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4화
“뭐가 제일 좋을까?”
“무공에 관련된 건 전혀 없나요?”
“아, 있지.”
사실 수혁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직업은 다름 아닌 무왕武王이었다.
이름으로만 보아도 무인의 승급 직업 같은 느낌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다만 수혁은 더 이상 굳이 시스템에 의한 ‘무인’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무공은 내 스스로 완전하게 단련할 수 있으니까.”
무공은 시스템에 의한 능력이라 기보다는 수혁의 본인 고유 능력에 가까웠다.
본질의 힘을, 굳이 시스템의 종속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그래도 확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뭐, 그렇지.”
수혁은 별 불만 없이 무왕에 관하여 아카식 레코드에 질문했다.
이후 실망한 목소리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데요?”
“어떤 종류의 병장기를 다루든 상관없이 무술 계열 능력에 대한 습득률이 상승한다네. 추가 특징으로는 승용 기술도 일부 상승한다는데?”
“승용 기술요?”
“기마賴馬 같은 걸 의미하겠지.
전에 보았던 라크 같은 것도 손쉽게 탈 수 있을 테고.”
。아아……
이래서야 수혁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얼마 전 엘븐하임에서 보았던 라크 등을 더 쉽게 다룰 수 있게 되겠지만 사실상 수혁에게 있어 다른 왕급 직업이 줄 수 있는 이득에 비해서는 너무나 적었다.
“무술 계열 습득를 상승이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경지에 오른 이후로는 어차■외 스스로 깨달아■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서.”
언제나 말했지만 무공이야 말로 심, 기, 체 모든 것이 조화가 되어야 완성되는 공부였다.
시스템이 강제로 몰아붙인다 한들 어느 한쪽이 틀어져 있다면 올바른 경지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과도한 불균형은 나중에 독을 가져올 확률도 높았다.
“그러면 지금 처음 본 여섯 직업중에는……
“그나마 탐이 나는 건 광명왕?
혼돈왕 정도인가?”
“인왕은요?”
“아무래도 신앙을 찾아 헤매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
“제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냐. 번거롭게 갈 필요 없지.”
수혁의 시선이 다시 광명왕과 혼돈왕을 오갔다.
“광명왕은 빛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지만, 어떤 페널티도 없다는 게 너무 좋네.”
“혼돈왕은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위협을 많이 받으시겠죠.”
“늘 마공을 사용하는 상태 같은 느낌일까나……
턱을 쓰다듬은 수혁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직업 목록을 빠르게 훑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결정하고,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고 싶었는데 고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렇게 네펠리아노와 침상 위에 앉아 고민하기를 2시간가량.
수혁은 몇 번이나 다시 직업을 훑던 끝에, 하나의 직업을 입 밖으로 옮었다.
“전쟁군주戰爭君主……
“전쟁군주요?”
“응. 사실 전쟁이란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외면했던 건데……
전쟁이라면 지긋지긋했다.
환 대륙에서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많이 겪었고, 지구에 와서도 그와 비슷한 상황을 몇 번이나 맞이 했다.
사실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싶지 않은 단어임에는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선이 갔다.
조금 더 정확하게 밝히자면, 마음속으로 내심 혼돈왕을 점찍고 있었음에도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전쟁군주 탓이었다.
‘분명히 좋을 것 같은데……
수혁은 입맛을 다신 후 정보 확인을 시작했다.
전쟁군주는 가장 열렬한 싸움꾼입니다.
“쿨럭.”
메시지 창의 첫 문장을 읽은 수혁이 짧은 기침을 토했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파요? 혹시 아직 몸 상태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헛웃음을 홀린 수혁이 걱정으로 사색이 된 네펠리아노를 향해 손을 저었다.
“전쟁군주는 가장 열렬한 싸움꾼이라는데?”
“어울리네요.”
“……그리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지.”
어찌 보자면 결국 전쟁을 부르는 것은 싸움꾼이라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인가?’
수혁이 조금은 쓴 웃음을 지은 채 다음 메시지를 읽어 나갔다.
전쟁군주는 언제나 모든 투쟁의 가장 선봉에 서는 것을 즐기는 이들입니다. 대표적 왕급 존재로는 전왕, 악마왕, 불의 심판자 둥이 존재합니다. 특수 스킬을 이용해 1:1대결 시 모든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100%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 외로도 다수의 적과 싸울 때에 유리한 스킬을 다수 보유하게 됩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네요.”
네펠리아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o. ≫
"W..
수혁 역시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전쟁군주의 능력은 수혁이 먼저 보았던 다른 왕급 존재의 능력에 비하자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능력 상승의 효과가 상당히 강력해 보이지만 시한부이며, 1:1대결이라는 제한도 있었다.
다수의 전투에서 유용한 능력이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전장 자체를 유리하게 이끌수록, 희생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좋다고 말하기는 역시 애매했다.
아스모데우스와의 싸움과 같은 적이 나타난다면, 다수의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뽑자면, 광명왕과 같이 아무런 페널티도 없다는 부분일 터였다.
전쟁군주라는 이름과 싸움꾼이라는 호칭 덕에 걱정했는데 차라리 이런 형태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군주, 혼돈왕.”
생각지 못했던 후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저는…… 수혁 님이 견딜 수 있다면 혼돈왕이 앞으로의 싸움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봐요.”
“그래?”
“네. 하지만 추천하고 싶은 쪽은 전쟁군주에요. 혼돈왕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잖아요.”
수혁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능력 자체의 강력함은 혼돈왕이 한수 위였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패널티를 안고 가야 했다.
수혁의 의지력과, 정신방어 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가?
자신감과 이성의 판단은 별개로 나누어야 했다.
전쟁군주는 이런 페널티를 안지는 않지만, 거듭 말해 다른 전직에 비해 다소 모자라 보이는 능력, 그리고 전쟁이라는 기묘한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좋아. 결정했어.”
수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전쟁군주로 한다.”
그는 더 이상 고민할 여지도 없이, 재빠르게 전쟁군주를 눌렀다.
명-!
전직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Y/N
Y를 눌렀다.
수혁에게 남은 시간은 20일, 퀘스트가 꽤나 복잡하다면 당장에 움직여도 부족할 판이었다.
이후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수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입가에는 미소가 실실 걸렸다.
전직 퀘스트.
시스템 맥스 레벨 달성(1/1) 목표가 달성되었습니다.
곧바로 전직하시겠습니까?
Y/N
“왠지 거저먹는 느낌인데?”
공짜 좋아하면 안 된다지만, 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사실상 공짜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전직 창이 떠올랐던 시점이 수혁의 레벨이 200대이던 때였다.
그때부터 최고 레벨을 찍기 위해 움직였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을 터였다.
한데 수혁은 아스모데우스와 싸우며 성장했고, 그를 쓰러트림으로서 말도 안 될 정도의 경험치를 얻었다.
그 탓에 곧장 전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바로 전직해야지.”
다시 한 번 노를 선택하자 수혁의 온몸이 부유하듯 두둥실 떠올랐다.
주변으로는 붉은빛과 푸른빛이 춤을 추듯 몰려들며 수혁을 휘감고서는 빨려들 듯 흡수됐다.
직후 호텔 방 내부로 찬란한 황금빛이 가득 차올랐다.
번쩍-!
네펠리아노조차 눈이 부셔 인상을 찌푸린 그 시점, 수혁은 자신에게 새로운 힘이 빠르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명-!
사용자 양수혁이 이백 칠십 다섯번째 지구인 중 최초로 전직에 성공했습니다.
직업은 전쟁군주입니다.
상위 차원의 존재들이 사용자 양수혁의 직업을 인지합니다.
이름 모를 신이 기뻐하며 투왕圖 또의 호칭을 내리고자 합니다.
알페리아 차원의 투왕이 크게 불쾌해 합니다.
조만간 당신을 찾아와 칭호를 걸고 숭부하고자 합니다.
이름 모를 신이 허락합니다.
알페리아 차원의 투왕이 전투를 준비합니다.
전 차원 어디를 가든 왕은 존중 받는 존재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전쟁군주는 왕 급級 직업입니다.
필요 경험치가 높습니다.
남은 누적 경험치 :
600, 000, 000, 000.
누적 경험치가 소모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
전쟁군주 전용 스킬을 획득합니다.
특수 스킬 : 광기의 전장, 왕의 위엄, 숭부사…….
이번에도 어마어마한 메시지가 뒤를 따랐다.
한 국가나 차원이 아닌, 전 차원이 인정하는 왕으로서의 완벽한 승격인 탓일까?
무언가가 내부에서부터 달라진 느낌도 들었다.
‘정확한 효과는 알 수 없지만……
물론 착각일 수도 있었다.
네펠리아노를 보아서는 큰 변화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상대가 네펠리아노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애초에 고대통이란 종족은 수혁이 판단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괜찮으세요?”
네펠리아노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수혁이 숨을 몰아 내쉬었다.
어찌 됐든 본인이 말로 다할 수 없는 충족감이 차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응. 잠깐만, 시스템 창 좀 확인해볼게.”
[포스 스테이터스]
이름: 양수혁
레벨: 550
직업: 전쟁군주戰爭君主 보조 직업: 술법위사術法衛士 추가 보조 직업: 영령기사英靈奇士칭호: 대종사 ? 추가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확인 가능합니다.
힘: 888. 민첩: 900, 체력: 890, 지혜: 700, 의지: 800추가 특이사항.
거짓된 망령왕의 영혼 조각과 동조 중입니다.
진眞 망령왕이 당신을 주시하고 싶어 합니다.
사용자의 격이 너무 높아 현재 침범이 불가능합니다.
투왕이 당신을 주시하고 싶어 합니다.
사용자의 격이 너무 높아 현재 침범이 불가능합니다.
투왕이 도전장을 건템니다.
받아들이시 겠습니까? Y/N 전직 이후, 닫혀 있던 레벨이 확실히 올랐다.
다만 6000억이라는 경험치가 사라진 것 치고는 상승폭이 너무나 적었다.
고작 50레벨, 필요 경험치가 높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깊게 체감되 었다.
그리고 그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한 능력치 역시 눈에 크게 뜨였다.
‘전체 능력치가 평균 800대에 가깜잖아?’
아마 전직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혁이 전직 전 느꼈던 힘보다 지금 당장이 훨씬 더 강해진 느낌이 확연했다.
‘특히 체體의 성장이 커.’
반면 기와 심의 성장은 오묘했다.
아무래도 전쟁군주라는, 직접적으로 싸우는 직업의 영향이 큰 탓일 터였다.
실제로 꽤나 높은 편에 속했던, 내공에 영향을 주는 지혜 스렛이 현재는 가장 낮아졌다.
사실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상 무한으로 충전되던 내공이, 25갑자나 되니 소비율을 조금 못 따라오는 느낌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혜 700이라면 그런 모자란 점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 터였다.
지혜는 내공 회복 속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스텟이었으니 말이다.
‘굳이 당장 더 클 필요가 없지.’
내공이 내일모레 10갑자 정도가 더 증가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스텟은 꽤나 균형적이다.
수혁의 입가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시선이 이동한 곳은 투왕의 도전장에 관한 부분이었다.
‘N.’
망령왕과 마찬가지로 무시를 하자, 메시지가 사라졌다.
“누가 전쟁군주로 전직한 것 아니랄까봐, 시작부터 싸움질에 말릴 이유는 없지.”
수혁은 분명 강자와의 싸움을 꽤나 좋아했다.
작가의 말.
현재 소설의 진행도를 묻는 독자님이 계셨습니다.
저도 적다보면 볼륨감이 달라질 때가 있어 확답을 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만...
우선 목표는 권수로 20? 30권 내 외 완결을 보고 있습니다.
편수로 보면 500? 750편정도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레벨업하는 무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