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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47화 (47/454)

- 2권 22화

“피해요. 저건…… 생각보다 더한 괴물이에요.”

세리니엘이 다급한 음성으로 말했다.

수혁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았다.

기대 이상이었고, 감탄했다.

하지만 저런 무지막지한 괴수급이 적수가 되리라 생각 못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세리니엘의 판단상, 이우진은 지구의 능력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실력자였다.

미래의 수혁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수혁으로서는 힘들다.

그리고 수혁 역시 그런 세리니엘의 생각에 일부 동의했다.

‘각성자로 치면 최소 10등급 정도?’

3류 엑스트라 같아 보이는 외모와 범죄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무인으로 치자면 절정급, 수혁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육체의 단단함은 그 이상이 분명해 보였다.

‘금강불괴까지 되려나?’

딱딱한 돌덩이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모습인 만큼 금강불괴 수준을 염두에 두어도 나쁘지는 않을 터였다. 무인으로서 금강불괴는 굉장히 이루기 힘든 경지이지만, 각성자의 능력이란 매우 특수하고 유별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수혁이었다.

“감히 어딜 도망가려고!”

마치 두더지처럼 지면을 헤치고 나왔는지, 그런 두 사람 사이로 푸른 팔이 길게 뻗어져 나오며 고성이 들려왔다.

광-!

이윽고 휘둘린 팔이 세리니엘이 타고 있던 ATV< 때린다.

“어…… 내 8억?”

그래도 같은 드워프제라고 제법 튼튼한 ATV였기에 두부처럼 으깨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운전대가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고, 운전석도 무너졌다.

보험사가 보았다면, 어쨌든 전손처리를 해야 할 판이다.

“세리니엘, 물러나 있어요.”

애초부터 회피는 수혁이 좋아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는 더 그럴 생각이 없어졌다.

“네놈이 인간인 걸 후회하게 해주마.”

차가운 미소를 흘린 수혁의 눈매가 매섭게 솟았다.

* * *

콰광-!

지면을 터트리듯 이우진이 솟아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변형계.

수많은 각성자의 능력들 중에서도 무결점 자연계와 함께 손에 꼽히는 타입이다.

그리고 이우진은 그런 육체 능력을 활용하는 유형임에도 치졸할 정도의 싸움법을 좋아하는 듯했다.

크하하!”

거칠게 뛰어서는 땅으로 숨어들고, 이어서는 지면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공격한다.

그 시간 간격이 또 꽤나 짧아 원래 놈의 특성이 두더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어쩌면 박무기와 같은 이중 능력자일지도 모르겠네.’

의심이 아닌,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품은 수혁이 또다시 뻗어 나오는 푸른 팔을 피해 물러났다. 이후 이우진이 다시 튀어 오르기 직전, 앞으로 뛰어나간 수혁의 손바닥이 이우진의 가슴에 닿았다.

겉이 단단하다면 속을 파괴한다.

무공의 고위 원리 중 하나인 내 가중수법을 통해 일격에 제압하려한 것이었다.

단숨에 수혁의 내공이 손바닥을 지나 이우진의 몸으로 파고든다.

그 순간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

수혁이 놀란 눈을 했다.

이우진의 입가로는 비릿한 웃음이 감돌았다.

“네놈같이 속을 후벼 파는 능력을 가진 녀석이 또 없을 줄 알았더냐?”

광-!

높이 들어 올려진 이우진의 팔이 빠르게 내리쳐지며 폭음을 일으켰다.

먼지구름이 자욱이 올라오고, 수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사님?!”

멀리서 상황을 바라보며 기회를 엿보던 세리니엘이 비명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

“크흐, 크하하……!”

이우진은 이내 광소를 터트리며 몸을 떨었다.

조금 흐릿하지만 손끝에 감각이 있었다.

피하지 못했다면, 분명 힘에 밀려 땅속에 파묻힌 것이리라.

이우진의 능력은 다소 변형계 중에서도 유달리 튼튼한 강석화强5化였다. 덕분에 육체의 강도가 어지간한 강철을 뛰어넘는 수준을 초기 각성 당시부터 다루었지만, 완벽한 육체는 아니었다.

강철보다 더 단단한 것은 세상에 많다. 강철을 베는 예리함을 가진 무기도 생각보다 많다. 또한 겉과 다르게 허약한 속은 언제든지 치명적인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런 이우진의 열망을 알았음인가? 흔치 않다는 두 번째 능력이 개화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석식石食.

이름처럼 돌을 씹어 삼키는 능력이다.

처음에는 이 석식의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을 먹으면 먹을수록, 자신의 육체가 처음에 비해 단단해 진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드워프제의 강철보다도 더욱 튼튼해진 신체, 그것으로 모자라 약점이라 볼 수 있는 속까지 돌과 같이 변형시킬 수 있게 됐다. 이우진은 순식간에 상위 각성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이용해 범죄길드, 매그너스의 한국 간부 중 하나가 되었다.

정상적인 각성자의 소득과 방식으로는 그의 탐욕을 모두 채울 수 없던 탓이다.

특히 커다랗던 것은 다름 아닌 이상 성욕이었다.

이종족에 대한 색욕色慾!

아름다운 엘프는 물론이요, 수인족, 심지어 드워프까지, 이우진은 그런 이종족을 보면 욕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매그너스는 이런 이종족들을 불법으로 납치, 감금, 거래에까지 이르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거대한 조직이었다.

그에게 딱 알맞은 안성맞춤의 자리라 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이상 성욕이, 이제는 세리니 엘을 향해 폭발했다.

“이제 네년 차례다. 원래는 끌고 가서 볼일을 보려 했지만……

혀끝을 맴도는 푸른빛의 혀가 기괴하다.

그 끔찍한 모습에 몸을 떤 세리 니엘의 두 눈에는 각오가 어렸다.

‘이 괴물을 쓰러트리고, 다음으로는 양수혁 전사님을 구해야 해.’

전력을 다한 마법을 펼친다.

시간이 있다면 그녀는 이우진을 쓰러트릴 수 있는 대마법을 준비할 자신이 있었다.

‘정령들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정령들의 희생까지 각오한 세리니엘이 양손을 모으려 할 때였다.

“어우 씨, 놀래라. 생각보다 무겁네.”

“……II"

“양수혁 전사님?!”

어딘가에서 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레 목소리를 따라 우측으로 흘렀다.

왼쪽 팔꿈치를 들어 올리고는 주무르고 있는 수혁의 모습이 보인다.

“힘이 진짜 좋긴 하구나. 힘을 홀리다가 몸이 날아가 본 경험은 오랜만이네.”

“네놈…… 어떻게……?!”

“뭐 놀랄 것 없어. 왜 그런 말도 있잖아?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압한다.”

유능제강柔能制剛.

그러한 묘리 역시 무공에는 분명히 존재했다.

큰 힘을 부드러운 흐름으로 이끌고 휘둘러 그 동선으로 흘려 보낸다.

완벽하게 펼쳤다면 날아간 것은 오히려 이우진 측이었을 터다.

다만 수혁도 방금 전에는 분명하게 당황했다.

설마하니 내가중수법까지 안 통하는 상대였을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너 박무기하고 붙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 몇 등급이냐? 12등급?”

이우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정식으로 각성자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한 탓이다.

하지만 그를 벗어나서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차가운 수혁의 눈이 어느덧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시작된 거대한 존재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인정한다. 내가 방심했어. 문어같이 생긴 놈이 이렇게 강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 알려진 유명한 놈도 아니고…… 하, 참.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은거고수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인데. 쯧.”

혀를 찬 수혁이 다가온다.

그 모습에 얼굴을 굳힌 이우진이 양팔을 들어 을리려 할 때였다.

“그만.”

목소리와 함께, 내뻗은 수혁의 발이 지면을 무겁게 짓눌렀다.

쿵-!

어찌나 두꺼운지 지면이 떨리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발끝은 이우진에게로 향해 있다.

놀랍게도, 이우진의 몸은 그 상태로 완전히 멈추었다.

마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혈도, 마혈이라도 제압된 듯한 모습이다.

“보름 전에 만났으면, 또 꽤나 애를 먹었겠지.”

냉정하게 말해, 이우진은 박무기에 비해 손색이 없는 강적이었다.

백보신권과 같은 초절정 수준의 무공을 펼칠 수 없다면 제압 자체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건곤합일신공의 진화와 육체정화도 100% 덕에 얻어진 보너스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얼마 남지 않은 초절정의 경지에 목이 랐을 터였다.

실제로 아직 내공의 총량은 부족하다.

하지만 사용한 내공이 회복되는 속도는 초절정, 그 이상이다.

때문에 수혁은 막힘없이 내공을 줄줄이 쏟아 낼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체감한 것은 SUW의 두꺼운 지붕을 뜯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펼칠 수 있었다.

백보신권과 같은 초절정 수준의, 이미 숙련도가 제법 을라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공.

태극팔선보의 숨겨진 절초 중 하나, 무선강림武仙降臨.

여덟 방위, 팔선의 걸음을 하나로 이은 태극의 중심에 걸친 수혁의 발끝에는 절대자의 기운이 어려있다. 그것은 기세고, 또한 존재의 힘이었다. 때문에 그 위력은 수혁의 지금 무공 경지인 절정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환 대륙에 있을 당시 수혁이 이루었던 존재 자체를 실제로 재현해내는 것이다.

박무기가 느꼈던 존재감과는 엄연히 다르다.

이 힘은, 실존한다.

그런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만큼, 무선강림에도 분명 약점은 있었다.

단점으로는 엄청난 내력 소모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만 상관없었다.

수혁의 내공은 이미 1갑자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시스템과 본래 신공절학이 가진 효용이 더해진 그 회복 속도는 꽤나 빠르다고 생각했던 얼마 전까지 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가히 불가사의不과居、議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소모되는 내공의 속도가 어마어 마한 무선강림을 이용하는 데에 크게 모자라지 않는 수준이라 수혁본인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이 힘이라면 다시 박무기를 만나도 압도할 자신이 있다.

“끄으…… 끄으으……

천천히 다가오는 수혁의 모습에, 신음을 내지르는 이우진이 고개를 내저으며 공포에 온몸을 떤다. 실존하는 절대자의 존재감에 그는 감히 항거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저 두려워하며 떨기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척.

바로 코앞, 서로 시선을 가까이에서 느낄 무렵에는 이우진의 가랑이 사이로 오줌이 흘러내렸다.

이미 그의 심령은 수혁에게 덤빌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

멈춰 있는 돌을 부수는 것은 수혁의 입장에서는 너무 간단한 일이었다.

“그것 알아? 세상의 모든 공간에는 선線이 있어. 그런데 이 선이란 것이 또 무한하지는 않거든. 어딘가로 휘고, 끊어지고, 다시 연결되고, 그렇게 벌어진 선과 선 사이의 틈을 뭐라고 부르는 줄 알아? 바로 결結이야.”

수혁은 차분하게 그런 이우진의 앞에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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