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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21화 (21/454)

- 1권 21화

대한민국에선 단 한 번,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에 훈련을 마치자마자 4등급이라는 결과를 받은 천재가 있었다.

사냥꾼의 길을 택한,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

어떤 길드에조차 속하지 않은 채 홀로 독보하며 수많은 포털을 붕괴시킨 파괴자, 백무학이 바로 그 주인공이 다.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전무후무한 결과였고, 세계 전체의 관점을 보아서도 백무학과 같은 초기 결과, 그리고 성장치를 보여 준 인물들은 양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유니버셜 8 Universal eight.

이른바 인류의 종점이라 불리던 한계치 13등급에 오른 초인들을 일컴는 말이다.

그리고 수혁은 방금 그런 유니버셜 8에 속한 백무학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얻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담담하다.

눈빛에서 흔들림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미 협회로부터 대충 수혁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직원이 오히려 당황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신이 할 일을 잊지는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마지막 서류만 전송하고 사냥꾼 인증용 라이 선스를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 직원은 빠르게 자신의 책상 아래에 놓인 버튼을 눌렀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며 결과지를 바라보는 수혁은 다른 깊은 생각에 빠졌다.

'흠…… 생각보다 지구의 각성자들이 제법 강력한 것 같은데.’

수혁 역시 자신이 받은 결과물이 놀랍다는 것은 안다.

유니버셜 8의 존재도 알고,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꽤나 유명한 편이었으니 말이다.

현재 수혁은 그들을 압도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별개로 현재 유니버셜 8은 모두 13등급에 이른 각성자들이다.

‘최소 조화경에 가깝거나 이르렀다는 뜻인가?’

수혁의 무공 경지는 따지자면 일류무인의 초입 단계다. 헌터 협회에서는 이에 대해 6등급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협회 직원에게는 놀라운 결과겠지만 수혁의 입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분명 무공의 경지 자체는 일류무인의 초입 단계다.

아직 내공을 투명한 형태로나마 외부로 표출하는 것조차 힘든 수준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수혁이 평범한 일류무인이냐면 그 또한 아니다.

오히려 일류무인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같은 일류라고 해도 그 내부에서 실력이 또 갈린다.

절정에 가까운 일류무인은, 이제 막 일류에 입문한 무인을 홀로 셋, 넷까지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혁의 경우에는 아직 내공의 양이 부족하고, 그를 다룰 수 있는 무공의 성취도가 낮았기에 절정에 가까운 일류무인이라 부를 수 없었다.

때문에 일류무인의 초입 단계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남들에게는 없는 잠재성과 능력이 존재했다.

임독양맥 타통, 합일신, 그 외의 다양한 무공 등, 이런 점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수혁은 경지를 뛰어넘어, 절정에 가까운 일류무인까지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몇 가지 운이 따른다면 환 대륙에서도 진짜 고수라 부르는 절정의 무인조차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성자의 등급 중 중간에 가까운 6등급의 결과를 받았다.

생각보다 지구의 각성자들이 더 강력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수혁이 모르는 점이 하나 있었다.

각성자의 등급을 매기는 초기 검사 단계에 있어 협회가 판단하는 것은 마력의 질, 그리고 육체의 발달도, 효율성, 또한 반사 신경 등을 기반으로 한다. 무인이 가진 내공을 다루는 능력이라거나 현묘한 기술들에 대해서는 지구의 기계, 그리고 마도 문물로 판단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탓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수혁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었다.

‘보자…… 차원 연맹 기준으로 인류의 종족값 한계가 중급 정도라고 했던가?’

종족값.

차원 간의 포털이 열리며 수많은 종족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모든 종족은 같지 않았다.

인류 내에서도 그 가능성이 평등하지 않듯, 종족끼리의 격차는 더욱 심했다.

아무리 단련하고, 어떠한 기연을 만난다 한들 성장할 수 있는 한계 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종족값.

그리고 거듭 말해, 인간이 가진 종족값은 중급으로 판별되었다.

엘프의 경우는 중상급, 그리고 현재 지구가 속한 차원 연맹을 이끄는 천계天界에 살고 있는 엔젤종은 상급이다.

‘엔젤이나 데몬은 대체 얼마나 강력한 거지?’

자연스레 경각심이 들었다.

포털 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지구가 얻은 이득만큼이나 큰 위협이 주변에 도사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차원 연맹이 만들어진 것이고, 수호자와 사냥꾼들이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어 수혁이 생각보다 강하다고 판단되는 인류가 중급을 판정받았다.

차원 연맹의 가장 큰 적이라는 데몬을 만난다면 인류는 한없이 무력해진다는 뜻이다.

지구가 위험하다.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는 수혁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었다.

‘아니, 아니다. 종족값은 엔젤이 만든 기준에 불과해.’

수혁은 샤하르를 떠올렸다.

중상급종, 엘프.

분명 그녀는 강력했다.

훈련 기간 내내 보았던 어떠한 각성자보다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을 뿐, 교관들끼리 마음먹고 싸운다면 일대일의 상황에서 샤하르가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혁은 그런 샤하르의 경지를 환 대륙의 기준점으로 볼 때 조화경이라 보고 있었다.

환 대륙의 수많은 무인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들이나 이룩한 경지다.

또한 그녀가 엘프 중에서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약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짐작하건대 분명 눈에 뜨이는 강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환 대륙의 역사 속 무인들 중에는 아주 가끔 조화경을 뛰어넘은 인물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수혁은 그 새로운 경지에 들어서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로 강했던 것은, 수혁이 다음 경지의 벽에 가장 가까운 조화경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류무인 사이에도 수준 차이가 있듯, 한참이나 격이 높은 조화경에서의 격차는 더욱 크다. 실제로 환 대륙 당시의 수혁은 조화경 초입의 고수라면 열까지도 혼자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지구에서라면 그 수준을 넘는 것도 가능해.’

이미 환 대륙에 있을 때에 비하여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는 수혁이었다.

기억과 경험을 바탕 삼아 성장하니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레벨 업이라는 보너스가 더해졌다.

벽을 허물고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은 아마 엔젤 종족이 정한 종족값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족값 따위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다만 그만큼이나 인류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불쾌했다.

더 큰, 많은 힘을 쌓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라이선스 발급이 끝났습니다.

바로 팔찌에 사용자 등록하셔서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사이, 나름 분주하게 움직이던 직원이 수혁을 향해 말했다.

“아, 확인해 보겠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수혁은 은빛 팔찌에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얹었다.

드워프 종족이 구한 미스릴이라는 특제 금속을 일부 섞어 만들었다는 각성자 전용 팔찌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수혁의 손가락을 모두 훑고 지나간다.

이후 환하게 번진 빛이 수혁의 안구를 잠시 파고드는가 싶더니 사라졌다.

띠딕-!

이후 익숙한 전자음과 함께 은빛 팔찌로부터 녹색으로 표시된 홀로 그램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름과 나이, 그리고 각성자 등급과 대한민국 정부 표시가 새겨진 일종의 신분증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그 광경에 수혁이 짧은 감탄을 토했다.

“오…… 이게 마법이란 건가요?”

각성자들에게 배급되는 등급 팔찌는 일종의 마도구라고 하였다.

“예. 드워프 장인이 제작한 물건에 엘프가 직접 마법을 새겨 넣은 물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무런 기계 장치도 들어 있지 않은 은빛 팔찌에서 기氣, 그러니까 기운이 흘러나와 자격증 형상을 그린다.

기의 흐름에 예민한 수혁이기에 더욱 신비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핑장하네요.”

다시 한번 감탄을 토한 수혁이 협회 직원을 보고는 웃음을 보였다.

“이제 가도 되나요? 끝?”

“아, 잠시만요. 아직……

수혁에게는 볼일이 남아 있다.

물론 말단에 불과한 협회 직원이 할 일은 아니었다.

때마침, 심사장의 문 한 곳이 열리며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붉은빛으로 물들인 30대 초반의 사내가 들어왔다.

“여어, 반갑습니다. 양수혁 씨!”

양팔을 넓게 벌린 그가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수혁에게 다가와 포옹을 하려 한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재빠르게 뒷걸음질 친 수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십니까.”

“아차차, 이런, 이런. 제 소개를 빼먹었군요.”

사내가 왼손을 들어 올린다.

금장 팔찌.

최소 9등급 이상의 각성자다.

그가 팔찌에 손을 얹자 수혁이 먼저 보았던 자격증이 나타났다.

11등급 수호자.

대한민국 각성자 중 상위 1프로 안에 들어가는 능력을 갖춘 사내에게는 그만큼이나 눈에 뜨이는 또다른 직급이 있었다.

각성자 협회 부회장, 오신우.

“저, 이런 사람입니다. 우리 잠시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눈웃음을 보인 오신우가 말했다.

* * *

수혁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선 각성자 협회의 부회장, 오신 우가 밝은 웃음을 보이며 제법 낡아 보이는 소파를 가리켰다.

“먼저 앉아 계시죠.”

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사이 오신우는 콧노래를 훙얼거리며 책상 위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전원 버튼을 눌렀다.

뚜- 뚜뚜루- 뚜뚜루- 뚜뚜-!

곧 꽤나 넓은 사무실 내에 꽤나 신이 나는 커다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음악 소리에 따라 오신우의 콧노래는 곧 음성이 되었다.

“I’m too hot, hot damn. Calleda police and a firemen!"

수혁도 잘 아는 꽤나 유명한 곡이었다.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가 콜라보하여 만든 Uptown Punk다. 수혁 역시 지구에 있을 때에는 꽤나 자주 듣는 음악이었기에 어깨가 가볍게 들썩였다.

사무실 한편에 놓인 구릿빛 주전자가 올려진 오래된 가스난로에 다가가 손을 권총 모양으로 만든 오신우가 외쳤다.

“hot damn!”

손끝에서 불줄기가 얇은 선이 되어 날아갔고, 이내는 가스난로에 불이 피어오른다.

어딘지 모르게 기괴한 느낌이었지만 어울린다.

“요즘 날씨가 슬슬 쌀쌀해져서 갖다 놨어요. 내가 추위를 많이 타거든. 거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요. 곧 끝내주는 걸 대령해 줄 테니까.”

가스난로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던 오신우가 웃음을 보이고는 말했다.

어느덧 10월.

아직 난로를 틀 정도는 아니지만 본인이 추위를 많이 탄다니 달리 할 말은 없었다.

때문에 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말한 끝내준다는 것을 기다리며 눈을 감고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맡을 수 있었던 가스난로의 냄새는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겨웠다.

'괴팍한 취미를 가졌는데.’

젊은 나이에 11등급의 수호자이자 각성자 협회의 부회장.

그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취향도 괴팍하다.

다행히 느낌은 썩 나쁘지 않았다.

레벨업하는 무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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