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635화 (636/939)

제 632화

현우의 첫 스트리밍은 강렬한 여파 를 남기고 끝이 났다.

A-월드에는 수많은 아레나 스트리 머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이런저런 이벤트를 여 는 이들도 당연히 많았다.

하지만 현우만큼 많은 아이템을 보 상으로 걸고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레이나가 조금은 걱정스러운 얼굴 로 물었다.

그녀도 현우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보았다.

이번 이벤트는 분명히 그 규모가 엄청났다.

물론 그게 현우에게 부담이 될 정 도는 아니었다.

현우가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레이나도 알고 있었다.

정확한 액수는 모르지만, 그녀의 수입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수입 이 크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어 아이템을 저렇게 뿌리

는 것은 그런 돈과는 별개로 무척 힘이 드는 것이었다.

현우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레어 아이템을 매주 열 개 이상 뿌리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레이나의 걱정이 무색 하게 현우는 짙은 미소를 그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레어 아이 템은 많으니까요.”

현우는 괜히 레어 아이템을 선물로 준비한 게 아니었다.

몇 달 동안 뿌려도 될 정도로 많 은 아이템이 창고에 쌓여 있었다.

개중에는 랭커들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큼 수준이 높은 레어 아이 템도 있었다.

‘저런 건 나중에 풀어야지….’

하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 풀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왔을 때.

그때 뿌릴 아이템이었다.

“마냥 손해는 아니에요. A-월드 채널의 구독자도 늘고 스트리밍 후 원자들도 늘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이득을 보고 있는 중 이죠.”

현우는 이벤트를 전혀 손해처럼 생 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는 A-월드의 채널 구독자 수와 동영상 조회 수는 현우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고 있었다.

스트리머로서의 가치가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올라갈 대로 올라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 현우였다.

그런데도 더 오르고 있었다.

남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1위 자 리에 아예 못을 박았다.

“이제 저는 스트리머고. 스트리머

에게는 관심이 곧 생명이잖아요. 그 것만으로도 좋은 거죠.”

현우의 말에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 였다.

이 순간 또 한 번 깨달았다.

이제 현우의 직업은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스트리머라는 사실을.

“그러네요. 그럼 저도 약간 도와줄 게요. 지금까지 받은 게 있으니까요. 레어 아이템 중에서 쓰지 않는 걸 골라서 보내 놓을게요.”

레이나는 현우에게 조금이라도 도 움을 주고 싶었다.

“고마워요, 레이나.”

현우는 레이나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런 식의 도움은 거절하는 게 아 니었다.

받을 수 있을 때 받아야 했다.

‘도움이 아니라 선물이지.’

현우 자신이 주변에 주는 것과 같 은 선물.

“근데 힘들지는 않아요? 전투가 꽤 많았는데….”

현우가 문득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 었다.

현우는 레이나가 이전까지 어떤 식

으로 사냥을 하고 다녔는지 전혀 알 지 못했다.

그저 확실한 것은 현우 자신의 사 냥은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사냥하는 시간도 길었고 빈도도 매 우 높았다.

“괜찮아요, 오히려 좋은데요? 실력 도 느는 거 같고….”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레이나는 현 우의 사냥 방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지루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았다.

‘레벨이 이렇게 빨리 오를 수 있는

건지 처음 알았어.’

최근 레이나의 레벨 업 속도는 또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사냥 속도가 빠르고 경험치를 나누 는 사람은 적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스킬 숙련도가 오르는 속 도가 느린 것도 아니었다.

스킬 숙련도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이게 다 현우 덕이에요.”

스킬 숙련도가 빠르게 오르는 뒷배 경에는 현우가 있었다.

현우는 전투가 끝이 날 때마다 레 이나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줬다.

“그게 어떻게 제 덕입니까. 레이나 의 재능이 그만큼인 건데요.”

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한 것은 그저 말 몇 마디와 몇 차례의 시범뿐이었다.

그것을 고스란히 흡수한 것은 온전 히 레이나의 재능이었다.

“충고는 누구에게나 해줄 수 있어 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은 거의 없죠. 그런 면에서 레이나 는 굉장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이에요.”

현우의 계속된 칭찬에 레이나의 얼 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그런 레이나를 신경 쓰지 않고, 현 우는 할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보죠. 이번 에는 어떤 스킬을 연습해 볼까요?”

현우는 레이나의 스킬을 더 봐줄 생각이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 레이나가 활 약할수록 현우 역시 편해지기 때문 이었다.

‘어차피 남는 시간이고….’

이동하는 동안 시간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았다.

“스킬보다는 마력 자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더 궁금해요.”

레이나는 이제 스킬 활용법보다는 근본이 되는 마력, 그 자체를 활용 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그건 딱히 해드릴 말이 없는데…. 그냥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이번만큼은 현우도 딱히 해줄 조언 이 없었다.

마력을 다루는 건 개인의 감각이었 다.

아예 다루지 못하는 것이면 모를까 레이나처럼 어느 정도 다루는 수준 의 플레이어에게는 더해줄 말이 없 었다.

“그럼 현우는 어떻게 그렇게 마력 을 잘 다루죠?”

레이나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 었다.

“주인 놈은 그냥 잘한다. 뭐든 배 우면 배우는 대로 바로 해낸다. 대 단한 주인 놈이다.”

대답은 현우가 아니라 탱이에게서 나왔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레이나는 품에 안겨 있던 탱이를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주인 놈은 누가 뭘 가르쳐주면 재 깍해낸다. 괴물이다, 괴물.”

탱이는 현우를 향해 혓바닥을 내밀 었다.

놀리는 모양새였다.

그걸 본 현우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굳이 한 가지 팁이 있다 면….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이요?”

현우의 말에 레이나가 되물었다.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상상력이라니.

‘그게 무슨 도움이 되나?’

상상력은 특히 근접 클래스를 플레 이하는 레이나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부분이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들은 대 개 마법사들이었다.

마력을 컨트롤해 마법을 구현하는 이들.

“네, 상상력이요. 어차피 아레나의 모든 것은 허상입니다. 현실에서 저 는 절대로 이렇게 빠르고 강하게 움 직이지 못해요. 마력도 없죠. 하지만 아레나에서는 다릅니다. 특히 마력 이 그렇죠.”

현우가 손을 뻗었다.

현우의 손에는 어느새 보랏빛 마력 으로 이뤄진 건틀렛이 만들어져 있 었다.

그리고 현우가 살포시 주먹을 쥐는 시늉을 하자 현우의 손에 짤막한 단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단순히 마력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물론 만 들 수는 있죠. 오래 걸려서 그렇지.”

현우가 손을 휘젓자 단검이 모래성 이 무너지는 것처럼 흩어졌다.

사라진 단검은 다시 나타났다.

순식간에 나타났던 처음과 달리 느 릿한 속도로.

“머릿속이든 마음속이든 강하게 그 리세요, 레이나. 명확한 형체를 상상 하면서 마력을 제어하면 예전보다는

더 쉬울 거예요.”

현우는 그대로 손목의 스냅만으로 단검을 던졌다.

단검은 공간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펑!!!

단검이 박힌 곳에서 어마어마한 진 동이 일어났다.

단순히 진동만 일어난 게 아니었 다.

퍼석!!!

뭔가가 터져 나가며 푸른 핏물이 허공에 터져 나왔다.

- 하급 마수, 헬마스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이나는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 었다. 어딘가에 숨어 있던 마수가 죽은 것이었다.

“더 가르쳐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게 없네요. 그게 저도 요새 배운 것 들이라....”

“아니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 운데요. 이런 걸 어디 가서 배우겠 어요.”

레이나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현우가 말해준 상상력은 어디에서 도 들어본 적이 없는 비법이었다.

정말 현우만 아는 비법일 가능성이 컸다.

현우는 그런 레이나에게 다시금 말 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 데 전 원래 게임을 잘했어요. 초등 학생 때부터 했으니까 10년도 넘게 했네요. 중학생 때부터 한 게임마다 랭커를 놓친 게 없죠. 어지간한 대 전 격투 게임이나 RPG는 다 해본 것 같아요.”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가상현실 게임은 엄청난 인력과 돈 이 소모되는 콘텐츠였다.

1년에 한두 개의 게임만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잘했다고?’

현우의 말을 들은 레이나가 두 눈 을 크게 뜨며 물어왔다.

어지간한 게임은 다 손을 댔다니.

그것도 랭커 수준으로.

“혹시 그럼 호루스 사가도 해봤어 요‘?”

레이나는 과거에 그녀가 했던 가상 현실 게임의 이름을 말했다.

호루스 사가는 아레나와 비슷한 롤 플레잉 게임이었다.

“그럼요. 고등학생 때였나…. 학교

에 안 가고 영찬이랑 함께 했던 기 억이 있네요. 아마 아이디가…. 누트 였을걸요?”

현우는 옛 기억을 뒤졌다.

호루스 사가에서 그가 쓰던 아이디 가 기억이 잘 나지 않은 탓이었다.

“누트요?”

현우의 캐릭터 이름을 들은 레이나 가 다시 한번 놀랐다.

누트.

그것은 호루스 사가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름이 었다.

바로 호루스 사가에서 가장 큰 사

건 중 하나인 제우스 길드 멸망 사 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우스 길드를 해체한 그 누트 요?”

“아, 그런 일이 있었죠.”

현우의 태평한 대답에 레이나가 흥 분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호루스 사가를 플레이했던 이들이 라면 모두가 궁금해하던 것이었다.

“제우스 길드하고는 왜 싸웠던 거 예요?”

레이나의 질문은 언뜻 간절하기까 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사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제우스 길드 출신의 플레이어들은 아무리 물어도 왜 현우, 누트와 전 쟁을 벌였고 길드가 망했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제가 길드 가입하는 걸 그렇게 좋 아하지 않는데. 자꾸 저보고 길드를 가입하라고 하잖아요. 근데 나중에 저한테 척살령을 걸었더라고요. 그 래서 그냥 찾아다니면서 계속 죽였 죠, 뭐….”

“그게 돼요?”

현우는 무척 쉽다는 듯 말했지만, 사실 저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개인이 대형 길드를 잡다니.

제우스 길드는 보통 대형 길드가 아니었다.

아레나로 생각하면, 최소한 구룡 정도는 되는 위치였다.

현우는 그런 구룡을 단신으로 무너 트린 것이었다.

“그게 왜 안 되는데요?”

현우가 오히려 되물었다.

단신으로 대형 길드를 잡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저야 잃을 게 없는 몸이지만, 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지킬 게 많은 사람은 그만큼 약점도 많은 법입니 다, 레이나. 그리고…. 호루스 사가

는 한 번의 죽음이 무척이나 뼈가 아픈 게임이었죠.”

레이나는 현우가 어떻게 제우스 길 드를 무너트렸는지 대충이나마 감을 잡았다.

호루스 사가는 PVP로 인한 사망 시에 착용한 장비 중 하나를 무작위 로 떨어트렸다.

랭커들은 몇 번만 죽어도 손해가 막심했다.

“그럼 제논 월드는요?”

“그것도 해봤네요. 캐릭터 이름 이…. 클루, 클루였어요.”

“무령전기는요?”

“거기서는 아마 괴검이라고 불렸던 것 같은데….”

현우의 전적을 알아갈수록 레이나 의 얼굴은 점점 더 경악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현우의 입에서 나온 이름 하나하나 가 모두 해당 게임에서 정말로 유명 했던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 동일인이라니….’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