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584화 (585/939)

제 581 화

“이게 뭔가?”

에드찬이 기겁한 얼굴로 현우에게 물었다.

그는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금세라도 눈을 뜰 것 같은 드래곤 의 머리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잘려나간 드 래곤의 머리죠.”

현우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소장권 1개릍사용했습니다. 놀랄 이유가 없었다.

현우는 이 머리를 처음 보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걸 도대체 어떻게 구한 거지? 드래곤을 잡을 실력은 아닌 것 같은 데…. 그리고… 시체에 남아 있는 기운이 내가 아는 드래곤들과는 많 이 달라.”

에드찬의 표정은 더욱 혼란스러워 졌다.

드래곤의 시체에서 느껴지는 기운 은 그가 아는 일반적인 드래곤과 달 랐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운이었다.

소장권 1개릍사용했습니다. 생김새도 남달랐다.

옅은 보랏빛이 감도는 가죽.

그리고 이마 부분에 솟아난 거대한 두 개의 뿔.

여느 드래곤과 달랐다.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마계에서 얻은 겁니다. 제가 잡은 건 아닙니다. 아쉽게도. 선물 받은 거죠.”

“마계?”

에드찬의 얼굴이 또 한 번 기괴하 게 변했다.

마계의 드래곤이라니.

소장권 1개를 사용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마계에도 드래곤이 있나?”

“이제는 하나뿐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걸 내게 보여준 이유는 뭔가?”

“왜겠습니까? 에드찬 님. 제가 어 디 가서 에드찬 님보다 나은 대장장 이를 찾겠습니까.”

현우의 목적은 간단했다.

늘 그렇듯 에드찬에게 장비 제작을 맡기는 것이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저번과 같습니 다. 가죽 방어구 세트. 그것을 제외 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에드찬 님께 서 쓰셔도 괜찮습니다.”

현우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방어구 세트를 만들고 남은 재료는 모두 에드찬에게 주겠다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에드찬이 거절했다.

“내 아무리 황금 망치지만 그렇게 까지 비싼 드워프는 아니야. 그저 약간의 재료면 충분하네.”

에드찬은 현우의 제안이 부담스러 웠다.

사실 에드찬은 그저 방어구를 제작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언제 드래곤의 가죽을 만져보 겠는가.

그것도 이제는 단 한 마리만 남았 다는 마계의 드래곤인데.

“근데…. 혹시 저 드래곤의 머리를 모두 쓸 생각이 있나?”

에드찬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를 모두 장비 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아까웠다.

저것은 그 자체로 작품이었다.

“아니요? 에드찬 님이 필요가 없다 면 굳이 전부 재료로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우는 당연히 드래곤의 머리를 모 조리 분해해서 아이템으로 제작할 생각이 없었다.

‘누구 좋으라고.’

솔직히 말하면 미친 짓이었다.

에드찬이 푸차의 머리를 이용해 아 이템을 만드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아이템이 다른 플레이어 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는 않았다.

푸차의 머리로 만들어진 아이템은 오로지 현우 자신만 써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현우의 지 인들까지 만이 었다.

그 이상은 절대 안 됐다.

“그럼 나 말고도 서페드 그 인간에 게도 재료를 조금 나눠주는 게 어떻 나. 그럼 내가 기가 막힌 것을 만들 어주지. 제국의 황제도 갖지 못한 것을 만들어 주겠다.”

현우의 대답을 들은 에드찬은 호언 장담했다.

에드찬은 정말 대작을 만들 셈이었 다.

그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했 다.

뛰어난 마법사인 서페드의 도움을 받아 완성할 것이었다.

“저야 해주신다면 그저 감사하지 만….”

현우야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에드 찬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그럼 일단 가볍게 도축부터 하지. 자네가 말한 방어구를 만들어야 하 니….”

에드찬은 현우의 승낙이 기꺼운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푸차의 머리를 타고 오르 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귀걸이도 만들어주지. 우리 붉은 모루 부족의 비법을 사용해서 말이지.”

에드찬은 머리 크기가 큰 만큼 거 대한 푸차의 두 눈을 파내기 시작했 다.

푸차의 눈은 눈이 아니라 보석 같 았다.

잿빛 보석.

그 크기도 대충 봐도 몇 미터는 되어 보였다.

‘저걸로 귀걸이를 만든다고?’

현우는 푸차의 눈을 보며 기겁했 다.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저걸로 귀걸이를 만든다는 게 심히 아까웠다.

귀걸이는 기껏 해봐야 1센티에서

2센티 정도였다.

귀걸이를 크고 화려하게 만든다고 한들 저 정도 크기면 수백 개는 가 볍게 나올 것 같았다.

“굳이 눈 두 개가 필요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귀걸이를 만드는 데는 한 개도 차고 넘치는 것 같습니다만?”

에드찬은 현우의 말을 무시한 채 양손에 거대한 두 눈을 하나씩 붙들 고 푸차의 머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두 눈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귀걸이 두 개가 한 쌍이니 당연히 필요한 재료도 두 개지. 왜? 하나만 차고 싶나?”

“그런 게 아니라…. 결과물에 비해 서 재료가 너무 과하지 않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붉은 모루 일족을 뭐로 보는 건가. 비법 을 사용하면 되니. 자, 보게.”

에드찬은 단검을 바닥에 휙 던지고 는 자신보다 훨씬 큰 구슬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구슬에 양손을 살포시 가 져다 댔다.

“어?”

현우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기사 에 두 눈을 계속해서 끔뻑이며 입을 벌렸다.

거대했던 구슬이 점점 작아지기 시 작했다.

두 개의 눈이 압축되고 있었다.

푸차의 눈은 채 10초도 흐르기 전 에 주먹만 한 크기가 되어 에드찬의 손바닥에 쥐어졌다.

“이러면 두 개가 필요하겠지?”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찬은 다른 한 개의 눈 역시 똑같이 주먹만 한 크기로 압축하고 는 그의 허리춤에 매인 배낭에 집어 넣었다.

“자, 그럼 이제 가죽 갑옷을 만들 기 위한 본격적인 도축을 시작해보 지.”

에드찬은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주 워들고는 푸차의 머리에 다시 다가 갔다.

그는 목 부분 절단면의 가죽을 벗 겨 냈다.

에드찬의 작업은 금세 끝이 났다.

워낙에 벗겨낸 가죽 양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에드찬이 손질해 온 가죽의 양은 푸차의 머리 크기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나 다름이 없는 양이었다.

“이제는 자네가 해줄 일이 있어. 저기 보이는 곳 있지? 가죽이 벗겨 진 곳. 저기에 가면 표시된 부분이 있으니 그만큼만 살과 뼈를 잘라와 주게. 되도록 피가 흐르지 않게 잘 라왔으면 좋겠고.”

에드찬은 현우에게 작은 부탁을 했 다. 그것까지는 자신이 하기 힘든 일이었다.

가죽도 사실 간신히 벗겨냈다.

그런 에드찬이 뼈를 잘라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에드찬 님.”

현우는 현천도를 꺼내 허리에 매며 대답했다.

아이템 제작을 위해서는 못할 게 없었다.

‘여긴가.’

현우는 깊숙한 칼자국이 네모나게 나 있는 곳을 발견했다.

표식은 생각보다 좁았다.

한쪽의 길이가 대충 10센티 정도 되어 보였다.

‘이거면 진짜 되나?’

가죽이 벗겨진 양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었다.

하지만 현우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 다.

에드찬이 어련히 알아서 정했을 것 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스스스슷

현천도에서 약간은 어두운 보랏빛 강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적응이 잘 안 되네.’

현우는 보랏빛 강기를 보며 혀를 찼다.

혼돈 속성을 얻고 두어 번 마력을 유형화시켜 봤지만, 늘 보던 검붉은 색 강기가 아닌 보랏빛의 강기는 상 당히 어색했다.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 껴 졌다.

‘그래도 위력이 엄청나졌지….’

마력 스탯이 오르고 현천마공의 숙 련도가 오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강기의 위력이 압도적으로 강 해졌다.

원래에도 강했던 현우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른 위력이었다.

보랏빛 강기가 맨살을 지나 뼈까지 뚫고 들어갔다.

덜컹거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 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매끄럽게 잘리는 편이었다.

‘오케이, 끝:

“근데 뭐가 이렇게 많아.”

현우는 잘라낸 살점을 꺼내며 투덜 거렸다.

생각보다 잘라낸 부위가 컸다.

마치 빙산을 보는 듯했다.

표시된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했고 실제로 안쪽의 뼈까지 모두 잘 라 꺼내자 몇 미터가 넘는 직육면체 가 나타났다.

“여기 있습니다, 에드찬 님. 나머지 는 어떻게 할까요?”

현우는 잘라온 푸차의 살과 뼈를 에드찬에게 내밀며 물었다.

푸차의 머리로 특별한 것을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 저것을 에드찬에게 넘겨야 했다.

“그건 영주성 깊숙한 곳에 두면 된 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정체를 알 지 못하게 잘 가려둬야겠지.”

에드찬은 누구보다 인간의 탐욕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의 총애를 받고, 제국 제일의 기사 르브론 공작의 제자인 현우의 물건을 훔칠 만큼 간이 큰 자들이 있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또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게 인간이었다.

욕심은 눈을 멀게 하니까.

“물론 그래야겠지요. 그럼 저건 영 주성 근처에 내놓겠습니다. 아니, 서 페드 님께 함께 가시죠. 아예 마법 진으로 숨겨두는 게 가장 안전할 것 같습니다.”

현우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숨기는 것을 넘어 서페드의 마법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숨길 거면 확실히 숨겨야 했으니 까.

푸차의 머리를 회수한 현우와 에드 찬은 함께 서페드를 찾아갔다.

“무슨 일이지?”

서페드는 에드찬과 현우를 보며 미 간을 모았다.

저 둘의 조합은 썩 반갑지 않았다.

정확히는 현우가 그렇게 반갑지 않 았다.

현우는 에드찬의 뒤로 숨었다.

서페드에게는 어차피 그가 말해야 했다.

에드찬이 서페드를 필요로 했기 때 문이었다.

‘절대 말 상대하는 게 귀찮아서 그 런 게 아니지….’

에드찬은 말없이 그의 허리에 있는 가방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가방을 빠져나온 에드찬의 손은 빨 갛게 피로 물들어 있었고 붉은색 살 덩이를 들고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서페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두 사람이 나타났을 때보다 더.

“자세히 보게. 이게 뭔지.”

에드찬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핏덩이가 도대체 뭐라고.’

서페드는 에드찬의 말에 에드찬의 손을 집중해서 살폈다.

그러던 서페드의 눈이 크게 뜨였 다.

동시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붉은 살덩이를 가리켰 다.

“도대체.... 이거 정체가 뭐지? 어 디서 이런 것을….”

살점과 피에서 막대한 마력이 느껴 졌다.

“드래곤의 피와 살이네. 여기 있는 강현우 후작이 가져왔지.”

“드래곤 블러드….”

서페드가 탄성을 흘렸다.

드래곤 블러드.

균형의 수호자이자 마법의 종주라 불리는 드래곤의 피.

그렇다면 느껴지는 막대한 마력이 이해가 됐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구한 거지?

드래곤을 죽일 수는 없을 텐데….”

“마계에서 구했습니다. 중간계의 드래곤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물건입니다.”

서페드의 혼잣말에 현우가 대답해 주었다.

“이걸 자네에게 주겠네. 아니, 더 많은 양을 줄 수도 있지. 하지만 조 건이 있다. 일주일만 날 도와.”

거기에 에드찬이 짤막하게 말을 덧 붙였다.

“당연히 돕지.”

서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드래곤의 피와 살을 어디서 구하겠 는가.

일주일이 아니라 1년이라도 도와줄 용의가 있었다.

“그럼 지금 바로 나오게. 영주성으 로 가야 하니.”

“영주성? 그곳에는 왜?”

“거기에 가면 알게 될 터.”

에드찬은 뒤돌아서서 현우를 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이를 먹어도 역시 철이 없기는 마찬가지야….’ 현우는 그런 에드찬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가 왜 그렇게 쳐다봤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시죠, 서페드 님.”

현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서페드에게 웃어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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