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의 귀환-835화 (836/939)

제834화

현우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창을 바라봤다.

라레닉스가 남긴 유산.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아이템 정보.’

현우는 그 흐뭇한 정도를 올리기 위 해 창의 정보를 확인했다.

[수호자의 창] 고대 제국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치 는 수호자가 쓰는 창. 마지막 수호자는 가장 고귀한 신분을 가진 이였다.

등급 : 에픽

제한 : 루오스 제국의 수호자

내구도 : 9999/9999

공격력 : 6000

효과 : 모든 스탯 + 500, 공격력 100% 증가, 방어력 관통 50% 증가.

‘좋기는 엄청 좋네.’

현우는 화려한 창의 스펙에 감탄했 다.

엄청났다. 현우가 지금까지 본 무기 중에서 최 고였다.

‘현천도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현천도가 공격력이 조금 더 높기는 했지만, 그것은 12강의 효과였다.

단순하게 무기 자체의 성능만 보자 면 눈앞의 창이 압도적이었다.

‘문제는 이걸 내가 못 쓴다는 건 데….’

무기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강화를 다시 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거기에 도에 맞춰 익숙해진 스킬들 을 다시금 재정립할 마음이 없었다.

‘저걸 도로 바꿔도 문제야.’

물론 아레나의 시스템 중 하나인 변 환 캡슐을 이용하면, 무기의 외형을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천도를 버리고 수호자의 창을 쓰는 것은 분명히 문 제였다.

강화를 일정 이상 하기 전에는 분 명히 성능은 현천도가 앞섰다.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그렇다고 마냥 인벤토리에 넣어두 고 썩힐 생각은 없었다.

무려 에픽 아이템이었다.

관상용으로 치부하기에는 가치가 어 마어마했다.

현우는 더는 창을 바라보며 고민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부우우우우웅!!!

시커먼 강기가 현우를 향해 날아들 었다.

현우는 황급히 몸의 중심을 낮추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우의 머리 위로 시커먼 강기가 스쳐 지나갔다.

‘구경하는 것도 일이다, 일.’

캘리오락스와 라간드가 펼치는 전투 의 여파가 현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 기 시작했다.

현우는 끼어들 수 없는 둘의 전투 에 그저 손가락만 빨았다.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지금 현우는 저 둘에 비해 너무 약 했다.

그저 뒤로 조금 더 물러나는 수밖 에 없었다.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캘리오락스 와 라간드에게 눈을 고정했다.

‘슬슬 감이 와.’

캘리오락스는 라간드와의 전투를 지 속할수록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 을 느꼈다.

정확히는 실력이 오른 게 아니라 가 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무식하게 몰아치는 게 아니라 적당 히 수 싸움을 벌였다.

캘리오락스에게 그러한 변화가 생길 수록 라간드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의 부족함이 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놈이 너무 빨리 찾아왔어.’ 라간드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캘리오락스가 너무도 일찍,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자신 앞에 나타났다.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 인간의 몸은 너무 허접해….’

라간드가 차지한 육체는 그 수준이 형편없었다.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았다.

딱 기초만 벗어난 수준이었다.

그래서 라간드는 그가 아는 랜 일족 의 비술을 사용해 차지한 육체를 바 꾸었다.

막대한 마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지 만, 라간드에게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에 불과했다.

마력이야 대기 중에 흐르는 것을 마 음껏 끌어다 쓰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게 필요했다.

저급한 육체를 단숨에 바꿀 수는 없 는 노릇이었다.

만약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어떠한 패배도 경험하지 않았을 터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몸을 완벽하게 바꿔놓았을 터였다.

‘그래도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 니야.’

라간드는 상황이 아직 크게 나쁘다 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정 안 되면, 후일을 도모하면 되는 법.’

도망칠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라간드는 도주를 아무렇지 않게 생 각했다.

그것은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죽음 이후에는 아무런 것도 남지 않 는다.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였다.

라간드의 전투 패턴이 급변했다.

이제는 창만 쓰는 게 아니라 랜 일 족 특유의 마법까지 더했다.

단순한 창술로는 캘리오락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콰아아앙!!!

라간드가 창을 바닥에 깊숙하게 꽂 았다.

순식간에 땅이 검게 물들었다.

동시에 늪이라도 되는 것처럼 땅이 끈적였다.

펑!!!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진드근하던 땅이 폭발했다.

한 번의 폭발을 시작으로 연이어 땅 이 터졌다.

캘리오락스의 커다란 날개가 펄럭였 다.

캘리오락스는 허공을 빠르게 유영했 다.

폭발을 유유히 피해 다녔다.

그 순간, 라간드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멀찍이 떨어진 허공에서 나타났다.

정확히는 캘리오락스의 바로 옆이었 다.

라간드는 창의 중간 부분을 쥐고 캘 리오락스의 날개를 향해 빠르게 찔렀 캘리오락스의 날개에 라간드의 창이 닿는 순간 캘리오락스의 날개 주변 에 보라색 장막이 생겨났다.

콰아아아앙!!!

장막이 라간드의 창을 막아냈다.

그 대가로 장막은 순식간에 부서지 고 말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장막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라간드의 공격을 딱 한 번 막아내 는 것.

캘리오락스는 재빨리 몸을 돌려 라 간드를 마주 봤다.

“내가 마법을 익혔다고 말했을 텐 데….”

캘리오락스의 차가운 얼굴에 조소가 맺혔다.

딴에는 기습이라고 했을 터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뻔한 수작에 불과 했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막아낼 수 가 있었다.

캘리오락스에게는 강력한 마법이 있 었다.

“고작 한 번 막았다고 자만하지 마 라.... 자만은 독이 될 터.”

라간드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다시금 창을 꽈악 말아 쥐 었다.

‘언제 마법을 썼지…. 틈이 없었을 텐데?’

라간드는 캘리오락스가 배리어를 만 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분명 치열하게 공수를 나눴다.

그사이에 날개를 보호할 마법을 걸 만한 시간은 없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죽는 것도 이상 하지 않을 전투였다.

라간드는 상황이 조금은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분명 자신은 강했다.

랜 일족 역사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천재였고 살면서 그와 비견되 는 재능은 라 일족의 족장밖에 없다 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패배는 있었지만, 언제고 극복이 가 능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이 지금은 아무 런 의미가 없었다.

위대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과거였다.

지금은 제 모습을 되찾지 못한 상태 였다.

눈앞의 드래곤조차 잡지 못할 지경 에 처해 있었다.

시간.

시간이 너무 야속했다.

하루라는 시간만 그에게 주어졌더라 도 전투가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랬다면 지금의 이 육체를 원하는 수준에 맞춰 개조를 하고 마력을 회 복할 수 있었다.

‘저 인간이 문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저 멀리에 서 있는 인간이었다.

이 몸의 주인, 에드워드의 기억을 모 두 확인했기에 알 수 있었다.

강현우라는 이름의 모험가.

마계에 변화를 이끈 것도, 이 자리 로 캘리오락스를 안내한 것도.

모두가 저 모험가였다.

‘너부터 죽여야겠다.’

라간드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했다.

캘리오락스와의 전투에서 당장 이 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무한정 밀리는 형국도 아 니었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끄는 것은 얼 마든지 가능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미미한 모 험가 하나를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 한 일이었다.

라간드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순식간에 라간드의 신형이 여러 개 로 나뉘었다.

그러고는 캘리오락스를 향해 여러 개의 신형이 동시에 창을 내던졌다.

쐐애애애액!!!!

검은색 장창 몇 자루가 소름 돋는 소리를 내며 허공을 찢었다.

창은 빛살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속력의 차 이는 있었다.

어떤 것은 말 그대로 최단거리인 직 선으로 내달렸고 어떤 것은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도 타이밍은 같았다.

모든 창이 동시에 캘리오락스를 덮 쳤다.

캘리오락스는 허공을 박차고 그대로 360도로 회전하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보랏빛 강기로 뒤덮인 발톱은 창들 을 그대로 깨부쉈다.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쐐애애애액!!!

하지만 파공성은 전부 사라지지 않 았다.

창 한 자루는 아직도 허공을 꿰뚫 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남은 창의 목적지는 현우였다.

‘저게 왜 나한테 날아와?’

날아오는 창을 본 현우는 크게 당 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우는 마음을 완전히 놓고 있 었다.

캘리오락스와 라간드의 전투는 누가 봐도 캘리오락스가 우세를 점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멀찍이서 구경을 하고 있는 현우에 게, 라간드가 창을 뿌릴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저거 맞으면 죽는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날아오는 창의 기세는 험악했다.

암흑 그 자체였다.

창이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세상 이 검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현우가 더 당황스러운 이유는 또 있 었다.

현우의 손에는 아직도 창이 들려 있 었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고 이후에는 캘리오락스와 라간드의 전투를 구경 하기 바빠 인벤토리에 넣을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없어.’

현우는 창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창을 손에서 놓은 다음 허리춤의 현천도를 뽑아서 막으려다가는, 제대 로 방어해 보지도 못하고 당하게 될 것 같았다.

타이밍이 그랬다.

라간드가 날려 보낸 창은 이 순간 에도 미친 듯이 현우를 향해 짓쳐들 고 있었다.

현우는 곧장 버프를 사용했다.

이제 현우가 쓸 수 있는 버프는 단 두 개였다.

‘거인의 용맹, 인정받은 거인.’

비록 두 개뿐이지만, 이전의 버프 들과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모든 스탯의 합만큼 힘이 증가하는 거인의 용맹.

모든 스탯의 합만큼 모든 스탯이 증가하는 인정받은 거인.

사기라는 이름이 붙어도 아깝지 않 은 성능이었다.

[거인의 용맹을 사용했습니다.]

[힘 스탯이 상승합니다.]

[인정받은 거인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상승합니다.]

현우의 몸에 하늘과 같은 맑은 색 의 기운이 깃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

현우는 그의 어깨에 앉아 있던 탱 이와 곰이를 향해 작게 옮조렸다.

만에 하나의 상황을 위해서 둘을 멀 찍이 떨어트렸다.

현우가 막지 못하면 녀석들도 위험 했다.

“알았다, 간다.”

현우의 심상찮은 목소리에 탱이와 곰이는 군말 없이 몸을 던졌다.

현우는 그 둘을 쳐다볼 여유도 없 었다.

곧바로 눈앞의 창을 막기 위한 행 동에 들어갔다.

현우는 창날의 끝에 그가 가진 모 든 마력을 퍼부었다.

창날에 보라색 창날이 한 겹 덧씌 워졌다.

현천마강 아니, 혼천마강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현우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나타나며 창 전체가 거친 빛을 내뿜었다.

[수호자의 마력을 보유했습니다.]

[공격력이 추가로 50% 상승합니다.]

[파수꾼의 마력을 보유했습니다.]

[공격력이 추가로 50% 상승합니다.] 현우는 눈앞 한편에 나타난 메시지 창을 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더 선명하고 형태를 갖춘 창 날에 정신을 집중했다.

현우는 무릎을 살짝 낮추면서 중심 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강하게 땅을 박차며 날아 드는 창을 향해 돌진했다.

현우의 신형이 길게 늘어났다.

너무 빨리 움직인 탓에 잔상이 생 겼던 것이다.

그리고 마치 영상의 프레임을 잘라 놓은 것처럼 잔상의 움직임이 조금 씩 달라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앞으로 뛰쳐나가고 있었 고, 누군가는 창을 강하게 내지르기 위해 팔을 뒤로 당기고 있었고, 누 군가는 그 모든 폭발력을 터트리며 창을 내질렀다.

이것은 달빛 베기였다.

검이나 도가 아닌 창으로 사용하는 달빛 베기.

정확히는 달빛 찌르기였다.

소음 하나 없는 보라색 광선이 허 공을 가로질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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