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554화 (555/939)

제552화

충격적인 현우의 경기 이후로는 무 난했다.

사제 클래스를 고른 근접 클래스 선수들이 이기기도 했고, 근접 클래 스가 된 마법사나 사제 클래스 선수 들이 이기기도 했다.

다만 현우의 경기가 너무 충격적이 었기에 별다른 임팩트가 없었을 뿐 이었다.

현우는 32강전 이후로 16강과 8 강, 그리고 준결승전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화려한 전투를 펼쳤다.

그런데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레이나와 에이케이가 겨루면서 사람 들의 관심이 현우의 경기가 아닌 경 기에도 쏠렸다.

“아, 안타깝게도 레이나 선수가 패 배하고 맙니다. 정말 미세한 차이였 어요. 찰나의 실수가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준결승 두 번째 경기는 에이케이와 레이나의 싸움이었다.

원래 클래스가 근접 클래스 선수들 끼리의 전투였다.

그만큼 경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신성력을 마력처럼 쓰며 서로에게 치명타를 노리는 공방이 수없이 이 어 졌다.

그러한 싸움의 끝은 레이나의 집중 력이 살짝 흐트러졌을 때 결정됐다.

“작년 아레나 위크 PVP 무패의 에 이케이 선수와 이렇게 격전을 펼쳤 다는 것 자체가 레이나 선수의 기량 이 작년과 비교해서 큰 폭으로 상승 했다는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레이나의 패배를 조 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승자인 에이케이보다 더욱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에이케이는 작년 아레나 위크 PVP 부문을 압도한 최강자였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PVP의 최 강자라는 수식어를 손에 쥐었던 에 이케이를 상대로 레이나가 이만큼 선전한 것이었다.

“사제 클래스로 이 정도 기량을 보 였다는 것은 PVP나 공성전에서 만 났을 때는 에이케이 선수도 낙승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뜻도 될 수 있습 니다. 레이나 선수는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PVP의 강자가 된 것입니 다.”

레이나에 대한 코멘트가 끝나고 해 설자들의 관심이 에이케이에게로 옮 겨 졌다.

“에이케이 선수는 실력이 여전하다 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투에 대 한 재능이 천부적이라는 소리죠. 이 번 아레나 위크에서도 대단한 성적 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이번 아레나 위크에서는 욕심을 버 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케이 선수도 작년만큼 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 거 라고 봅니다.”

한 해설자는 에이케이에 대한 얘기 로 시작해 이번 아레나 위크의 전망 을 말했다.

그의 생각으로는 이번 대회는 누군 가의 원맨쇼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 다.

나머지는 들러리였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른 해설자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벤트전으로 그 생각은 더욱 확고 해졌다.

골목대장은 확실히 압도적인 괴물 이었고 그를 막을 수 있는 프로게이 머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럼 대망의 클래스 체인지 결승 전! 크레센트문의 골목대장 강현우 선수와 PSG의 황태자 에이케이 선 수의 경기를 잠시 후에 시작하겠습

니다!!!”

캐스터는 그런 해설진들의 분위기 를 잘라냈다.

적절하게 멘트를 던져 경기를 진행 했다.

중계진들의 얘기가 이어지는 동안, 아레나 위크에 참석한 선수들이 앉 아 있는 장소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 다.

팀별로 테이블을 정해 앉아 있던 초반과는 다르게 클래스 체인지가 끝나가는 현재에는 이미 자리가 섞 일 대로 섞여 있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다른 팀의 선수 들과 얘기를 나눴다.

이미 친한 사이의 선수들도 있었고 이제 막 친해진 사이도 있었다.

“레오, 이제 너만 남았어.”

“패배자가 이렇게 또 추가되는군.”

“이제 그만 받아들여, 어차피 시간 차이였어. 네가 나보다 오래 살아 있는 건 골목대장과 가장 멀리 있어 서였을 뿐이야.”

“그래도 한 가지 장점은 있네. 결 승전에서 지니까 스포트라이트도 그 만큼 더 받겠지?”

레오, 에이케이와 친분이 있는 선 수들은 하나같이 그를 놀리기 바빴 다.

그 선두에는 당연하게도 마스체라 노가 서 있었다.

그는 괜한 객기를 부려 사제 클래 스가 아닌 마법사 클래스를 골랐다.

현우와 같은 클래스로 싸워보고 싶 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마스체라노는 현우가 아니 었다.

그는 레드불 아메리카의 철없는 캡 틴이지, 크레센트문의 수호신이 아 니었다.

그는 64강에서 바로 탈락했다.

그리고 마스체라노를 떨어트린 장 본인이 바로 에이케이였다.

당연히 마스체라노의 입이 멈출 리 가 없었다.

“괜찮아, 어차피 이길 거라고는 생 각하지 않으니까. 단지 아쉬울 뿐이 지. 이번 대결이 앞으로 있을 경기 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 에이케이는 다른 선수들의 놀림에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워할 뿐이었다.

현우와 근접 클래스 대 근접 클래 스로 맞붙지 못하는 것을.

이번 이벤트를 PVP의 사전 연습으 로 삼지 못하는 게 정말로 아쉬웠 다.

“해봐야 의미 없다. 안다고 파악될 인간이 아니야. 그냥 짐승 같은 감 각으로 이길 생각을 해.”

마스체라노는 에이케이에게 충고를 던졌다.

그는 이 테이블에 모인 누구보다 현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직접 현우의 전투를 지켜본 게 수 십 차례였다.

그때마다 느낀 것은 한결같았다.

상식 밖의 존재.

캐릭터의 스탯이 얼마고 어떤 스킬 을 가졌는지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활용하기에 사기였다.

“솔직히 너도 알고 있잖아? 그의 채널에 올라온 영상만 벌써 수백 개 가 넘어. 분석할 자료는 넘친다는 얘기지. 근데 모두가 달라. 같으면서 도 달라. 그렇기에 파악할 수가 없 다고 느끼는 게 전부지.”

마스체라노의 표정에는 어느새 가 벼움이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 진지함이 서렸다.

“그건 나도 알아. 우리도 진즉에 포기했어. 단지 그가 즐겨 쓰는 스 킬이 무엇인지 정도만 알고 있지.”

에이케이는 마스체라노의 말이 무 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분석한 결 과였다.

몇 달에 걸쳐 분석했지만, 나온 사 실이라고는 저게 전부였다.

골목대장을 분석해도 나오는 게 없 었다.

매번 미묘하게 바뀌어 갔다.

그러한 변화는 진화에 가까웠다.

영상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고 기괴한 전투를 펼쳤다.

그것들은 곧 PVP에도 반영됐다.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수준이 비록 세계에서 높은 편은 아니라고는 하 나 그래도 프로게이머였다.

최상위 플레이어라는 소리였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그는 점점 더 압도적으로 변했다.

그렇게 강한 골목대장은 끝을 모르 고 성장했다.

‘끊임없이 발전했다.’

1주차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7주차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더 강했다.

‘나도 발전했어. 전과는 달라.’

하지만 에이케이라고 해서 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현우의 영상을 보며 그의 플레이를 모방했고 에이케이만의 스타일로 흡 수했다.

특히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다만 그것을 외부에 따로 보여주지 않았을 뿐.

‘이 사제 클래스 전투도 훈련 방법 중 하나였지.’

클래스 체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한 훈련은 아니었다.

그저 현우가 골목대장 아카데미에 서 말하고 보여준 것 중에서 쓸 만 하다 싶은 것들을 모조리 가져다 썼 을 뿐.

“그럼 다행이네. 그럼 가서 잘 패 배하고 와라. 가장 높은 위치에 있 는 패배자.”

마스체라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에이케이의 어깨를 꾸욱 눌렀다.

마스체라노는 끝까지 한결같았다.

“클래스 체인지 대망의 결승!!! 아 레나 위크 개막식의 끝을 장식할 주 인공을 뽑는 경기가 지금 시작됩니 다!!!”

“에이케이 선수와 강현우 선수의 대결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에이케 이 선수가 플레이하는 사제는 근접 클래스 못지않아요. 근데 강현우 선 수가 플레이하는 마법사는 그야말로 꿈과 같습니다.”

“마법사와 사제의 PVP. 어디서도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그것도 일반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아레나의 최고 를 가리는 아레나 위크에 진출한 선 수들의 경기입니다!!!”

중계진들은 각종 수식어를 붙여가 며 현우와 에이케이 두 사람의 결승 전을 꾸몄다.

하지만 뉴욕 아레나 스타디움 장내 분위기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미 어떤 때보다 열기가 넘쳤다.

“잘 부탁드립니다, 골목대장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에이케이는 현우에게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 케이 님.”

현우는 에이케이가 내민 손을 잡았 다. 악수를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 었다.

‘뭐, 악수하는 게 힘든 것도 아니 고.’

“오늘은 살살 부탁드립니다. 이벤 트 매치부터 힘을 뺄 필요는 크게 없지 않겠습니까?”

현우가 짧게 말을 덧붙였다.

어지간하면 경기를 편하게 끝내고 싶었다.

레이나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 력은 꽤 뛰어났다.

‘스킬 활용이 괜찮았으니까….’

원래 가진 전투 센스나 실력이 굉 장했기에 까다로운 전투가 예상됐 다.

“제가 살살할 처지가 돼야 그렇게 할 텐데요….”

에이케이가 현우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다시금 그의 자리로 돌아 갔다.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을 수도 있 겠네.’

현우의 상대는 결승전까지 모두가 근접 클래스였다.

우연처럼.

상대는 모두 빨랐고 강한 신체 능 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력도 다들 잘 다루는 편이었다.

‘하지만 에이케이는 人}제란 말이 지….’

사제는 근접 클래스처럼 빠르고 강 하지 못했다.

치료 마법이나 버프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근접 클래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현우가 상대의 움직임 에 대처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이 었고 그것은 곧 현우에게 상황이 유 리하게 돌아간다는 소리였다.

현우는 지팡이를 꺼냈다.

그것을 본 에이케이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뛰었다.

에이케이는 달리면서 자신에게 버 프를 걸었다.

따스한 빛이 에이케이의 몸을 감쌌 다.

빛에 둘러싸인 에이케이의 몸의 속 도가 한순간에 빨라졌다.

에이케이가 빠르게 두세 걸음을 뛰 었을 때 투기장에 팝콘이 터지는 듯 한 소리가 퍼졌다.

퍼버버버벙!!!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충격파가 터 져 나왔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여러 개가 터졌다.

충격파의 근원은 현우가 캐스팅한 파이어 볼이었다.

작게 생겨난 붉은색 공들이 바닥과 부딪쳐 생겨난 것이었다.

에이케이는 정확히 폭발이 일어난 위치를 밟았다.

에이케이의 몸이 휘청였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움직이는 속 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양팔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미친!”

“저게 말이 되나?”

“어이가 없네, 진짜.”

너 나 할 것 없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했다.

아니, 감탄하다 못해 황당했다.

“저 짧은 시간에 저게 되나?”

현우가 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짓 이었다.

현우는 그 짧은 순간 에이케이의 속도를 계산하고 마법을 캐스팅해 정확한 위치에 마법을 구현했다.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을 현우는 실제로 보여준 것이었다.

“가관이군, 진짜 가관이야….”

마이크를 착용한 것도 잊은 것인지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을 토해내는 해 설자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만 한 멘트였지만, 누구도 그런 것을 트집 잡지 않았다.

이어진 현우의 마법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꽂혔기 때문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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