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606화 (607/939)

제 603화

‘한쪽 손을 재생하지는 않겠지.’

현우는 잘려나간 클론의 손목을 보 며 생각했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 피는 금세 멎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손이 다시 재생 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행히도.

‘내가 강해진 건지…. 보스 몬스터 가 약한 건지….’

소장권!개를 사용했습니다.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전투가 수월하 다는 것이었다.

‘데이터를 어떻게 합쳐놨는지는 몰 라도….’

현우의 생각으로는 퀀시 사에서 잘 못 만든 게 분명했다.

어딘가가 부족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비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

‘알게 뭐야, 그냥 빨리 잡으면 되 지.’

현우는 현천도를 늘어뜨린 채로 클 론에게 다가갔다.

소장권!개를 사용했습니다. 클론은 다가오는 현우를 보며 검을 곧추세웠다.

그러고는 땅을 박찼다.

캉!!!

현우의 도와 클론이 검이 맞닿았 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허공이 찢어지 며 강력한 파동이 발생했다.

현우는 한 손으로는 현천도의 손잡 이를 다른 한 손으로는 칼등을 눌렀 다.

클론은 얼굴이 벌겋게 물들며 검을 들고 있는 오른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치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현우는 양손을 사용했고 클론은 한 손밖에 쓸 수 없었다.

거기서 오는 힘의 차이는 명백했다.

결국 클론은 현우와의 힘 싸움을 포기하고 검을 튕겨냈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현 우가 아니었다.

잡은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현우는 순간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클론의 검을 부드럽게 받아냈다.

그러고는 클론의 검이 뒤로 빠질 때 같이 움직였다.

두 사람의 무기에 자석이라도 붙인 것처럼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달라붙은 현우는 또 한 번 왼손으로 현천도의 칼등을 강하 게 밀었다.

“크으으으... ”

클론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선수의 전투 데이터가 합쳐 만들어진 클론이었지만, 지금과 같 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었다.

한쪽 손이 잘린 상태에서 전투를 이어 나가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없 었기 때문이었다. 기초가 되는 경험이 없으니 응용도 불가능했다.

클론은 오직 입력된 데이터에 의지 해 움직여야만 했다.

문제는 그 부분에서 다시 한번 발 생했다.

완벽하지 않은 데이터는 잠시의 고 민을 낳았다.

그 잠깐의 머뭇거림이 현우에게는 큰 틈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현우는 한순간에 손을 틀어 현천도 를 클론의 검 아래쪽으로 향하게 만 들었다.

그러고는 손목의 반동을 이용해 그 대로 위쪽으로 튕겨 올렸다.

쐐애애액!!!

현우는 클론의 몸이 잠깐 열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현천도를 그었 다.

촤아아아아!!!

클론의 몸에 한 줄기 선이 생겨났다.

선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 다.

동시에 상처 부근이 보랏빛으로 물 들기 시작했다.

마치 멍이라도 든 것처럼

“흐압!”

클론은 고통을 참으며 뒤쪽으로 물 러났다.

더 이상 붙어서 전투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상처가 컸다.

버티고 싸우는 게 불가능할 만큼.

클론이 스탯이 높다지만 결국은 플 레이어와 같은 인간이었다.

상처에 무척 취약했다.

“아직도 파악이 안 되나? 도대체 누구 데이터를 썼길래 이렇게 멍청 해?”

현우는 뒤로 빠지는 판단을 한 클 론을 향해 혀를 찼다.

‘지금까지 그렇게 당해놓고…. 또

뒤로 내빼신다?’

멍청해도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었 다.

클론은 말도 안 되는 현우의 기술 에 당해, 자신의 뜻대로 뒤로 물러 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또 뒤로 물러나고 있 는 것이다.

쐐애애애액!!!

현우가 현천도를 빠르게 긋자 허공 에 보랏빛 선이 생겨났다.

그것은 이내 클론을 향해 쏘아지듯 날아갔다.

그리고 그 뒤로 현우가 따라붙었 다.

클론은 그를 덮치는 보랏빛 강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는 시커먼 마력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지금까지 발생했던 충격파 중에서 가장 강력한 파동이 일순간 전장을 휩쓸었다.

땅이 뒤집히고 공기가 터졌다.

현우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허공으로 솟구치는 파편 들을 밟으며 화려하게 현천보법을 펼쳤다.

현우는 그렇게 충격의 여파를 피해 갔다.

충격파에 의해 문제가 생긴 것은 클론이 었다.

클론은 충격의 여파로 인해 상처들 이 다시 터졌다.

촤아아아!!!

피가 또 한 번 흘러나왔다.

땅바닥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였디-.

그 순간 허공에 떠 있던 현우가 클론의 머리를 향해 현천도를 휘두 르며 낙하했다.

쾅!!!

클론은 검을 들어 간신히 머리 위 에서 현천도를 막아냈다.

다시금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클론의 상처에서 피 가 터졌다.

촤아아!!!

상처는 점점 악화됐다.

인간형 보스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회복은 가능했다.

체력 스탯이 높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클론은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현우가 클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있었다.

클론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현우의 공격을 그저 대웅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회복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은 레이드였다.

현우와 클론의 일대일 전투가 아니 라.

쩌저저저저정!!!!

현우와 클론의 주변 대지가 얼어붙 었다.

이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것일 뿐.

“주인 놈아!!! 땅을 얼렸다!!!”

탱이의 의도는 명백했다.

탱이는 현우가 허공을 잠시나마 걸 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땅을 얼린 것이었다.

“고마워!!”

현우가 소리쳤다.

탱이의 선택은 탁월했다.

‘나처럼 허공을 밟지 못하는 이상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그렇다면 현우가 전투에 있어서 압 도적으로 유리했다.

미끄러운 얼음은 전투에 있어서 치 명적이었다.

일반적인 평야에서의 전투와는 모 든 게 달랐다.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전투에 의한 결과까지 모든 것이 변했다.

현우는 처음과 다름없이 빠르게 뛰 었다.

땅을 박차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 제로는 아주 미세한 높이로 허공 위 에서 뛰고 있었다.

현우가 마력을 가득 담아 현천도를 휘둘렀다.

대각선으로 그어지는 깔끔한 베기 였다.

클론은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검 을 휘둘렀다.

제자리에서 받아낼 공격이 아니라 판단한 것이었다.

동시에 클론은 검을 쥐지 않은 손 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검은 불꽃이 일어나 바닥의 얼음을 녹이려 했다.

그러나 그런 클론의 시도는 수포가 되었다.

멀리서 날아온 메이슨의 얼음 창이 검은 불꽃을 흩어 버렸다.

물론 얼음 창도 순식간에 녹아 연 기가 되었다.

콰아아앙!!!

클론의 검과 현우의 현천도가 부딪 쳤다.

현우는 이번만큼은 마력을 아낌없 이 사용했다.

그 결과 클론은 이번 공방에서 형 편없이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평소였다면 뒷걸음질을 치는 정도 였겠지만, 바닥이 얼음으로 변한 지 금은 그 자세 그대로 뒤로 주르륵 밀려나게 되었다.

그것은 큰 문제였다.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떼면 곧장 넘어질 테니까.

현우는 그렇게 밀려나는 클론을 향 해 달려들었다.

처음 한 발은 허공이 아닌 얼음바 닥을 박찼다.

몸이 미끄러지는 힘을 그대로 이용 해 뒷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허공을 강하게 박찼다.

쐐애액!!

현우의 몸이 마치 화살처럼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나아갔다.

엄청난 가속도였다.

현우는 현천도를 왼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현우의 오른손에 현천도와 똑같이 생긴 보랏빛 도가 나타났다.

순식간에 쌍수도를 사용하게 된 현 우는 양손을 화려하게 휘저었다.

채재재재재쌩!!!

현우는 클론의 검을 순간적으로 수 십 번 이상을 두드렸다.

클론은 지금까지 밀려온 것보다 훨 씬 빠른 속도로 뒤로 밀려났다.

온몸에서 피를 내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클론은 검을 얼음에 박아 뒤로 밀 려나는 것을 막아봤지만, 손바닥이 찢어지는 결과만 낳아 결국에는 상 황이 더 악화됐다.

부상이 온몸을 뒤덮었다.

‘끝을 내자.’

현우는 밀려나는 클론을 향해 양손 에 쥔 도를 교차시키며 휘둘렀다.

압도적인 크기의 보랏빛 십자가가 느릿하게 클론을 향해 날아갔다.

보랏빛 십자가는 공간 자체를 밀고 들어갔다.

빠르기보다는 묵직했다.

그러나 클론은 피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보랏빛 마력이 클론의 몸을 속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십자가는 클론의 몸과 그대 로 맞닿았다.

그러고는 서서히 클론의 신체를 지 워나갔다.

잠시 후, 클론은 작은 흔적조차 남 기지 못한 채 그대로 지워지듯 사라 져 버렸다.

크레센트문의 아레나 위크 첫 레이 드 타임 어택이 끝이 난 것이었다.

이토록 빠르게.

레이드 타임창에는 2분 18초라는 말도 안 되는 시간이 쓰여 있었다.

***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실로 압도적인 스펙과 기량입니 다.”

“골목대장 강현우 선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방심하지 않았습 니다. 냉정하게 클론을 사냥했습니 다.”

크레센트문의 레이드 타임 어택을 본 중계진들은 경악했다.

기가 막혔다.

중계를 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정 말 말 그대로 중계에 불과했다.

해설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 터였다.

현우의 전투를 해설할 만한 수준의 안목을 지닌 이들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들을 왜 클론이 힘을 제대로 쓰 지 못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중계진들의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어지간한 랭커 정도의 안목 은 지니고 있었다.

다만 현우의 전투가 그 수준을 아 득히 뛰어넘었을 뿐이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레이드였 습니다. 다른 팀들에게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클론이 크레센트문의 앞에서는 그저 순한 양에 지나지 않 았습니다.”

이 순간에도 스크린에 보이는 다른 팀들은 클론을 상대로 혈전을 벌이 고 있었다.

피가 흐르고 살점이 튀는 말 그대 로 혈전이었다.

사제의 회복 마법이 없었다면, 죽 어도 몇 번을 죽었을 터였다.

그 순간 스타디움 한편에 가득 놓 인 큐브 중 몇몇 개가 열리기 시작 했다.

열린 것은 레이드 타임 어택을 끝 낸 크레센트문의 큐브들이었다.

“가장 먼저 레이드 보스를 처치한 크레센트문의 선수들이 큐브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다들 박수로 맞아 주세요.”

캐스터의 말을 따라 관중들이 저마 다 소리를 질렀다.

휘파람 소리부터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까지.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다.

“강현우! 강현우!”

그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들리는 것 은 당연하게도 현우의 이름이었다.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한 현우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크레센트문의 캡틴인 골목대장 강 현우 선수의 인터뷰를 짧게 진행해 보겠습니다. 강현우 선수?”

캐스터는 스테이지로 나온 현우에 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현장 스태 프가 현우에게 다가와 음향장비를 내밀었다.

“ 네.”

현우는 그것을 받아 착용하자마자 짧게 대답했다.

“레이드 타임 어택 기록이 무려 2 분 18초입니다. 엄청나게 좋은 기록 으로 레이드 타임 어택의 시작을 끊 으셨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 까?”

“기분은 무척 좋습니다. 생각보다 보스 몬스터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 아서요.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끝날 것 같습니다.”

현우는 2분 18초라는 기록은 남긴 팀의 주장답게 자신만만한 답을 내 놓았다.

어쩌면 거만해 보일 수도 있는 멘 트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태 도를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다.

2분 18초.

압도적인 기록이 모든 것을 짓누르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궁금한 것은 남아 있었다.

“그런데…. 보스 몬스터가 까다롭 지 않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데, 정말 그렇게 느꼈습니까? 현재 다른 팀들은 전부 고전을 면치 못하 고 있습니다만.”

“예, 정말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현우는 단호하게 캐스터의 질문을 쳐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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