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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의 귀환-560화 (561/939)

제557화

“무작정 사라지더니…. 홀연히 돌 아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르브론은 뚱한 표정으로 현우를 쳐 다봤다.

그는 현우의 행동이 썩 마음에 들 지 않았다.

현우가 보인 행동에서 마치 누군가 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도망가려면 같이 가야지 말이야. 어딜 혼자만 그렇게 가는지….’

소장권 1개를 사용랬습니다. 르브론이 화가 난 부분은 바로 이 것이었다.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은 것.

그게 문제였다.

‘내가 간다고 하면 말려?’

말릴 리가 없었다.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건 누구 보다 르브론이었다.

르브론보다 강한 열망을 가진 이가 없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그가 최고였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현우는 자신 의 도주가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 했다.

정확히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사부님, 한번만 살려주십쇼. 이대 로 갔다가는 저 죽습니다.”

르브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현우 를 쳐다봤다.

“어차피 한두 번 죽어도 의미가 없 지 않으냐. 좋은 경험이다 하고 갔 다 오너라.”

르브론은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했 다.

혼자 에토노에 남아 있던 르브론의 마음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아, 몰라. 그럼 여기에 있을 거예 요.”

결국 현우는 바닥에 드러눕는 것을 선택했다.

르브론의 앞쪽에 그대로 누웠다.

그러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콧노래 까지 불러댔다.

“후... ’’

그 모습을 보는 르브론은 어이가 없어서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현우 에게 주먹질이라도 할 것 같았다.

“제자야, 오늘 크게 잘못했다는 사실 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에는 참겠지 만…. 다음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르브론은 화를 삭였다.

아니, 마음 한편에 차곡차곡 쌓았 다.

그것은 언젠가는 터질 화약이었다.

다만 그게 제국이나 현우에게 향하 지는 않을 터였다.

과거의 르브론이 그러했던 것처럼 제국에 해가 되는 이들에게 향할 것 이었다.

“예, 감사합니다. 사부님. 앞으로 제자가 잘하겠습니다. 사부님의 높 고도 깊은 은혜는 정말 잊지 않겠습

니다.”

그것을 모르는 현우는 마냥 기뻐했다. 순식간에 일어나 르브론에게 허리 를 연신 숙였다.

“은혜는 무슨….”

르브론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현우가 고개를 들어 르브 론의 얼굴을 쳐다봤다.

‘ 응?’

현우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웃고 있는 르브론의 얼굴이 이상했 다.

‘날 보고 있는 게 아니야?’

위화감의 정체는 르브론의 눈이었 다.

그의 눈에는 현우가 담겨 있지 않 았다.

르브론의 눈동자에 보이는 것은 금 발의 미남자였다.

‘황제!’

르브론은 현우의 뒤에 서 있는 황 제를 쳐다보고 있었다.

현우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것처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현우가 움직이지 않자 황제가 현우 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눈을 감고 있 는 현우의 이마를 톡톡 건드렸다.

“후작쯤 되면 황제의 앞에서 이렇 게 눈을 감고 잠을 자도 되는 가보 지? 공작을 달면 아주 누워서 자겠 어, 그래?”

현우는 뼈가 담긴 황제의 말에 겨 우겨우 눈을 떴다.

더 감고 있다가는 무슨 소리를 더 들을지 몰랐다.

“아닙니다, 폐하.”

현우는 별다른 변명을 하기보다는 그냥 바닥에 몸을 바싹 숙이는 것을 선택했다.

괜히 어쭙잖게 말을 덧붙였다가는 황제의 화만 돋울 가능성이 컸기 때 문이었다.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고 하고. 외유가 길던데…. 사라진 것도 그렇 고 어떻게 돌아오는 시기도 이리 공 교로운지. 마치 후작이 내 마음을 읽는 듯해.”

황제는 옅은 미소를 띤 채로 현우 의 곁을 빙글빙글 돌았다.

현우는 사방에서 들리는 황제의 발 걸음 소리가 너무나 무서웠다.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보려는 찰 나에 사라지더니…. 딱 참지 못하려 는 순간에 나타났단 말이지…. 참으 로 이상해.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안 드나, 강현우 후작?”

현우는 황제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꾸욱 다 물고 있을 뿐이었다.

“뭐, 그래. 다 좋아. 하지만 말이 야….”

황제가 현우의 정면에 다시금 멈춰 섰다.

동시에 황제의 기세가 급변했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것은 그대로였 다.

그러나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 는 광폭하기가 그지없었다.

금세라도 현우를 찢어발길 것 같았 다.

‘어…. 망했다….’ 살을 에는 듯한 황제의 싸늘하고도 아찔한 기세에 현우는 침만 꼴깍 삼 켰다.

이제는 정말 중요했다.

어느 순간 목숨이 날아가도 이상하 지 않았다.

“후작의 외유가 어땠는지에 따라서 오늘 멀쩡히 돌아갈 것인지 아니 면…. 그렇지 못할지 정해진다는 건 명심해야 할 것이야.”

황제의 기세는 그의 말이 이어질수 록 강해졌다.

황제의 말이 끝난 종국에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의 기세가 느 껴 졌다.

‘무슨 말을 하지?’

현우는 잠깐 고민했다.

과연 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가.

무슨 말을 해야지 황제의 마음을 채울 수 있을지.

‘마족들을 팔자.’

현우는 델론 백작을 위시한 마족 귀족들에 대한 정보를 생각해냈다.

그 정도라면 황제도 충분히 만족할 터였다.

“저희가 상대해야 할 마족들에 대 해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돌아왔습 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번 전쟁은 사실상 두 명의 마왕을 상대 로 벌이는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저 희가 상대할 마족 귀족들은 대략 마 왕 한 명에 귀족이 여덟 명입니다.”

현우의 말을 들은 황제의 얼굴에 약간의 흥미가 생겨났다.

“마왕? 직접 보았나?”

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제가 귀족 두 명을 죽였고…. 마왕이 직접 에토노로 와 사부님의 존재를 느끼고 돌아갔다고 하니 무 조건 함께 올 것입니다.”

현우는 확신했다.

다마노스는 무조건 에토노에 나타 난다.

생각이란 게 없는 멍청이라면 모를 까 이미 두 명의 귀족이 희생됐고 상대가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정보 가 입수됐다.

‘황제에게 죽은 건 아니지만….’

물론 귀족들은 현우가 죽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제가 괴물 처럼 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다마노스에게 전해진 정보 는 반쯤은 사실이었다.

“ 마왕?”

이번에는 황제가 아니라 르브론에

게서 말이 튀어나왔다.

“그놈이 마왕이었나?”

르브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 말을 했다.

그것을 본 황제가 르브론에게 물었 다.

“놈이 언제쯤 왔지?”

“한 3주쯤 됐습니다. 도시의 밖에 서 거대한 기운이 잠시 느껴지다 사 라졌는데…. 그게 마왕이었나 봅니 다.”

르브론이 잠시 생각한 후에 대답을 내놓았다.

시기상으로 딱 그 정도였다.

황제가 에토노를 비우고 제국으로 돌아갔을 때였으니까.

“어느 정도나 강하지? 파악됐나?” 황제의 관심은 이제 오로지 마왕이 었다.

쭉정이들을 학살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전투의 백미는 역시 백척간 두를 걷는 마음으로 싸우는 것이었 다.

그것만 한 쾌락이 또 없었다.

“후하게 잡아 줘도 제가 약간 밀리 는 정도, 실제로 붙으면 비슷할 것 으로 생각합니다.” 르브론은 그가 느꼈던 다마노스의 수준을 말했다.

그가 느낀 것은 딱 그 정도였다.

르브론 본인보다 살짝 약할 수도 있고 조금 강할 수도 있는 수준.

즉, 붙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대였다.

바꿔 말하자면, 르브론이 마왕만큼 이나 강하다는 뜻도 됐다.

“그런가? 그 정도면 훌륭하군. 그 놈 하나만으로도 마계에 온 보람이 있어.”

황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호각의 역량을 지닌 상대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마계는 존재 가치가 충 분했다.

서대륙에서는 황제와 비슷한 수준 이라고 해봐야 드래곤 중에 일부나 눈앞의 르브론이 끝이었다.

그들이 황제와 목숨을 건 전투를 치를 리가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온 것이었다.

‘괴물들 같으니라고….’

마왕이 강하다는 소리에 기뻐하는 황제를 보는 현우는 고개를 절레절 레 흔들었다.

괴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인 건 이제 내게 별다른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건데….’

황제의 관심이 다마노스에게 쏠린 탓에 현우의 일은 흐지부지 넘어가 는 듯했다.

현우는 그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이걸로 넘어가지. 다만…. 다음부터는 원하는 게 있다면, 직접 와서 얘기하도록. 난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야.”

황제의 말은 충고이자 경고였다.

다음에도 이렇게 행동했을 경우에 는 이번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 는 경고.

“감사합니다, 폐하.”

현우는 사라지는 황제를 향해 허리 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르브론을 바라 보며 물었다.

“근데 마왕이 그 정도입니까? 사부 님도 힘들 정도로 강합니까?”

“강했다. 본신에 지닌 마력이 얼마 나 많은지, 마치 작은 태양이 떠다 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사부님의 마력이 더 늘어난다 면…. 대략 지금보다 두어 배 많은 마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 습니까?”

현우의 뜬금없는 질문에 르브론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무조건 이긴다. 아직도 마력 이 부족해서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 는 스킬들이 있으니…. 그것들만 자 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마 왕과 열 번 싸워 열 번을 이길 자 신이 있다.”

르브론은 확신했다.

그가 창안한 스킬 중에서는 마력 소모량이 워낙 큰 탓에 실전에서는 제대로 써볼 수 없는 것들이 꽤 있 었다.

쓰고자 하면 어떻게든 쓸 수는 있 지만, 그 스킬로 상대를 끝장내지 못했을 경우 도리어 자신이 당할 수 도 있기에 실전에서 쓰지 않는 스킬 들이었다.

마력량이 늘어난다면, 그런 스킬들 을 별 어려움 없이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한층 더 강 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 이걸 받아주세요, 사부님.”

현우는 인벤토리 안에서 반지를 꺼 내 르브론에게 내밀었다.

현우가 내민 반지는 바로 ‘에토노 의 주인’이었다.

반지의 기능은 두 가지였다.

마력석 ‘에토노’에 있는 마력을 주 기적으로 흡수할 수 있고 언제든 쌓 여 있는 마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것.

현우가 르브론에게 말했던 것처럼 한순간에 마력을 늘리는 방법 중 한 가지였다.

“반지? 이게 무엇이냐?”

르브론은 현우가 내민 반지를 집어 들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별 특색이 없는 반지 였다.

“도시 한편에 있는 마력석을 이용 할 수 있는 권한이 담긴 반지입니 다. 주기적으로 마력석에 담긴 마력 을 흡수할 수도 있고 도시 근처에서 전투 시에는 마력석에 쌓인 마력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우의 설명을 들은 르브론의 표정 이 변했다.

현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기 회였다.

강해질 기회였다.

게다가 어차피 현천마공으로 인해 암흑 속성 마력을 얻은 상태였다.

마계의 마력을 더 받아들여도 아무 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럼 우선 마력석이 있는 곳으로 가시죠, 사부님. 제가 효도하겠습니 다.”

현우는 르브론의 팔을 잡고 이끌었 다.

르브론은 순순히 현우의 안내에 따 라 움직였다.

이번 선물은 현우 입장에서는 굉장 한 출혈이었다.

마력 흡수를 사용할 기회를 르브론 에게 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우가 르브론에게 마력 흡수를 양 보한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 마왕이 두 명이 전부 올 수 있으니까….’ 패배라는 단어는 절대 현우의 앞에 와서는 안 됐다.

그게 메인 시나리오라면 더더욱.

현우와 르브론은 복구를 마친 콜로 세움에 도착했다.

현우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마력석 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현우와 르브론은 마력석 이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이게 바로 마력석. 에토노입니다. 사부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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