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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375화 (375/454)

- 15권 23화

“응? 아, 기계 장치의 신의 사랑을 받고 있나. 이것도 신기하네.”

[기계 장치의 신이 당장…….]

메시지가 또 울려 퍼지려 할 때였다.

“아아,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해.”

사내의 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폭발했고, 동시에 세상이 멈춘 둣 메시지도 끊어졌다.

수혁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기계 장치의 신이 보내는 메시지가 끊겼다고?’

아무리 저번 개입으로 인해 다소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해도 자그마치 대신이었다.

그런 그녀의 메시지를 제멋대로 끊을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 강적인 북해제마저도 데우스엑스 마키나의 등장만으로 꼬리를 말고 도망을 갔었는데 말이다.

“대신?”

수혁의 물음에 시선을 돌린 중년사내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기척이 흐르는 것을 느낀 수혁의 발끝이 우측 허공을 쓸고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팟-!

어느 순간 우측에 나타나 수혁의 발목을 잡은 중년 사내가 웃어 보였다.

“감도 좋고.”

“뭐하는 거야? 황준우?”

여우의 질문에 황준우라 불린 사내가 어깨를 으쏙거렸다.

“내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을 맡길 수 있을까 해서.”

그 말과 함께 퍼져 나온 황금빛 파장이 단숨에 수혁의 몸을 파고들었다.

거부하기 위해 혼돈기를 일으켰지만,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는 황금빛 기운에는 혼돈기조차 겁을 먹은 듯 몸을 움츠렸다.

격이 달랐다.

다소 무심해 보이던, 어떤 의미로는 지쳐 보이는 눈을 마주한 순간에는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단순히 황준우의 격 탓만은 아니었다.

“이제야 내가 보이는가보구나?”

황준우의 질문에 수혁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하여 입가로 미소를 보이고는 바람을 타고 몸이 회전시켰다.

단숨에 황준우가 붙잡은 손길을 풀어 헤치고는 품으로 파고들었다.

내뻗어진 일장은 자연지기를 회전, 응축, 폭발의 과정에 일순간 담았다.

황준우는 웃으며 손을 마치 물결처럼 휘저었다.

부드럽게 뻗어져 나온 황금빛 기운은 수혁이 쏘아 보낸 강렬한 기운을 마치 거짓말처럼 흩어 버렸다.

“……!!”

놀란 수혁이 이번에는 혼돈기를 일으켰다.

이후 몸을 뒤집어 벼락처럼 발끝을 거칠게 휘둘렀다.

형태를 취한 용조가 단숨에 황준 우의 머리를 쪼갤 듯만 했다.

파앗-!

단숨에 뻗어져 나온 황준우의 발길질이 혼돈기로 이루어진 용조를 꿰뚫고 수혁의 다리를 올가미처럼 낚아챘다.

쾅-!

바닥에 내팽개쳐진 수혁은 다소 멍하니,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압도적이 었다.

단순히 자연지기를 다루는 솜씨, 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게 바로 무극極.’

처음으로 끝을 본 느낌이었다.

무도의 경지에 만약 궁극이 있다면 눈앞의 사내처럼 펼쳐내지 않을까?

빈 듯 비지 않았으며, 꽉 찬 듯 꽉 차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강렬했다.

느끼고, 보려 하니, 이 세상 모든 공간에 눈앞의 사내가 있었다.

“하하하……!”

수혁이 저도 모르게 큰 웃음을 터트렸다.

황준우 역시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내려다봤다.

“어때? 대리인으로 쓸 만할 것 같지 않아?”

이어진 황준우의 질문에, 어깨위에 올라탄 여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중엔 널 잡아먹겠다고 할 녀석 같은데? 눈에 욕심이 너무 많아.”

“그런 녀석이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둘의 대화는 수혁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무극을 눈앞에서 보았다는 것.

저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떠올렸던, 무공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게 만드는 인물이 나타났다는 사실뿐이었다.

‘시스템도, 혼돈석도 뛰어넘을 수 있어.’

그 증거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들어본 바는 있었다.

“당신이 바로 무신武神이지?”

대신 중 무武의 이름을 선포한 존재.

“뭐, 그렇게 부르라고는 했지.”

황준우가 활짝 웃으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야. 넌 이름이 뭐냐?”

“양수혁.”

“양수혁, 수혁.”

그 이름을 머릿속에 되새긴 황준 우가 손을 내밀었다.

눈빛에는 기운찬 열망이 반짝였다.

머릿속으로, 눈앞의 양수혁이라는 사내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 여우는 그 눈빛에 결국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황준우가 이토록 신나하는 게 얼마만이지?’

정말 오랜만이란 말로도 부족할만큼, 오랜 이야기였다.

때문에 그가 다음으로 무슨 말을 할 줄 알면서도 외면했다.

“야. 너 내 제자 안할래?”

그리고 내뱉어진 말.

여우는 눈앞의 수혁이 곧장 받아 들일 줄 알았다.

무극에 대한 열망이 반짝이는 눈빛.

무신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헛소리.”

한데 수혁은 콧방귀를 뀌었다.

“난 내 스스로 너를 뛰어넘을 거다. 무신.”

그리고는 거칠게 반항하며 손을 치고는 벌떡 일어나 다시금 등을 돌려 저택으로 향하려 했다.

“하아…… 역시……

여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분명 키워주면 잡아먹으려 들 탐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역시……

멀어지는 수혁의 뒷모습을 보는 황준우의 표정이 너무 즐겁다는 것이었다.

“야, 진짜로? 정말로 내 제자 안할 거야?”

“안 해.”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진짜 안해?”

“대답도 안 하겠다 이거지. 싸가지 없는 놈.”

다만 황준우와 오래도록 함께한 여우 요괴, 요괴들의 신이라 불리는 그녀조차도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파앗-!

황금빛이 그물망처럼 뻗어져 움직였고, 단숨에 수혁의 전신을 옭아맸다.

“……!?”

놀란 수혁이 황금 기운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 힘의 주인인 황준 우는 여유롭게 웃으며 수혁을 거꾸로 뒤집었다.

이어서는 화가 난 수혁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한 성격 하거든. 그리고 원하는 건 꼭 이뤄내야 하고.”

“너……!”

“다시 말할게. 너, 내 제자 해라.”

더 이상 황준우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참고로 거부권은 없어.”

억지로 끌려 몇 개나 되는 차원의 벽을 넘어, 새하얀 공간에 떨어진 수혁은 황금빛 기운이 사라진 순간 미친개가 된 마냥 황준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워워……

단숨에 거리를 넓게 벌려, 수혁의 공격을 피한 황준우가 뒷짐을 지었다.

“진정해. 귀여운 제자 씨.”

“너……! 날 다시 데려다 놔!”

“그럴 순 없지. 제자인데 아무것도 안 가르치고 보낼 순 없잖아?”

“크아아-!”

수혁이 또다시 달려들었다.

황준우는 그 모습을 보며 볼을 긁적거렸다.

“생각만큼이나 괴팍한 녀석일세.

뭐, 독한 건 좋아.”

여유를 부린 황준우가 다시 뒷짐을 지려 할 때였다.

파앗-!

빛의 속도를 가로지른 수혁의 용조가 황준우의 머리카락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우…… 급가속도 할 줄 알아?”

이어지는 연속된 공격을 막기 위해 양손을 이용해 방어에 들어간 황준우의 감탄은 연이어졌다.

“이 영역에서 전환도 자유롭고, 심검의 영역도 나름대로 잘 표현하는군. 역시 떡잎이 좋아.”

파바바밧-!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을 만큼의 무한한 공방이 이어졌다.

하나 수혁의 용조는 결국 첫 일격에서 황준우의 머리카락 하나를 떼어간 것이 최선이었다.

“후우, 후우……

“꽤나 야성적인 녀석이야. 어린 시절의 나 같잖아.”

“이래 가지고 제자 교육이 되겠어?”

“지금도 교육 중인데? 달기 네 눈엔 이게 그냥 노는 걸로 보여?”

“……그렇게 보이는데.”

조금씩 들려오는 둘의 대화에 수혁은 의식을 집중했다.

‘틈……은 어디지?’

아니, 틈은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존재는 감히 무武 그 자체라 불려도 될 정도로 완전했다.

‘틈을 만들 기회는……

대화를 나누는 지금 이 짧은 틈?

어설펐다.

그래봐야 또다시 머리카락 하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전력을 다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힘을 쓴다면, 작은 부상쯤은 입힐수도 있었다.

하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미친 듯이 날뛰던 수혁은 침착하게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호…… 이제 좀 진정하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날 여기로 끌고 온 거지?”

“말했잖아. 제자 수련 시켜주러왔다고.”

실실 웃는 황준우의 말에 수혁은 또 한 번 속이 뒤집어질 뻔했다.

하지만 달려든다고 바뀔 것이 없다면, 현재의 최선을 떠올려야 했다.

“그러니까 왜 내가 네 제자가 되어야 되냐는 거다.”

“그건…… 음…… 솔직히 말해서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거든.”

“부탁?”

수혁이 짧게 신음을 흘렸다.

처음에는 무신이라 불리는 사내가 왜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하나 만약 그가 부탁이라고까지 말할 일이 있다면?

“당신이 못해내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응, 가능해.”

우주의 여섯 대신 중 하나조차도 어쩌지 못한 일을 해낸다.

“그게 네 가르침의 대가인가?”

“뭐, 그런 셈으로 치지. 네가 그쪽이 마음 편하다면.”

“……대가 없는 보상은 늘 찜찜하거든.”

“내 제자가 되길 거부한 게 단순히 그 뿐만은 아닐 텐데?”

“무신의 이름. 탐이 나거든. 근데네 제자가 되어서는 얻을 수가 없잖아?”

수혁의 솔직한 말에, 황준우는 크게 웃어 보였다.

“푸하하, 이거 진짜 정신 나간 녀석일세.”

“마음에 안 든다면 당장 날 원래 세계로 되돌려 놔줘.”

“아니, 아주 마음에 들어.”

황준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고는 눈을 빛냈다.

“무신의 이름을 원한다면, 성장해서, 도전해라. 스승이라고 하여 도전을 거절하지는 않을 테니.”

“으.. W

....

“자존심 강한 녀석인 것 안다.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거기까지 성장한 것도 훌륭하지. 하지만, 이 세상에 천재는 너뿐만이 아니야.

난 오롯이 무공만으로 대신의 위에 올랐다.”

때문에 무신.

무의 극을 품고 있는 대신.

수혁은 자신만만한 황준우의 표정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기를 버리고, 자존심을 버리면 될 일이었다.

하면 눈앞에 무, 그 자체인 대신이 가르침을 내려준다고 했다.

무신의 칭호에 도전하는 것도 언제든 가능했다.

하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다소 혼란스럽고, 흥분했던 사태를 지나자 조금씩 상황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하면…… 뭐부터 하면 되지?”

“구배지례.”

“……뭐?”

“스승에게 예를 표하는 방법인데. 모를 것 같지는 않은데? 아, 그리고 존댓말도.”

“……싫다면?”

“영영 네 세계로는 못 돌아가겠지.”

황준우가 여유롭게 웃으며 뒷짐을 지었다.

“빌어먹을 놈.”

마지막, 진심을 담아 욕을 내뱉은 수혁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양 손을 머리로 모았다.

무릎을 꿇고 아홉 번의 절을 했다.

구배지례九拜之禮.

그 절이 끝나는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 황준우가 얼굴을 괴며 말했다.

“제자야.”

구배지례를 끝내고 고개를 든 수혁이 황준우를 바라봤다.

“제자야. 사부가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지?”

“……예. 스승님.”

그제야 흡족한 듯 웃음을 보인 황준우가 손을 가볍게 털며 큰 웃음을 터트렸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해볼까.”

먼 차원의 벽을 넘어, 두 무인이 서로의 인연을 끈끈하게 묶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수혁에게 처음으로 스승이 생겼군요.

레벨업하는 무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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