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20화
한데 입구에서부터 만난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무황제의 이름을 언급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잠시 멈추었다.
무황제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을 그의 지인이라고 했다.
내심 코웃음이 나왔다.
검마 패철웅은 환 대륙 내에서도사마 세계를 해치고 살아왔다.
강자와 약자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그런 절대적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마 강호.
오신우는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수혁의 수하로 있기조차 미달인 수준의 하찮은 인물이었다.
하나 무황제의 이름이 튀어나온만큼 고민은 해야 했다.
혹시나, 패철웅 본인이 생각하지 못할 만약의 상황을 생각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조급함도 일었다.
무황제와 다시 만나기 전까지 그럴싸한 선물 하나 준비하지 못하면 어쩌지?
결국 고심하던 패철웅은 검을 휘두르기로 했다.
한데 그를 막아서는 이가 나타났다.
기억 속, 수혁의 일행 중 하나였던 인물이었다.
자연스럽게 몸과 검 끝이 굳어버렸다.
이후 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수하들이 그를 둘러싸고 위협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치고 팔짝 될 노릇이었다.
‘X발, 이거 아무리 봐도 꼬인 느낌인데?’
본인이 죽이려 했던 인물을 수혁의 동료가 지키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수혁의 눈매가 곱지 않았다.
여러모로 기분이 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그런데……
수혁의 시선이 패철웅과 오신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놈이 지금 지구를 침공하려한 건가?”
이어진 질문에 오신우의 얼굴에 고민이 어렸다.
정황상 패철웅은 침략자가 맞았다.
한데 어째서인지 오신우를 향한 눈빛이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간절한 부탁을 담고 있었다.
“그, 그게……
패철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본론만 보자면, 이 땅을 공격한 것은 맞았다.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
결국 패철웅은 이런 때야말로 진심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추, 충심에서 나온 선택이었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거 아니야.”
수혁은 미간을 깊게 모았다.
검마 패철웅, 생각지 못한 인물을 지구에서 마주쳤다.
“제발 자비를! 손목을 자르라고 하신다면 팔을 자르겠습니다!”
“오버 떨지 말고.”
오버라는 말을 모르는 탓인지, 패철웅은 공포에 살짝 떨려오던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정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서울의 서늘한 밤바람에 몸을 떨고 있는 네펠리아노를 일단 집으로 데려다주고 싶었다.
“부협회장님.”
“예?”
“이 녀석 잠시 데리고 있어주세요.”
오신우와 패철웅의 시선이 서로를 오갔다.
살기가 철철 넘치던 살인자의 눈이, 억지스럽지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니 -=. 1 ”
이, 이이....,
입가로 다소 멍청한 웃음도 함께 흘렀다.
“……알겠습니다.”
오신우가 턱을 짧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흑산자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에게는 100평이 넘는 호텔 방을 구해 며칠 동안 머물 수 있게 해주었다.
지구에 대한 교육을 해줄 인물이 협회에서 파견 나온 것도 함께였다.
네 사람은 그 교육이 끝나기 전까지는 호텔 주변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흑산자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지식에 대한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큰 걱정은 덜어도 될 듯했다.
이후 수혁은 네펠리아노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향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지구에서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가 한 대 있으면 좋겠네.’
서울 택시의 밤 운전은 제법이나 거칠었고, 그로 인해 네펠리아노가 멀미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네펠리아노의 집은 수혁도 처음 방문한 곳이었다.
서울 송파에 위치한 30평대 아파 트.
협회에서 제공한 작은 원룸에서부터 시작한 네펠리아노는, 본인이 돈을 벌어 이제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강남권의 집이라는 보금자리까지 마련했다.
사실 네펠리아노가 원한다면 더 큰 공간을 집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은 듯했다.
“혼자 너무 넓은 곳을 쓰면, 뭔가 적적할 것 같아서요.”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직후, 내부를 둘러보는 수혁을 향해 잠시 기다리라고 한 네펠리아노가 다소 용이 아닌 인간 같은 말을 내뱉었다.
양손에는 어느새 따뜻한 찻잔이 들린 채였다.
“이런 건 왜…… 몸도 안 좋으면서.”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어요. 수혁 님은 지금 절 너무 얕보시고 계셔요.”
피식 하고 웃은 네펠리아노가 거실에 위치한 소파로 향했다.
“다리는 아픈 것 같으니 조금 앉을게요.”
“……그런 말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면 되냐.”
“음, 하지만 진짜 괜찮아요. 아, 차 향 좋네요. 그리고 이…… 따뜻아니, 뜨거운 감촉도 신선해요.”
“따뜻한지도 모르고 차를 마셨던 거야?”
“향은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게 중요한 거 아니에요?”
“그런가.”
피식 하고 웃은 수혁이 그런 네 펠리아노의 옆에 앉았다.
본래였다면 이 상태로 곧장 가족들을 찾아가 즐거운 하루를 보냈을 터였다.
수혁에게 그만큼이나 가족이란 존재는 중요했으니 말이다.
하나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을 생각이었다.
“괜찮으면, 한동안 같이 있을까하는데 어때?”
수혁의 말에 네펠리아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요?”
“부담되면 집으로 돌아가고.”
차의 열기 때문일까?
얼굴이 새빨갛게 된 네펠리아노가 양손으로 찻잔을 조심스럽게 꽉 잡은 채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전혀요. 조금도 부담되지 않아요.”
“그러면?”
“좋아요. 아니, 바라요.”
그렇게 말한 후, 귀 끝까지 달아오른 네펠리아노가 수혁의 시선을 피해서는 찻잔을 들어 을려 입가로 가져다대고는,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보란 건지……
“예?”
“아니야.”
아무래도 이번 것은 잘못 짚었던 듯했다.
눈가 끝이 썰룩이고 있는 네펠리 아노의 순수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처음 지구로 데려와 오신우에게 부탁한 후, 다음 날 협회로 향했을 때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땐 마냥 꼬맹이 같았는데
“제가요?”
이번에는 무언가 알아들은 둣 네 펠리아노가 곧장 질문을 던져왔다.
≪ o ”
■石'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그렇단 거죠?”
“글쎄……
수혁의 장난기 어린 음색에 네펠리아노의 새하얀 볼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장난칠 분위기 아닌 것 같은데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는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설폈다.
여전히 눈가 끝에 걸린 미소를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말 안 해줄 거야.”
“정말요?”
“응.”
“좋아요. 그럼 다른 질문에 대답해줘요.”
“생각해보고.”
“약속해줘요.”
“그러니까 생각해보고.”
“나 아픈데?”
“必 ≪
■효...
수혁이 신음을 흘렸다.
“……반칙이야.”
네펠리아노가 아픈 것은, 엄연히 수혁 탓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회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다음 번 제 질문 꼭 대답해주겠다고 답변해줘요. ”
“약속할게.”
그제야, 양 볼에 넣었던 바람을 뺀 네펠리아노가 조심스럽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무언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
수혁은 그런 네펠리아노를 말없이 진중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사실 너무 정황 없이 들어서 말이죠. 꼭 확인하고 싶었어요.”
“응. 말해 봐.”
“수혁 님.”
≪ O ”
■安一.
“우리는 연인懸人 사이인가요?”
시선은 수혁의 두 눈동자를 직시하고 있었다.
아무런 흔들림 없는, 단단한 평소의 네펠리아노 같지만 달랐다.
목소리가 간절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라도 혹시나, 아니라고 말할까봐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다.
살짝, 숨결이 흔들리는 것도 수혁의 감각에는 분명히 느껴졌다.
더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니 심장소리까지 들려왔다.
쿵쾅, 쿵광, 쿵쾅.
“하하……
꽤나 진지해야 하는데, 분명 그렇게 하려 했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 네펠리아노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아, 미안. 웃으면 안 되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심지어 이제는 손끝이 파르르 떨리기까지 시작했다.
눈가 끝에 작지만 물방울이 맺히는 것도 같았다.
“역시 우리는……
“응, 우리 연인 맞아.”
수혁이 재빨리 뒷말을 덧붙였다.
“……예?"
어떤 상상을 했던 것인지?
가히 좋지 않은 표정이 되었던 네펠리아노가 되물었다.
“너와 내가, 연인이 아니면 무엇이겠어?”
“수혁…… 님.”
“사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다만, 분명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두근, 두근.
이제 떨려오는 심장 소리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었다.
침을 꿀꺽 삼킨 수혁이 살짝 볼을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널 좋아해.”
“……저도요. 저도, 수혁 님이 좋아요.”
“알아.”
“엄청 많이요.”
“。, ,
方一.
“정말 엄청 너무 많이요.”
“고마워. 나도……
와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네펠리아노가 수혁의 가슴에 포옹을 해왔다.
달콤한 향기에 수혁의 머리가 잠시 아찔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하나 곧, 가슴 언저리에 느껴지는 촉촉한 물기에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페, 펠리, 왜 울어?”
“좋아서…… 너무 좋아서요.”
"그, 그래?”
“몰랐어요. 너무 좋으면 눈물이 나온다는 말……. 인간들끼리나 하는 거짓말 같다고……. 흑……
생각보다 섬세한 아이다.
강한 척 하지만, 여리고, 또 누구보다 수혁을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깊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수혁은 그 어떤 연인과도 이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랑 받고 있어.’
그리고 사랑을 해도 된다.
기묘한 느낌.
그 감각 속, 수혁을 올려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 네펠리아노가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는 왜 웃은 거예요? 안 그래도 안 좋은 심장 놀라게.”
“아, 그거? 그게…… 심장 소리가 귀여워서.”
“예!?”
놀란 표정을 한 네펠리아노가 기겁하며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다.
“아, 정말 귀엽네. 못 참겠다.”
“무슨……?”
이번에는 네펠리아노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촉촉하면서도, 물컹한 감촉이 분홍빛 입술에 전해졌다.
숨결로 전해지는 달콤한 향기는 어우러진 후, 다시 나뉘어 서로의 가슴을 향했다.
네펠리아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가족들은 수혁이 네펠리아노의 집에서 머문다는 말에 누구보다 환영했다.
양승본의 경우는 오히려 평생 거기서 살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바라시는 게 뭔지 훤히 보이는데..
나쁘지는 않았다.
이미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수혁은 며칠간 네펠리아노와 함께 지냈다.
딱히 집에만 있지도 않았다.
네펠리아노의 몸이 좋지 않다고는 했지만, 평범한 인간 여성 수준은 됐다.
그리고 그녀는 연인이 된 기념으로, 지구에서 하는 데이트라는 것을 상당히 바랐다.
수혁은 충분히 그에 맞춰 줄 의향이 있었다.
한동안은 네펠리아노의 집에서 지내려다보니 남자인 수혁에게 필요한 물건도 몇 구매해야 됐기에 쇼핑으로 나날을 보냈다.
이후로는 그야말로 여러 가지 데이트를 했다.
같이 산책을 했고, 카페도 갔다.
“그리고 오늘은 영화가 보고 싶어요.”
“영화 좋지.”
그렇게 집을 나서서 인근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기 전, 수혁이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네펠리아노의 앞으로 한 인기척이 다가왔다.
“야., ’ 뾰족한 목소리는 날카롭다 못해 베일 것 같은 수준이었다.
작가의 말.
레벨업하는 무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