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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262화 (262/454)

- 11권 10화

“과연……

다소 느린 어조로 답한 샤하르의미간이 찌푸려지고, 펴지기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렵나 보네.’

사실 수혁의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사태였다.

‘샤르의 오성? 性이 생각보다 낮은 편인가?’

오성은 어떠한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인지하는 능력, 즉 무공에 있어 재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수혁은 샤하르를 꽤나 뛰어난 무인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강렬한 인상탓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검공하나 없이 저 정도의 경지를 이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실제로 샤하르의 재능은 나쁘지 않았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오히려 수혁이 손쉽게 말한 무공, 완월검무緩처劍舞의 난이도가 더 문제였다.

완월검무는 환 대륙 역사 속 여중제일고수女中第一高手로 이름 높았던 검후劍苗의 무공.

그리고 검후는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 난 격의 초천재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나 우연치 않게 마을에 놀러온 겉멋 가득한 삼류무사에게 후 발선제라는 무의 원리를 들은 후, 그에 파고들었고 이내 스스로 완월검무를 만들어냈다.

문파 혹은 가문의 정식적인 가르침 하나 없이, 그저 후발선제라는 이름만을 듣고 그에 집착하여 검공을 만들어낸 검후의 재능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수혁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초천재인 데다가, 높은 경지의 무리 武理를 이룩하였기에 단번에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 원리를 파고들 수 있었던 것뿐.

결론적으로 말해 샤하르의 재능보다는 무공의 난이도 자체가 말도 안 되게 높을 뿐이었지만 수혁은 그를 생각지 못했다.

“어차피 이쪽은 급한 건 아니니까요. 천천히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도 돼요. 다시 보여드릴게요.”

“고맙다.”

수혁은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30번이 넘는 횟수의 검무를 펼쳤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샤하르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조금은 알 것 같군.”

“다행이네요. 이거 다른 검공을 보여드려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살짝 웃은 수혁이 검을 거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분은 수련하시다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잠시 휴식할까요?”

“그러면 좋을 것 같군.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샤하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휴식이었지, 실제 샤하르에게 있어서는 수련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완월검무의 동선을 따라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아무래도 수혁이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군.’

뒤늦게야 수혁이 알려준 무공의 난이도가 말도 안 되는 사실을 어림짐작했지만, 굳이 그로 인한 불만을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력하여 그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더 커질 뿐이었다.

열의에 불탄 휴식 시간이 지나고, 수혁과 샤하르는 다시금 두 번째 수련으로 넘어갔다.

완월검무는 젖혀두고라도, 눈앞에 다가온 귀왕과의 싸움에 있어 샤하르는 아주 중요한 전력이었으니 말이다.

정령왕들과의 협공 균형을 잡는법.

다행히 이 수련에서는 꽤나 빠르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수혁과 샤하르, 모두 꽤나 지친 모습으로 서로를 보며 미소 짓고 있을 무렵.

[시간이 됐군. 전장은 준비됐다.

지구의 대표자들을 기다리지.]

이제는 익숙해진 릴리아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 울려 퍼졌다.

백악관.

수혁이 나타나기 전, 세계 최강국이라 불리던 미국 대통령의 거처에도 릴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던 미국 대통령, 에이 든의 시선이 저절로 창문 밖을 향했다.

“외계 종족이란…… 정말 대단하군. 우주선은 서울에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까지 목소리가 들려온건가?”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 에이든의 앞 소파에는 미국의 국방 장관인 스미스가 앉아 있었다.

하얀 콧수염을 멋스럽게 기른 그는 수염 끝을 살짝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상 전 세계에 전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정말 괴물 같군.”

세계의 그 어떤 각성자도, 또 어떤 과학도 전 세계인 모두에게 음성을 단숨에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초월적인, 규격으로 젤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인 것이다.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 에이든이 자연스럽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저런 괴물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도 없고 말이지.”

“이미 하실 수 있는 일을 잘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스미스의 질문에, 앞에 놓인 서류를 들어 올린 에이든이 가볍게 흔들었다.

“종이 끝자락에 사인하고 노는 일 말인가.”

“누구도 대통령님의 업무를 논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방금 내가 그렇게 말했군.”

피식,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내려놓은 에이든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소 어두컴컴한 하늘이 묘하게 그의 심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과연 노네임드를 지지하는 일이 잘하는 것일까?”

“후회하십니까?”

고개를 내저은 에이든이 습관적으로 책상을 더듬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담배를 끊었는데 한 번씩 찾게 된단 말이지.”

“마찬가지로 후회되시는 겁니까?”

“둘 다 아니지.”

피식 웃은 에이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보 같이 끌려다니는 건 성정에 맞지 않아. 다소 도박적인 면모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만…… 제길, 담배가 정말 필요하군.”

창문을 가볍게 열어젖힌 에이든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 싸움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욕을 먹더라도 노네 임드를 크게 지지할 생각일세.”

“그게 지구의 미래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후우……

마치 담배연기를 내쁨듯, 깊은 숨을 내쉰 에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기대하고 계시는군요.”

그런 건가?

잠시 에이든의 얼굴에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이번 싸움에서 노네임드가 승리 한다.

지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끝은 완전한 독립과 자유다.

“투쟁, 독립, 자유, 뭐 하나 멋지지 않은 말이 없지 않은가?”

시원한 웃음을 보인 에이든은 간절히 기도하고 원했다.

“꼭 이겨주게, 노네임드.”

이 싸움에서 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기를.

수혁과 샤하르, 패철웅과 탈로스는 귀왕의 우주선으로 초대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릴리아가 정한 전장이 바로 그들의 우주선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외계 종족의 우주선에 들어온 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크게 특별하진 않네.”

다소 투박한 기계 장치와 보석같이 번쩍이는 기이한 불빛이 시선을 잡아끌기는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따지자면 지구의 우주 비행선과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다만 그 내부 공간이 말도 안 되게 넓을 뿐이었다.

“애초부터 우주를 왕복하는 데 있어 화려한 장식은 필요가 없으니까.”

그들을 마중 나온 릴리아가 그런 수혁의 말에 담담하게 답했다.

“오히려 예상 외인 건 네가 직접, 그것도 홀로 마중 나올 줄은 몰랐던 점이지.”

“자신이 있는 편이라.”

피식, 귀왕의 말에 웃음을 지은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그녀의 거침없는 기세와 어투는 마음에 들었다.

“아군이 되지 못해 아쉽네.”

수혁의 말에 잠시 시선을 돌린 릴리아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도 네가 꽤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적을 살려둘 정도로 자비로운 성격은 아니라는 것도 꼭 알아두도록.”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가 마음에 든다고 해도 죽이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전장에서 만났고, 싸운 이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수혁은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전장은 우주선 내에 만들어진 장치를 통해 이동하게 될 거다.”

“이동? 우주선 내에 포털이 있단 말인가?”

“비슷하지만, 틀리다. 우리가 만든 장치는 가상의 공간을 구현하는 것뿐이니까.”

“오호……. 가상공간이라면, 그 외부로는 피해가 안 가는 건가?”

수혁의 질문에 릴리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힘이 지구만한 행성 하나를 순식간에 파괴할 정도가 된다면, 우주선까지 피해가 올 수도 있겠지.”

그야말로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라는 어투였다.

실제로 홀로 행성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존재는 용족 중에서도 매우 드물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 애완동물 같은 녀석까지 포함해도 넷이로군.”

넓은 우주선을 거닐던 중 릴리아가 내뱉은 말에 수혁이 볼을 긁적였다.

“다섯을 채우려 했는데, 한 녀석이 연락을 계속 안 받아서. 조금 뒤늦게 합류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괜찮을까?”

“안 괜찮을 것도 없지. 싸움이 싱거을 정도로 빨리 끝나지는 않을 듯하니 말이다.”

“참 다행이네.”

이런저런 대화를, 마치 친구처럼 나누다보니 어느덧 눈앞에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마법진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는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수혁은 그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건 또 굉장히 화려하네.”

기계라고 해서 모두 투박한 것은 아니었다.

조형과 형태에 따라 충분히 아름다워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후후, 초대하지. 알페리온 차원이 개발한, 대전장에.”

그 앞으로 다가간 릴리아가 양팔을 펼치자, 문에 걸린 톱니바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좌르르륵-!

톱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복잡하게 울린 이후, 덜겅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부에서부터는 은은한 빛이 홀러나와 사방을 점했다.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었지만, 루미나서티와 계약한 탓일까?

수혁은 그 너머의 광경이 명확하게 보였다.

‘포털?’

자연스럽게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졌다.

우주선 내부에 포털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어떠한 기술의 형태로 보였다.

그 말은 즉, 포털을 누군가가 강제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는 여태까지 누구도 생각지 않았던 일이었다.

파아앗-!

빛과 함께 흘러나온 포털이 일행들을 집어삼키듯 지나가고, 눈앞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뜨거운 태양, 높은 모래 언덕들 너머로 보이는 지평선.

수혁은 이와 같은 풍경을 잘 알고 있었다.

“사막이로군.”

“우리의 첫 전장이지.”

어느덧, 모래 언덕의 건너편에 준비된 넓은 왕좌로 날아가 앉은 릴리아가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주변으로는 같은 알페리 온 차원의 주민으로 보이는 인물셋과, 여전히 어린아이의 탈을 쓴 바알이 함께였다.

“다시 보게 되어 반갑군.”

바알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 수혁의 입가로는 헛웃음이 흘렀다.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음흉한 속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수혁은 바알을 무시했다.

대신하여 릴리아의 오른편에 선사내를 주목했다.

붉은 머리에 근육질 체구, 불타 오르는 듯한 눈빛.

주로 짙은 검은 머릿결을 한 귀왕과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생김새가 독특했다.

하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수혁의 시선을 끄는 것은 아니었다.

레벨업하는 무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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