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권 22화
과과과광-!
“끼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타나토스의 분신들이 혼돈기의 용권풍에 휩쓸리며 종잇조각조차 남기지 못한 채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과과과광-!
세계가 무너졌다.
그렇게 느낄 만큼의 커다란 충격과 함께 용권풍이 사라졌다.
수혁은 그 익숙한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성역이었군.’
붉은 안개는 눈속임.
그 안에 펼쳐진 것은 타나토스가 만든 성역이었다.
그가 선포한 내용이 무엇일지는 관심도 없었고, 딱히 예측할 필요 성도 느끼지 않았다.
'분신이든, 환상이든, 무엇이 드.., 이미 성역은 깨어졌다.
수혁의 칭호 효과에 혼돈기공의 3식이 더해졌으니 대신의 성역이라도 되지 않는 한 견딜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우와…… 정말 굉장하잖아.”
깨어진 성역의 허공 위, 쓰고 있던 피에로 가면의 절반이 뭉개진 타나토스는 감탄을 토했다.
수혁은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아직 멀쩡하군.’
가면이 뭉개지고, 옷깃이 이곳저곳 찢어진 상태였지만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성역이 깨어지는 대신 자기 자신을 지켰다고는 해도 타나토스의 실력 역시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직접적인 전투에 대해서는 서술된 적이 몇 없었지만 타나토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도 상당한 강자로 표현됐다.
격으로만 따져도 우라노스와 동급의 신.
신화 속에서 말하길 태초신으로 불리며, 실존한다고 보기 어려운 카오스, 그리고 기간토 마키아를 거치며 최강의 주신 중 하나로 불리게 된 제우스를 제외하자면 신화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강자!
‘고작 성역이 깨어졌다고 아무것도 못할 수준이면 안 되지.’
수혁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기수식을 취하고는 타나토스를 향해 손짓했다.
“뭐해? 계속 구경하고 있을 거야. 겁이 나서 그러면 내가 먼저가고.”
혼돈기공을 최대치까지 사용한 탓일까?
오랜만에 지독할 정도로 투기關氣가 높게 치솟았다.
그 날카로운 투기가 흘러나온 것만으로 주변에 붉은 불똥이 튀어 올랐다.
“록'
피에로 가면 아래, 타나토스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진짜 탐나는데. 디 앱솔루트, 정말 생각 없어?”
“먼저 간다.”
수혁의 몸이 한줄기 빛이 되어 허공을 찢었다.
쾅-!
타나토스가 휘두른 검은 낫과, 수혁의 주먹이 부딪치며 폭음이 일었다.
하나 타나토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옅었다.
‘뭐지?’
의문을 느낀 순간에는 수혁의 주먹이 넓게 펴져 손바닥을 보이며 절반쯤 꺾이듯 모양이 휘어졌다.
이어서 낫의 날을 타고 흐르는 손길은 그야말로 뱀과 같았다.
가까워졌다.
수혁의 눈이 날카롭게 빛을 내쁨었다.
주먹이 짧은 거리에서 타나토스의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그 순간, 타나토스의 신형이 거짓말처럼 허공에서 사라졌다.
파앗-!
날카로운 낫의 예기가 수혁의 볼가를 스치고 지나간 것도 순식간이었다.
허리를 절반 이상이 접어 이어지는 공격을 피한 수혁의 발끝이 타나토스의 얼굴을 노렸다.
타나토스 역시 고개를 뒤로 꺾었지만 그 순간 뻗어나간 회색빛 극강기가 쓰고 있던 가면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파짓-!
전류가 흘렀다.
즉시 기운을 반동 삼아 몸을 튕겨 쫓아가려던 수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또다시 타나토스가 사라졌다.
기척은 발밑에서 느껴졌다.
수혁은 망설이지 않고 발바닥과 다리에 흑강기를 둘러 반격에 나섰다.
과앙-!
폭음과 함께 수혁과 타나토스, 양측 모두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또다시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타나토스를 바라보았다.
'역시 직접 움직이는 건 아니야.
순간이동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이쪽은 성역의 능력은 아니었던 듯했다.
까다로웠다.
어떠한 기운의 흐름도, 유동도 없이 공간을 자유자재로 건너뛰었다.
타나토스가 공간을 제어하는 능력은 분명 상상 이상이었다.
게다가 그의 낫이 스치고 지나간 상처에선 유달리 출혈이 격심했다.
상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넓게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죽음이라……
엘라임을 소환하여 치료를 부탁할까 하였지만 그럴 틈조차 없었다.
타나토스의 공격에는 틈이 없었다.
‘정확하게 낫의 사정거리를 재고 있어.’
그 이상으로 수혁이 더 가까이 달라붙으려 하면 공간 이동을 통해 멀어졌다.
무공에 대해서는 모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무武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제공도 확실하고.’
까다로웠다.
북해제도 그렇고, 타나토스까지.
‘디 앱솔루트라……
생각보다 더한 강자들이었다.
디 앱솔루트에는 이런 이들이 대체 몇이나 모여 있을까?
의문 속에서도 격전은 빠르게 이어 졌다.
그리고 수혁의 발끝이 갈고리처럼 타나토스의 낫을 낚아챘다.
획-!
낫이 반쯤 뒤집히며, 수혁의 시선 역시 허공을 반 바퀴 회전했다.
‘남은 혼돈기는 2갑자 정도.’
처음 뇌룡개벽성에 멸세강룡장까지 하여 혼돈기를 생각보다 많이 소모했다.
거기다 자연지기로 대체할 수 있는 일도 혼돈기를 사용해야 하니 더욱 여유가 없었다.
타나토스가 심어 놓은 독은 확실히 유효했다.
싸움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허공에 기를 생성해 지면을 만들어 되짚은 수혁의 발끝이 벼락처럼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광-!
폭발과 함께 지면에서 돌무더기가 허공 높이까지 치솟아 올랐다.
타나토스가 이미 모습을 감추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그래서……
돌무더기를 만든 것이었다.
아주 작지만, 튀어 오른 돌이 괴이한 형태로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구나.”
미리 나타날 곳을 알고 있다면, 쫓는 것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모습을 나타내자마자 놀란 타나 토스의 신형이 다시 흐릿해지려 했지만, 수혁의 그 도주를 허용하지 않았다.
‘혼돈기공 전반부 제1식, 뇌룡개벽성.’
콰광-!
폭음과 함께 초광속의 영역에 돌입한 수혁의 손바닥이 단숨에 타나 토스의 가슴을 때렸다.
‘걸렸어.’
손끝에 감각이 있었다.
비명은 없었지만 타나토스의 몸이 일순간 휘청거리는 것도 보았다.
흩어지던 타나토스의 신형이 다시 본래의 형태로 돌아왔다.
‘순간이동에 실패했구나!’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수혁이 사방으로 쏘아 보낸 혼돈기가 곳곳에 회색빛의 반투명한 벽형태로 생성되었다.
직후 허공에 혼돈기를 이용해 허리를 받칠 단단한 막까지 형성한 수혁이 주먹을 옅게 말아 쥐었다.
손바닥 안쪽으로는 남은 혼돈기를 모두 때려 넣고 움켜쥐어 폭발시키며 앞으로 쏘아 보냈다.
발경 發勤.
그 기운이 쏘아진 순간 타나토스의 신형이 다시금 흩어졌다.
찰나라고 할 수 있는 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늦었어.’
혼돈질주탄공이 처음 쏘아지는 속도는 뇌룡개벽성보다 느렸다.
파앙-!
실제로 수혁이 쏘아 보낸 발경은 허공만을 때린 듯했다.
하나 그렇게 튕겨져 나간 발경이 허공에 생성된 혼돈기의 벽과 맞닿은 순간, 힘은 소멸되지 않고 방향을 전환해 다른 곳을 향했다.
한데 그 속도가 처음보다 더 빨라졌다.
심지어 마침 발경이 쏘아진 방향은 타나토스가 새로이 모습을 나타냈던 장소였다.
부상을 입은 타나토스가 기겁한 표정으로 다시금 모습을 감추려하였지만 갑작스럽게 쏘아진 발경에 의하여 어깨가 우그러졌다.
콰드득-!
이번에도 적중이었다.
쾅, 쾅, 쾅-!
직후 타나토스는 혼돈기의 벽과부딪칠 때마다 더 빨라지는 발경을 피해 다급하게 이동해야만 했다.
시선은 도주할 곳을 찾아 빠르게 헤맸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너무 뒤늦은 선택이었다.
수십 번, 튕겨져 나가고 튕겨져 나가 초광속보다도 더 빨라진 발경이 수혁에게로 되돌아온 그 순간.
광-!
허리가 반쯤 접힌 수혁은 눈매를 일그러트린 채로도 입가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미리 받쳐두지 않았으면 허리 부러졌다니까.’
충격이 큰 만큼 빠르다는 뜻이니까.
‘혼돈기공 전반부 제2막, 혼돈질 주탄공.’
다시 수혁의 손으로 돌아온 발경이 초광속이라는 영역에서조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찰나보다도 더 짧은 시간대에 결을 찢고, 시간의 흐름마저 무시한 채 타나토스의 왼쪽 가슴에 적중했다.
“……!?”
허리가 절반 이상 꺾인 타나토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본인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는 듯한 시선.
그럴 만했다.
‘쏜 나도 어떻게 날아갔는지 못봤으니까.’
혼돈기공의 전반부 제2식 혼돈질 주탄공은 대인전에 있어서만큼은 3식인 멸세강룡장보다 더 강하고 빨탔다.
단순 위력으로만 쳐도 패도의 3배 이상, 그 속도는 말했듯 어림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파괴력으론 혼돈검 무명을 휘두르는 게 더 강하겠지만……
타나토스처럼 날뛰는 적을 상대 하기에는 딱 접합하지 않은가?
수혁의 생각이 마무리될 때쯤.
“크아아악-!”
비명을 내지른 타나토스가 허공을 수백 번이나 크게 회전하고는 지면으로 떨어져내려 처박혔다.
쿠구궁-!
커다란 지진이 일었고, 세계의 일부에 큰 균열이 생기며 거대한 검은 무언가가 아가리를 벌렸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세상이 자가 수복을 하는 그 짧은 시간동안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지면으로 내려선 수혁이 바닥에 누워 꿈틀거리는 타나토스를 바라보았다.
분명 심장이 위치한 곳을 때렸지만 죽지는 않았다.
‘심장이 없거나, 위치가 다르거나……
어찌 됐든 아직도 수혁의 상처 부위는 더 넓어지는 중이었으며, 자연지기를 붙잡은 타나토스의 기운은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타나토스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크으.. 크으으…… 아파……
아프다고.”
실제로 한동안 거짓말처럼 입이 닫혀 있던 타나토스가 눈물을 흘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수혁은 그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손바닥을 펼쳤다.
장갑 형태로 만들어져 있던 용포아래로 짧은 떨림과 함께 혼돈검무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르르-!
아직 얼마 모이지도 않은 혼돈기를 빨아들인 무명이 불만족스럽다는 듯 떨림을 토했다.
수혁은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혼돈기를 다룸에 익숙해진 덕일까?
이제는 무명이 혼돈기를 강제로 빼앗아가도 이전만큼 부담스럽지 않았다.
휘두르고 싶을 때 휘두를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혼돈검 무명의 위력이 2배는 증가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였다.
척-!
검을 들어 타나토스의 목을 겨누었다.
“나도 이제 남은 힘이 얼마 없어서 말이야.”
검으로 목을 베고, 그래도 모자라다면 사지를 모두 잘라내고, 그래도 안 되면 혼돈기를 폭발시켜 가루로 만들어버리면 될 터였다.
“이걸로 끝내줄게.”
“아, 안 돼……. 아직 난 죽고 싶지 않아.”
“죽음이라 불리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네.”
수혁이 검 끝을 높이 들어올렸다.
“사, 살려줘! 뭐든지 할게! 다 알려줄게! 제발……!”
“디 앱솔루트, 목적이 뭐지?”
검을 내리그으려던 수혁이 몸을 멈추며 물었다.
“모든 대신의 죽음! 새로운 우주의 법칙을 만드는 것!”
타나토스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순순히 불었다.
“그렇군. 고맙다.”
수혁은 답신에 웃음을 보였고 망설임 없이 무명을 내리그었다.
베이는 소리도 없이 타나토스의 목이 떨어져나갔다.
“자, 잠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그는 죽지 않았다.
'역시 가루로 만들어야겠어.’
몇 년 치도 되지 않는 혼돈기를 흡수한 무명이 기운을 토하기 싫다는 듯 떨림을 토했다.
‘시끄러워.’
그를 무시한 수혁이 무명에서부터 강제로 혼돈기를 뽑아 쏜 순간이었다.
“지금쯤 다른 멤버들이 빛과 지혜……
재빨리 타나토스가 뒷말을 덧붙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역시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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