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9화
“왜? 안 믿겨? 최소 열 명 맞아. 내 가 르브론을 처음 만날 때 들은 얘기 니까.”
현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우와 르브론이 처음 만난 계기는 아스란에 있는 클래스 타워에 있는 전사 교관, 칸에게 받은 금화가 시 작이었다.
그것을 들고 르브론을 만났고 스킬 을 얻고 제자가 되어 희귀 직업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분명 르브론은 현우가 금화를 들고 찾아온 열 번째 플레이 어라고 말했다.
“이 새끼 이거 아무것도 모르는 놈 이었구만? 귀가 이렇게 어두워서야…. 물가에 내놓은 애도 아니고. 내가 이 래서 네 걱정에 잠을 못 잔다.”
현우는 영찬을 신나게 놀렸다.
순식간에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 을 쏟아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만 모르 냐? 네 스트리밍 처음부터 끝까지 계 속 본 시청자도 모르겠다, 이 새끼 야.”
영찬이 잔뜩 구겨진 얼굴로 현우에 게 소리를 빼액 하고 내질렀다.
영찬은 무척 억울했다.
왜 현우에게 놀림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현우가 말한 열이라 는 숫자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시청자들은 모를 수도 있지. 근데 너는 그러면 안 되지.”
현우는 아무런 근본도 없는 논리로 영찬을 공격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영찬과 현우가 아옹다옹하는 사이 어느새 두 사람은 르브론이 있는 연 무장에 도착했다.
“스승님, 저 왔습니다. 하나뿐인 제 자가 왔습니다, 스승님!!!”
현우는 저택 한편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연 무장에 들어섰다.
노골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조용히 하고 들어와라.”
연무장의 중앙에 앉아 있던 르브론 이 감았던 두 눈을 뜨며 현우를 바 라봤다.
“여기 있는 모자라 보이는 애는 제 친구입니다. 스승님을 꼭 한번 뵙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습니다.” 현우는 영찬을 데리고 르브론의 앞 에 섰다.
영찬은 졸지에 모자란 친구가 되었 지만, 르브론의 앞이기에 어떠한 반 박도 하지 못했다.
그저 르브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 를 건넬 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르브론 공작님. 저는 아르곤이라고 합니다.”
영찬의 인사를 받은 르브론은 자리 에서 일어나 영찬에게 다가갔다.
“모자란 녀석과 같이 다니느라 수고 가 많네.”
“네? 아닙니다. 현우가 모자라기는 해도 착하고 좋은 친구입니다.”
영찬과 르브론은 손을 내밀어 악수 를 했다.
“제가 뭐가 모자랍니까? 저만한 사 람이 어디 있다고.”
현우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르 브론에게 중얼거렸다.
“그렇지, 너만 한 놈이 또 어디 있 겠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영찬이 불이 난 현우의 마음에 기 름을 부었다.
현우는 영찬의 도발에 말없이 양손 을 뻗었다.
영찬은 갑작스러운 현우의 행동에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그것은 영찬의 착각이었다.
영찬의 두 다리는 발바닥에 접착제 라도 바른 것처럼 땅바닥에서 조금 도 움직이지 않았다.
현우는 가만히 멈춰 서 있는 영찬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좌우로 흔들어 재 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공을 튕기는 것 처럼 영찬의 볼을 밀쳤다.
현우의 손바닥이 미는 대로 영찬의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오늘은 왜 온 게냐?” 영찬의 수난은 르브론이 입을 열 때 까지 계속됐다.
정확히는 르브론의 말을 들은 현우 가 영찬을 내팽개칠 때까지였다.
“밑천이 더 필요합니다.”
현우는 고개를 돌려 르브론과 눈을 마주쳤다.
“밑천? 무슨 밑천?”
르브론은 현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가르침을 조금 더 베풀어 주시지요, 스승님.”
이것은 부탁이 아니라 갈취였다.
그것을 느낀 르브론이 두 눈을 부 릅떴다.
“나한테 마치 맡겨 놓은 것 같은 말 투구나.”
르브론의 그런 표정 변화에도 현우 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 어 나갔다.
“하나뿐인 제자에게 베푸시는 것이 뭐가 그리 귀찮으십니까.”
르브론이 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 았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몇 번이고 훑었다.
“귀찮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 는구나. 그저 네가 나에게 거짓을 말 한 것은 아닐까 판단하는 중이었다.” 르브론은 인정했다.
현우는 다른 것들을 배울 자격이 있 었다.
풍겨오는 기세가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절차란 언제나 지켜져야 하 는 법. 잠시만 기다려라.”
르브론은 그 말만 남겨두고 연무장 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연무장에 돌아온 르브론의 손에는 낡은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건 뭡니까, 스승님?”
현우가 르브론의 손에 들린 낡은 검 을 가리키며 물었다.
“자격을 확인할 도구다. 검을 뽑을 수 있어야 너에게 다른 기술들을 가 르칠 수가 있다. 본래라면 하지 않아 도 될 일이지만…. 그 양반이 미리 뭘 가르쳤으니. 어쩔 수 없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냥 쉽게 쉽 게 가시죠?”
현우가 따지듯 되물었다.
하지만 르브론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현우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 했다.
‘내가 왜?’
물론 지금 하는 행위는 요식 행위였 다.
현우가 배울 능력만 된다면 무슨 기 술을 가르치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르브론은 그러고 싶은 마음 이 전혀 없었다.
그냥 현우가 조금 낭패를 보는 게 즐거웠다.
“잔말 말고 뽑아. 싫으면 하지 않아 도 되고.”
르브론은 내밀었던 낡은 검을 다시 회수했다.
“누가 안 한다고 그랬습니까?”
현우는 재빨리 손을 뻗어 낡은 검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현우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낡은 검 뽑기]
능력이 부족하면 뽑을 수 없다는 검 ‘시 험의 검’을 뽑자.
등급 : S
조건 : 시험의 검 뽑기 0/1
보상 : 경험치, ‘키온 기사단장(진)’으로 전직 가능.
‘뭐야 이게?’
현우는 퀘스트창을 보고 얼굴을 살 짝 일그러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클래스 이름이 너 무 별로였다.
‘예비 키온 기사단장이나 키온 기사 단장(진)이나 뭐가 달라?’
뭐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 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심 기대는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5차 전직이었으니 까.
그런 기대를 완벽히 뭉개버렸다.
‘됐다, 뭘 기대를 하냐.’
현우는 체념하고는 낡은 검의 정보 를 확인했다.
전직은 해야 했으니까.
‘아이템 정보.’
[시험의 검]
키온 기사단장 후예들의 능력을 테스트 하기 위한 검. 능력이 부족하면 검을 뽑 을 수 없다.
등급 : 에픽
제한 : 웨폰 마스터리 숙련도 ‘S’ 이상, 마력 관련 스킬 숙련도 ‘S-’ 3개 이상, 마력 3,000 이상. 최근 PVP 200번에서 10패 이하.
내구도 : 777/777
공격력 : 1
효과 : 칭호 ‘자격을 얻은 자’ 생성.
‘이 황당한 착용 제한은 뭐야?’ 낡은 검의 착용 제한은 미친 듯이 까다로웠다.
1차 전직과 동시에 받는 스킬인 웨 폰 마스터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 력 관련 스킬 숙련도를 S-랭크를 요 구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 었다.
대개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얻는 마력 관련 스킬은 마력 컨트롤이었 다.
기본적으로 2차 전직을 하면 주어지 는 스킬이기도 했고, 돈만 있다면 그 전에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스킬이 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력 컨트롤의 숙 련도가 S- 이상이라고 밝힌 이들은 극소수였다.
정말 극소수, 투기장 랭킹전 마스터 이상의 랭커들만이 그것을 인증했다.
‘말 그대로 컨트롤이 뛰어나야 숙련 도가 빨리 오르니까.’
마력 컨트롤의 숙련도가 s-랭크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냥에서도 그리고 PVP에서도 쉼 없이 마력을 사용해야 만 했다.
그런 자유로운 컨트롤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레벨이 높은 이들은 투기장의 랭커들뿐이었다.
‘내가 S- 스킬이 몇 개더라…?’ 현우는 스킬창을 빠르게 훑었다.
분명 기억하기로는 숙련도가 S-랭크 가 넘는 것들이 몇 개가 있었다.
‘다행이네, 딱 된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시험의 검 을 뽑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마력 컨트롤(S)]
[마력 압축(S-)]
[마력 응집(S-)]
라쿤에게서 배웠던 마력 압축, 그리 고 이른 레벨에 습득했던 마력 컨트 롤 그리고 2차 전직 때 얻었던 마력 응집.
세 가지의 숙련도가 모두 S-랭크 이 상이었다.
‘웨폰 마스터리는 안 봐도 S랭크고.’
웨폰 마스터리는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모든 스킬 중에서 가장 잘 오르는 게 웨폰 마스터리였다.
주먹만 휘둘러도 숙련도가 오르는 스킬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왜 안 뽑아? 너…. 못 뽑아? 못 뽑
는 거 아니지? 그럼 5차 전직은 못 하는데…. 에이, 장난이지 지금?”
영찬은 우두커니 서서 낡은 검을 쳐 다만 보고 있는 현우를 향해 입을 열 었다.
눈가가 살짝씩 떨리고 입꼬리가 흔 들리는 것이 비웃음의 전조였다.
“그냥 좀 신기해서 보고 있었을 뿐 이야. 이 정도야 가뿐하지. 사람을 뭘 로 보고. 나, 강현우야, 강현우.”
현우는 그런 영찬의 기대를 완전히 박살을 냈다.
단숨에 낡은 검을 검집에서 뽑아 버 렸다.
“어? 뭐야, 뽑았네?” 영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하지 못한 현우의 행동 때문이 었다.
“어떻게 해야 뽑을 수 있는 건데?”
“네가 직접 해봐.”
현우는 낡은 검을 다시 검집에 집 어넣고 그것을 영찬에게 내밀었다.
동시에 르브론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그러고는 두 눈으로 말했다.
이것을 영찬에게 건네도 되겠느냐고.
르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낡은 검이 보물이기는 했지만, 잠깐 만져 보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영찬이 저 검을 어찌할 능력 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현우는 영찬에게 낡은 검을 건네고 그의 눈앞에 잔뜩 떠오른 메시지창 을 확인했다.
[시험의 검 뽑기 1/1]
[낡은 검 뽑기를 클리어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키온 기사단장(진)으로 전직할 수 있 습니다.]
떠오른 메시지창 중 하나는 퀘스트 의 클리어를 알리는 것이었다.
시험의 검을 뽑았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칭호 ‘자격을 얻은 자’가 생성되었습니 다.]
[자격을 얻은 자]
키온 기사단장이 되기 위한 조건 중 하 나인 시험의 검 뽑기에 성공한 플레이어 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 공격력이 15% 증가한다.
‘효과 참 아름답네.’ 현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 다.
뜻하지 않은 수확이었다.
단순히 5차 전직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칭호가 생겼다.
그것도 아주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 는 칭호가.
‘아직 손도 안 댔네?’
메시지창을 모두 확인한 현우는 영 찬을 바라봤다.
영찬은 시험의 검을 뚫어지게 쳐다 보는 중이었다.
“왜 그렇게 멀뚱히 쳐다만 봐? 못 뽑아? 못 뽑는 건 아니지? 그지? 그 냥 검이 좋아 보여서 보고 있는 거 지?”
영찬은 종전에 그가 했던 도발의 대 가를 고스란히 돌려받는 중이었다.
아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이 었다.
현우는 시험의 검을 뽑을 수 있어 영찬의 도발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 하지 못했지만, 영찬은 결코 그럴 수 가 없었다.
“내놔, 이 새끼야.”
현우는 영찬의 뺨을 가볍게 톡톡 두 드린 후, 영찬의 손에서 시험의 검을 넘겨받았다.
그러고는 그 검을 그대로 르브론에 게 가져갔다.
“그럼 어서 가르침을 주십쇼, 스승 님.”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