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744화 (745/939)

제742화

현우가 테이카와 약속한 장소에 도 착했을 때는 이미 여러 명이 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골목대장님.”

테이카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현우 를 맞이했다.

“테이카 님도 그간 잘 지내셨습니 까?”

현우도 테이카를 향해 손을 마주 흔 들었다.

“이전에는 참 아쉬웠습니다. 저도 이 멍청이들과 함께 사냥을 하고 있 던 게 아니면…. 랭킹전에서 만날 수 있었을 텐데요.”

“저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네요.”

현우와 테이카는 만난 이유와 상관 이 없는 얘기로 한참의 시간을 보냈 다.

“야, 골목대장님을 이러려고 부른 거 아니잖아.”

중간에 끼어든 레오가 아니었다면, 한참을 더 떠들어 댔을 터였다.

“아, 그랬지. 참. 바쁘신 분을 불러 놓고 제가 헛소리만 했네요.”

테이카는 그제야 현우를 부른 이유 를 떠올렸다.

“골목대장님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도움이요?”

“트롤 부족의 마을을 발견했는데…. 저희만으로는 사냥이 불가능해서요. 파티를 맺지는 못해도 같이 가시는 게 어떤가 싶어서요.”

테이카와 레오를 비롯한 PSG의 선 수들은 우연히 트롤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발견했다.

가볍게 살펴본 것만으로도 트롤 마 을의 안쪽으로 들어갈 엄두조차 내 지 못했다.

채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사이에 마을을 출입하는 트롤의 숫 자가 기백이었다.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그들로서는 사 냥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야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히 받아야죠.”

현우가 그런 테이카의 제안을 거부 할 리가 없었다.

이들이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면, 트 롤의 수가 꽤 많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는 것은 곧 사냥의 효율이 높 아진다는 소리였다.

사냥감인 트롤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지니까.

‘보스 몬스터는 양심상 양보해야 되 겠지만.’

“대신 보스 몬스터는 양보하겠습니 다.”

현우도 나름의 양심은 있었다.

저들이 좋은 사냥터를 제공해준 만 큼 보스 몬스터는 저들이 잡을 수 있 도록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잡으 면 잡는 거고 말면 마는 거죠. 뭐…. 보스 몬스터가 한 번 잡는다고 안 나 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테이카가 고개를 저었다.

보스 몬스터는 잡을 능력이 되는 사 람이 잡는 게 맞았다.

보스 몬스터가 잡히고 다시 나오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봐야 사나흘 이었다.

정말 길어도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테이카는 일주일 사이에 트 롤 마을에 나오는 보스 몬스터를 잡 을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트롤을 잡는 것만으로 도 힘들었다.

“그렇다면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현우가 테이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기를 바랍니 다.”

테이카가 현우의 손을 잡아 흔들었 다.

현우가 손을 빼려고 했지만, 테이카 는 한참이나 더 현우의 손을 잡고 혼 들었다.

“저기입니다. 보시면 저희가 왜 사 냥을 못 한다고 했는지 아실 것 같습 니다.”

테이카가 멀리 보이는 나무로 된 울 타리를 가리켰다.

‘문제가 그렇게 많은가?’

현우는 테이카가 가리킨 울타리 쪽 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즉시 현우는 테이카가 자신을 부 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트롤 마을이 아니라 트롤 도시 같 은데?’

마을이라고 하기보다는 도시에 가 까뭤다.

울타리가 끝을 모르고 쭉 이어져 있 었다.

거기에 드나드는 트롤의 개체 수도 무척 많았다.

‘이건 뭐…. 메인 시나리오 할 때랑 비슷한 느낌인데….’

“일단은 들어가는 것부터가 문제네 요.”

현우가 울타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입만 열었다.

일단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입구 쪽은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안쪽이야 어차피 넓 을 테니 크게 상관없을 겁니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던 레오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제 생각도 이 친구와 같습니다. 마 을 안으로만 들어가면 구역을 나눠서 사냥할 수 있을 듯합니다.”

테이카도 레오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끝없이 이어진 울타리만큼이나 마 을 안쪽의 땅은 넓을 터였다.

그렇다면 구석진 곳부터 차근차근 사냥을 시작해 나가면 됐다.

사냥 속도가 붙어 트롤이 리젠되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사냥할 수 있어 지면….

그때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되는 일 이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현우는 저 둘의 의견에 딱 히 공감하지 않았다.

여유?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마을을 출입하는 트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안에는 트롤들이 더 많으면 많았 지 적지는 않을 터였다.

‘쉴 시간이 없을 거다.’

쉴 수 있다면 그것은 로그아웃을 했 올 때뿐일 것이다.

쉼 없이 트롤들이 들이닥치게 될 테 니까.

‘중간계에 있는 랭커들이 꽤 몰려오 겠어.’

정확히 표현한다면 몰려오는 게 아 니라 초대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테이카가 현우를 불러낸 것처럼.

“제가 시선을 끌 테니 먼저들 들어 가세요.”

현우가 굽혔던 몸을 피며 말했다.

저들이 밥상을 차려줬으니 이제는 현우가 밥값을 할 차례였다.

“가능하시 겠습니까?”

테이카가 현우에게 되물었다.

눈앞에 보이는 트롤만 적게 잡아도

100마리는 되어 보였다.

현우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쉬이 넘길 숫자도 아니었다.

“버프 한 번씩만 주고 가시면 됩니 다. 그다음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 습니다.”

트롤이 강해 봐야 트롤이었다.

수천이 넘는 마족과 마수들 사이에 서도 전투를 벌인 것이 현우였다.

‘온갖 것을 다 끌어다 쓰기는 했지 만….’

PSG의 사제 플레이어들의 버프가 있다면, 현우가 가진 아이템 스킬들 은 쓰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는 볼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현우 혼자서 트롤 100마 리를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 니었다.

오히려 쉬운 일이었다.

현우에게는 탱이라는 강력한 서포 터가 존재했으니까.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레오가 현우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 였다.

현우는 알아서 고행을 택했다.

그에 대한 존중은 선택이 아니라 필 수였다.

레오의 말이 끝나자, 그들 파티의 사제들이 일제히 현우에게 버프를 달 아줬다.

[신성한 기운을 받으셨습니다.]

[무기에 신성력이 서립니다.]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여신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스탯이 상승합니다.]

[이동속도가 상승합니다.]

‘오우야…. 몇 개야 도대체?’

현우는 눈앞을 가득 메우는 메시지 창을 보며 감탄했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4차 전직을 넘어선 사제들의 버프는 개수부터 압 도적이었다.

개개인이 최소 다섯 개의 버프를 걸 어줬다.

‘탱이 거까지 생각하면… 충분해.’

현우는 몸에 느껴지는 충만한 기운 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 다.

“탱이야, 가자.”

현우는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 섰다.

받을 것을 받았으니 이제는 정말 밥 값을 할 때였다.

“주인 놈아, 힘내서 싸워라.” 탱이는 현우의 머리 위에 앉아 앞 발을 흔들기 바빴다.

물론 버프를 걸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너도 밥값은 해야지? 마법 크게 하 나 날려줘.”

현우는 마냥 구경만 하려는 탱이를 제지했다.

지금은 탱이의 광역 마법이 필요한 때였다.

“알았다, 주인 놈아. 탱이 불놀이한 다.”

탱이는 현우의 요구에 곧장 황금빛 구슬을 소환해 마법을 쓸 준비에 들 어갔다.

탱이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하트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화끈한 불놀이를 위한 연료를 주입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숲에 화끈한 공기가 불어 닥쳤다.

녹음이 우거졌던 숲에 검붉은 아지 랑이가 피어났다.

“쿠오오오?”

“크오?”

“꼬아아아!!!”

마을로 들어가려던 트롤들이 제각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이었다.

느껴지지 않아야 할 열기가 느껴지 고 있었다.

화르르륵!!!

그 순간이었다.

아지랑이를 넘어서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의 높이는 10미터도 넘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크오오오오오!!!”

그러는 사이 탱이가 만들어낸 불길 에 타들어 간 트롤들이 속속히 나타 나기 시작했다.

동족들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본 트롤 들은 재빨리 검붉은 장벽에서 멀어지 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재생력을 무력화시키는 불 꽃이었다.

당연히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 다.

“주인 놈아, 난 끝이다.”

탱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진 마력을 절반 이상 쏟아부은 상 태였다.

“알았어, 수고했어.” 현우는 귓가에 들려오는 탱이의 거 친 숨소리에 연신 귀를 문지르며 대 답했다.

‘마법에 죽은 트롤이 대충 서른쯤 되나….’

죽은 트롤은 얼마 되지 않지만, 불 꽃의 장벽 안에 갇혀 죽음이 예정된 트롤들은 아직 많았다.

그 정도면 탱이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현우가 탱이에게 기대한 것은 딱 이 정도였다.

현우는 트롤들을 향해 날아가는 와 중에 마령을 소환했다.

마령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현우의 움직임은 이전과 궤를 달리했 다.

더욱 빨라지고 화려해졌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테이카와 PSG 의 선수들의 눈에도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왕좌왕하는 트롤들의 머리 위에 도착한 현우는 현천도를 뽑아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애액!!!

거대한 보랏빛 강기가 트롤들을 향 해 쏘아졌다.

절정에 다다른 현천폭과 초승달 베 기의 조합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보랏빛 강기에게 덮쳐진 트롤들은 온몸이 터져 나갔다.

[마파 부족 트롤 정찰병을 처치했습니 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파 부족 트롤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크아아아아아!!!”

탱이의 파이어 마법을 피해 사방으 로 흩어지던 트롤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우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사태의 원인이 현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죽음을 재촉하 는 결정이었다.

현우는 달려오는 트롤들을 보며 현 천도를 그대로 바닥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달려오는 트롤들의 주변에 보랏빛 거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오오오?”

트롤들은 다시금 의문성을 토해냈다.

기껏 불의 장벽을 피해 도망쳐 왔 는데 다시금 정체불명의 벽에 가로막 힌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도 잠시였다.

거울에서 튀어나온 검이 트롤들의 전신에 구멍을 뚫었다.

[마파 부족 트롤 정예 전사를 처치했습 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을 했습니다.]

[체력과 마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현우는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에 도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아직 남아 있는 트롤들이 많았다.

“빨리 들어가세요!!!”

현우는 뒤쪽에 남아 있는 테이카와 PSG의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맞아, 우린 들어가야지.’

믿을 수 없는 현우의 전투를 직접 본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 다.

현우가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는 멍 하니 서 있기 바빴다.

“감사합니다, 골목대장님.”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레오가 현우 에게 소리를 지르고는 파티원들을 이 끌고 트롤 부족의 마을 안쪽으로 진 입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현우는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기 시작 했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던 탱이와 곰이 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 이었다.

현우는 그 와중에도 전력을 숨긴 것 이었다.

‘전부 보여줄 수는 없는 법이지.’

“암, 그렇고말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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