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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무신님-387화 (387/454)

- 16권 10화

“도와주면 다신 고자라고 부르지 않을게!”

“더, 더 간절하게 부탁해봐.”

앙그라 마이뉴는 당장에 뛰어들어 이죽거리는 우라노스의 면상을 찢어놓고 싶었다.

하나 눈앞에 미친 듯이 몰아치는 여우 불과, 달기의 술법을 피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다소 무리였다.

“제발-! 우라노스 형님-!”

자존심을 굽힌 그의 외침에, 기다렸다는 둣 광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움직인 우라노스의 주먹이 달기의 여우 불 하나를 터트렸다.

광-!

폭음과 함께 붉어진 달기의 입가로 실핏줄이 흘렀다.

[잡것 둘이 힘을 합쳤다고 하여…… 오랜 대신의 사도를 뛰어넘을 수 있을 줄 아느냐?]

다시금 피어오른 여우 불.

여전히 아홉이었지만, 앙그라 마이뉴와 우라노스는 두렵지 않았다.

“아쉽게도 우리 둘은 잡것이 아니거든.”

앙그라 마이뉴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더 앱솔루트. 대신 사냥을 할 위대한 분들이시다.”

우라노스의 당당한 선언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갑작스러운 앙그라 마이뉴의 난입.

그것만으로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는데 티탄족 중 최강을 논하는 우라노스까지 나타나 깽판을 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전장을 지휘하는 미트라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될 노릇이었다.

변수에 변수, 거기에 또 변수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그가 가진 군신이라는 칭호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을 도왔다.

차가워진 시선은 부상을 회복하며 달기를 도울 준비를 하는 네펠리아노에게로 향했다.

‘목표에 집중하자.’

현재 어디로 될지 모르는 앙그라 마이뉴와 우라노스가 달기 쪽과 싸움을 시작했다.

당장이야 그렇다지만, 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그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해.’

승리의 신.

광명의 신.

군신.

미트라는 자신을 부르는 호칭 3가지의 힘을 전력으로 쏟아내려 했다.

“그만, 그만.”

허공 위, 갑작스럽게 나타난 가면의 사내가 팔색의 빛에 둘러싸인 채 그의 앞을 가로막기 전에는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고 목표에 집중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미트라가 뿜어내고 있는 광명의 빛을, 별다른 힘도 쓰지 않은 채 도도히 서 걸어오는 가면의 사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모르는가?”

가면의 사내가 물었다.

“내가 무슨 수로 당신을 알겠소.

혹시 저치들과 같은 무리요?”

미트라의 시선이 달기와 격전 중인 앙그라 마이뉴와 우라노스를 향했다.

믿고 싶진 않았지만 앙그라 마이 뉴와 우라노스가 힘을 합쳤다.

우주협의회의 수배자인 그들이 하나로 뭉쳤다면 또 다른 수배자가 함께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 눈치가 느리진 않은 편이군. 하면 기회를 한 번 줘보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내가 누군지 맞혀보게.”

W. ≫

“맞히면, 살려주겠네.”

사내가 걷어 올린 팔뚝 아래의 회색빛 팔찌가 무섭게 공명하며 빛을 토하기 시작했다.

웨에에에에엥시

굉음이 광명을 찢었다.

미트라는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손쉽고 허망하여, 마치 대신이라도 이 자리에 강림한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빛과 지혜의 신께서 직접 오시지 않는 한……

눈앞의 사내를 막을 수 없었다.

너무나 절대적인 힘의 파동 앞에 미트라는 그가 내민 기회를 잡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주협의회의 수배자……

사실상 어지간한 일은 홀로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는 우주협의회가 수배자의 이름을 내걸은 이들의 숫자는 결코 많지 않았다.

하나 또 적지도 않았다.

약 100여 존재.

그중 대체 누구일까?

미트라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야만 했다.

“다섯을 셀 동안 기회를 주지.”

“빌어먹을.”

“아쉽게도 그건 내 이름이 아니 네.”

욕이 절로 흘러나왔다.

‘가면, 그리고 중후한 노인의 음성, 옷은 동양풍의 장포……

머릿속에서 수배자의 이름이 빠르게 줄어갔다.

“*둘" ”

그 즈음, 미트라의 눈이 번쩍였다.

“혹여 당신은 북해제 ‘홀’이 아니십니까?”

“과연 영민하군.”

맞췄다.

안도한 미트라가 웃음 짓는 순간이었다.

북해제의 주변을 떠돌던 여덟 빛 중 황금빛이 무섭게 쏘아져 미트라의 어깨를 꿰뚫었다.

‘……어째서?’

무슨 의문을 내지를 틈이 없었다.

뒤이어 쫓아온 붉은 구슬이 미트라의 전신을 집어삼키며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렸으니 말이다.

화르르르륵-!

“끄아아아-!”

타들어가는 미트라가 비명을 내질렀다.

화상의 고통은 믿기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불 혹은 빛으로부터 적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는 광명의 신이었으며, 태양의 아들이었으니 말이다.

“광명의 빛이 그대를 가호하니 죽지는 않을 걸세. 다만 아주 괴롭겠지, 오랫동안, 어쩌면 영겁이 될지도 모르네만…… 후후.”

헛웃음을 흘린 북해제의 시선이 미트라를 떠났다.

말했듯 태양의 가호를 받는 그는 죽지는 않을 것이다.

영원의 고통에 휩싸인 채 빠져나가지 못할 뿐.

이어진 차가운 시선은 먼 곳에선 네펠리아노의, 그녀의 눈앞으로 내려오는 타오르는 불꽃이 마치 환상처럼 내려서고 있는 곳을 향했다.

‘데이모스.’

사라진 마몬을 비롯한 여덟의 더 앱솔루트 중 단순한 무력과 종족값으로는 최강이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사내의 분신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불꽃은, 광명의 신이라 일컫는 미트라의 빛보다 더한 열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 내부에 움츠리고 있는 사내는 우주의 누구보다도 강한 야망과 이기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모스라면 믿을 만하지.’

다소 제멋대로인 앙그라 마이뉴, 우라노스와는 또 달랐다.

북해제가 흡족하게 웃는 사이, 전장에서는 또 다른 혼란이 시작되었다.

“뭐야, 무슨 상황이야?”

미트라가 영겁에 고통에 휩싸이면 찬가가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다행히 아직 소환된 로마 군세가 부르는 하모니가 남아 힘을 더해주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모든 상승효과가 사라지리라.

[신경 쓰지 마라. 우리는 최대한 빨리 고대룡을 잡는다!]

때문에 당황하는 이들 사이, 크로노스가 나서며 외쳤다.

모든 티탄들이 다시 전면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선 안 되지.”

차가운 미소를 보인 북해제가 손을 내젓자 네펠리아노를 향해 뛰어가려던 모든 군세의 앞에 지면이 뒤집히며 황토 빛의 벽이 일어나 접근하는 자들을 향해 사나운 가시를 세웠다.

과과광-!

거대하고 단단한 티탄의 피부마저 긁어낸 가시의 벽에서 이내 불꽃마저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륵-!

“미안하지만, 아무도 이 벽을 넘을 순 없네.”

다시 공간을 이동하여, 불타오르는 가시의 벽 앞에 선 북해제가 선언했다.

북해제가 발출하는 힘을 보며 경악한 티탄들의 움직임이 굳어졌다.

눈치를 챈 것이다.

미트라가 그러했듯, 북해제가 이전장에 있어 말도 안 되는 지배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방해자들은 모두 물렸다. 데이모스. 남은 것은 네 몫이다.’

북해제의 입가로 웃음이 흘렀다.

‘개판.’

네펠리아노는 혼란스럽게 변한 전장을 보며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적은 분명했다.

미트라가 이끄는 군세들과 티탄과 함께 나타난 우주협의회.

한데 갑작스럽게 상황에 개입한 앙그라 마이뉴를 시작으로 우라노스까지 나타나 달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스운 것은 그들이 결코 미트라 혹은 우주협의회와 한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전장이 그야말로 미친 것 같은 꼴로 돌아가고 있는 차였다.

하늘 위에서부터 불꽃이 내려왔다.

단순히 그뿐이라면 네펠리아노는 또 다른 변수에 당황했겠지만, 지금만큼이나 놀라지는 않았을 터였다.

“네펠리아노.”

불꽃 너머, 차분하고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 이름을 부르는 음성에서는 다소 따듯한 온기마저도 느껴지는 듯했다.

편안했다.

저도 모르게 불꽃을 바라보는 시선이 몽롱하게 풀렸다.

‘뭐지?’

단 한 번도, 처음 보는 상대에게 이와 같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수혁조차도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죽여야만 하는 ‘적’으로 인지했었다.

한데 이 불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꽃 너머에 위치하고 있는 사내였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빛의 장발,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는 듯한 붉은 눈, 그 눈.

‘닮았어.’

거울을 단 한 번만 보아도 자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네펠리아노였다.

그래서일까, 몇 번이고 보았던 자신의 눈과 사내의 눈이 너무나 닮았다고 느꼈다.

“내가 보이느냐? 나를 느끼느냐?”

사내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 순간 네펠리아노는 전장을 잊었다.

죽음조차 잊었다.

배……자……!

데이모스…… 네가 어찌……!

놈을 죽여라……!

머릿속에서 또 다른 음성이 연속해서 들려왔지만 그조차도 개의치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수혁에게 빠져들었을 때처럼 저도 모르게 손을 내뻗었다.

불길은 거칠었지만, 네펠리아노를 거부하지 않았다.

화르르륵-!

불길 내부, 장발의 사내 역시 네 펠리아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느덧 저도 모르게 용의 형태에서 다시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네펠리아노가 그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느껴지는 온기와 따뜻함에 네펠리아노는 왈칵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잊은 줄 알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고대통은 드래곤조차 뛰어넘는 이 은하의 최상위 종족이었다.

그런 그녀가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저도 모르게 묻고 있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처음 보았다 생각했다.

하나 처음이 아니었다.

분명 보았다.

만들어졌다지만, 그전에 고대통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탄생의 순간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남녀가 있었다.

“리아, 날 기억하느냐?”

“……아빠.”

질문과 대답이 오갔고 데이모스의 입가로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리아. 내 소중한 딸아.”

잡았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 데이모스가 양팔을 벌렸다.

네펠리아노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당장에라도 그 품에 뛰어들 뻔했다.

아주 어린 시절 그 품에 안겨 해맑게 웃던 자신의 얼굴이 떠오른 탓일지도 몰랐다.

하나 어째서일까?

네펠리아노의 눈앞에 순간적으로 수혁의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저 품에 안기면……

다시는 그 미소를 못 보게 될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

뿐만이 아니었다.

뒤를 이어 민머리 흑산자가 음흉하게 웃는 얼굴, 만난 지 얼마 안된 달기가 그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던 풍경 역시 함께 떠올랐다.

‘모두…… 사라져.’

저 품에 안기면, 모든 것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확-!

그 본능적인 공포에 저도 모르게 뒤로 크게 물러났다.

눈앞에 남은 것은 더 이상 장발의 사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타오르는 불꽃과, 그 너머에 펼쳐지고 있는 처참한 전장이었다.

그중에는 네펠리아노 역시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있었다.

‘북해제? 저자가 도대체 왜?’

심지어 훨씬 더 강해졌다.

네펠리아노의 기억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기세.

기껏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멀어진 느낌이었다.

아마 현재 이 은하에서 가장 대신에 가까운 사내가 있다면 바로 북해제가 아닐까?

[리아, 내 딸아.]

불꽃이 일렁이며 그런 네펠리아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데이모스의 목소리였다.

작가의 말.

I’m your father.

레벨업하는 무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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