 몸입니다. 오 늘 저놈 앞에서 절대 무릎을 꿇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현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슬롯 머신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신중하게 슬롯머신을 당 겼다.

촤르르르르르르르! !!

띡…띡…띡…띡⑴

- 슬롯머신 결과 : GGG

- 당첨되셨습니다.

- 결과에 따라 보상, 골드를 지급합니다.

- 지급된 골드 : 2,416골드

- 현재 남은 횟수 7/10

결과는 공교롭게도 영찬과 같은 골 드에 당첨되었다.

당첨 액수가 높기는 했지만, 결국 에는 한 번 당첨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당첨에서 골드 가 또 나왔을 때 조금 유리해지겠 지.’

현우는 머리에 살짝 스치는 듯한 희망을 안고 슬롯머신의 레버를 다 시 바닥을 향해 내렸다.

촤2 2 2 e2e 2111

- —■ —,■ —■ —■ —.. — - _ t 9 9

띡…띡…띡…띡 IJI

- 슬롯머신 결과 : SGW

- 당첨되지 않으셨습니다.

- 현재 남은 횟수 6/10

초e eHE eee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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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띡…띡…띡⑴

- 슬롯머신 결과 : SGW

- 당첨되지 않으셨습니다.

- 현재 남은 횟수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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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띡…띡 …띡⑴

- 슬롯머신 결과 : SGW

- 당첨되지 않으셨습니다.

- 현재 남은 횟수 1/10

그 후로 여섯 번을 더 당겼을 때 까지 현우는 성공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이제는 패색이 매우 짙어졌다.

현우의 눈앞까지 패배가 다가왔다.

‘그럴 수는 없어. 내가 저 새끼한 테 무릎을 꿇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영찬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 o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다행인 건 쟤도 모조리 실패를 했 다는 거겠지.’

현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영찬 역시 두 번의 당첨이 끝이었 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 다.

그대로 여덟 번의 기회를 모두 날 렸다.

‘마지막 한 번에 모든 것을 건다.’

현우가 신중한 표정으로 슬롯머신 의 레버를 쥐었다.

그러고는 레버를 당기는 게 아니라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지금 제 패배를 확실 시하고 있다는 것은 채팅창을 보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저를 조롱하고 또 비웃고 있을 겁니 다.”

현우의 말대로였다.

채팅창은 이미 현우의 패배를 축하 하며 그의 굴욕을 기대하는 채팅들

이 즐비했다.

- 잘 아시네.

- 그러니까 어서 무릎부터 꿇읍시다.

- 남자가 말이 길어.

- 말 많은 사람치고 실속 있는 사람이 드물다던데. 우리 대장님은 언제부터 이 렇게 말이 많아지셨지?

- 상남자답게 화끈하게 갑시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믿고 있습니 다. 제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잠시 후에는 모두가 절 다르게 바라 볼 겁니다. 그것 하나는 확신합니다.” 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레버를 당 겼다.

촤르르르르르르!!!

슬롯머신에서 유독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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