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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236화 (236/454)

- 10권 9화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자이언트월을 쓰러트린 패철웅이 시선을 돌려 허공에 떠 있는 드론 무리를 바라보았다.

‘카메라인가 하는 특수한 술법이 걸린 비행 물체라고 했나?’

저도 모르게 눈빛에는 불쾌감이 스쳐 지나갔다.

‘광대놀음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

환 대륙의 정서대로만 따지자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몰래 수련을 훔쳐보기만 하여도 목을 베는 것이 적어도 패철웅이 알고 있는 ‘상식’이었으니 말이다.

하나 이곳은 환 대륙이 아니었다.

‘지구……

새로운 세계, 새로운 차원.

‘적응해야겠지.’

앞으로 이 지구라는 차원과 환대륙은 한데 묶여 살아가야 한다.

시대가 변하기 시작했다.

패철웅 역시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패권을 꿈꾸던 군주인 만큼 훨씬 더 변화하는 세상을 빨리 받아들이려 했다.

‘차라리 잘됐지.’

납득할 이유라도 없었다면 힘들었을지 몰랐다.

하나 그가 난생 처음 모시기로한 유일한 제왕, 수혁이 결정했다.

이제는 군주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를 모시는 검이 된 만큼, 생각 보다는 몸의 움직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뜻을 따르면 될 뿐.’

입가로는 미소가 걸렸다.

스스로가 검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감각이 환 대륙에 있던 시절보다 몇 배는 예민해진 듯했다.

‘이미 검으로서는 명검名劍이라 불리기 부족함이 없다 생각했거느..>

그런 현실이 그를 검마라는 별호까지 얻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나 지금은 분명 또 달랐다.

알 수 없는 어떠한 감각이, 그에게 있어 마를 초월한 또 다른 무언가가 되라고 외치는 듯했다.

크아아-!

어느덧 새로이 나타난 덩치가 5M가 넘는 거대 몬스터를 단숨에 뛰어넘어 목을 베어 버렸다.

손끝에 걸리는 감각이 생각보다가벼웠다.

저도 모르게 멍하니 검을 바라보고 있자니, 등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는 거냐, 검마!”

머리 위로 지나간 강렬한 도광이 패철웅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거대 몬스터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쿠궁-!

그 충격음에, 잠시 정신이 깨어난 패철웅의 눈에 자신에게 도를 내뻗고 있는 장삼팔이 보였다.

“설마 뒈지고 싶어 환장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내가 직접 목을 베어주고.”

피식.

웃음을 흘린 패철웅이 고개를 저었다.

“무식한 애송이 따위가 감히, 이 몸을 무엇으로 보고.”

그는 단숨에 장삼팔을 뛰어넘어 몰려오는 몬스터 군단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문득 지나간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뛰어든 전장 한복판.

“절초, 흑련黑逆.”

패철웅의 주변으로 날카로운 칼끝 모양과 같은 검은 꽃잎이 가득 피어났다.

과과과과-!

거칠게 회전하는 꽃잎이 소용돌이치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사방으로 죽음이 흘렀다.

괴성을 내지르며 광기가 담긴 눈동자를 흘리던 몬스터의 시야가 주변을 빠르게 회전했다.

곧, 혈육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시야에 담긴 풍경 속에는, 본인의 죽음도 함께 엮여 있었다.

“흑련은 무슨, 연꽃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끼다운 이름이로구먼.”

수백의 몬스터가 단숨에 쓸려나간 전장 한가운데, 코웃음을 치며 패철웅의 옆으로 떨어진 장삼팔이 비웃음을 흘렸다.

패철웅은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돌리려 했다.

장삼팔과 말다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었다.

하나 곧, 패철웅의 시선이 장삼팔에게로 빠르게 돌아갔다.

주변 가득하게 흘러넘치는 기운이 황토 빛을 띠며 장삼팔 주변으로 빠르게 몰려들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주변의 기운을 마구잡이로 끌어당겨,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조율경의 힘은 아니었다.

조화경.

주변의 자연지기와 동화되어 그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 양이 너무나 압도적으로 많았다.

언뜻 느껴지는 기운만 10갑자를 우습게 넘어섰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백년 평생을 수련해도 얻을 수 없는 내공이었다.

“무식한 놈……

그런 기운을 한데 받아들이고, 도에다가 덮어씌운 장삼팔이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잘 봐라. 이게 바로 네가 무식하다고 말하는 산군의 힘이다.”

거대한 기운이 응집되며, 단숨에 수십 M가 넘는 강기가 생성된 장삼팔의 도가 허공을 찢으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결단코 빠르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나 너무나 넓었고, 거대했다.

마치 대지를 휩쓰는 파도와 같이 보이기도 했다.

휴전선을 넘어온 일행들을 향해 달려오던 몬스터 군단의 대다수가 그 강기에 휩쓸려 육편이 되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과과과광-!

거대한 파괴의 흔적을 남긴 도가 멈춘 것은, 지나치는 길에 더 이상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순간이었다.

“후우욱-!”

큰 숨을 몰아 내쉬며, 받아들였던 내력을 다시 사방으로 풀어놓은 장삼팔이 강기가 모두 사라진 도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시원하구먼!”

이후 몬스터 시체가 가득 쌓인, 드넓은 평야의 풍경을 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가오는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긴장한 채 각자의 병장기를 챙기고 있던 모두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이것이 바로 나 산군, 장삼팔의 절초 산왕기세山王氣勢다. 으하하허리에 손을 올린 장삼팔의 커다란 목소리가 전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절초는 무슨……

사실 초식이라고 하기에는 어떠한 기술도, 세련된 감각 없이 단순무식하게 내력을 쏟아 부어 거칠게 휘두른 도일뿐이었다.

다만 압도적인 내력이 그를 돋보이게 했을 뿐.

하나 가히 절초라는 이름이 붙어도 아깝지 않은 위력을 가진 것만은 분명했다.

“미친놈.”

혀를 찬 패철웅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

또다시 새로운 몬스터 떼가 등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작 저런 놈 따위한테까지 밀려 보일 수는 없지.’

문득 다시금, 등 뒤에 자리 잡은 드론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왕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참에 아주 벽을 뛰어넘어 주마.’

패철웅의 눈이 반짝 빛났다.

화면 속, 휴전선을 겁도 없이 넘어선 군대는 북한의 넓은 땅을 빠른 속도로, 제집처럼 헤집었다.

위협을 가하는 몬스터는 많았다.

하찮은 수준의 2, 3등급 몬스터무리에서부터 단일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9등급 거인 몬스터 오우거, 10등급의 자이언트 원, 심지어 11등급의 용종까지 등장했으나 뫼비우스 길드와 환 대륙 무인들이 힘을 합친 위용 앞에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전반적으로 멋진 활약을 하는 몇몇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을 보는 모두의 입에서 감탄 섞인 탄성이 몇 번이고 흘러나왔다.

하나 의심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멋진 분들과 많은 인연을 맺고 계시구려. 하지만 소수의 존재로,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에이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수혁이 팔짱을 꼈다.

“한 손으로 하늘을 덮을 수는 없는 법.”

동의하는 바였다.

때문에 수혁 역시 이런 연맹을 꾸리려는 것이니 말이다.

‘신이라도 된다면 모를까.’

언젠가 도달할지 몰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수혁에게는 훌륭한 동료들이 아주 많았다.

고작 둘, 셋 더 많이 잡아 열 명 정도가 쓸 만하다 여겨졌다면 이 판을 벌이지도 않았을 터였다.

때마침 드론이 촬영하는 화면 속, 다소 물러나 있던 뫼비우스 길드의 인원들이 조금씩 전면으로 나서는 것이 보였다.

‘검마랑 장삼팔은 조금 뒤로 빠질 것.’

은근히 두 사람을 조력하며 거대 몬스터들을 저격해서 쓰러트린 종리연의 차례도 끝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환 대륙 무인들의 시간은 지났다.

이제는 지구의 차례였다.

“지켜보시죠.”

수혁은 가볍게 답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뫼비우스 길드.

단지 노네임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세계 최강의 길드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나 아직까지 그들이 직접적으로 활약한 일은 드물었다.

일반적인 포털을 정리하고, 위험한 사람들을 구하는 등, 활동은 연이어 했었지만 세계 최고라는 이름에 어울릴 법한 눈부신 활약은 무엇도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뫼비우스를 향한 비난도 제법 많았다.

노네임드를 등에 업은 여우 무리.

아직 세계 제일이라는 이름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껍데기만 화려한 장식품.

뫼비우스 길드는 그런 불만 섞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입을 닫았다.

어차피 말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력을 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휴전선을 넘어선 전장에서, 뫼비우스 길드는 세계의 주요 인사들에게 그런 사실을 명확히 증명했다.

흑산자, 아킬페인 등이 합류하며 새로이 개량된 하이퍼 아머를 걸친 그들은, 대다수가 한때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상위 등급의 각성자로 이름을 날렸던 때를 증명이라도 하듯 몬스터 떼 사이를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녔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들은 무인과 달랐다.

뛰어난 무공과,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만 각성을 통해 얻은 신비한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초능력을 누구보다 잘활용할 줄 알았다.

크아아아-!

9등급, 오우거 중에서도 강력한 평을 받아 10등급에 인접한다는 두개의 머리를 가진 트윈 헤드 오우거가 뫼비우스 길드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오우거! 빙계 각성자들! 얼려!”

전방에 선 이의 외침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오우거를 향해 달려든 세 명의 각성자가 뛰어들어 양손을 뻗었다.

콰드드드득-!

단숨에 쏟아진 냉기가 육중한 오우거의 온몸을 딱딱하고 차갑게 굳혀 버렸다.

흉포하게 번들거리는 눈이 여전히 인간들을 향하고 있는 그 순간.

“부셔!”

이어진 외침에 거대한 망치를 든 육체 능력자들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 위를 향해 뛰어들었다.

과과과광-!

얼음이 무너지고, 깨지며, 그 안에 갇혀 함께 굳어버린 트윈 헤드오우거 역시 단숨에 최후를 맞이했다.

이어지는 몬스터들의 돌진에는 재빠르게 나선 방어 계열 각성자들이 방패를 들고 막아섰다.

“쓸어버려!”

2M가 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거대한 육체를 가진 사내의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지원 계열 각성자들의 육체 강화 능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이퍼 아머어L 두터운 드워프제 미스릴 방패, 거기에 육체 강화능력까지 걸린 방어 계열 각성자들의 돌진은 그야말로 중세시대 기사단의 랜스 차징 못지않은 엄청난 충격을 만들어냈다.

과과광-!

달려들던 몬스터들의 진형이 무너지고 마구잡이로 흩어졌다.

그 틈을 노리고 뛰어든 공격 계열 각성자들의 병장기가 사방으로 춤을 추었다.

파바바밧-!

마치 한 몸인 듯,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팀의 전투는 예술적이었다.

그 정점은 11등급이나 되는 포털로 뛰어든 뫼비우스 길드의 각성자들과, 그들의 전두 지휘를 부탁받은 리사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과과과-!

거대한 형태를 가진 11등급 포털이 종이 접듯이 말려들며 사라져 버렸다.

사실상 뛰어든 전력만을 생각하자면, 당연히 그리되었어야 할 일이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3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며 그렇게 말한 리사가 하늘의 드론을 바라보았다.

너머에서 그녀를 보고 있을 수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귀찮게 하는 왕이로군.’

그녀 역시 아카식 레코드의 접속자.

때문에 수혁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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