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6화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골 목대장입니다.”
스트리밍을 시작한 현우는 시청자 들에게 인사부터 했다.
- 하이염.
- 오늘은 뭐함?
- 스트리밍 제목도 안 보냐? 오늘 골 목대장 아카데미 하는 날인데.
- 알람 보고 바로 들어와서 못 봤음.
시청자들은 현우의 인사를 무시하 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눴다.
‘아니, 이거 채팅창이 왜 이래?’
채팅창을 본 현우는 오늘 스트리밍 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의 채팅이 다른 곳으로 새 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보나 마나 분위 기가 개판이 될 것이 뻔했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친목질이나 하 겠지.’
현우도 다른 스트리머의 스트리밍 에서 수없이 본 풍경이었다.
저런 현상을 보이는 스트리밍들은 크게 성공하기가 힘들었다.
흔히 말하는 고인 상태가 되어버리 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이 없는.
‘관심을 다시 끌어야겠는데….’
“자, 일주일이 지났으면…. 뭔가가 있겠죠? 기억나시는 분 있습니까?”
현우는 관심을 끌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원래는 스트리밍을 끝내기 전에 말 하려던 것을 미리 앞으로 당겼다.
- 일주일 지나면 뭐가 있나?
- 혹시 출석 보상 이벤트 그런 거라도 있어?
- 나만 기억 못 하나….
- 아, 설마 그거 _오늘 발표함?
- 제발 당첨돼라, 제발.
몇몇 시청자들은 현우가 말하는 것 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 시청자는 현우가 말 하는 일주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고 있었다.
아이템 이벤트.
최소 열 명을 선정해서 레어 아이 템을 주겠다던 현우의 그 말을 기억
하고 있었다.
“사전에 말했던 이벤트의 당첨자를 발표하고 스트리밍을 시작하겠습니 다. 그래도 되겠죠?”
현우는 시청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척하며 시간을 끌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관심을 더 끌 기 위한 술책이었다.
- 당연하져.
- 얼른 발표 좀요.
- 현기증 나겠네.
-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여". 제발 당첨이 됐길!!!!
시청자들은 알면서도 당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이벤트를 주최한 현우가 갑 이고 당첨이 되길 바라는 시청자들 이 을이었으니까.
다만 당첨을 포기한 일부 시청자들 은 마음껏 날뛰었다.
“그럼 바로 당첨자를 발표하겠습니 다. 당첨되신 분들은 제 A-월드의 채널로 계정 상태창 스크린샷을 보 내주시면 바로바로 아이템을 보내드 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첨자에게 적합한 아이템을 보내 주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가 필 요했다.
바로 줄 수가 없었다.
A-월드에서 아레나의 정보를 알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일단 첫 번째 당첨자를 발표하겠 습니다. ‘골목대장님, 존경합니다. 정말 팬입니다.’라고 적어주신 ‘맥 스’님. 지금 스트리밍을 보고 계신 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현우는 미리 적어온 당첨 명단을 보고 그중에 가장 위쪽에 적힌 이름 을 읽었다.
- 진짜 주는 刀가….
- 사실 못 믿었는데.
- 진짜 주네.
시청자들은 현우의 당첨 발표를 보 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현우가 이벤트를 진행할 거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일회성 장난이라고만 여겼다.
“다음은 ‘최고의 스트리머, 골목대 장님 사랑해요〜.’라고 적어주신 ‘소 피’님. 축하드립니다. 세 번째는 ‘존 경합니다, 골목대장님. 제가 제일 좋 아하는 스트리머예요.’라고 쓰신
‘켄’님입니다.”
현우는 계속해서 당첨자를 발표했다.
발표의 끝은 현우가 열 명의 이름 을 말했을 때였다.
“마지막 당첨자입니다. ‘요새 스트 리밍 너무 재밌어요, 사랑합니다. 형 님.’이라고 적어주신 ‘김민철’님에게 돌아갔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채팅창에 당첨자라고 주장하는 사 람이 나타났다.
- 와, 저 당첨됨. 감사합니다. 꼭 받고 인증할게요. 형님, 사랑해여.
- 거짓말하지 마세여.
- 안 속음, 人 그.
- 인증하기 전에 안 믿음.
시청자들은 정말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 절반과 부러운 마음 반으로 해 당 채팅을 무시했다.
“예, 꼭 인증해주세요. 커뮤니티마 다 올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 다.”
하지만 현우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 사람이 정말 당첨이 됐든 안 됐든 상관이 없었다.
그냥 논란이 되면 좋았다.
‘아니지, 이것도 다 홍보잖아?’
그 순간 현우의 머릿속에 기가 막 힌 생각이 떠올랐다.
인증이라는 말이 현우에게 영감을 가져다줬다.
“오늘 당첨된 열 분이 커뮤니티에 인증하시면, 인증하신 분의 수만큼 다음 당첨자 수를 늘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물론 중복 당첨도 됩니다. 오늘 이후에 올라가는 동영상들에 댓글 달아주세요.”
지출은 어차피 예정된 것이었다.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비가
되느냐 아니면 더욱 큰 보상을 위한 투자가 되는지는 현우의 행동에 달 린 것이었다.
현우는 이 이벤트를 더욱 큰 인기 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 야, 들었지? 당첨자들 얼른 인증해 라.
- 그럼 다음 주는 20명이다.
- 그럼 그 다음 주는 30명 되나?
- 되겠냐? 그냥 20명이겠지.
- 하긴…. 복리로 늘면 감당이 안 되 겠다.
가라앉았던 시청자들이 다시금 열 띤 채팅을 시작했다.
당첨자가 되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 만, 열 명만 수고한다면 다음 주에 자신들이 당첨될 확률이 두 배나 오 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 다.
‘좋아, 아주 만족스러워.’
그런 채팅창을 보는 현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온갖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현우와 관련된 글들이 마구 올라올 것이었다.
그럼 이벤트에 대한 내용도 더 많
은 이들이 알게 될 것이고 현우의 채널이 지니는 가치는 또 한 번 끝 을 모르고 치솟을 터였다.
‘적당한 투자로 최고의 효과를 봐 야지.’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오늘의 콘텐 츠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짝짝!!
현우가 박수를 쳤다.
그러자 뒤쪽에서 장년의 남성이 걸 어 나왔다.
남성은 짙은 미소를 띤 채로 손을 혼들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골목 대장 아카데미 2기의 첫 번째 레슨 생, 제이미 무어입니다.”
남성의 이름은 제이미 무어.
몇 시간 전에 현우에 의해 모든 게 뒤바뀐 사내였다.
“오늘의 콘텐츠는 아시다시피 골목 대장 아카데미입니다. 여기 서 있는 제이미 무어는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제대로 사냥조차 하지 못해 아 레나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현우가 제이미 무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괜히 하는 설명이 아니었다.
그의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지 보여
주기 위한 밑밥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는 제이미 무어는 다릅니다. 동레벨의 허수아비도 때려잡는 전투가 가능합 니다. 물론 아이템으로 올린 스탯 덕분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 창이 요동쳤다.
- 뭐?
- 일주일 새에 사람이 바뀐다구?
- 혹시 저거 가면 쓴 다른 사람 아니 냐.
- 어떻게 전투 젬병이 일주일 사이에 허수아비를 때려잡아.
시청자들은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제이미 무어가 게임치인 것은 누구 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일주일 만에 고쳐냈다.
이는 혁명이었다, 혁명.
수많은 게임치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과도 같았다.
“못 믿을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래서 준비했습니다. 제이미? 허수아 비와 한 번 드잡이질을 할 때가 됐 네요. 모두에게 보여주세요, 당신의 변화를.”
제이미 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이미 무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 로 대답했다.
그는 현우를 만난 몇 시간 전과 꽤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일단 그 시간 동안 홀로 사냥에 매진했고 전사 클래스로 1차 전직까 지 달성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제이미 무어는 스스로를 독려했다.
몇 시간 동안의 사냥으로 기본적인 전투 정도는 가능해졌다.
실제로는 가능해진 수준이 아니라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눈으로 봐왔던 수많은 랭커들의 영 상이 제이미 무어의 전투술을 제법 근사하게 만들었다.
체득하지는 못했지만, 머리로는 이 미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는 소리였 다.
스르릉!
제이미 무어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은 레어 아이템이었다.
10레벨에 착용할 수 있는 검 중에 서는 수위에 꼽힐 만한 아이템이었 다.
쐐애애애액!!!
제이미 무어의 검이 허공에 검붉은 잔영을 남겼다.
현우가 제이미 무어에게 줬던 스킬 북 ‘마계 불꽃 다루기’, 일명 프라가 흐의 효과였다.
소환된 허수아비는 자신을 공격하 는 제이미 무어를 향해 검을 휘둘러 그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카아아아앙!!!
두 검이 부딪치고 날카로운 금속성 이 터졌다.
허수아비는 검을 쥔 두 손에 힘을 줘 제이미 무어의 검을 슬쩍 밀쳤다.
제이미 무어는 갑작스러운 허수아 비의 공격에 그대로 밀려났다.
예상하지 못한 공격은 언제나 위기 로 몰았다.
뒷걸음질 치는 제이미 무어를 향해 허수아비가 검을 냅다 휘둘렀다.
‘막아야 돼!’
제이미 무어는 그의 정수리를 향해 빠르게 쏟아지는 허수아비의 검을 보며 팔을 움직였다.
카아아앙!!!
제이미 무어는 가까스로 허수아비 의 검을 막아냈다.
정말 실낱같은 차이였다.
조금만 느렸다면 허수아비의 검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아까 싸웠던 그 허수아비가 아닌 가 본데….’
제이미 무어는 허수아비가 강해졌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괜찮아, 침착해. 넌 할 수 있다, 제이미 무어.’
하지만 제이미 무어도 몇 시간 전 보다 많이 달라졌다.
레벨 업과 전직으로 인해 스탯이 꽤 올랐고 아이템도 10레벨에 맞춰 바꾼 상태였다.
통장이 두꺼운 어른이 게임을 하는
방식을 제이미 무어가 사용하고 있 었다.
제이미 무어는 그가 당했던 것들을 그대로 돌려줬다.
허수아비가 했던 것처럼 붙어 있는 검에 힘을 줘 밀쳤다.
스탯 자체는 제이미 무어가 허수아 비보다 높았기에 허수아비는 속수무 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제이미 무어가 아래에서 위로 밀쳤 기에 허수아비의 검은 하늘로 향했 다.
즉, 복부가 그대로 비었다는 소리
였다.
제이미 무어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미스터 강이 이렇게 싸웠었지.’
수없이 봤던 영상이 불러온 학습 효과였다.
쐐액!!!
제이미 무어의 검이 날카로운 기세 를 품고 허수아비의 복부를 갈랐다.
허수아비의 몸이 그대로 절단되며 움직임이 멈췄다.
“자, 보셨습니까? 여러분들? 제이 미 무어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1 차 전직자와 동일한 스펙의 허수아
비를 이겼죠.”
현우가 시청자들을 향해 묘한 미소 를 지은 채 말했다.
- 이건 무조건 대역임.
- 아무튼 대역임.
-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 이거는 진짜 교육 과정을 영상으로 올려야 된다. 사람이 이렇게 바꿀' 수가 있나.
시청자들은 이미 경악한 상태였다.
제이미 무어의 변화를 믿지 못했 다.
“원하시는 영상은 제 A-월드 채널 에 올라갈 예정이니 시청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우는 깨알같이 채널 홍보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 데.... 제이미 무어의 경우에는 원하 는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굉 장히 오래 걸립니다. 왜냐하면 레벨 을 올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 문입니다. 이건 다들 이해하시죠?”
- 이제 10레벨인데. 동메달이 말이 되 나.
- 지금 투기장 가면 0승 10000패도
가능할 듯.
시청자들은 현우가 말하는 바를 기 가 막히게 이해했다.
현우는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새로 운 레슨생을 공개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제이미만 계속 아 카데미 콘텐츠에 나오면 지루할 것 같아 새로운 레슨생을 한 명 준비했 습니다.”
- 응? 새로운 레슨생?
- 동시에 2명을 진행하는 건가?
이게 맞지. 제이미 무어만 나오면 아무래도 루즈할 텐데. 그■ 사이를 누군 가로 메꿔야지.
- 그래서 두 번째 레슨생은 누군데?
“두 번째 레슨생의 이름은 레이.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파괴 자. 파괴자 레이! 그가 바로 두 번 째 골목대장 아카데미 레슨생입니 다.”
현우의 말에 채팅창이 침묵에 잠겼 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