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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57화 (57/454)

- 3권 7화

“한숨? 한숨이 나오냐? 씨팔, 좀 잘생기면 단 줄 아나.”

처음 입을 열었던 왼쪽의 남학생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야, 하지 말라니까!”

“미쳤어?!”

여학생들이 다시금 소리쳤고, 눈에 힘줄을 세운 남학생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왼손으로 옮겨 쥐고는 수혁의 앞으로 다가와 눈을 부라렸다.

“뒤지고 싶냐, 개새끼야?”

그 말과 함께 남학생의 몸이 허공으로 높게 떠올랐다 지면으로 떨어졌다.

복잡한 무공의 묘리도 없었다.

수혁이 손을 뻗어 그냥 내던졌고, 남학생은 날았을 뿐이다.

“으악-! 아, 아파!”

비명과 함께 지면에 떨어진 남학생이 바닥을 구르며 울음을 토했다.

“씨팔, 신고해. 신고하라고! 이 개새끼들 다 콩밥……!"

이어서는 거친 목소리로 고성방가를 내지른다.

“시끄러워.”

수혁은 말을 못하게 하는 아혈을 짚어 남학생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오리 새끼도 아니고 꽥책, 비명질러 대는 꼴 보기 싫다.”

입을 열려고 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 놀라운 상황에 비명을 내지르던 남학생의 두 눈에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수혁의 존재감은 어느덧 골목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문신을 보이며 위협을 가하던 남학생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놀라운 사실은, 겁이 없는지 그 와중에도 눈빛에는 갈등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혁은 이런 학생들과 길게 다 투고 싶지도 않았다.

때문에 허리를 숙이고, 바닥으로 손을 뻗어 돌바닥을 한 움큼 파냈다.

과드득.

그 믿기지 않는 놀라운 광경에, 남아 있던 학생 모두 눈을 부릅뜨고 몸을 움츠렸다.

“아, 나…… 블라디미르!”

와중에, 여학생 한 명이 그제야 블라디미르를 알아보고는 외친다.

“오, 날 알아?”

정황을 지켜보던 블라디미르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웃어 보였다.

하나 수혁에게 보이던 호의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사납다.

뱀파이어,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포식자가 보이는 잔인한 웃음이다.

그 이후로는 수혁이 나설 것도 없었다.

전면으로 나선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그러면 지금 너희들이 뭘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단 걸 알겠네?

경찰? 한국 경찰들이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여유롭다.

“어린 애송이 새끼들아. 누울 자리를 보고 몸을 던져야지.”

또한 거칠다.

더 이상 골목길에 남아 있던 학생들 중 어떤 고민을 하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그저 두려움에 안색이 창백해진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감히……”

갑작스럽게 수혁의 옆으로 다가온 블라디미르가 어깨동무를 한다.

당황한 수혁이 블라디미르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싸늘한 얼굴에는 조금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내 소중한 친구랑 한번 해보려고? 아니, 뭐 난 괜찮은데. 목숨이 몇 개쯤 되나 보네? 이 친구가 바닥 뜨는 게 신기해? 이 정도쯤은 애교 수준이란 걸 곧 알게 될 텐데…… 어때?”

블라디미르가 다소 사나워 보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물었다.

“지금이라도 빨리 꺼질래? 아니면 계속 목숨 걸고 해볼래?”

선택의 여지란 것은 없었다.

그들은 일반인이다.

그리고 눈앞의 두 사람은 분명한 각성자다.

심지어 블라디미르는 유니버셜 8, 그리고 얼굴을 처음 보는 수혁은 그의 친구란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엄청난 거물 각성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빠, 빨리 갈게요!”

여학생이 피우고 있던 담배를 내던지며 먼저 몸을 일으켜 골목길을 후다닥 빠져나간다.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걷어 올렸던 소매를 내린 문신 남학생이 허리를 90도로 숙이고는 도망가듯 그 뒤를 쫓아 나갔다.

남은 학생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연신 같은 말을 흘린 학생들이 두 사람을 빠르게 지나쳐 사라진다.

짧은 시간.

꽤나 넓은 막다른 골목길을 텅텅 비운 블라디미르가 수혁을 보며 시원한 웃음을 보였다.

“어때? 내 친구도 할 만하지 않아?”

권위란 것은 매우 유용하다.

수혁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네 친구가 될 이유는 없지.”

어깨에 메고 있던 팔을 떼어 낸 수혁이 블라디미르와 마주 보고 섰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빨리 마무리하고 가.”

“진짜 단도직입적이구먼.”

혀를 찬 블라디미르가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턱을 쓰다듬었다.

“뭐, 이것저것 궁금한 건 많은데 대답은 많이 안 해 줄 것 같아서.

딱 세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수혁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팔짱을 꼈다.

그것을 무언의 긍정이라 받아들인 블라디미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러면 첫 번째, 내 마법으로부터 진짜 어떻게 벗어난 거야?”

돌아오는 답변은 없다.

“진짜 이야기 안 해 줄 생각인가 보네. 그럼 두 번째 질문을 곧바로 할게.”

다행히도 블라디미르는 애초 수혁이 모든 것에 답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이어지는 질문이 자연스립게 홀러나왔다.

“너, 오리진Origin이냐?”

“무슨 말이지?”

이번엔 수혁이 의문을 표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탓이었다.

블라디미르는 아차 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네 정보를 봤어. 얼마 전까지 포털 임팩트 후유증 환자였다는 이야기도 봤고, 가정사 자체도 딱히 특별할 건 없었지. 그래서 본래라면 생각해 볼 영향이 아니지만…… 너, 평범한 육체 강화 계열이라고 보기는 힘들단 말이지.”

육체 계열 하위분류인 강화계는 모든 각성자 중에서 가장 흔한 케이스다.

눈에 뜨이는 이렇다 할 화려한 특징은 없었다.

말 그대로 각성을 통하여 레벨을 올리고 힘이 강해지고 움직임이 빨라지는 특이한 능력을 얻는 것이니 말이다.

베이스인 만큼 특별할 것도 없지만, 마냥 불리할 것도 없다.

기본 스테이터스 능력이 높고, 꾸준히 레벨을 올린다면 안정적으로 차곡차곡 강해지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다만 이렇다 할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각성자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지만, 유니버셜 8까지 오른 신체 강화계 각성자는 단 한 명뿐이란 현실이 바로 그 증거였다.

블라디미르가 받은 자료에 있어 수혁은 이러한 육체 강화 계열 각성자로 추측되어 있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역시 수혁에 관한 자료를 보며 그러리라 생각했다.

같은 육체계의 하위분류인 변형 계와 같이 변신하는 것도 아니며, 염력, 저주, 치유 등의 하위 속성을 가진 대분류, 초능계는 당연히 아니다.

각성자의 숫자가 적으며, 모든 능력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자연계 또한 결코 아니었다.

자연계는 강력한 만큼 눈에 뜨일 정도로 화려하니 말이다.

백무학의 뇌신雷身처럼 아주 난 동을 피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마법계는 절대 아니지.’

마법계, 흔히 그렇게 불리는 이 능은 대분류로 나눌 시 초능 계열에 속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능력들에 비해 특별했다.

“이렇게 설명하는 게 편하겠군.

마법사에 대해 알아?”

“마법사? 마법 계열 각성자들을 말하는 건가?”

수혁의 질문에 블라디미르가 웃으며 검지를 들어 올리고는 좌우로 내저었다.

“노우, 노우. 잘 들어 봐.”

대다수의 지구인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마법이란 것은 생각보다 먼 과거, 지구에 포털이란 것이 열리기 전에도 존재했다. 괴력난신인 블라디미르의 존재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을 마법사라 불렀다.

지금의 마법계라고 불리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각성에 의한 어떠한 능력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모두 누군가의 제자, 혹은 어떠한 계기로 마도서와 접선하여 마법을 알게 된 진짜 마법사들이다.

그리고 포스 시스템은 그것을 인식하여 성장을 돕거나 표현해 준다.

“이런 마법사들을 비롯한 몇몇 경우를 우리는 순수종 혹은 오리 진이라고 부르지.”

각성자로서 능력을 얻은 것이 아닌 본래부터 이능을 가진 이들, 순수종純碎種, 또는 오리진.

그런 자들이 이 세계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수혁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감정이 겉으로 일부나마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블라디미르의 말대로라면, 수혁은 분명 그런 오리진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대체 무슨 계기로……

수혁의 낌새를 느낀 블라디미르역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가, 곧 굳게 다물었다.

“함부로 물을 이야기가 아니니까 넘어가자고. 다만…… 내 호감이 더욱 깊어지는걸.”

“사양하고 싶군.”

입술을 혀끝으로 할는 블라디미르의 모습에 수혁이 단호한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큭즉, 뭐. 미리 말하지만 나도 동성애자 같은 건 아니라고. 오해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자,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못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니, 이미 오전의 싸움만으로 수혁에게는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한 블라디미르가 세 번째 손가락을 펼치며 물었다.

“혹시 유니버셜 8에 들어올 생각이 없나?”

“그건 또 이해 안 될 말이군. 유니버셜 8은 지구 최후의 보루, 그리고 최강자들을 뜻하는 게 아닌가?”

유니버셜 8이 들어가고, 나오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체였다면 모인 면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선망은 받되 지금처럼 경외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을 터였다.

“아, 물론 그렇긴 하지. 애초에 자격이 없다면 제안조차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뭐, 그렇다고 해서 그걸 정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애초에 유니버셜 8이란 이름이 어디서 나왔을 것 같아?”

블라디미르가 검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활짝 웃어 보인다.

“네가 유니버셜 8을 만들었다고?”

“빙고.”

“미치겠군. 인류 최후의 보루를 괴물이 만들었다니.”

“거듭 말하지만 난 인간을 좋아해. 그리고 인류 최후의 보루란 말도 맞아. 필요했거든. 차원 문이 열리고 수많은 이계와 지구가 얽혔어.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 언제나 그렇듯 약소국은 주변으로부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때문에 오래전부터 몇몇을 만나 제안을 했지.”

“그리고 유니버셜 8을 만들었다?”

“원래 계획은 10까지 채우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거절한 녀석들이 많아서.”

수혁이 눈을 반짝 빛냈다.

이로써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된 탓이었다.

‘역시 유니버셜 8이 끝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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