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789화 (790/939)

제788화

[제국 수호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영겁의 지옥’。] 해제됩니다.]

현우가 감았던 눈을 떴다.

‘오케이, 이걸로 끝이다.’

현우의 주변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 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지막 남은 신계에 있는 루오스 제 국의 흔적을 해제했다.

“에르완 님, 출발 준비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현우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에르완 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넉넉잡아 10분이면 가능할 것 같습 니다.”

에르완이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으며 주변을 살폈다.

다들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정신을 잃고 다시 바닥에 쓰러진 사 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가 정 신은 차린 상태였다.

‘확실히 여기가 제일 수준이 높네.’ 마계와 중간계.

두 곳의 유적지에서 만난 루오스 제 국의 후예들보다 평균적인 실력이 더 좋았다.

이는 영겁의 지옥이 해제된 후에 정 신을 차리는 속도만 봐도 알 수 있었 다.

“정말로요? 10분이면 완벽하게 북부 를 향한 종단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 까?”

현우가 턱을 살짝 들고 주변을 살피 는 시늉을 했다.

“될 겁니다. 언제고 이런 날이 올 거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금방 준비를 마칠 겁니다.”

에르완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그런 에르완의 신뢰에 다른 이들이 부응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에르완의 뒤로 오와 열을 맞춰 정렬했다.

“준비는 됐나?”

에르완이 몸을 돌려 소리쳐 물었다.

“됐습니다!!!”

루오스 제국의 후예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들의 기세는 창과 같았다.

날카로웠다.

적이 나타난다면, 단숨에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좋네.’

현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라면, 최소한 발목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았다.

‘분위기 한번 잡고 가야지.’

“조금 힘들지도 모릅니다. 죽을 수 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이번에는 현우가 루오스 제국의 우 예들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수호자님!”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좋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선봉에 서 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힘을 합 쳐 신계 한번 뚫어봅시다. 중간계로 돌아갑시다.”

현우가 하늘을 향해 주먹을 힘차게 뻗었다.

와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이것이 신계 종단의 시작이었다.

[긴급 상황 발생, 골목대장 아카데미 미 룹니다.]

현우의 스트리밍은 여전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 았다.

- 오늘 제이미 무어 공개 처형식 아니 었나.

- 아깝네. 그 좋은 걸 못 보네.

- 오늘 특별 일일 강사 누군지 궁금한 데….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아쉽다는 반응 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시청자들은 현우가 말한 긴급 상황 에 집중했다.

- 근데 긴급 상황은 포 뭐지?

- 지난번보다 심각한 건가?

- 근데 지금 사건이 터질 만한 곳이 없지 않음? 그냥 평범한데.

- 마계도 그럭저럭, 이종족들도 그럭저 럭. 무난한데.

하지만 긴급 상황이 무엇을 말하는 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 었다.

그럴듯한 추측을 하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아레나는 일종 의 소강 상태였다.

유저들이 입씨름을 벌일 만한 주제 가 없었다.

리그는 아직 개막하지 않았고, 게임 내에서도 눈에 띄는 갈등은 없었다.

물론 새로운 콘텐츠도 없었다.

- 도대체 뭘까?

- 일단 기다려 봐야 할 듯.

- 근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사건, 사 고를 몰고 다니냐.

- 살아 숨 쉬는 트러블메이커. 그그거구

그와 동시에 이처럼 쉬지 않고 사 고를 몰고 다니는 현우의 행태에 놀 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검었던 화면에 생동감 이 넘치는 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골목 대장입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얼굴 가면을 쓴 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 골목대장 하이.

- 안녕하세요.

- 너무 오랜만인 듯?

- 주 5회 스트리밍을 요구합니다.

시청자들과 현우는 반갑게 인사를 나 눴다.

“일단 사과의 말부터 올리겠습니다. 오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겨 골목 대장 아카데미를 취소하게 되었습니 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양해 부탁드 립니다.”

현우는 곧장 허리부터 숙였다.

예고했던 콘텐츠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이었 다.

-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죠?

- 무슨 일이 생겼길래 콘텐츠 괴물이 신 골목대장님이 콘텐츠 진행을 못 하는 거지?

- 움직일 여유가 없는 건가? 시간 한 정 퀘스트라던지.

- 그런 거면 인정. 어쩔 수 있나. 시간 제한이 걸려 있으면.

시청자들은 현우의 사과를 가볍게 받 아들였다.

애초에 그들은 사과를 바라지도 않 았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우가 무슨 콘텐츠를 진행하든 일단 실 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것 자체가 중 요했다.

펑크만 내지 않으면 무엇을 하든 오 케이 였다.

“비슷합니다.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 트는 아니지만… 시간제한이 있는 것 은 확실합니다. 지금 하루 꼬박 로그 아웃도 못 하고 있거든요.”

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현우는 현재 아레나에 스무 시간가 량 접속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갈 수가 없었다.

‘신계 종단이 끝날 때까지는”.’

지금도 정말 짬을 겨우 내서 스트리 밍을 켠 것이었다.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 하루 내내?

- 그 시간 동안 집중이 되나?

- 열 시간만 해도 현기증 나는데.

- 정신 나감. 진짜.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종일 아레나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누워서 쉬고 밥을 먹는 등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면 가능했다.

하지만 현우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다.

사냥을 하든 퀘스트를 하든 무언가 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제가 지금 무척 힘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시청자들의 보는 화면에도 변화가 덩 달아 찾아왔다.

- 응? 숲이네?

- 또 숲?

- 아니, 숲 애호가이신가. 산림욕 좋아 하시나.

- 여기는 또 어디임? 이종족들 있는 곳 인가.

숲이 대개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 차이점이 있었다.

나무의 크기나 나뭇잎의 차이.

그리고 나무가 얼마나 울창하게 나 있는지.

주변 대지의 모습이라든지.

차이점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 현우가 보여주는 숲은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봐온 것들과는 분명히 달 랐다.

“아, 여기는 이종족들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신계라고. 마계와 비슷한 곳입니다.”

- 응? 신계?

- 마계랑 비슷한 곳?

- 여기는 그럼 신족이 나오나?

- 아니, 게임 또 혼자 하시네. 같이 좀 합시다. 같이 좀.

- ‘적당히’를 모르시네. 허허….

시청자들이 헛웃음을 토해냈다.

신계.

어떤 곳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정보를 통해 확신하는 게 아니라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었다.

이름만으로도 마계의 대척점에 있다 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맞습니다, 마계랑 비슷한 곳이죠. 저는 지금 이곳에서 한 가지 미션을 진행 중입니다. 퀘스트는 아닙니다. 신계에 숨어 살던 인간들을 중간계로 대피시키는 겁니다. 출발지는 신계의 남부 지역이었고 저희의 목표는 신계 북부 지역입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그 저 눈에 익은 땅이 나타날 때까지 가 는 겁니다.”

현우는 충격적인 얘기를 아무렇지 않 게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시청자들이 더 호들 갑을 떨었다.

- 신계 종단이요?

-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요.

- 신계만 해도 놀라운데. 거기서 사람 들을 데리고 종단을 해?

- 이거 전에 중간계 횡단한 거랑 상관 있는 거 같은데?

- 마계에서도 비슷한 일 있지 않았음?

- 이종족들 데리고도 움직이더니. 대규 모 이동 전문이신가….

그리고 그중 일부 시청자들은 현우 의 말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도 현우가 말한 광경을 본 기 억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시청자 여러 분들 생각에 제가 스트리밍을 켰습니 다. 많은 소통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 니다. 그래도 신계가 이런 곳이구나. 하고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우는 아예 시작부터 선전 포고를 날렸다.

채팅을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이것은 말만 이렇지 실제로는 다른 뜻을 담고 있었다.

- 채팅창을 아예 꺼놓겠다는 마인드죠?

- 그렇죠. 아예 안 볼 테니까. 항의하 지 말라는 거죠.

- 역시 인성이 남다름.

- 너무 독보적이라 대체할 스트리밍도 없고…. 아쉬운 우리가 참아야지.

시청자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 겼다.

익숙해진 것이었다.

툭하면 채팅창을 끄니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따진다고 달라지는 것 이 있지도 않았다.

피드백이 전혀 안 됐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시청자들 이 먼저 나가떨어졌다.

벽에 말을 하면 돌아오는 것은 메아 리뿐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수호자님! 이제 다시 출발할 시간 입니다!”

현우와 시청자들이 짤막한 소통을 나 누던 그때 커다란 인영이 현우에게 로 다가왔다.

“알겠습니다, 에르완 님. 출발하시 죠.”

나타난 사람의 정체는 에르완이었다.

그는 처음 현우와 만났을 때와 비교 하면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 도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정갈하게 묶었던 머리는 이리저리 풀려 산발이 되었고 입고 있는 갑옷 은 움푹 파여 들어간 곳이 한두 곳 이 아니었다.

“다른 분들은 조금 어떻습니까? 부 상자들이 많습니까?”

현우가 에르완의 뒤를 따라 걸으며 물었다.

“수호자님 덕분에 사망자는 없습니 다. 주신 물약으로 부상자들도 없습 니다.”

에르완의 목소리는 밝았다.

과거의 신계 횡단과는 다른 결과에 흥분한 상태였다.

며칠간의 이동 그리고 수십 번이 넘 는 전투.

그러나 사상자는 없었다.

현우가 압도적인 힘을 보이며 신수 와 신족들을 살해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당신과 같은 분 이 저희의 수호자라는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이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국에 수호자 님과 같은 사람이 많을 리가 없지요.”

앞서 걸어가던 에르완이 고개를 저 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떠올리는 것은 어 려운 일이 아니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현우가 웃으며 겸손을 떨었다.

캉!

‘응? 이게 무슨 소리지?’

그 순간이었다.

현우의 귓가에 날카로운 금속성이 들려왔다.

쇠붙이끼리 부딪칠 때나 날 법한 소 리였다.

“에르완 님, 뛰세요.”

현우가 순식간에 에르완을 제치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에르완은 영문도 모른 채로 현우의 뒤를 따라 달렸다.

- 뭐야? 왜 뛰는 거야?

- 이거 뭐 몰래카메라야? 왜 이래?

- 사실 NPC를 속이는 거임. 엌그

- 설명은 하고 뛰어야지. 혼자 뛰네.

시청자들도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 지였다.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신 수들이 덮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우는 그가 들은 소리에 대한 추측 을 에르완에게 전하고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에르완에 눈에는 현우의 모습이 순 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졌다.

“습격…‘?”

에르완 역시 상황을 파악하고는 기 존보다 훨씬 빠르게 달렸다.

현우는 순식간에 소리의 진원지에 도달했다.

그곳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나무들이 불에 타고 땅이 뒤집혔다.

부서진 잔해들이 사방에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루오스 제국의 후예 수천 명이 신족과 신수들을 상대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쐐애애액!!!

현우가 현천도를 재빠르게 뽑아 휘 둘렀다.

현천도에서 방출된 보랏빛 강기는 신족의 공격에 당할 위험해 처해 있 던 루오스 제국의 후예를 구했다.

“감사합니다, 수호자님!”

“아닙니다, 다들 진형을 만들어 제 뒤로 물러서세요!!!”

현우가 전장을 향해 일갈했다.

그러고는 한쪽 입꼬리를 잔뜩 말아 올렸다.

[신계의 생명체 살해 2,453/10,00이

‘알아서 와주니 이렇게 편해.’

신계의 생명체와의 전투.

작금에서는 현우가 가장 원하는 것 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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