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631화 (632/939)

제 628화

펜까지 오는 여정은 결코 짧지 않 았다.

그러나 레이나는 단 한순간도 그 시간이 지루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즐겁고 행복했다.

현우는 항상 신사적이고 멋있었다.

탱이는 항상 귀여웠다.

언제나.

귀엽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그리고 전투는 너무나 쉬웠다.

정말 사냥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 다.

거기다 그 둘은 레이나에게 철저하 게 맞춰줬다.

현우와 탱이의 호흡은 이미 완벽했 기 때문에 레이나를 배려해준 것이 었다.

그러니 레이나가 사냥을 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가 평소에 맡던 역할이 아니 라, 편하게 공격만 하면 되는 그런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

“이제 여기서 조금 기다려 줄래요?

탈것을 가져올 테니까.”

“탈것이요?”

레이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탈것이 라니.

마계에 탈것이 있다는 것은 소리는 처음 들었다.

“엄청 큰 코뿔소 있다. 엄청 커서 엄청 빠르다.”

탱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 을 짓는 레이나에게 앞발을 크게 벌 려가며 설명했다.

“그런 게 있어?”

“그렇다. 그런 게 있다.”

탱이와 레이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여튼 잘 숨어 있어요. 제가 올 때까지. 아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아니면…. 아예 로그아웃을 하고 있어도 되고요.”

현우는 굳이 레이나가 탱이와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고 생각했다.

아예 그냥 로그아웃을 했다가 현우 가 코뿔소 마수를 가지고 되돌아 왔 을 때 다시 접속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같이 갈 수는 없는 건가요?”

레이나가 물었다.

같이 가지 않고 굳이 남아서 기다 려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지 궁 금했다.

“그건 도시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저 하나뿐이라서요. 레이나는 출입 할 수가 없으니까요.”

“현우는 도시에 출입이 가능해요?”

현우의 대답에 레이나가 또 한 번 놀랐다.

현우가 말하는 도시는 분명히 마계 의 도시였다.

마족과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그런 도시에 플레이어인 현우가 출 입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제가 마족처럼 보이나 봐요. 다들 절 어려워하던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줄게요.”

현우는 레이나의 물음을 두루뭉술 하게 넘겼다.

사실 그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마족들이 그를 그들과 같은 마족처 럼 느끼는 건 맞았다.

그러나 그 이유까지는 알지 못했 다.

그렇기에 레이나에게 제대로 된 설 명을 해주지 못한 것이었다.

“알았어요. 얼른 갔다 와요. 탱이랑

잘 있을 테니까요.”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 들었다.

현우를 더 이상 잡아둘 수는 없었 다.

최대한 빨리 떠나야 빨리 돌아올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탱이야….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잘 숨어 있어. 알았지?”

현우는 마지막으로 탱이에게 당부 를 하고는 저 멀리에 희미하게 보이 는 펜을 향해 뛰어갔다.

“탱이야.”

현우가 사라지는 것을 쳐다보던 레 이나는 그의 신형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탱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 다.

“왜 부르나.”

탱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레이 나를 쳐다봤다.

“어쩜 이렇게 귀엽니….”

레이나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는 탱이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귀여워도 너무 귀여웠다.

“탱이 안 귀엽다, 멋있다. 나도 멋 있다….”

탱이는 입술을 삐쭉이며 앞발로 두 귀를 매만졌다.

누가 봐도 삐친 모양새였다.

“그래, 탱이 멋있어. 근데 귀엽기도 해. 그래서 더 좋아.”

레이나는 그런 탱이를 안아 들었 다.

‘너무 귀엽잖아.’

툴툴거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원래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레이나 는 탱이를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했 다.

계속해서 만지고 말을 걸었다.

“그러냐? 헤헤. 탱이는 멋있고 귀 엽다. 아니다, 귀엽고 멋있다.”

탱이는 그런 레이나가 싫지 않았 다.

그녀의 말과 손길에서 깊은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였다.

평화로운 한때를 즐기던 그들의 앞 에 뭔가가 나타났다.

“저게 뭐지…?”

레이나가 나타난 무언가를 보고 고 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탱이의 안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현우는 오늘도 그 누구의 제재를 받지 않고 펜의 안으 로 입성했다.

현우의 주변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도 현우의 곁으로 다가가지 않 았다.

아니, 못했다.

혹시라도 현우가 무슨 짓을 한다 면...

그들은 그저 죽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른 받아서 가야지….’

현우는 탈것을 얻어낼 방법을 생각 해 놓은 게 있었다.

가르시아 자작과 약속이 있다는 말 을 하면, 휘하의 마족들은 분명히 엄청 당황한 표정을 지을 것이었다.

왜?

가르시아 자작은 성 내에 없을 테 니까.

누구도 아닌 현우가 가르시아 자작 에게 성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도망 가 있으라는 말을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화를 내고….’

현우는 그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것처럼 화를 내면 됐다.

그리고 그들을 계속 닦달한 뒤에 적당히 때를 봐서 코뿔소 마수를 가 져오라 말하면 끝이었다.

‘완벽하다, 완벽해.’

미리 짜둔 계획을 다시금 확인한 현우의 앞에 거대한 성문이 다시 나 타났다.

이것은 영주성의 입구를 막고 있는 성문이었다.

“가르시아 자작을 만나러 왔네.”

현우는 마족 귀족답지 않게 매우 정중한 말투로 경비병에게 말을 걸 었다.

“죄송합니다, 현재 자작님께서는 성에 계시지 않습….”

경비병은 정말 죄송하다는 듯한 표 정을 지으며 현우에게 깊숙이 허리 를 숙였다.

하지만 현우는 애초에 계획한 대로 움직였다.

“뭐?!!! 성에 없어!!!”

현우가 일갈했다.

단순한 일갈이 아니라 마력을 담은 일갈이었다.

동시에 드래곤 피어와 투기까지 피 워내며 극심한 분노가 차올랐다는 것을 드러냈다.

“감히 날 이렇게 우습게 안다는 말 인가?!!! 어떻게 가르시아 자작이 날!!!”

현우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자 경 비병 마족은 안절부절못하며 현우의 눈치만 살폈다.

괜히 나섰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갔어?”

“그건 저희도 잘 모르…. 자작님께 서 항상 일정을 말씀해주시는 게 아 니라….”

=1 하

아….

현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토해 냈다.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고?”

“그건 알고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되셨습니다.”

“돌아오려면 한참이나 남았군.”

마계는 넓었다.

귀환석은 일부 귀족들의 것이었다.

이제는 그 존재를 아는 이들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당연히 떠난 지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면, 돌아오기까지는 너무나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마냥 기다리는 것은 무리군…. 어 디로 갔는지는 알 것 같으니….”

현우의 연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현우는 자연스럽게 탈것을 내놓으 라는 말을 꺼내기 위한 핑계를 내세 웠다.

“탈것을 가져오라. 내가 직접 가르 시아 자작을 찾으러 가겠다.”

현우의 몸은 보라색 마력으로 뒤덮 여 있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경비병 마족은 거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가 없 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정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대령하겠습 니다.”

경비병 마족은 재빨리 사라졌다.

그리고 말했던 것처럼 최대한 빠르 게 돌아왔다.

경비병 마족의 손에는 두꺼운 쇠사 슬이 들려 있었다.

쇠사슬은 코뿔소 형태를 한 마수의 목줄이 었다.

“탈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경비병 마족이 현우의 앞에 허리를 숙이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현우는 차가운 눈으로 쇠사슬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쇠사슬을 낚 아챘다.

“가겠다.”

현우는 몸을 훌쩍 띄워 코뿔소 마

수의 등 위에 안착했다.

그러고는 쇠사슬을 가볍게 흔들었 다.

현우의 신호를 받아든 코뿔소 마수 가 거칠게 거리를 질주했다.

코뿔소 마수를 타고 돌아온 현우는 있어야 할 레이나와 탱이가 없는 것 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하고 어디를 간 거야?’

레이나의 귓속말도 없었다.

쪽지도 없었다.

‘탱이도 함께 간 건가?’

현우는 코뿔소 마수의 등에서 내려 와 주변 땅을 살폈다.

그런 현우의 눈에 걸려든 게 있었 다.

‘발자국 크기가 왜 네 종류지?’

발자국은 본디 세 종류만 있어야 했다.

원래 현우가 찍은 것과 레이나, 그 리고 탱이의 것까지.

근데 여기에 현우의 것이 아닌 다 른 커다란 발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 다.

‘나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인데….’

현우는 더 자세히 살폈다.

발자국들은 그렇게 많이 찍혀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깊이도 그렇게까지 깊지 않았다.

‘전투는 벌어지지 않은 건가….’

그게 아니면 저항할 새도 없이 끌 려갔든지 로그아웃을 당했을 것이었 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얕은 발자 국만 바닥에 남아 있을 리가 없었 다.

“쓰읍….”

그러던 현우의 눈에 또다른 발자국 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 가득 쌓인 나뭇잎 때문에 사라졌던 발자국이 다시 남아 있었 다.

‘나란히 걸어간 건가?’

레이나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것 이 하나 있었고 의문의 방문자 것으 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그 옆에 나란 히 찍혀 있었다.

‘따라가 봐야 하나….’

현우는 코뿔소 마수의 목줄을 바닥 에 질질 끌며 발자국이 찍혀 있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끝에 뭐가 있을지도 모른 채.

현우와 레이나가 아레나 속에서 함 께 움직이고 있을 무렵 한국 아레나 커뮤니티들은 또다시 터진 폭탄을 맞닥뜨려야 했다.

폭탄의 정체는 JT 텔레콤의 감독 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이었다.

JT 텔레콤의 유 감독은 최현성에 게 말했던 것처럼, 국내에 들어오자 마자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러고는 곧장 기자회견 날짜를 잡 았다.

질질 끌지도 않았다.

기자회견 시각은 귀국 당일 오후였 으니까.

“선수들은 미국에 있고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들만 귀국한 이 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아레나 위크에서 최악의 성 적을 거뒀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 다고 생각하십니까?”

“겨우내에 JT 텔레콤 리빌딩 계획 이 있으십니까?”

기자들은 유 감독이 입술을 떼기도 전부터 그들이 묻고 싶은 것들을 물 었다.

유 감독은 묵묵히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기자들이 제각기 떠드는 것을 멈췄 을 때.

그때가 돼서야 유 감독이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아, 아. 안녕하십니까, 다들 아시 다시피 저는 지난 썸머리그부터 JT 텔레콤의 감독직을 맡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유 감독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슬쩍 밀어 올리고는 발표를 이어 나 갔다.

“아레나 위크는 정말 충격적이었습 니다. 세계의 벽이 이렇게 높은 것 이었나.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리고 저에 대한 실망 그리고 선수들 에 대한 실망감마저 생겨났습니다.”

기자들은 유 감독의 발표를 경청했 다. 그러면서도 각자 앞에 놓인 노 트북을 빠르게 두들겼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기사를 내놓 기 위해.

물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다는 것 은 필수였다.

“특히 한 선수의 경우에는 윈터리 그를 시작으로 프로라는 이름에 걸 맞지 않은 모습들을 자주 보여줬습 니다. 게다가 과거의 행적이 저희

JT 텔레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방출을 결정했습니다.”

회견장 내에 들리던 따닥거리던 소 리마저도 사라졌다.

유 감독은 기자들을 살짝 훑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선수 를 뽑을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마친 유 감 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정한백 선수도 이 사실을 알고 있 습니까?!!!”

“오디션은 무슨 방식으로 진행됩니 까?!!!”

“방출되는 선수는 정한백 선수 단 한 명입니까?!!!”

기자들은 노트북을 빠르게 두들기 면서도 입을 놀려댔다.

하나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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