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751화 (752/939)

제749화

조상의 탑.

플로이의 입에서 언급된 그것은 피 사의 사탑과 같은 형태의 탑은 아니 었다.

훨씬 난해한 형태의 탑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가까이 에서 보자 더욱 난해하게 다가왔다.

‘이게 도대체 뭐야?’

“탱이야, 내가 보는 게 진짜 현실이 냐?”

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 상의 탑을 위아래로 수차례 훑었다.

“그런 것 같다, 주인 놈아.”

탱이도 현우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상의 탑을 보며 그저 놀랍다는 표 정만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현우는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조상의 탑은 거대한 돌을 쌓아 놓은 형태였다.

정확히는 돌이라기보다는 바위라고 말하는 게 옳았다.

크기가 남달랐다.

바위 하나하나가 수 미터에 이르는 크기였다.

그런 바위가 얼기설기 얽혀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게 치솟아 있었다.

‘어떻게 안 무너지는 거지?’

겉보기에는 정말 어설펐다.

등산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돌 탑을 쌓아 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입구는 어디지?’

현우는 감탄하는 것을 멈추고 조상 의 탑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정확히 현우가 서 있던 곳과 정반대 인 위치에 조상의 탑 내부와 이어지 는 거대한 입구가 나 있었다.

‘여긴가?’

현우는 빛이 한 점도 들지 않는 거 대한 입구에 서슴없이 발을 들이밀었 다.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탱이야, 불 좀 켜봐.”

조상의 탑 내부에 들어선 현우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 눈살을 찌푸리며 탱이에게 부탁했다.

“나도 그러려고 했다, 주인 놈아.” 탱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에 불 덩이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한 개였다.

하지만 작은 불덩이가 밝히는 시야 로는 턱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탱이는 계속해서 불덩이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환된 불덩이가 열 개가 넘 어가자 탑 내부의 모습이 조금씩 드 러났다.

조상의 탑 내부는 무척 넓었다.

축구장이나 야구장 정도는 충분히 되는 넓이였다.

다만 천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 게 솟아 있었다.

‘퀘스트와 관련된 게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조상의 탑 내부를 살핀 현우는 퀘스 트의 실마리가 조상의 탑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주인 놈아, 벽에 글이 쓰여 있다.”

사방의 벽면에 빼곡하게 쓰여 있는 글씨들.

삐뚤빼뚤하기는 하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에 글자의 크기가 컸기 때문이 었다.

“그래, 나도 봤다.” 현우는 탱이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가장 가까운 벽면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고개를 한껏 올려 들고는 벽면에 쓰여 있는 글씨를 읽기 시작 했다.

- 섣불렀던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 놈 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성물을 봉인시 키고 일족을 멸족으로 몰고 간 나의 선 택을 저주한다.

벽면에 적힌 글은 서두부터 섬뜩했 다.

이 글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플로 이가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짧은 글은 현우에게 많은 것들을 가지고 왔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크로마의 기억 완성 一 플로이가 남긴 흔적]

[크로마의 기억 조각 수집 一 플로이가 남긴 흔적 발견]

[완성된 크로마의 기억 관찰 一 플로이 가 남긴 흔적 읽기]

일단 현우가 받았던 퀘스트가 변경 되었다.

모두가 바뀌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로마의 불완전한 기억을 통해 습 득한 정보가 조금은 더 정확해졌다.

‘크로마가 말한 사라진 성물, 그건 플로이가 봉인을 했던 거네.’

이로써 현우가 찾던 성물의 행방은 어느 정도 단서를 확보했다.

현우는 곧장 읽어 내리던 부분의 아 래쪽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 어른 주술사인 크로마가 왕의 자리 를 탐했다. 그것은 과욕이었다. 애초에 놈이 왕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면, 내 가 아니라 크로마가 왕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놈은 왕의 자리를 얻기 위해 신 들을 데려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함을 통해 차대 왕으로 내정된 아칸을 죽이려 들었다.

여기까지가 한쪽 벽면에 적힌 이야 기의 끝이었다.

현우는 이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루오스 제국 초대 황제 아칸. 그리 고 거인족 왕의 후계자 아칸.’

거인족과 루오스 제국 사이의 연관 관계를 다시금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냥 퀘스트의 줄거리가 너무 궁금 했다.

‘다음 내용도 얼른 봐야지.’

현우는 이제 숫제 재밌는 소설을 읽 는 기분이었다.

다음 내용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 하지만 나는 멍청이가 아니다. 아칸 의 무죄를 알고 있었다. 나는 도리어 크 로마에게서 성물을 빼앗아 아칸에게 건 넸다. 그러고는 대륙으로 나가라 명했다. 그게 유일한 활로였다. 신계의 신들을 상 대하기에는 아칸은 너무 약했다. J. 이후 에는 신계의 신들과 크로마에게 넘어간 동족들을 상대로 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빠졌다. 결국 죽는 것 은 모두 거인족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크 로마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신계의 신들의 뒤통수를 치기 시작했다. 놈은 정말로 교 묘하고 음험한 인물이다. 어찌 주술사가 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우는 다음 벽면에 쓰인 글도 단숨 에 읽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 글들이 흥 미진진했다.

‘당사자야 죽을 맛이었겠지만….’

현우는 벽면에 남겨진 글들을 읽으 며 또 하나의 정보를 획득했다.

그것은 바로 신계와 관련된 정보였 다.

거인족의 멸족과 신계가 연관이 있 다는 것.

‘근데 신족이 아니라 꼭 신이라고 하네?’

다만 궁금한 것은 신계의 신족이 아 니라 신이라는 단어가 쓰였냐는 것이 었다.

대개 아레나에서 신이라고 하면 신 전의 주인들이나 이종족들의 신을 뜻 했다.

‘하긴 소설에서도 보면 신의 종류가 많기는 하지….’

하지만 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 니었다.

어떠한 개념마다 신이 있을 수도 있 는 것이었으니까.

가령 불이나 죽음, 생명 등의 것에.

‘다음 내용이나 읽자.’

현우는 그에 관한 의문은 다음 내 용들을 읽으면 풀리리라고 생각하고 는 다시금 발길을 옮겨 벽면의 글을 읽어 내렸다.

- 신계의 신들도 녹록지만은 않았다. 크 로마가 뒤통수를 치는 것을 알아차리자 거인족을 죽이는 일에 집중했다. 수많던 거인족이 채 1,000명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분노에 빠졌다. 그리고 절 대 해서는 안 될 판단을 내렸다. 왕에게 만 대대로 내려오는 성물을 제물로 하 늘 아버지에게 제사를 지냈다. 모든 것 을 알게 된 하늘 아버지는 나와 마찬가 지로 분노했다. 크로마에게서 주술을 빼 앗았고 일족에게서는 용기와 지혜를 앗 아갔다. 오로지 나만 그대로였다. 아니, 내게도 금제는 내려졌다. 제사를 지냈던 조상의 탑 근처를 평생 벗어나지 못하 게되었다.

이번 벽면에 적힌 글은 현우가 아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딱히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거인족들이 그 렇게 된 이유가 플로이 때문이라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에서는 의미가 없는 얘기였다.

이제 남아 있는 거인족들은 없으니 까.

- 저주의 영향인지 크로마와 나는 시 간의 흐름에서 비켜났다. 그것은 살아남 은 몇몇 일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주를 받은 상태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크로마에 대한 분 노는 옅어졌다. 정확히는 이지를 빼앗긴 채로 돌아다니는 동족들을 볼 때마다 마 음속에 나에 대한 혐오감이 들기 시작했 다. 순간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왕 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것에 자괴감이 들었다. 혹시 누군가 이곳을 찾는다면 억겁의 세월 동안 이어진 저주 의 고리를 끊어주기를 바란다.

‘ 끝인가?’

끝이었다.

벽면에는 더는 남아 있는 글들이 없 었다.

남겨진 모든 글들을 읽은 현우는 고 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성물은 어디 있지?’ 현우가 찾는 것은 바로 제물로 바친 성물이었다.

저주의 매개체라고 적혀 있는 바로 그 성물.

‘에픽 아이템을 내놓아라.’

절대 이것은 에픽 아이템에 대한 탐 욕은 아니었다.

플로이의 염원을 풀어주기 위한 행 동이었다.

“탱이야, 여기서 뭐 좋아 보이는 거 못 봤어?”

주변을 살펴도 찾으려 했던 성물을 찾지 못한 현우가 탱이에게 물었다.

탱이 역시 주변을 돌아다녔기에 묻 는 것이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주인 놈아. 좋 아 보이는 게 있었나?”

탱이는 도리어 현우에게 물었다.

탱이는 벽에 적힌 글을 읽지 않았기 에 현우가 말하는 좋은 것, 성물에 대 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현우가 물어도 모른다고 대 답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래? 그럼 같이 찾아볼래? 여기 에 네 팔에 있는 그거랑 비슷한 게 있다는데?”

현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탱이에게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사실 간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저 에픽 아이템의 존재에 대해서 만 알렸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좋은 보물이 있다는 말인 가? 그럼 어서 찾아야지, 뭐 하나. 주인 놈아.”

현우의 말을 들은 탱이가 이제는 오 히려 현우를 재촉했다.

탱이도 자신의 팔에 있는 팔찌의 가 치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같이 찾아보자고. 하나보다는 둘이 낫겠지. 불덩이 좀 더 만들어봐. 아예 환하게 비추면 찾기가 더 쉬울 테니 까.”

현우는 탱이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불덩이를 주문했다.

조상의 탑이 너무 넓어서 그런지 지 금 만든 불덩이로는 전부 모아야 한 쪽 벽면에 쓰인 글들만 간신히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머지 부분은 얼추 형상만 흐릿하 게 보일 뿐 정확한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알았다, 주인 놈아. 기다려 봐라.”

탱이도 그것을 공감했는지 군소리 없이 마력을 끌어올려 불덩이들을 계 속해서 추가했다.

조상의 탑 내부의 중심을 기준으로 수직으로 불덩이들이 나란히 줄을 서 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야가 자연스럽게 밝아졌 다.

훨씬 밝아진 시야에 현우는 조상의 탑 내부를 더욱 자세히 살필 수가 있 었다.

종전에는 횃불에 의지해 주변을 살 폈다면, 지금은 형광등을 켠 것처럼 환했다.

‘성물... 성물…’

현우는 나름대로 성물의 형태를 추 측하고 있었다.

일단 현우가 착용하고 있는 반지가 하나 있었고 탱이가 쓰는 팔찌가 하 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가능성이 큰 것은 왕 관이나 목걸이 등이었다.

대개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들의 경 우에는 각기 다른 형태를 띠는 경우 가 많았으니까.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데….’

현우는 벽면에 쓰인 글귀를 읽기 위 해 조상의 탑의 사방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성물로 추정 되는 무언가를 본 기억이 없었다.

‘바닥이 아니라 천장에 있나?’

문득 현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이었다.

현우는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 허공 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중간중간 스킬의 재사용 조건을 만 족시키기 위해 탑 내부의 벽면을 발 로 차는 행위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천장을 향한 등반을 시작했다.

현우는 거의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허공을 달려 천장에 다다랐다.

“으아!!!”

무심코 바닥을 내려다본 현우의 입 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현우는 반사적으로 허공을 박차며 더욱 위쪽으로 뛰었다.

현우의 정수리가 천장의 끝과 충돌 했다.

지끈거리는 뒤통수를 비비며 현우는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어?”

눈앞에 찬란한 빛깔의 팔찌가 태양 처럼 떠 있었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팔찌 를 붙잡으려 들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다 면 분명히 붙잡았을 터였다.

“오랜만일세.”

거대한 창을 메고 있는 사나이, 플 로이의 등장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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