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578화 (579/939)

제575화

“스승님!”

현우의 뒤에 나타난 사람의 정체는 바로 르브론이었다.

현우의 스승이자 마력석의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 떠났던 그가 벌써 돌 아온 것이었다.

“어떻게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마 력 흡수는요?”

현우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속도였다.

현실의 하루가 아레나 속에서는 그 보다 훨씬 긴 시간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토당토않게 긴 시 간은 아니었다.

여러 개의 도시를 찾아다니며 마력 을 흡수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시간 이었다.

사실, 르브론은 정확히 두 개의 도 시만을 다녀왔다.

쿠에르와 블랑.

현우가 말해준 도시들이었다.

다른 도시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 았다.

“도시 두 곳만 돌고 왔다. 마왕이 에토노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 다. 편하게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 돌아다니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아서 말이지.”

르브론이 에토노로 귀환한 이유였 다.

“어디부터 가셨습니까?”

“블랑부터 갔다. 아무래도 아는 사 람이 있는 곳이 편하니.”

르브론은 블랑과 쿠에르 두 도시 중에서 요한 블레이크가 현재 머무 르고 있는 도시인 블랑을 먼저 방문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요한 블레이크는 쿠에르에 대해서 도 알고 블랑에 대해서도 안다.

당연히 그에게 묻는 게 가장 효과 적이면서도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 었다.

“블랑에 있는 마력석은 마력 흡수 가 가능한 상태였다. 운이 좋았지. 전대 마왕이 마력을 긁어 쓴 탓에 마력석에 마력이 얼마 전에야 겨우 찼다고 했다.”

르브론은 정말 운이 좋았다.

타이밍이 딱 떨어졌다.

르볼레가 요한 블레이크와 싸우며 소모했던 마력석의 마력이 얼마 전 에야 겨우 다시 복구되었다.

그 순간에 르브론이 딱 블랑을 방 문한 것이었다.

“쿠에르는 그 양반이 원래 건들지 를 않아서…. 편안하게 흡수했다. 그 리고 들은 것이지. 에토노에 마왕이 나타났었다고. 물론 폐하께서 잘 물 리쳤다고는 하나 본신의 이득을 위 해 제국에 폐를 끼칠 뻔한 것도 사 실. 곧바로 귀환을 결정했다.”

막말로 르브론이 요한 블레이크에 게 마력 흡수를 위해 휘하 귀족들이 다스리는 도시의 마력석 몇 개만 희 생해달라고 부탁했다면….

요한 블레이크가 들어주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르브론은 본분은 제국의 공작.

그는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의무를 행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

‘흠…. 그거야 좋다, 이거야.’

사실 현우는 르브론이 두 개의 마 력석만 취하고 돌아왔다고 했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현우가 생각했을 때 르브론 이 취할 수 있는 게 딱 그 두 개였 다.

그 외에는 운이 좋았을 때나 흡수 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지 확정적 이지는 않았다.

‘왜 저기가 저렇게 변했는지가 궁 금한데….’

“스승님.”

현우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르브론을 불렀다.

“왜 부르느냐.”

르브론이 현우의 부름에 답했다.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정확하게.”

“사흘쯤 됐다.”

“그럼 저기가 저렇게 된 것은 얼마 나 되었습니까?”

“사흘쯤 됐다.”

“혹시 스승님께서 저렇게 만드셨습 니까?”

“…내가 그런 게 아니다. 폐하께 서….”

르브론이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황제 폐하께서요? 왜요? 갑자기 왜?”

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은 르브론의 말과는 달랐다.

천재지변이 일어난 듯한 풍경을 만 든 것은 황제와 르브론 두 명이었 다.

마력석의 마력을 흡수하고 돌아온 르브론에게 황제가 다짜고짜 대련을 요청했다.

르브론은 당연히 거절했다.

귀찮았기 때문에.

왜 황제와 싸우는가.

급격하게 늘어난 마력을 가지고 실 험해볼 것이 수없이 많았다.

마력이 적어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 을 하나하나 해보고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최 대한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 야 했다.

그래야 자신의 분수를 알고 덤빌 게 아닌가.

“제가, 스승님이 하셨다고 해도 뭐 라고 하겠습니까? 괜히 저에게 거짓 을 말하지 마시고 진실만을 말씀해 주시지요.”

현우는 전혀 믿지 못한다는 얼굴로 르브론을 쳐다봤다.

황제가 천재지변에 가까운 일을 벌 였다는 얘기를 믿을 수 없어서가 아 니었다.

황제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그 자체를 못 믿는 것이었다.

지금의 황제는 배부른 사자였다.

굳이 사냥 생각이 없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도 마쳤다.

스트레스가 쌓일 이유가 없었다.

“티가 났나? 어떻게 알았지?”

현우의 계속된 눈빛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르브론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된 겁니까? 정말로.”

“어떻게는 무슨 폐하고 나발이고 하여튼 진짜. 성질이….”

르브론은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했 다.

다시 생각해도 황제의 행동이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토노에 돌아온 내게 폐하께서 대련을 요청했다. 당연히 난 거절했 지. 근데 거기서 갑작스럽게 날 공 격하는 게 아니겠느냐.”

현우는 거기서 르브론의 말을 끊었 다.

정확히 도입부만 들었지만,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에토노 내부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는데…. 폐하께서 스승님이 오 신 것을 알고 마중이라도 나오신 겁 니까?”

현우의 말을 들은 르브론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움직이는 것을 누구보다 귀찮아하 는 황제가 마중이라니.

그것도 자신에게.

“마중은 무슨…. 도시 안에서 날아 온 공격을 내가 날려버렸다. 저쪽으 로.”

현우는 르브론이 손가락이 가리키 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화산의 분화구처럼 움푹 파여 들어간 봉우리가 있었다.

“봉우리가 깎인 이유가….”

“얼마나 세게 날렸는지 단숨에 사 라졌다. 아마 도시 안에서 터졌으면, 못해도 삼분의 일은 날아갔을 것이 다.”

르브론의 말은 절대로 허언이 아니 었다.

조금의 과장도 없었다.

‘그래, 저렇게 멀리 날아가도 산봉 우리가 터졌는데….’

도시의 삼분의 일만 날아가는 게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도 몰랐다.

“그럼 저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만 든 겁니까?”

현우는 바닥에서 아직도 솟구치는 뜨거운 물들과 아예 사라진 산 등을 가리키며 물었다.

“폐하의 공격을 막은 후, 도시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장 산 쪽으로 이 동했지. 거기서 잠시 서로의 수준을 가늠했다.”

르브론과 황제의 전투는 길지 않았 다.

아무리 길게 쳐줘도 5분 정도였다.

그 5분 사이에 이렇게 지형이 뒤 바뀐 것이었다.

“누가 이겼습니까?”

“승패는 없었다. 애초부터 그걸 가 르기 위한 전투도 아니었으니까.”

승패는 갈리지 않았다.

황제는 적당한 수준으로 르브론을 공격했고 르브론은 황제를 상대로 새로운 기술들을 시험했다.

물론 적당한 수준이라는 것은 르브 론이 에토노의 마력을 흡수하기 이 전.

그때의 전력이 기준이었다.

한마디로 르브론이 마력을 흡수하 기 전이라면, 목숨을 건 대결이 될 정도가 지금 르브론이 말한 적당한 수준이 의미하는 바였다.

‘적당히 싸워서 저 정도면…. 제대 로 싸우면 도시는 한 방에 날아가 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 다.

요한 블레이크가 보여줬던 마령.

거대한 뱀이 몸부림을 치고 입에서 구슬을 쏘아내면 에토노를 망치는 것은 금세였다.

“그럼 이제 저택에서 수련하시는 건가요?”

“그래야지, 다듬을 부분을 많이 찾 았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 습니다.”

현우는 성벽의 아래로 뛰어내렸다.

사실 현우에게는 에토노 주변 풍경 이 변한 것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누가 했는지만이 중요했다.

‘황제나 르브론이 했으면 크게 상 관은 없겠지.’

범인이 밝혀진 이상 이제 관심은 없었다.

어차피 저 두 사람은 현우에게 있 어서 괴물이었다.

무슨 짓을 했든 더는 놀랍지 않았 다.

‘황제가 얼마나 더 기다리려는지 알 수가 없으니….’

현우는 사냥을 떠났다. 무작정 에토노에서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내일부터는 아레나의 캐릭터를 사 용해 대회를 치르게 된다.

캐릭터의 스펙이 올라가면 대회에 서의 승리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 이었다.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꼭….’

현우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숙련도 바가 끝에 가까워진 현천마 공.

그것의 랭크를 올리는 게 오늘 밤 의 목표였다.

‘9성이면 스킬이 생길 테고…. 아 이템 효과도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스탯 차이를 또다시 벌릴 수가 있게 된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 었다.

그냥 강해지는 것 자체가 중요했 다.

이미 선수들과의 차이는 확고했다.

자신이 있었다.

지금도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더 강해지는 것은 아레나 진행을 위해서였다.

프로게이머 생활이 아니라.

현우는 더 먼 훗날의 일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저기가 굉장히 수상한데….”

현우는 새롭게 생겨난 호수 아니, 온천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온천의 중앙에서는 쉼 없이 거품이 뻐끔거리고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평범했을 터였다.

하지만 맑은 물로 가득한 온천에 유독 중앙 부분만 검은 그림자가 지 고 탁했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였다.

‘흐… ’ r그 *

현우는 쉽사리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혹시 물속에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탱이야, 나와 봐.”

한참을 고민하던 현우는 갑자기 탱 이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온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온천 안에 고기를 떨어트렸는 데…. 어떻게 하지, 탱이야?”

현우는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로 빙의해 연기를 시작했다.

현우의 연기에 속은 탱이는 소환된 즉시 발을 동동 굴렀다.

“멍청한 주인, 그걸 떨어트리면 어 떡하나…. 아휴….” 탱이는 한숨을 몇 차례 내쉬더니 검푸른 구슬을 소환했다.

하트까지 꺼내 탱이가 한 행동은 거대한 태양을 만드는 것이었다.

검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온천을 향 해 낙하했다.

치이이이익!!!

온천수가 증발하며 수증기가 자욱 하게 피어났다.

온천의 수위가 빠르게 낮아졌다.

태양은 온천수의 절반을 날리고 사 라졌다.

수위가 낮아지자 온천 속에 보이던 검은 그림자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 작했다.

‘동굴인가?’

온천수 너머로 보이는 것은 검은 동굴이었다.

현우는 그것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 다.

‘인스턴스 던전이다.’

“탱이야. 물속으로 뛰어들어.”

현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온천 으로 몸을 던졌다.

그것을 본 탱이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 뛰었다.

“드디어 주인 놈이 미쳤다. 고기에 정신을 팔았다.”

***

현우는 빠르게 헤엄을 쳤다.

발을 늘릴 때마다 몸이 쭉쭉 내려 갔다.

이윽고 현우가 검은 동굴 앞에 도 착했을 때 그의 눈앞에는 작은 메시 지가 떠올랐다.

[혼돈이 봉인된 제단에 입장하시겠습니 까?]

‘나이스.’ 현우는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 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탱이를 쳐다보 며 외쳤다.

“탱이야!!! 읍….”

하지만 현우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 지지 못했다.

제아무리 현우라 한들 물속에서 입 을 벌리고 말을 하면서 물을 마시지 않을 수는 없었다.

목젖을 강타한 뜨듯한 온천수에 현 우는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그것을 보고 탱이가 빠르게 현우에 게 다가왔다.

탱이의 털 감촉을 느낀 현우는 다 시금 입을 벌렸다.

“ 입장한다!”

현우와 탱이의 모습이 온천에서 사 라졌다.

남은 것은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 는 온천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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