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660화 (661/939)

제 657화

‘이게 무슨 소리지?’

현우는 귓속말 중인 것도 잊고 가 만히 서서 생각에 빠졌다.

김석중이 한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 지 고민했다.

‘형님이 말한 조건에 맞는 사람이 기는 한데….’

김석중은 사제 계열에서 파생된 몽 크 클래스이니 사제라고 말해도 무 방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니지만, 큰 틀에 서는 그렇다는 얘기였다.

거기에 김석중은 투기장 대리를 한 적도 없었고 커뮤니티에 크게 논란 이 될 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었다.

그가 그런 행동을 했을지는 몰라도 알려진 게 없었으니 여기에도 걸리 지 않았다.

‘설마, 장난이겠지.’

현우는 한숨을 옅게 내쉬고는 다시 금 귓속말을 이어 나갔다.

- 김석중 님에게 : 농다은 거기까지입 니다, 형님.

- 김석중 님으로부터 : 너무 칼 같은 거 아니냐? 섭섭하다, 섭섭해.

김석중은 그의 말을 단숨에 농담으 로 치부한 현우에게 섭섭함을 드러 냈다.

그것도 잠시였다.

김석중은 장난스러운 기색을 지우 고는 진지해졌다.

- 김석중 님으로부터 : 방금 말은 장 난인 거 알제? 우리 길드의 사제인데. 괜찮아. 현우 너도 얼굴은 알 것인디…. 나랑 같이 다니는 녀석이니.

김석중의 말에 현우가 기억을 되짚 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김석중과 강중구.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의 얼굴 은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워낙 두 사람과만 붙어 다녀서 그 럴 수도 있었다.

‘같이 다녔다고?’

김석중과 함께 다녔다는 말.

이 말은 곧 신대륙 내에서 손꼽히 는 플레이어라는 뜻이었다.

‘순수하게 사제 중에서는 최고 아 니면 두 번째라는 소리니까….’

김석중과 함께 사냥을 나가는 이들 의 수는 그를 포함해서 최대 열두 명이었다.

그중에서 사제는 단 두 명뿐이었 다.

나머지는 모두 몽크였다.

굉장히 특이하고 괴이한 조합이었 다.

‘그 둘 중 한 명이면…. 유리보다 낫다.’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유리보다 나을 가능성이 월등하게 컸다.

유리가 제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 도 김석중이 말한 사제보다 낫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아레나 최강의 길드인 신대륙.

그중에서도 가장 정예인 사제 플레 이어.

스킬 랭크든 캐릭터 스펙이든 스킬 활용이든.

무엇 하나 부족해서는 오를 수 없 는 위치였다.

- 김석중 님에게 : 너무 좋습니다, 형 님.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현우는 감사 인사를 바로 보냈다.

김석중이 혹시 무르기라도 할까 싶

어서

- 김석중 님으로부터 : 은혜는 무슨. 지 가 하고 싶다는 걸 내가 어찌 말리누…. 그냥 잘해주면 그걸로 되니께. 잘해주드 라고. 자세한 건 거 니케 쪽에 보낼 테니 께. 우리 부라더는 신경 쓰덜 말어.

김석중은 장문의 귓속말을 남기고 는 사라졌다.

아예 접속을 종료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현우는 사방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씩 숙였다.

김석중에게 그의 인사가 닿기를 바 라면서.

‘사제도 모았고 탱커도 모았으 니….’

남은 건 메이슨을 대신할 마법사 한 명과 근접 클래스들이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포 지션이었다.

클래스의 비율이 높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이 됐다.

‘아마 지원자들 중에서도 대부분이 저런 근접 클래스들이겠지.’

현우는 이제 걱정을 놓았다.

벌써 선수를 다섯 명이나 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일곱이었다.

‘뉴문으로는 최대 넷까지.’

그게 현우가 정한 상한선이었다.

사실은 넷도 많았다.

스트리밍에서 보여주기에는 셋까지 가 적당했다.

그 이상은 스트리밍에서 제대로 뭔 가를 보여주기가 힘들었다.

‘결국은 뉴문도 콘텐츠니까.’

현우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 했다.

어떤 식으로 크레센트문의 선수들 을 뽑아야 할지.

그러는 사이 현우가 기다리던 남 자, 제이미 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강.”

제이미 무어는 환한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그의 모습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허리에 두 자루 검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두 개의 반지를 끼 고 있었고 방어구 역시 화려한 중갑 을 두르고 있었다.

“아이템이 많이 바뀌었네요? 보기 만 해도 좋아 보이네요.”

현우가 제이미 무어의 변화를 짚었 다.

제이미 무어는 약간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변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운이 좋아서 그런지 아이템 을 잘 얻었습니다. 산 건 하나도 없 습니다. 이건 퀘스트를 깨서 얻은 거고, 이건 리자드맨을 잡고 얻은 건데 ….”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 아이템들이 었다.

현우는 잠자코 제이미 무어의 설명 을 들었다.

‘운이 좋기는 진짜 좋네.’

누가 봐도 제이미 무어의 장비는 레어 아이템들이었다.

레어 아이템은 말 그대로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저렇게 사냥을 하면서 덕지덕지 얻 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래도 사냥할 실력이 되니 얻은 것 아니겠습니까?”

현우가 궁금한 것은 제이미 무어가 얻은 아이템이나 과정이 아니었다.

그의 레벨이 몇인지 스킬 숙련도는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떤 스킬들을 익혔는지.

혹시 희귀 직업을 얻은 건 아닌지.

그런 상태가 중요했다.

“아이템 말고 새롭게 얻은 건 없나 요? 스킬이나 직업이나…. 아니, 아 예 상태창하고 스킬창을 공유해 주 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우는 아예 상태창을 보는 걸 선 택했다.

제이미 무어에게 하나씩 듣는 것보 다 그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 다.”

제이미 무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 태창을 공유했다.

[상태창]

캐릭터 명 : 제이미 무어

레벨 : 38

직업 : 트윈 소드맨

칭호 : 미숙한 양손잡이.

능력치 : 힘 50(+25) 민첩 85(+35) 체력 45(+15) 마력 25

잔여 스탯 : 0

보유 속성 : 암흑, 불.

‘레벨이 생각보다 괜찮네?’

제이미 무어의 상태창을 본 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레벨을 많이 올렸다.

일주일 동안 틈틈이 사냥한 것치고 는 대단한 성과였다.

‘아무리 레벨 업하기가 쉬워졌다지 만….’

물론 현우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 다.

아니, 누구를 가져다 비교해도 현 우와 비교하면 심하게 부족했다.

그리고 제이미 무어는 현우처럼 밥 을 먹고 게임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절대적인 플레이 시간이 부족하니 당연히 레벨 업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걸 다 감안하면…. 지금의 속도 가 빠른 편이라는 거지.’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현우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직업이 트윈 소드맨? 일반 전사는 아니네요?”

“희귀 직업이라고 해야 할지…. 아 니면 그냥 약간 다르다고 해야 할 지. 일반 전사와 큰 차이는 없습니 다.”

제이미 무어는 직업에 관해서는 크 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가 생각하는 희귀 직업과 체감하 는 것의 괴리가 불러온 결과였다.

‘분명히 희귀 직업이 맞아.’

현우는 제이미 무어의 클래스 ‘트 윈 소드맨’이 희귀 직업이라고 확신 했다.

애초에 희귀 직업은 그냥 일반적으 로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제외한 모 든 것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지금은 일반 직업들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가면 분명히 차이가 생길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 조작 난이도가 상승하 는 것은 당연했다.

리스크가 없이는 리턴이 돌아오지

않는다.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가 아레나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였다.

‘반응이 뚱하니 넘어가야겠네.’

“레벨 업 속도는 아주 만족스럽습 니다. 그럼 스킬창도 볼까요?”

현우의 칭찬에 제이미 무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에게 스킬창을 공유했다.

[스킬창]

[마계의 불꽃 - 프라가흐(E-)]

[웨폰 마스터리(E-)]

[배쉬 (F+)]

[강타 (F+)]

[더블 슬래쉬(E-)]

[마력 컨트롤(E-)]

“호오?”

제이미 무어의 스킬창을 살핀 현우 의 입에서 의문성이 터져 나왔다.

스킬도 생각보다 좋았다.

예상에 없던 스킬이 두 개나 자리 를 잡고 있었다.

더블 슬래쉬와 마력 컨트롤.

‘더블 슬래쉬는 아마 트윈 소드맨 자체 스킬인 것 같고…. 마력 컨트 롤은 뭐지? 왜 벌써 얻었지?’ 더블 슬래쉬의 출처는 명확했다.

하지만 마력 컨트롤은 의문이었다.

현우가 알기로는 계속된 뉴비들의 유입으로 인해 마력 컨트롤을 얻을 수 있는 스킬북은 사는 것조차 불가 능에 가깝다고 알고 있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부족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근데 그런 마력 컨트롤을 제이미 무어가 익힌 것이었다.

“마력 컨트롤은 누가 선물해준 건 가요? 요새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던 데….”

현우는 궁금한 것을 그대로 물었다.

굳이 참을 필요가 없었다.

비밀이면 답을 안 해줄 것이고 그 렇지 않으면 말해줄 테니까.

“선물 받은 겁니다. 친구한테.”

제이미 무어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 며 답했다.

선물.

제이미 무어에게 스킬북을 건넨 사 람은 다름 아닌 김석중이었다.

김석중이 가지고 있던 마력 컨트롤 스킬북을 제이미 무어에게 줬다.

동생의 콘텐츠를 망치지 말라는 말 과 함께.

제이미 무어는 그때 김석중이 그에 게 쏘아 보낸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멸시에 가까운 눈빛.

그것은 동시에 실력이 없으면 아이 템으로라도 채우라는 무언의 압박이 기도 했다.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그것을 모르는 현우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네, 뭐…. 그렇다고 하시죠.”

제이미 무어가 고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럼 오늘 레슨을 하기 이전에 일 단 질문부터 받겠습니다. 그간 사냥 에서 느낀 것들을 물어보세요.”

현우는 제이미 무어를 무작정 가르 치기보다는 이렇게 질문을 받고 답 을 내리는 것을 선택했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오롯하게 현우의 것이 아닌 제이미 무어의 것이 섞인 것으로.

“그렇게까지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 다. 저레벨 몬스터들은 단순한 패턴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리 자드맨부터였습니다. 녀석들은 이전 과는 다르게 영리했습니다. 전투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현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미 무어가 말하는 건 대다수 플레이어가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었 다.

인공지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몬스 터들만 상대하다 아인종인 리자드맨 을 상대할 때가 되면 급격한 난이도 상승에 좌절을 맛본다.

물론 그 전 단계로 오크가 있기는 하지만, 저레벨 오크는 한없이 멍청 했다.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자드맨은 영리했다.

기습을 알고 합공을 알았다.

“구체적으로 전투가 어떻게 힘들었 습니까?”

“그전에는 몬스터들에 비해 스펙이 그렇게 달리지 않아 사냥이 수월했 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차이가 조금 더 벌어졌고 상대의 전투 능력 이 상승해 사냥 한 번 한 번이 너 무 힘들었습니다.”

“그럼 리자드맨의 공격을 버틸 정도 로 전투에 능숙해지면 되는 거군요.”

현우는 너무나 당연한 말을 꺼냈 그에 제이미 무어가 동의했다. 너무나 당연했기에.

“맞습니다. 실력만 좋아지면 해결 되는 문제입니다.”

“그럼 오늘 레슨 역시 실전 수업이 돼야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제이미 무어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게 아니었다.

오늘은 쌍검을 잘 다루는 법에 대 해 듣고 싶었다.

“그럼 바로 가시죠, 리자드맨을 이 길 수 있는 전투법을 배우러.”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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