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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46화 (46/454)

- 2권 21화

“경력은 얼마나 되요?”

“3 년쯤.”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다.

“그럼 저 두 대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어요?”

어느덧 꽤나 근처까지 다가온, 나란히 선 두 대의 SUV를 확인한 세리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해요.”

“좋아요. 그럼 가 보죠.”

의심을 할 때가 아니다.

어차피 지금 두 사람은 팀이었으니 말이다.

수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리 니엘이 망설임 없이 액셸을 당겼다.

부아아앙-!

ATV가 쏘아졌고, 두 사람을 향해 처음 세리니엘을 습격했던 화염공이 또다시 날아오기 시작했다.

“저것만 피하면 돼요!”

수혁이 말했고, 세리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염공은 위력이 제법이지만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

또한 라이터라는 촉매가 없이는 생성조차 할 수 없는 듯했다.

오신우와 같은 화염계 능력자지만 격이 다르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그 공격을 그리 위협적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광-!

실제로 제법 빠르게 다가온 화염공을 세리니엘은 능숙한 운전 솜씨로 가볍게 피해 냈다.

“나이스.”

수혁이 신이 나서 외친 순간이었다.

어느새 두 대의 SUV와 ATV는 서로의 얼굴을 완전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창문에서 고개를 빼낸 이들 3인이 준비해 두었던 각자의 능력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사각진 얼음 조각이 날아오고, 메마른 대지 위로 넝쿨이 솟아났다.

‘화염공도 하나 더 있었네.’

하나, 하나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지만 거슬린다.

무엇보다 거리가 가까웠다.

‘쳐 내는 수밖에……

진중한 눈빛의 수혁이 하단전에서부터 샘솟은 내공을 하반신에 응축시킬 때였다.

“균형 잘 잡으세요.”

다급한 세리니엘의 목소리와 함께 ATV의 엔진 굉음이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엉켜 올라오는 넝쿨 뿌리의 옆으로 세리 니엘이 핸들을 좌측으로 잡아 틀었다.

“어억!”

얼음조각이 바로 눈앞에 보이자수혁이 당황하며 손을 내뻗었지만, 미리 잡아당겨 놓았던 ATV의 풀액셀 터보 엔진이 폭발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엔진이 터지는 것 같은 폭음이 들려왔고, ATV가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과 가속에 반응치 못하고 있던 SUV가 차체를 비튼다.

그리고 ATV가 아슬아슬하게 그런 SUW의 끝부분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엘프가 운전을……!’

과감하고 격렬한 세리니엘의 운전에 속으로 혀를 내두른 수혁은 눈을 빛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기회였다.

얼음조각도, 넝쿨도 피해 냈다.

느리게 날아온 화염공이 땅에 처박힌 지도 오래다.

차에 탄 능력자들은 당황하고 있었고, SW와 ATV 간의 거리도 가까웠다.

“럽니다.”

말과 동시에 ATV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수혁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쿵-!

두꺼운 SUV 천장의 철판이 뒤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 격렬하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친 움직임으로 수혁을 떨쳐 내려는 심보다.

하지만 내공을 두른 수혁의 손이 차체의 천장에 박히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수혁이 차의 지붕에 매달리듯 버티고 있을 때, 우측에서 함께 달리고 있던 SUV가 곁으로 다가온다.

창문가로 보이는 민머리에 굳은 인상의 사내가 수혁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수혁의 눈에 보였다.

“미친 새끼. 아주 뒈지고 싶어 환장했나 보구나.”

창문이 내려가고, 여유로운 표정의 사내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한다.

“지랄하네, 문어 닮은 새끼가 누굴 보고 뒈지네 마네야. 어디 맹독먹물이라도 쏠 수 있나 보지? 쏴봐. 찍, 찍찍. 어, 이거 말이 좀 이상하다? 찍, 찍.”

주먹도 주먹이지만, 말로도 쉽게 지지 않는 수혁이 달리는 차에 매달린 채 비웃음 섞은 조롱을 던지자 민머리 사내의 눈에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뭐, 뭐, 문어?! 찍찍?! 이 씹어 먹을 새끼가! 어차피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없으니, 네놈은 꼭 죽여 주마!”

“거참 좋은 말 한다. 너도 죽어도 되는 사람이지? 조금 이따 기대 해라. 그 찍찍거리는 아랫도리도 못 쓰게 해 줄 테니까.”

“크아아-!”

비명을 닮은 고함을 내지르는 사내를 향해 다시 한번 비웃음을 보인 수혁이 차에 박힌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흐릿하지만 푸른색 내공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다.

'누가 드워프제 아니랄까 봐 더 립게 튼튼하네.’

하단전이 아닌, 증단전의 내공까지 사용했음에도 애초 목표와 달리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붕에 손을 박는 것으로 한계였다.

그리고 이 상태로 버티기만 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수혁은 이를 악물고 내력을 전신으로 돌렸다. 이미 박힌 손은 힘으로 버틴다. 차량의 속도가 제법 빠르지만 수혁의 육체 역시 절정고수에 알맞게 단련된 상태였다.

충분히 가능했다.

“끄으으-!”

신음을 닮은 기합과 함께 매달려있던 수혁이 오른쪽 발을 차체 지붕에 붙였다. 차가 좌우로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상황이라 남은 한 발을 올리는 게 쉽지는 않겠다 생각할 무렵, 바로 옆으로 다가온 ATV에서 세리니엘이 손을 내뻗었다.

“노움!”

그 외침과 함께 수혁이 허공을 헛디디고 있는 발이 잠시 기댈 수 있는 받침이 생겼다.

차가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너무나 짧은 틈새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고마워요, 세리니엘!”

쿵-!

크게 외친 수혁이 남은 왼발마저 지붕 위로 을려놓았다.

아껴 두었던 상단전의 내력이 단숨에 전신으로 쏘아져 나갔다.

허벅지, 허리, 손목, 손가락, 이 두, 삼두 할 것 없이 온몸의 근육에서 혈관이 굵게 솟아올랐다.

“끄아아아-!”

그 모습에 다시금 옆으로 다가온 민머리 문어 사내가 외쳤다.

“크하하! 미친 새끼! 그게 뭔지나 알고 하는 짓이냐? 자그마치 드워프 특제 강철……

끼기킥-!

사람도 그렇고 짐승도 그렇듯, 철도 을 수 있다.

그 사실을 민머리 문어 사내 역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정확하게 들었다.

철이 울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 게끔, 차체의 지붕이 휘어지기 시작했다.

“미, 미, 미친 새끼가…… 다들, 뭐해! 아직 준비 멀었어?!”

당황한 민머리 사내의 외침에 각자의 도구를 들고 능력 발현을 준비하던 이들의 눈에도 경악이 어렸다.

“전 다 됐습니다!”

처음 화염공을 날린 라이터를 든 사내가 외쳤다.

“쏴, 쏴 버려! 저 미친 새끼 죽여!”

거친 외침과 함께 화염공이 떠오른다.

그리고 때마침, 울음소리를 내지르던 철이 이내 비명을 터트렸다.

쩌저적-!

“으아아아-!”

고함,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거친 외침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키는 수혁을 향해 화염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꺼져!”

반 이상 들어 올려진 차체 지붕을 완전히 뜯어낸 수혁이 거칠게 양팔을 휘두른다.

광-!

검은색의 차체 지붕과 화염공이 충돌하며 굉음을 일으키고 거친 바람과 함께 타이어에서부터 타고 을라오던 모래자갈과 먼지가 일어나며 구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읍, 뤠, 훼!”

민머리 문어 사내가 입에 들어오는 모래와 함께 거친 기침을 뱉어냈다.

붉어진 두 눈은 함께 달리고 있는 왼쪽의 SUV를 바라본다.

그 내부, 어느덧 들고 있던 지붕껍데기를 던져 버리고는 차체 내부로 파고든 수혁의 손이 운전자를 비롯한 5인의 능력자를 빠르게 두드리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야?!’

강하게 가격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검지와 중지를 세운 채 신체 곳곳을 가볍게 누르는 듯한 수혁의 동작에 동료들이 꼼짝도 못한 채 굳어 버리는 모습을 본 민머리 문어 사내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그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던 탓이다.

짧은 시간 다섯이나 되는 각성자를 순식간에 무능하게 만든 수혁이 SUV를 탈출하듯 위로 치솟았다.

지붕이 뜯어져 얼마 남지 않은 차량의 프레임 위에 선 수혁의 시선이 잠시 민머리 문어 사내와 마주쳤다.

그 순간, 섬뜩한 감정이 민머리 문어 사내의 심장을 쑤시고 들어왔다.

우와앙-!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니 있느라 몰랐다.

목표였던 엘프가 탑승한 ATV가 바로 곁을 스쳐 지나가는가 싶더니 지면으로부터 대지의 벽이 순식간에 솟아났다.

광-!

충돌과 함께 차체가 허공으로 떠을라 회전한다.

'이렇게 허망하게 당한다고? 이 이우진이?’

그 아찔한 순간 민머리 문어 사내의 눈에 불똥이 튀겼다.

왼팔의 근육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다 못해 옷과 차문을 밀어내며 터져 나왔다.

광-!

차체가 전복되기 직전 내뻗은 한 팔을 지면에 안착시켜 충격을 완화한 민머리 문어 사내, 이우진이 짐승이 우는 듯한 울음소리를 홀렸다.

씩, 씩.

“비켜.”

“어억, 대장…… 제 가슴…… 가슴이! 아악!”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운전석에 앉은 이를 밀어낸 두꺼운 팔뚝이 반대편 차문으로 튀어나온다.

그 상태로 양팔을 굽혔다 빠르게 펴며, 허공으로 떠오른 SUV 차체가 다시 타이어 네 짝을 지면에 붙였다.

“크으으-!”

그리고 그 사이로 몸을 비틀며 괴로운 듯한 신음을 한 푸른빛의 두꺼운 팔을 한 이우진이 내려선다.

양팔의 길이만 1M가 넘어 보였으며, 형태는 돌덩어리와 같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괴수에 가까운 모습을 한 이우진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씩씩거리는 콧김을 내뿜었다.

“네놈…… 꼭 죽인다.”

그가 내려서는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던 수혁이 코웃음을 쳤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더 세다는 법도 없지.”

“크아아아-!”

괴성을 내지른 이우진이 수혁을 덮치듯 뛰어들었다.

어느덧 양다리마저 부풀어 올라 푸른빛 돌덩이와 같이 변한 상태다.

수혁의 코앞으로 왔을 즈음에는 이윽고 전신의 옷이 찢어질 정도의 근육질 괴물로 완전히 변모해 버렸다.

“오우!”

그 모습에 놀란 수혁이 감탄을 토하며 태극팔선보를 밟아 옆으로 피한다.

과과광-!

순식간에 지면의 한복판에 작은 크레이터를 만든 이우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에 내력을 집중하고 보니, 크레이터의 가운데에 깊은 구멍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완전히 땅 아래로 파고든 것이었다.

‘힘은 굉장한데? 그리고 생긴 건 좀 위험하고…… 잘못하면 어느 제작사 저작권에 걸릴 수도 있을 법한 모습인데.’

힘 좋은 녹색 괴물과 다소 비슷한, 푸른 괴물의 모습을 한 이우진에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할 무렵 세리니엘이 ATV를 타고는 수혁의 옆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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