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608화 (609/939)

제 605화

“이게 말이 돼?!! 2분?!! 2분?!!”

마스체라노는 대기실로 향하는 복 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이가 없었다.

이건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 다.

2분 18초라니.

“그만해, 그래도 우리가 2우]야. 기 록이 뭐가 중요해. 결국 남는 건 순 위뿐인데.”

소장권 1개릍사용했습니다. 동료 게이머가 마스체라노의 어깨 에 팔을 두르며 그를 진정시켰다.

2분 18초라는 기록이 말이 안 되 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는 크레센트문 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하늘 위의 하늘이었다.

별세계의 사람들이었다.

마치 외계인처럼 잠시 지구를 들렀 다가 떠날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떤 성적을 내든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경을 쓰는 게 바보지. 그렇게 신경을 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

소장권 1개릍사용했습니다. 는데 말이야.’

“그리고 여기서 떠들면 다 들리는 거 몰라?”

결정적으로 복도는 모든 팀들의 대 기실과 연결되어 있었다.

당연히 크레센트문의 대기실과도 연결되어 있었고 마스체라노의 이 외침은 그들에게 들릴 가능성이 충 분히 존재했다.

“이런 말 듣는다고 꽁할 사람 아니 야.”

오히려 좋아할 사람이었다.

자신을 치켜세워 준다고.

“그나저나 이번 아레나 위크의 2위 팀은 아무래도…. 뉴욕이겠지?”

마스체라노가 한숨을 옅게 내쉬었 다.

이미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다.

1위는 애초에 확정되어 있었고 남 은 것은 2위 다툼이었지만, 그것도 이미 끝난 것 같았다.

‘레이나의 실력이 너무 가파르게 향상됐어.’

첫날에 진행된 PVP 2위.

둘째 날에 진행된 공성전 2위.

그리고 오늘 진행된 레이드 타임 어택 첫 번째 경기에서는 3위가 유 력했다.

마스체라노가 큐브 밖으로 빠져나 왔을 때 스크린에는 뉴욕 워리어즈 가 잡혀 있었고 그 화면에서 클론은 죽기 직전이었다.

전신이 얼어붙은 채로 바닥에 박제 된 상태였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죽 었을지도 몰랐다.

‘우리랑 얼마 차이가 안 나는 3위 니까…. 남은 경기가 어찌 되든 확 정이군.’

그나마 뉴욕 워리어즈와 비슷한 성 적을 거둔 것은 PSG나 레드불 아메 리카 정도였다.

그들이 뉴욕 워리어즈를 제치고 2 위가 되는 것은 굉장히 희박했다. 뉴욕 워리어즈가 레이드 타임 어택 에서 하위권에 머물지 않는 이상에 는 역전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일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뉴욕 워리어즈가 레이드 타임 어택 에서도 역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직전이기 때문이었다.

“괴물이 없어진 내년을 노려야겠 네.”

마스체라노가 고개를 휘휘 젓고는 레드불 아메리카의 대기실로 들어갔 다.

***

마스체라노가 예상했던 것처럼 뉴 욕 워리어즈는 레드불의 뒤를 이어 레이드 타임 어택 3위 자리를 차지 했다.

이어서, PSG와 맨체스터가 각각 4 위와 5위를 차지하며 이변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모든 팀의 레이드 타임 어택이 끝 이 났습니다. 다행히 단 한 팀도 레 이드에 실패하지 않고 모두 클리어 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순위는 모두 정해

졌습니다. 2분 18초라는 충격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크레센트문 부터 3시간 39분 25초로 아슬아슬 하게 클리어를 한 JT 텔레콤까지. 모든 팀들의 순위가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벌써 실망할 필요는 없습 니다.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 으니까요. 선수분들은 남은 경기도 열심히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크린에는 여덟 개 팀의 이름들이 순서대로 나열되고 있었다.

1위인 크레센트문이 가장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아래로 레드 불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가장 아래에는 JT 텔레콤의 이름 이 적혀 있었다.

JT 텔레콤은 꼴등이었다.

그나마도 정말 겨우겨우 클론을 잡 았다.

정한백의 잔실수가 몇 차례 나오며 레이드에 위기가 왔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 클론을 잡아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레이드 보스 몬스터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 다.”

선수들에게 주어진 30분의 휴식 시간.

그 시간 동안 캐스터를 비롯한 두 해설자들은 관중들에게 두 번째 레 이드 보스 몬스터에 대한 설명을 할 예정이었다.

중계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 대기실에 모인 선수들과 뉴욕 아레 나 스타디움에 있는 관중들이 모두 중계진의 말을 기다렸다.

양측 모두에게 중요했다.

관중들은 아예 보스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에 귀를 기울 였고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더 쓸모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 레이드 보스 몬스터는 짐 승형임과 동시에 대형 보스 몬스터 입니다.”

“이름은 엘레멘탈 히드라. 아홉 개 의 머리를 가졌고 머리마다 각기 다 른 속성을 다루는 아주 무시무시한 녀석입니다.”

“첫 경기의 클론이 인간형다운 까 다로운 전투 능력을 선보였다면, 엘 레멘탈 히드라는 대형 보스 몬스터 의 장점인 높은 방어력과 체력 그리 고 강력한 패턴 공격을 지니고 있습 니다.”

“머리마다 속성이 다른 만큼 패턴 공격도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개의 패턴이 보이는 게 아 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아홉 개의 머 리가 동시에 패턴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계진들은 저마다 큐카드에 적힌 레이드 보스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읊어 나갔다.

“엄청 어렵겠는데?”

“패턴이 동시에 나오면, 보스 몬스 터가 여러 마리인 거나 마찬가지잖 아?”

“앞 경기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겠네.”

그들의 말을 들은 관중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얘기만 들어도 끔찍한 보스 몬스터 였다.

선수들의 반응은 관중들보다 더 심 했다.

그들은 대부분 관중보다 레이드 경 험이 풍부했다.

중계진들이 말하는 내용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

“무슨 복권이야? 머리 아홈 개가 동시에 패턴 발현이라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재수 없이 걸리면, 그대로 끝나비 리겠는데?”

JT 텔레콤 선수들이 텔레비전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결같은 반응들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절대 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를 단번에 잡는 것.

이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그래도 잡는 것은 어찌어찌 잡을 수도 있었다.

실력이란 게 괜히 존재하는 게 아 니었으니까.

그간의 경험을 활용하면 가능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만약 서너 개의 패턴이 동시에 나 타나면?

그때는 정말 답이 없었다.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 라면서 움직여야 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는 마. 벌써 부터 주눅 들 필요 없어. 우리만 어 려워? 다 똑같이 어려운 거야. 우리 라고 패턴이 네다섯 개가 동시에 나 오고 레드불 아메리카라고 한 개씩 만 나올 거 같아? 아니야. 그건 그 냥 운이야.”

JT 텔레콤의 주장이자 큰형인 김 진용이 동생들을 둘러보며 다독였 ‘벌써 분위기가 이러면 어떡하자는 거야.’

아직 남은 경기가 두 경기였다.

한 번쯤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 다.

그래야 한국에 돌아갔을 때 팬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있었다.

‘사실은 비난이 두려운 거지만….’

JT 텔레콤은 작년 아레나 위크가 끝난 직후에도 욕이란 욕은 거의 다 먹었다.

아레나 위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패배만 계속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비슷했다.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했다.

작년에는 없었지만, 올해에는 직접 적인 비교 대상이 있었다.

‘크레센트문.’

아레나 위크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팀.

같은 국적의 팀이기에 더욱 비교가 됐다.

‘잘 모르는 녀석들도 있겠지만….’

작년 아레나 위크가 끝난 다음, 팀 원 중 몇 명이 탈퇴했다.

아니, 은퇴였다.

지나친 비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만두었던 것이다.

지금 팀에 있는 유빈이나 최원석 같은 경우는 정한백과 함께 올해 여 름부터 합류한 이들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절대 몰랐다.

그 비난의 수위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유독 여린 녀석들이라….’

김진용은 아무것도 모른 채, 레이 드 걱정 삼매경인 동생들을 보며 옅 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김진용의 시선이 정한백에게 잠시 머물렀다.

다른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덜 아픈 손가락 하나쯤은 잘라낼 용의가 있었다.

“자자, 걱정 그만하고 어떻게 잡을 지나 생각하자.”

김진용이 선수들을 보며 웃었다.

옅은 형광등의 불빛만이 전부인 어 두컴컴한 수사실에는 김준식과 정철 호가 아직도 책상을 사이에 두고 얼 굴을 맞대고 있었다.

김준식은 철저하게 규칙을 지켰다.

쉬는 시간도 꼬박꼬박 챙겼으며 식 사도 챙겨줬다.

절대 불법적인 부분이 존재하지 않 게 움직였다.

그런 김준식의 행동이 계속될수록 정철호는 의문이 깊어지는 눈동자를 김준식을 쳐다봤다.

“제가 왜 이런 질문만 하는지 궁금 합니까? 굳이 구속까지 해가면서?”

메아리처럼 똑같은 대답만 하는 정 철호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던져대던 김준식이 드디어 다른 말을 꺼냈다.

정철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김준식을 지그시 바라봤다 가 시선을 거뒀다.

“궁금해하는 표정이니 설명을 하겠 습니다. 당신이 왜 갑작스럽게 소환 되어 조사를 받고 다시 구속되어 조 사를 받는지.”

김준식은 정철호를 보며 피식 웃었 다. 그러면서도 말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담배 하나 하겠습니까?”

김준식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정철호에게 담배를 내밀

었다.

정철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움직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가만히 책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말 을 압니까?”

김준식은 담배를 한가득 빨아들이 고는 천천히 형광등을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내가 저번에 일성 캐피탈을 날려 버렸지만, 실제로는 여의도 늙은이 들을 노린 거였다는 말이죠. 그런데 어찌나 힘들이 세신지 그 정도로는 끄떡도 안 했다, 이겁니다. 그래서 그때 꼬■리만 잡았어요. 일성 캐피 탈.”

김준식은 연신 담배를 빨아들였다.

담배는 금세 필터 앞부분까지 타들 어 갔다.

김준식은 꽁초가 되어버린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구두로 비벼 불을 껐 다.

“근데 이번에 누가 아주 좋은 자료 를 제보해줬어요. 거기에는 완벽한 계좌의 흐름이 적혀 있었지. 숫자만 읽을 줄 알아도 알아볼 수 있게 끔.... 근데 이번에도 꼬리만 잡았 네? 이야, 세상 참 더러워.” 꼬리.

지난 꼬리가 일성 캐피탈이었다면, 이번 꼬리는 정철호였다.

‘그랬던가.’

정철호는 이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알아챘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남들이 뭐라 할지는 몰라도 그는 유능했다.

돈을 굴리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나보다 무능한 자들이 많을 터인 데….’ 그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금강투자 금융에 막대한 힘을 빌려 담수 건설 을 망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돈 을 빼돌렸다.

“왜 당신인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 인데…. 당신만큼 지금 한국에서 유 명한 사람이 또 있나? 무언가를 덮 기 위해서는 더 큰 것으로 덮어야 지. 작은 것으로는 덮으나 마나 아 닌가?”

정철호의 두 눈이 더없이 커졌다.

일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깨달은 것이었다.

‘강현우!!!’ 하지만 그는 아직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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