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3화
- 근데 이거 거짓말 같은데?
- 나도 그럼. 지금 낚시하는 것 같음.
- 솔직히 순순히 알려주는 것부터가 이상함.
- 막 마계에 몰아놓고 사실 중간계에 서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건 아닐 까?
하지만 모두가 현우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시청자는 현우가 지금 낚시 즉,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우가 순순히 이런 정보를 내놓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것을 말한 건 명백히 실수입니 다. 굳이 믿지 않으신다면…. 제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아마 며칠 후 면 그분들도 제 말이 거짓말이 아니 라는 것쯤은 알게 되시겠죠.”
현우는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 다.
사실 억울하기는 했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니까.
- 진짠가?
- 다음 스트리밍 전에 밝혀지겠지.
- 근데 에픽 아이템 효과 진짜 대박이 네.
- 내가 낀 아이템 전부 합쳐도 저거 하나만 못함 7r7r
시청자들의 관심은 다시 메인 시나 리오에서 현우가 얻은 에픽 아이템 으로 옮겨졌다.
대다수 스트리밍 시청자들은 메인 시나리오와 무관했다.
레벨이 낮았으니까.
그들에게 가까운 것은 눈앞에 보이 는 현우의 아이템이었다.
당장 시작한 것도 아닌 메인 시나 리오가 아니라.
“좋아 보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 니다. 특히 일반적인 아이템이 아니 라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우는 진심으로 ‘탐욕스러운 사역 자’를 얻고 그가 느낀 점을 말했다.
현우가 낀 에픽 아이템이 여럿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탐욕스러운 사 역자는 특별했다.
일반적인 아이템이 아니었다.
가면과 같이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흔히 구할 수 없는 아주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아마 경매장에 올리면 천문학적인 액수까지 올라갈 겁니다. 착용 제한 을 맞출 수 있는 비법까지 같이 넘 긴다면 더 오르겠죠.”
지금까지 판매된 아이템들과는 자 릿수부터가 다를 터였다.
좋은 아이템에 미친 사람들은 많았 으니까.
“거기다 기존에 착용하고 있던 아 이템과 겹치지 않는 부위. 그것이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아이템을 한 개 더 착용할 수 있 다는 것.
그것은 모두가 아는 가장 큰 메리 트였다.
“그래서 이 아이템을 어디서 얻었 다? 마계의 한 인스턴스 던전에서 얻었다〜. 여러분도 얻고 싶으면 어 디로 와야 한다? 마계에 와야 한 다〜.”
현우는 우스꽝스러운 어조로 혼자 묻고 답했다.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들도 모 르게 마계는 곧 대박이 숨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 한탕을 치고 싶으면 마계로 가야지.
- 나도 레벨만 오르면 마계 간다.
- 마계는 누가 공짜로 보내주나? 길드 없으면 갈 수도 없는데.
- 마계 갈 레벨이면 길드 다 있어〜
마치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을 꿈 꿨던 것처럼 지금은 마계 드림을 꿈 꾸는 것이었다.
‘마계로 모여라, 마계로 모여.’
마계로 오는 플레이어들을 반기는 도시는 에토노.
그곳은 현우의 영지였다.
세금조차 내지 않는 오롯한 현우의 영지.
“영양가 없는 얘기는 이쯤에서 마 무리하겠습니다. 스트리밍을 켰으면 콘텐츠를 진행해야겠지요? 안 그렇 습니까, 여러분?”
현우는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조금 씩 지워내며 말을 다시 시작했다.
- 그래서 _e늘 콘텐츠가 뭐죠?
- 오늘 콘텐츠 아이템 자랑 아니었나?
- 다른 아이템도 자랑해 보시지?
- 왜, 이제 자랑할 아이템이 없나?
시청자들은 콘텐츠라는 현우의 말 에 그제야 현우가 스트리밍을 켜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음을 깨 달았다.
몇십 분 동안 그저 아이템 정보 하나를 본 것이었다.
“오늘 준비한 콘텐츠는 일주일 뒤 에 시작될 메인 시나리오에 관한 설 명이었는데…. 어떻게 그냥 제 아이 템이나 몇 개 보시고 넘어갈래요?”
현우는 채팅창을 메운 비난을 보고 도 웃었다.
웃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뜨거운 반응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인신공격이나 날조만 아니면 말이 지.’
그런 것들은 참고 넘길 수 없는 부류였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했다.
자신은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스트 리머들까지도 견딜 수 있을지는 미 지수였으니까.
‘여기에서만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그사이 채팅창은 대개 비슷한 채팅 이 올라오던 종전과는 다르게 다양 한 의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메인 시나리오 설명을 한다고? 어서 해주세요.
- 현기증 나니까, 얼른 해주셈.
- 그거 들어서 뭐함? 그냥 골목대장 아이템이나 봅시다.
- 맞아, 어차피 못 할 거 아이템 정보 보는 게 이득일 듯.
- 아이템 정보는 왜 봄? 그거 보여주 면 대형 길드들만 이득 。]■닌가? 골목대 장의 약점이나 스킬이라도 하나 파악하 려고 애를 쓰는 놈들인데. 그놈들은.
다양한 의견은 곧 갈등을 불러일으 켰다.
현우는 그러한 낌새를 느끼자마자
시청자들을 중재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스킬이었다.
스트리밍을 잘 진행하는.
“왜 갑자기 채팅창이 분열됐습니 까? 통일된 의견을 보여주세요. 나 는 메인 시나리오가 궁금하다는 숫 자 1을. 아니다, 나는 골목대장의 아이템이 궁금하다는 숫자 2를 채팅 창에 올려주세요.”
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숫자가 채팅창을 도배했다.
_ 1.
- 2222222222.
— 1111111111111.
- 22222222222222.
- 11111111111111.
비등비등했다.
어느 한쪽도 밀리거나 앞서지 못했 다.
하지만 현우는 애초부터 무엇을 고 를지 정해놓은 상태였다.
‘무조건 1번이지, 나는.’
오늘 스트리밍의 목적은 홍보였다.
그래서 에픽 아이템의 정보를 공개 했고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이끌어 모았다.
이제 모을 만큼 모았다는 생각이 들자 본연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현우의 목적은 메인 시나리오의 홍 보.
그로 인해 더욱 많은 플레이어들이 마계로 몰리는 것.
현우에게는 당연히 메인 시나리오 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야 내 피라미드가 더욱 공고 해지겠지.’
“미세하게도 숫자 1이 채팅창에 더 많군요. 그럼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일주일 뒤에 공개될 메인 시나리오 에 대한 정보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불만 없으시죠? 있으신 분들은 말씀하세요. 그분들은 지금이 아니 라 추후에 올라오는 영상으로 정보 를 접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돌려서 했지만, 결국은 강제 로 퇴장을 시키겠다는 소리였다.
현우의 엄포에 채팅창은 고요함을 얻었다.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광경이기도 했다.
현우는 종종 전가의 보도로 강제 퇴장 기능을 사용했으니까.
“그럼 메인 시나리오에 관해 설명 하겠습니다. 다들 들을 준비되셨습 니까? 영상 녹화는 안 되지만, 머릿 속으로 외우는 것은 허락해드립니 다. 다들 외우세요.”
현우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설명을 시작했다.
메인 시나리오.
그 거대함에 대해.
“이번 메인 시나리오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마계에서 진행이 됩니 다.”
- 그건 조금 전에 본인 입으로 말해서 안 거 아닌가.
- 이 정도면 기억상실증이네.
- 마계에서 진행할 만한 게 뭐가 있 지?
- 근데 마계로 오라는 걸 보면 혹 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벌써 알아 차린 것 같네요. 맞습니다, 이번 메 인 시나리오는 전쟁입니다. 인간과 마계 사이의 전쟁.”
- 전쟁?
— 진짜로? 리얼?
- 무슨 메인 시나리오가 이래? 마계가 중간계를 침공해야지.
- 그러게그 구 그 그 크 쿠 그. 인간이 마족 들을 때려잡으러 가네.
시청자들은 현우의 말에 웃음을 터 트렸다.
메인 시나리오가 일반적인 다른 가 상현실 게임과는 많이 달랐다.
보통은 중간계가 침입의 대상이었 고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수성이 목 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떤가.
역으로 인간들이 마계를 침입해 정 복 전쟁을 일으킨다.
“많이 놀라셨죠? 저도 많이 놀랐습 니다. 마계에서 전쟁이라니. 이게 말 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 미친, 아레나 시나리오 수준 보게 :긔 =1 긔 긔 긔
- 개발자들이 약을 먹은 게 분명하다.
- 어떻게 마계를 처들어가냐 크그그그
시청자들은 유쾌하게 웃었다.
스토리의 반전이 꽤 괜찮았다.
아레나에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었다.
그게 아레나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가 개처럼 뛰었습니다. 황제가 전쟁을 일으키고 싶다고 하 는데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다들 아 시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사장님이 ‘이따가 회식하자.’ 한마디만 하면 누구는 메뉴를 고르고 식당을 섭외 하고. 예? 근데 저는 그걸 혼자 다 했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현우는 엄살을 잔뜩 피웠다.
실제로 저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두 현우가 원해서 한 일 이었다.
전쟁을 제안한 것도.
전쟁을 미룬 것도.
전쟁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도.
- 아, 그래서 이번에도 혼자 하셨다?
- 다른 사람들은 그냥 구경만 했다, 뭐 이런 말인가?
- 혼자 하니까 힘들지. 조금 나눠서 합시다.
- 나누면 고통은 절반, 행복은 두 배 라는데.
시청자들은 그런 현우의 말을 투정 으로 받아들였다.
배부른 자의 투정.
누군가는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바 라도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메인 시 나리오를 진행하면서 힘들다 투덜대 는 꼴이라니.
우습기가 그지없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근데…. 수 준이 되어야 나누지요. 아직도 에토 노에서 빌빌거리는 이들에게 메인 시나리오는 무슨 메인 시나리오입니 까. 에토노를 벗어나 자유롭게 다른 도시를 오갈 능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게 이번 메인 시나리오였는 데.”
현우는 비웃음을 짙게 머금고 신랄
한 비판을 내뱉었다.
에토노에 고이기 시작한 이들에 대 한 일갈이었다.
- 몇몇 길드 빼면 에토노 근처에서 벗 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기는 함.
- 요새도 땅따먹기하던데? 좁아터진 데서 여기는 우리 구역이니 아니니. 크
三7 =7 三7
- 우물 안 개구리는 메인 시나리오 맛 도 못 보는 게 현실인데. 그 그 크
그것은 시청자들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대형 길드 중에서 스트리밍을 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오히려 방송국처럼 체계적으로 굴 리는 곳들이 대다수였다.
길드 차원에서 24시간 내내 스트 리밍을 했다.
당연히 개중에는 사냥하는 스트리 밍도 존재했다.
오히려 비중이 크다고 봐야 했다.
마계는 아직 대다수 사람에게는 미 지의 세계였고 그만큼 관심을 끌기 에 좋은 소재였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대형 길드들 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밖에 없었다.
탐험이나 개척이 지지부진하다는 것 역시.
“그런 것은 그들의 선택이니 별말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원래 얘기 하던 것으로 돌아가 다시 메인 시나 리오에 관해 얘기를 더 하자면…. 이 번 전쟁은 오로지 모험가 즉, 플레이 어들이 주축이 될 겁니다. 전쟁에 참 여하는 NPC는 무척 소수입니다.”
충격적인 발표였다.
NPC가 없는 메인 시나리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 었다.
- NPC 없으면 메인 시나리오가 깨지 나? 마계는 지금까지랑은 조금 다르잖 아
- 에토노도 못 벗어나는 애들을 데리 고?
- 거기에 숫자도 조금 적은 것 같은 데…. 끽해야 2〜3천 명?
시청자들은 현우의 말에 우려를 드 러 냈다.
아직도 아레나에서는 플레이어보다 강력한 NPC들이 즐비했다.
NPC가 없다는 것은 퀘스트가 어 려워진다는 것을 뜻했고 그것은 곧 실패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메인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 모두를 합쳐도 그 NPC 몇 명만도 못할 겁니다. 그 사람들 은 아주 강하거든요.”
현우는 그런 시청자들의 우려가 모 두 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제와 르브론.
둘만 해도 이미 일기당천이었다.
“그러니 숟가락이라도 얹고 싶은 랭커분들은 얼른 마계로 오시기 바 랍니다. 남은 시간은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현우는 양손을 펼쳤다.
현우의 손가락은 정확히 일곱 개가 펼쳐져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