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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의 귀환-933화 (934/939)

제 933화

“그게 무슨…?” 현우가 말을 더듬었다.

‘저주에 걸린 적이 없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황제는 애초부터 멀쩡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번에 보여준 모습은 꾸며진 것이었다.

‘나한테 함정을? 왜?’

현우는 황제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굳이 왜 자신에게 함정을 팠는가.

“밖으로 나가지.”

황제는 현우를 지나쳤다.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현우는 무방비한 황제의 등을 잠시 간 쳐다보다 황제의 뒤를 쫓았다.

‘지금 공격해봐야 의미가 없다.’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것은 현우에 게 너무 불리했다.

공간이 좁으면 혼천보의 효과를 극 한으로 낼 수가 없었다.

가장 큰 장점 하나를 버리고 싸우 는 셈이었다.

‘밖에서…. 싸워야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와서 아닌 척을 해도 통할 리가 없었다.

‘황제가 바보 천치도 아니고….’

거짓말도 통할 상대가 있고 아닌 상대가 있었다.

심지어 서페드가 방금 다녀갔다고 했으니 바깥에 있던 이들이 들켰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버프를 둘둘 두른 모험가 기백이 황궁에 들어왔는데…. 넘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의도가 어떻든 상관없었다.

결과적으로 모험가들이 전투에나 쓰 는 버프를 사용한 채로 황궁에 들어 왔다.

이는 큰 문제였다.

제국의 충신인 서페드가 그것을 두 고 볼 리가 없었다.

‘제발 살아 돌아갔기를.’

현우는 황제를 뒤를 따라 대전을 나섰을 때, 선뜻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했다.

“보이나?”

황제가 팔을 쭉 뻗어 어딘가를 가 리 켰다.

“네?”

현우의 시선이 황제의 손가락을 따 라 돌아갔다.

그곳에는 밧줄에 몸이 묶인 채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부 잡혔나?’

그들을 본 현우는 분명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을 절대 겉으로 티 내 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현우는 재빠르게 밧줄에 묶인 이들 의 면면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황궁에 출발하기 전에 봤 던 얼굴들이 모두 있었다.

“저기 있는 저놈들 말이지. 왜 묶 여 있는지 아나?”

황제가 현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는 밧줄에 묶인 이들을 향해 현우의 몸을 돌렸다.

‘압니다.’

현우는 황제의 말에 답을 하지 못 했다.

대신 그것을 속으로 삼켰다.

자신과 함께 황제의 자리를 노리기 위해 왔다고 말할 수가 없었으니까.

“모르나? 그럼 내가 알려주지.”

황제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멀리서 검은 인영이 황제를 향해 뛰어왔다.

“저들이 왜 왔는지 말해봐.”

“조사 결과, 이들은 역모를 꾸민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황제는 검은 인영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이 꿈틀거렸다.

“폐하의 권좌를 노리고 황궁에 침 입 했습니다.”

그에 검은 인영은 빠르게 정정된 대 답을 내놓았다.

“권좌를 노린다. 그건 반역이라는 뜻 이지.”

혼잣말을 하던 황제가 현우의 어깨 위로 얼굴을 쓰윽 내밀었다.

“공작은 반역을 시도한 저들을 어떻 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황제의 얼굴은 기묘했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화가 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그냥 화를 내지.’

현우는 그런 황제의 표정이 무척 껄 끄러웠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반역을 시도한 게 맞다면…. 제국 의 바깥으로 내쫓아야 하지 않겠습 니까.”

현우는 원론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를 따라온 랭커들을 보호하는 뉘 앙스의 말을 내놓았다.

“고작 내쫓는 것으로 되겠나?”

황제는 현우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어차피 모험가입니다. 한 번 죽인 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차라 리 세력을 죽줄하는 게, 그들에게는 더 큰 피해일 수도 있습니다.”

현우의 말은 사실이되 사실이 아니 었다.

제국 바깥으로 추방당하는 건 분명 손해였다.

하지만 제국 바깥에도 사냥터는 많 았고 플레이어들과 교류할 방법 역 시 무한했다.

거기에 일단 죽지 않는다는 게 큰 이득이었다.

“그래? 뭐, 그게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

현우는 황제의 말에 옅게 한숨을 내 쉬었다.

랭커들의 목숨을 잠깐이지만, 연장 시켰기 때문이었다.

“근데 말이지…. 하나 더 생각해야 하는 게 있다. 저들을 처리하는 것 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왜 이런 일 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 하지.”

황제가 천천히 현우에게서 떨어지 며 말했다.

“저기 있는 모험가들이 왜 갑자기 권좌를 노렸을까. 그 원인을 알아야 하지. 그래야 다음에 이런 일이 벌 어지지 않을 게 아닌가.”

황제는 현우를 뒤로하고 밧줄에 묶 인 랭커들을 향해 다가갔다.

“혹시 공작은 아나? 저들이 왜 권좌 를 노렸는지?”

황제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현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차피 끝은 같았다.

싸움.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모르는 모양 이군. 그럼 이제라도 알아두게.”

황제는 현우가 대답을 하든 말든 상 관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일을 벌이지 못했겠지. 지금부터는 공작이 그 구심점을 찾아야 하네. 할 수 있 겠나?”

황제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한 채로 손을 내밀었다.

마치 현우에게 자신의 손을 잡으라 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현우도 황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르릉!

다만 그 손에 혼천도가 들려 있다 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빠져나갈 기회를 주었는데…. 포기 하는가?”

황제는 현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저 현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하나만 보고 도와주겠다고 나 선, 제 사람들입니다. 이제 와서 제 가 배신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 니다.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고 싶습 니다.”

밧줄에 매여 있는 이들 모두 현우 가 부른 사람들이었다.

직접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고 그들을 헌 신짝 버리듯 버릴 수는 없는 법 이었다.

‘사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지.’

현우는 혼천도를 쥔 손에 힘을 더 했다.

“마음가짐은 좋군. 사람 사이에는 신 의와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하는 법이 지.”

황제가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그 를 중심으로 강한 돌풍이 불기 시작 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역모에 대 한 대가는 치러야 할 터….”

황제의 두 눈에서 칠색의 광망이 터 져 나왔다.

‘무시무시하구먼.’

현우가 침을 꼴깍 삼켰다.

황제를 보고 있노라니 몸이 절로 떨 려왔다.

하지만 물러설 곳은 없었다.

이제는 무조건 싸워야 했다.

현우는 아무런 버프도 더 사용하지 않은 채로 황제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도 미친 듯한 속도였다.

허공에 희끗희끗하는 잔영들만 보 일 뿐, 현우의 모습이 정확히 보이 지 않았다.

황제는 뭐 하나 제대로 보이는 것 이 없는 그 상황에서 손바닥을 앞으 로 가볍게 내질렀다.

황제의 손바닥에서 칠색의 빛이 터 져 나왔다.

콰아아앙!!!

강한 폭음이 터지며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나타난 현우가 뒤로 주르 륵 밀려났다.

‘더럽게 세네.’

현우가 얼굴을 구겼다.

반격이 거센 수준이 아니라, 도무지 답이 없을 정도였다.

버틸 수가 없었다.

힘이 너무 달렸다.

‘인정받은 거인.’

[인정받은 거인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상승합니다.]

현우는 부족한 힘을 메우기 위해 버 프 하나를 사용했다.

거인족 성물의 힘을 개방한 것이었 다.

현우는 다시금 허공을 박차고 다시 황제에게 뛰었다.

이전과 같은 행동이었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이제는 잔영도 보이지 않았다.

희미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황제의 자리를 잠시 맡아두기에는 충분해.’

“그래, 그래. 이래야지, 암.”

황제는 그런 현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현우의 성장이 쉬지 않고 이뤄진다 는 것이 기꺼웠다.

황제의 몸에서 칠색의 광채가 뿜어 져 나왔다.

세상이 칠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실히 보이게 되었다.

황제는 손가락 하나를 뻗어 현우를 가리켰다.

퓽!!

칠색의 강기가 총알처럼 쏘아졌다.

정말 빨랐다.

날아가는 게 아니라 공간을 뛰어넘 는 듯했다.

캉!!!

현우는 혼천도를 들어 황제가 쏘아 낸 강기를 튕겨냈다.

혼천도가 찌르르 울렸다.

덩달아 현우의 손아귀에도 진동이 흘렀다.

‘아오....’

현우는 튕겨 나가려는 혼천도를 겨 우 붙잡았다.

‘거인 버프를 썼는데도 밀려?’

믿을 수가 없었다.

황제가 가볍게 던지는 공격이 이런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방어는 안 돼.’

무조건 공격만이 답이었다.

황제가 공격을 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됐다.

현우는 혼천보를 밟아 날아드는 강 기를 피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현우와 황제 사이의 거리 가 좁혀졌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황제에게 다가간 현우는 혼천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보라색 강기가 황제의 머리를 향해 쏟아졌다.

황제는 쏟아지는 강기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 손을 따라 칠색의 강기가 일어 나 허공에 막을 만들어 냈다.

콰아아아아앙!!!

현우의 강기는 황제의 강기를 뚫지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두드렸으나 그게 전부였다.

황제의 벽은 그만큼 단단하고 두터 웠다.

현우는 작금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격을 몇 차례 하기는 했으나 그 뿐이었다.

‘눈이 날 쫓는다.’

계속해서 황제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황제의 눈을 따돌리지 못하면 유효 한 공격을 가하기가 힘겹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유를 잃지는 않았다.

‘아직 남은 게 있으니까.’

현우에게 남은 카드는 몇 개가 더 있었다.

‘하나 더… 꺼낸다.’

그 순간, 현우의 시선이 빠르게 돌 아갔다.

밧줄에 매인 랭커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그들 사이에 황금색 곰과 보라색 곰이 나타났다.

탱이와 곰이가 나타나자마자 현우 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또 한 번 빨라졌다.

그것은 스킬 두 개의 효과와 같았 다.

탱이에게 있는 ‘곰과 함께 춤을’, 그 리고 ‘마령 생성’.

두 가지 스킬이 현우의 스탯을 상 숭시켰다.

“숨겨둔 게 아직도 있었나?”

황제가 흥미로운 얼굴로 현우를 바 라봤다.

달라진 현우의 기세를 즉각적으로 파악한 것이었다.

“그 정도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다.”

황제가 오른팔을 뻗었다.

그 순간 황제의 팔에 칠색의 소용 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는 황제의 오른손까지 끝 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소용돌이는 찬연한 한 자루 의 검이 되었다.

‘발레르를 죽인 그 검….’

황제의 손에 쥐어진 검을 본 현우 의 두 눈이 떨렸다.

현우는 저 검의 진정한 정체를 알 고 있었다.

‘기세부터가 다르다.’

검을 든 황제와 그렇지 않은 황제 는 큰 차이가 있었다.

현우가 직접 봤기에 잘 알았다.

‘이젠 뭘 아끼고 저쩌고 할 상황이 아니다.’

현우의 직감이 미친 듯이 위험함을 알리고 있었다.

이제 탐색전은 끝이었다.

드디어 모든 것을 퍼부어야 할 때 가 다가왔다.

현우는 아껴두었던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혼돈룡의 현신.’

[혼돈룡의 현신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스킬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현우의 몸에서 보라색 마력이 뭉게 뭉게 퍼져 나왔다.

퍼져나온 마력이 대기 중으로 솟구 치며 소용돌이쳤다.

소용돌이치던 보라색 마력이 하나 의 형태를 이뤘다.

크와아아아아!!!

현우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드래곤이 황제를 향해 거친 울음을 토해내자 대지가 떨렸다.

‘이것이 나의 전부다!’

현우가 황제를 향해 혼천도를 내밀 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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