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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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과 네펠리아노, 두 사람과 레드와 블루의 싸움은 먼 거리에서 촬영하고 있던 일본의 기자들에 의하여 두 사람이 일본을 떠나기도 전에 전파를 랐다.
일본의 유니버셜 8인 아키라마저 꺾은 무시무시한 위용을 자랑하는 악마와 처음 보는 갑주를 두른 한국인 둘의 싸움은 보는 이들 모두를 경악하게 하였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격렬했으며, 치열하고, 또한 화려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은 이미 두 사람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알면서도 영상을 보는 내내 주먹을 꽉 쥐고 응원을 했다.
제발 승리하기를, 절대 악마에게 지지 않기를,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한마음이 되었다.
이에 관해선 국경도, 성별도, 가치관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악마는 침략 의지가 분명한 강력한 외계종이다.
처음 보는 갑주를 입은 두 사람, 노네임드와 코드제로가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인인 것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영상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그야말로 위아더 월드였다.
수혁이 먼저 레드를 풍선처럼 터트린 순간에 이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블루가 네펠리아노의 주먹에 박살이 나고 가루가 되는 때에는 그야말로 축제라도 일어난 듯했다.
순간적이지만 세계 모든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괴성, 혹은 비명섞인 감탄이 터져 나왔다는 뉴스도 속속들이 들려올 정도였다.
그야말로 위대한 업적이었다.
그간 노네임드, 수혁이 이루어왔던 일들도 엄청난 일이기는 했다.
특히 홀로 10등급 포털, 용의 둥지를 클리어한 것은 짧은 각성자 역사에나마 한 줄을 남길 만큼 핑장한 일이었다.
하나 악마와 싸우고, 승리한 것은 그 격이 달랐다.
먼저 싸운 아키라가 패배했다는 점에서 그 사실이 더욱 부각 되었다.
L영상 미쳤다. 진짜 격이 다르네. 내가 아는 친구도 각성자인데 저 반절도 흉내 못 내는데.
L노네임드는 이미 유니버셜 8급이 확실한 듯.
'■그 이상이지. 유니버셜 8이 어디다 비비냐. 넘버원이지.
L그건 아니지 않나? 솔직히 아키라는 2:1로 싸웠고 노네임드는 코드제로도 같이 있었잖아.
L 아 근데 이번에 새로 공개했다는 하이퍼 아머 봤음? 디자인간지, 성능도 엄청 좋다는데. 이거 한국 자체 개발이라며?
L오신우 부협회장이 주도했다는데?
L 대한민국 만세다. 만세. 백무학까지 하면 지금 사실상 아시아최강 아님?
'■미국도 유니버셜 8급 능력자는 둘밖에 없음.
1? 세계 최강 대한민국?
L지리고, 오지고, 레릿고! 미쳤다. 한국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운건 진짜 오랜만인 듯.
이미 한국에서는 난리를 넘어선 기쁨의 홍수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집 창문 바깥으로 태극기를 휘둘렀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정치인들도 TV에 나와 노네임드와 코드제로를 언급하며 자부심을 운운했다.
기쁜 표정으로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일본 내에도 노네임드와 코드제로에 대한 칭송이 가득 찼다.
어찌 됐든 일본의 처지에서 구국의 영응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두 사람을 한국인이라고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일왕과 일본의 총리 역시 TV에 나와 노네임드와 코드제로, 한국각성자 협회, 정부 모두에 감사를 표했다.
구국의 은혜를 입었으니 그 빚은 무엇으로든 갚는다고 선언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로 벽이 없어진 듯했다.
기쁨과 환희만 넘치는 것으로만 보였다.
물론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야, 근데 솔직히 템빨이지. 저하이퍼 아머 없었으면 악마랑 싸운다는 게 말이 되냐?
'■아키라가 힘 다 빼놓은 것 막 타요.
L그럴 수도 있음. 솔직히 늦게 도착해서 거저먹은 기분도 있는데.
1? 위에 세 놈 일본인이지?
1?? 네, 다음 아키라.
인터넷이 시작이었다.
이후 일본의 각 매체는 아키라를 비롯한 일본 각성자들의 투철한 사명감을 불태운 정신과, 격전을 높이 칭송했다.
또한, 그들이 승리의 주역임을 잊지 말자는 문구를 일본 총리가 외치기 시작했다.
언뜻 보자면 자국 각성자들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였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나 그 말 속에는 분명 노네임드와 코드제로를 깎아내리려는 뼈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를 대중들이 아니었다.
한국인들은 분노했다.
은혜도 모르는 일본 놈들이라며 격정을 터트리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을 무렵, 아키라가 TV에 나왔다.
당연히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녀는 닌자라는 클래스답게 외부에 나서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포털을 은밀히 배회하는, 그야말로 은밀한 사냥꾼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런 아키라가 이 시점에 스스로 인터뷰를 자처한 것은 모두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앞.
당당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집은 아키라는 긴말을 하지 않았다.
[장담하건대, 노네임드와 코드제로는 본인보다 강합니다.]
카메라를 돌리고 있던 일본의 친 정부 매체에서는 빠르게 전원을 내렸다.
하나 그 자리에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대 발표 자리인 만큼 해외 기자를 비롯하여 정직한 일본의 매체 역시 다수 있었다.
전파는 결국 일본 전국을 타고 흘렀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 일본은 멸망했을 겁니다. 국민 모두는 결코, 감사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비열한 태도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 뿐입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일본 총리는 뒷목을 잡고 병실로 향했고, 한국인들은 크게 웃음 지었다.
세계인들은 아키라를 향한 박수갈채를 망설이지 않았다.
L아키라 최고!
L다른 채널에서 일본 총리 연설하다 말고 뒷목 잡고 쓰러지는 것 봤음? 개 웃기던데.
나진짜 속 시원? 하다!
L 근데 아키라 처음 보는데 너무 예쁜 거 아니냐?
L남자인 노네임드보다 낫지! 난 갈아타야겠다.
?■근데 코드제로도 여자 같던데?
L응, 얼굴 로봇 투구.
L응, 피부는 도마뱀 껍질.
L 갑옷이잖아. =1 지 근데 왠지 예쁠 것 같음.
L 어, 인정. 나도 왠지 느낌이 예쁠 것 같음.
L 인간이 아닐지도?
L신비주의 좀 그만 끝내지. 두 사람 다 진짜 한 번만 보고 싶다.
제발?
L왠지 느낌이 그 홍대 각성자 커플 같은데 나만 그럼?
L나도 비슷한 추리함. 근데 뭐 본인들이 아니라면 어찌 알 방법이 없잖아?
L진짜 궁금하다. 팬이에요.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은 의문과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편, 헬기와 비행기를 이용해 3시간도 되지 않아 한국으로 복귀한 수혁은 앓는 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었다.
“아이고…… 끙…… 에효……
비행기에서 내려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비밀통로를 지나는 순간부터, 이후 차에 타서까지 이어진 수혁의 앓는 소리에 의문을 참지 못한 네펠리아노가 물었다.
“……많이 아프신가요?"
“응?”
“어깨가 많이 괴로우신 것 같아서요.”
“아, 어깨……
악마의 갈고리에 찍히고, 억지로 붙잡기까지 하였으니 당연히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수혁에게는 악마와 같은 초 재생능력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나 혼자서 지혈도 하고, 헬기 안에 타서 응급치료를 받고, 비행기 내에서까지 의사가 붙는 감동적인 진료 덕에 지금 수혁의 상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뭐, 좀 거슬리긴 하는데…… 괜찮아.”
붕대를 감은 오른팔을 가볍게 획획 돌려본 수혁이 고개를 내저었다.
“며칠이면 나을 것 같아. 그렇게 아프지도 않고. 너야말로 온몸에 붕대랑 반창고투성이잖아. 무식하게 싸워대니까 그렇지.”
수혁의 말에 전신 곳곳에 붕대를 두른 네펠리아노가 코끝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야…… 다른 방법이 없었는 걸요. 아직 마법도 모르고……
“마법이야 네이 쪽을 믿을 수밖에 없고, 다른 방법이라……
수혁은 고민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무공을 조금 알려줘 봐?’ 사실 인간이 아닌 고대용, 네펠리아노에게 효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일단 시도 자체는 나쁠 것은 없을 듯했다.
물론 다른 사람이었다면 냉정하게 재고해볼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수혁이 알려주는 무공은, 중국에 현존하는 무문武門에서도 탐낼만한 것이 가득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네펠리아노는 용언으로 맺어진 영원한 우정 관계다.
비밀 보장 약속을 한다면 그를 어길 리가 없었다.
“조만간 싸우는 법을 조금 알려 줄게.”
“싸우는 법이요?”
“으 ”
"O■-
수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수혁의 전투법은 확실히 신묘하죠. 색다르고, 굉장해요. 응응.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려만 주신다면 전력을 다해 배울게요.”
“그래, 그래.”
두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끄덕이는 네펠리아노를 본 수혁의 생각은 곧장 가족으로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이제 아버지랑 어머니, 수아한테도 내공심법을 일러줘야 하는데……
여태까지는 정체를 감추느라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 이제는 더 이상 막힐 게 없다.
아마 성토선천공 정도만 잘 배워도 세 사람의 건강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아질 터였다.
‘좋아, 오늘 밤에 바로 알려드리자/미룰 일이 아녔으므로 수혁의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다.
그러고 나니 다시 잊고 있던 생각이 떠올랐다.
“에휴……!”
“진짜 괜찮은 것 맞아요?”
“그렇다니까.”
“근데 왜 자꾸 그래요?”
“마음이 아파.”
네펠리아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마를 두 마리나 봤는데, 심장을 못 건졌어.”
수혁이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끝내지 못하던 이유였다.
악마의 심장은 다름 아닌 현재 수혁의 보조 직업인 술법사의 승급 요건 중 하나였다.
“이번 기회에 챙겼어야 했는 데……!”
그렇다면 경험치만 을려 승급 목표를 이룰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 상대 악마, 레드와 블루의 까다로운 초재생 능력을 말살하고자 입자 가루째로 소멸시켜 버린 탓이다. 눈물이 앞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는 데……! 아이고!”
수혁의 이어진 앓는 소리에, 괴상한 눈을 한 네펠리아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취미를 가지고 계신 건가요?”
“흑흑, 응? 무슨 소리야?”
“심장 수집 말입니다. 상당히 악마적 취미로 알고 있는데……
네펠리아노가 오해하고 있다.
“뭐, 그래도 존중합니다. 취미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아주 크게 오해 증이다.
수혁은 당황하며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유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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